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1239화 (1,238/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239화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8)

“당신은… 마력의 축복을… 아니, 저주를 받은 천, 천재로군요.”

물론 반응은 폭발적이다.

여기저기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당연했다.

정하얀의 앞에서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꼬맹이들도 어두운 마력의 유혹을 이겨낼 수는 없었던 것인지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

왜 이 나이대의 녀석들이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빛의 상징을 숭배하는 교국 녀석의 몇몇 녀석들도 저주받은 마력을 품고 있다는 감성을 뿌리치기 힘든 것 같았다.

“마력의 저주를 받아?”

“도대체… 뭐야… 저 녀석….”

“위험한 것으로도 모자라… 심연보다 더 어두운 마력이라니….”

한소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기는 했지만 하얀이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뿌린 설정에 만족하는 모양새.

사실상 쟤는 수업에는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한소라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정하얀은 맞장구만 치는 식이었지만 의외로 호흡이 잘 맞는다.

조금 의외였던 것은 의외로 한소라 역시 정하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는 것. 원인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오드아이?’

일단 오드아이인 것부터 녀석들의 감성에 부합한다. 그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오드아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김새와 분위기는 명백히 그쪽 계열이었다.

거기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배경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무려 흑마법사자너.

무려 흑마법사다. 아직까지 대륙에서 흑마법사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원래 금지되고 배덕적인 힘이 더 끌리는 법이다.

녀석들이 나이를 조금만 더 먹어도 흑마법사로서 전직하는 것을 망설이겠지만 지금의 녀석들은 기회만 된다면 흑마법으로 뛰어들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당, 당신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아요. 알고 계신가요?”

“…….”

“그… 힘… 그 마력… 제어하기 힘들겠지만 만약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큰 보탬이 될 거, 거예요. 물, 물론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면….”

“…….”

“파, 파, 파… 파멸을 불러올 뿐이겠지만요. 힘든 운, 운명을 타고났어요.”

여기에서는 한마디 정도를 더 거들 수밖에 없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듯이 말이다. 작지만 귀를 기울이면 들릴 만큼의 목소리였다.

“운명 따위… 얼마든지 거슬러 주지.”

가까이 앉아 있던 공화국 꼬맹이들의 충성심이 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었는지 한소라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정하얀 님, 일단 수업 진행을….”

“아… 그, 그러네. 그. 그래서… 아. 소, 소라가….”

“…….”

“조… 조가 대충은 정해진 것 같은…데….”

“조가 대충 정해졌으니 본격적으로 전장 마법의 이해에 대한 수업을 시작하고 하십니다.”

“소, 소라 말이 맞아요.”

“…….”

“…….”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내뱉을 수 없는 정하얀, 그걸 지켜보고 있던 한소라가 조용히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디디며 말을 이었다.

“일단. 실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주 간단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의 마법사들은 3인에서 5인 정도로 조를 짜게 됩니다. 전쟁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던전 공략이나 대형 몬스터 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서로의 마력을 이해하고, 주문의 파장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정하얀 님께서 말하고 싶어 하고 계십니다.”

“맞, 맞아요.”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어 두 개의 화살로 방패를 깨부수는 것보다 하나의 창으로 방패를 깨부수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겠지요. 아마 설명으로 들으시는 것보다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는 게 더욱더 빠르실 겁니다.”

‘꼬맹이들한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소라가 조용히 마력을 일으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거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정하얀도 마력을 일으킨다.

감지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서인지, 직접 마력을 형상화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소라는 약간 탁기가 도는 보라색, 하얀이는 깨끗한 푸른색 빛.

아이들의 눈빛에 놀라움이 서린다.

이토록 밀도 있게 마력을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는 것이리라.

꼬맹이들이 마력을 형상화하고 싶다고 한들, 그 수준이라고 해봐야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정도가 전부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법사들도 저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는 없다.

단순히 마력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주문을 외워 결과물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광경이었다.

“마법사들이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마력의 파장을 맞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난 직후,

정하얀과 한소라의 마력이 천천히 섞이는 것이 보인다.

원래는 순식간에 파장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이해를 돕기 위한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는 터라 무척 천천히 보여주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불길해 보이는 푸른색 마력이 끈덕지게 보라색 마력을 붙들고 있다.

보라색 마력은 살짝 움츠러들기는 했지만 구태여 거부하지 않고 푸른색 마력이 이끄는 길로 몸을 맡긴다.

“말… 말도 안 돼….”

“어… 와….”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튀어나온 것은 당연지사.

물과 기름이 섞이는 것을 보고 있는 것보다 더욱더 비현실적이다. 완벽하게 하나의 마력으로 융합되고 있는 모습에 조용히 정하얀이 짧은 주문을 외운다.

한소라 역시 그런 정하얀의 템포에 맞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력이 마법으로 구현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 것은 바로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한기가 도는 얼음의 창.

정하얀도 한소라도 즐겨 쓰는 마법은 아니었지만 직관적인 원소 마법의 한 종류이기도 하고, 화염이나 전격보다는 위험하지 않은 터라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험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공화국 꼬맹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진영 님.”

‘아니라니까.’

혹시나 저게 날아올까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빅토르 갈리안 녀석은 언제든지 자신이 얼음 창을 대신 맞을 수 있게 의자에서 살짝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물 나는 충성심이었지만….

