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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240화 (1,239/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240화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9)

하얀이가 주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내 말에 맞춰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마력 어쩌고를 사전에 깔아두다 보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력의 변화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진짜 대단하기는 하자너.’

정하얀이라면 놀라울 것도 없는 기예이기는 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을 더욱더 길게는 수십 년을 허비하며 하나의 마법을 창조하는 대부분의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영감이 떠오른 작곡가마냥 그 자리에서 뚝딱 하고 하나의 마법을 만들어낸다.

정하얀이 쓰는 오리지널 스펠들에 비하면 당연히 효율이 떨어지는… 쉽게 말하면 겉멋만 들어간 마법이겠지만 이것도 하지 못해 자신의 세월을 갈아 넣는 마법사들이 많았다.

괜히 마탑의 할배들이 정하얀을 신처럼 떠받드는 것이 아니었다. 모양을 만들고, 형태를 만들고, 특성을 부여하고….

단순히 마법을 잘 사용하는 것도 물론 재능의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이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엄연히 전자와는 차원이 다른 영역에 자리해 있었다.

그렇게… 마침내.

“흑염룡의 불꽃.”

이라는 단어가 진영의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거대한 검은색의 불꽃이 사정없이 타올랐다.

베이스는 검은색이었지만, 중간중간 보라색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불길, 정말로 지옥에서 소환된 것처럼 보이는 검은 용의 불길은 이상하게도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이라고 하기는 뭣 하지만 타오르는 불꽃은 모든 것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그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절대로 꺼지지 않는 검은색의 불길.

이름이 조금 과한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는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비한다면 절대 과한 것이 아니었다.

“저건… 도대체… 뭐야.”

“저 불길한 불꽃은….”

“저런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녀석의 오리지널 스펠인가. 아니면… 단지… 저주받은 마력의 힘인가?”

“아직 학부생인데도… 오리지널 스펠을 가지고 있다고? 저 녀석… 괴물인 거냐?”

‘넌 누군데 그런 말투를 배워왔어?’

샤슬갈 트리오도 놀랍다는 듯이 결과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이 저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에 보탬이 됐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흑염룡의 불꽃….”

“패도적인 힘이로군요. 그리고 역시나 진영 님의 마력은….”

“불길하군.”

“그래요. 불길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뭐가 따뜻해. 시바. 이거 모양만 불꽃이고 온도는 없는 것 같은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치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있는 듯한 불꽃은 아군 마법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듯이 포근히 감싸주고 있었으니까.

공격과 방어가 한꺼번에 가능한 소환형 마법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손을 살짝 움직이자 내 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는 흑염룡의 불꽃이 시야에 비쳤다.

‘그냥 급조한 것치고는 생각보다 쓸 만한 게 나온 것 같은데.’

“…….”

“…….”

‘지속시간은 얼마나 되지?’

마력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아마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일반 마법사들이 사용할 만한 마법은 아니다. 대충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마력을 잡아먹는 것 같았지만 그에 비해 딱히 파괴력이 엄청난 것 같지도 않았다.

‘근데 멋있기는 하잖아. 사실. 그걸로 끝이지 뭐.’

발현된 흑염룡의 불꽃을 본 펠리스 하네스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항복하겠나?”

격차가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을 터, 녀석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묻겠다. 항복하겠나?”

“웃… 웃기지 마라!”

하지만 펠리스 하네스트는 절대 항복할 수 없다. 지켜보고 있는 눈도 눈이거니와 교국의 자존심을, 하네스트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 녀석의 눈에 서려 있다.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린 만용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녀석들은 주문조차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다려 주겠다.”

“뭐… 뭣?!”

“멍청한 네놈들이 주문을 외울 시간을 기다려 주겠다 이 말이다.”

“지지 마! 하네스트!”

“공화국의 멍청이한테 한 방 먹여줘!”

여기저기에서 응원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 진영의 역할은 빌런이었으니까.

교국의 아이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듯 펠리스 하네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조원들에게 입을 열었다.

“그걸 사용할 거다.”

“뭐? 그 주문은 아직 미완성의….”

“녀석도 오리지널 스펠을 외웠다면 나도 할 수 있다.”

“그래. 하네스트.”

이윽고 힘을 합친 펠리스 하네스트의 오리지널 스펠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미완성인지 완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나이대의 오리지널 스펠이라는 건 그냥 애들 장난 같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스펠 자체를 만들려고 한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고유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빈약하고도 또 빈약하다.

그 결과물을 목전에 둔 녀석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노을빛의… 그리폰!”

“…….”

“…….”

‘너 이 새끼… 현성이 팬이었구나….’

형상화한 마력이 만든 것은 노을빛으로 빛나고 있는 그리폰이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물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저걸 정말로 완성시키다니….”

“과연 펠리스 하네스트야.”

“아니… 아직 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어. 펠리스 하네스트의 오리지널 스펠, 노을빛의 그리폰은 본래 두 마리가 함께 나오게 디자인되어 있어. 명예추기경님의 화이트 폴은 구현하지 못한 모양이야. 아직까지는 한 마리가 한계인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겠지. 저 불길한 불꽃에게 대응할 수 있어.”

저게 진짜 김현성의 노을빛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실제로도 위협이 될 만하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저건 단순한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

다행히 그냥 색깔만 흉내 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김현성의 노을빛의 검은 따라 한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허억… 허억… 이제… 만족이 되나?”

“흥. 같잖군.”

노을빛의 그리폰이 한 번 우는 모습을 보인 이후에 그대로 쇄도한다. 날개를 활짝 편 채로 달려드는 게 제법 멋지게 보이기는 했지만….

“뭐야….”

“뭐… 뭣….”

너무나 당연하게도 흑염룡의 불꽃의 상대는 되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색 불꽃에 휘말린 노을빛의 그리폰은 비명을 내지르며 애처롭게 발버둥 친다.

“안… 안 돼.”

마치 파란 길드의 상징과도 같은 그리폰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교국 꼬맹이들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감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안 돼! 지…지지 마!”

“웃기는군. 뭐가 노을빛의 그리폰 이라는 건지… 먹어치워라. 흑염룡의 불꽃.”

콰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완전히 그리폰을 먹어치운 불꽃이 펠리스 하네스트를 향해 쇄도한다.

당연히 기본적인 보호마법이 녀석들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불꽃은 그 보호마법마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부식시킨다.

쩌억.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보호마법이 완전히 박살 나고….

“위험해!”

“뭐하는 짓이야!”

같은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정하얀과 한소라가 막으려고 대기하고 있기도 하고… 이 분기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김명원이었으니까.

‘튀어나올 거지?’

김미영 팀장님이 약자를 지켜야 한다고 교육했지? 막 네가 생각 안 해도 몸이 막 튀어나오고 있지? 파란의 DNA가 흐르고 있으면 시바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제발 튀어나와.’

한소라에게 정신계 마법을 주문하려고 했을 때. 김명원 녀석이 주문을 외우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

하는 김미영 팀장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몰입할 대로 몰입한 건지, 아니면 아들의 정의로움에 감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검은색 불구덩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김명원의 모습은 충분히 위태로워 보였다. 아마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본래 인간은 위기에 서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고 했던가. 김명원도 그건 예외는 아니었는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보호마법을 외우며 펠리스 하네스트 일행의 앞에 당도했다.

흑염룡의 불꽃이 보호막에 부딪힌 것은 바로 그때였다. 너무나도 쉽게 으스러질 것 같았던 보호막은….

“어?”

당황스럽게도 흑염룡의 불꽃을 몰아내고 있었다.

틀림없이 작고 연약한 보호막 하나가 어처구니없게도 장내를 꽉 채운 검은색의 불꽃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건 대체….”

“도대체… 뭐야….”

이미 진즉에 정하얀과 한소라가 등장해야 할 타이밍은 지났다. 하지만 본래 학원물에서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른들이 끼어들지 않는 것은 국룰이다.

김명원조차 당황스러운 얼굴로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바라보고 있는 중,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보호마법이 깨지자 흑염룡의 불꽃이 흔적도 없이 꺼지기까지 한다.

“진영 님….”

“어떻게 된 건가요?”

샤슬갈 트리오의 의문이 담긴 목소리에는… 이렇게 대답해야겠지.

“하….”

“…….”

“…….”

“쓰레기 같은 놈들만 있는 줄 알았던 파란에도….”

“…….”

“조금은 쓸 만한 녀석이 있었군.”

라고.

‘다 들리지? 이제 쟤가 내 대항마야.’

“김명원이….”

“만년 낙제생이… 어떻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래. 그런 반응을 기다렸어.

그리고… 김명원의 반응도 기다렸다. 괜히 내가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이라고 풀네임이 아니라 파란이라고 말했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김명원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참기 힘든 모욕처럼 들려왔을 게 분명했다.

자기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고, 가족으로 받아들여 준 집단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버지가 없는 녀석에게는 파란 길드가 아버지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언제나 조용히 있던 것과는 다르게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중, 주먹을 꽉 쥐고 당당히 선 모습이 꽤 그럴듯해 보였다.

“당장 친구들한테 사과해.”

“…….”

“그리고 방금 네 말…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

“…….”

“취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네놈 같은 버러지가.”

“너!!!!”

드디어 교수님들이 등장할 타이밍.

“그만….”

“…….”

“거기까지입니다. 라고 정하얀 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실습실 내에서의 분란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진영.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는 않을….”

“…….”

“…….”

“마력이 폭주했을 뿐, 우연한 사고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실수라고는 해도, 징계는 징계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칫.”

이미 예정되어 있는 징계였다. 정학 삼 일 정도.

그것보다는 지금의 컨셉을 끝내 것이 먼저다. 별생각 없다는 듯이 뒤를 돌아 다시 한번 김명원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

오그라들기는 했지만 이것보다 더 멋있을 수는 없었다.

* * *

“군사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하하하!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화국의 작은 그림자가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에 한 방 먹였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하하하하하하! 그 건방지고 오만한 녀석들에게 말입니다! 하하하!”

“작은 그림자?”

“군사님의 아들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

“…….”

“…….”

“…….”

“이기영… 이기영… 이 개자식.”

“네?”

“이기영! 이 개자식!”

콰앙!

“이… 이 쓰레기 같은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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