‘네 몸으로 저걸 막겠다고? 저거 꽂히면 여기 있는 애들 다 죽어요.’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충신이 된 슬라바는 은근슬쩍 여신의 손거울을 꺼내고 다른 학부의 학생들에게 연락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목 조르는 샤오 란은 조금 긴장했는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더 이상 얼음 창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가는 정말로 공화국 꼬맹이들이 몸을 일으켜 하얀이에게 달려들 것 같았기 때문에 살짝 눈치를 줄 수밖에 없었다.

마침 하얀이가 손뼉을 짝 치자 얼음 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다, 다, 다들 보셨죠? 그… 그러니까… 그….”

“보신 바와 같이 오늘의 수업 내용은 조원들끼리 마력의 파장을 맞추고, 마법을 완성한 이후, 구성된 조별로 모의 대련을 펼치는 것이라… 정하얀 님께서 말씀하시고 싶어 하십니다.”

“맞, 맞아요.”

“지금부터 조별로 지정된 자리로 이동하신 이후, 저희가 보여드린 것을 연습하시면 됩니다. 한 시간 이후에 대련을 시작할 테니 그전까지는 마탑의 조교들이 마력의 파장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 설명드릴 겁니다.”

“…….”

“라고 정하얀 님께서 말씀하려고 하셨습니다.”

“네! 맞아요.”

꽤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일으키는 꼬맹이들이 보인다.

지정된 위치에 조용히 자리를 옮기자 마탑에서 파견을 나온 조교들이 각각의 조원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을 돕고 있었다.

빅토르 갈리안, 샤오란, 슬라바, 진영, 김미영 팀장으로 구성된 우리 조에도 조교가 한 명 달라붙었는데 사전에 정하얀에게 말을 들었는지 딱히 우리 조를 터치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조는 나와 김미영 팀장이 열외된 상태로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샤슬갈 트리오는 낑낑대며 억지로 마력의 파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중.

아무래도 나도 함께 연습에 참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감히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성공했다!”

라고 자랑하듯 외치고 있는 펠리스 하네스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약간 불안한 듯 슬라바가 말을 걸어왔다.

“…….”

“진영 님께서는 실습에 참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니. 모의 대련에는 참여하려고 한다. 다만….”

“네.”

“억지로 마력을 꺼내고 싶지 않군. 한번 풀면… 제어하기 힘드니까.”

“…….”

“…….”

‘이건 좀 오바였다.’

“아… 역시! 그렇군요.”

오바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진영 님의 저주받은 심연의 마력을 이곳에서 꺼냈다간….”

“모의 대련에서는 대마법사가 있으니 분명 도움이 되겠지요. 억지로 불상사를 만들 이유는 없으니… 역시 진영 님답게 사려가 깊으세요.”

“무의미한 희생자는 내고 싶지 않다는 겁니까. 과연….”

일단 고개를 끄덕이자.

“주문을 외우는 것은 내 몫이니… 너희들의 힘을 보태라….”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명을 따르겠습니다.”

“기꺼이 작은 그림자의 힘이 되겠나이다.”

얘네들도 재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던지라. 어떻게 어거지로 파장을 맞추기는 한 것 같았다.

굳이 퍼센트로 따지자면 한 23% 정도, 펠리스 하네스트는 그리 멍청하지는 않은지 약 26%의 융합률을 보이고 있었다.

김명원과 아릴이 포함되어 있는 조는 약 19% 당연히 최소기준점이라는 50% 정도에 근접한 이들은 없다.

‘쓸 만한 애들이 한 75 정도는 해주니까. 아직 어린애들인 거 생각하면 나쁜 편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엘리트 집단인 것치고는 조금 아쉽네.

정하얀이나 한소라도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를 하나씩 불러 면담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게 왜…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왜, 왜 못하지….”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꿈나무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약속했단 한 시간이 지난 상황, 아직까지 제대로 해내지 못 하고 있는 놈들을 보며 한소라가 크게 한숨을 쉬었지만 예정되어 있는 이벤트를 무를 수는 없었다.

이번 조별과제는 중요한 분기점이었으니까.

“그럼 모의 대련을 진행합니다. 각 조들은 예정된 위치로 가 대기해 주시면 됩니다.”

“네.”

“첫 번째 조는… A조… 그리고 E조.”

조금 긴장한 듯한 펠리스 하네스트의 A조.

그리고 우리 쪽 E조 아이들.

첫 매치부터 교국과 공화국의 대결인지라 많은 이목이 집중된다.

“진영 님.”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감출 수 없어 보이는 펠리스 하네스트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그 두려움의 정체는 당연히 공화국의 작은 그림자 때문이다. 저주받은 마력과 어두운 마력, 심연의 마력이라는 평을 받은 진영의 그림자 앞에 놈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혹시나, 어쩌면, 같은 상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의 희망 사항이 현실이 될 리는 없다.

어둡고 불길한 마력, 넘실거리는 검은색의 마력이 형상화되어 샤슬갈 트리오의 마력을 먹는다.

파장을 맞춘다고 해야 할지, 단순히 흡수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잡아먹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목적은 같다.

이 수업의 틀 안에서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

‘주문도 외워줘야지. 초보 때는 외우는 게 국룰이니까.’

“황혼보다….”

“…….”

“황혼보다… 더 어두운 진리여, 피보다 더 붉게 물든 악의여….”

하얀이가 대신 써주는 마법이었다.

“눈앞에 있는 내 적들을 멸할 것이니.”

“…….”

“…….”

“흑염룡의 불꽃.”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