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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237화 (1,236/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237화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6)

당연히 그 모습은 교육시설을 뒤집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비쳤다.

그녀라고 화가 나지 않을까. 단지 뒤집는 거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말리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뭐… 그렇기는 해.’

어떻게 뒤집을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 지금 여기에서 갑자기 짠하고 정체를 드러낸다고 한들, 아들내미 녀석이 더 수치스러워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상황도 좀 이상하고….

여러 문제들을 고려해 보면 무작정 돌진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근데 어떻게 해. 짜증 나는데.’

애초에 교육시설을 만든 게 저 꼬맹이 때문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미치고 팔짝 뛸 만한 상황이다.

뭔 얼굴도 모르는 놈들이 한자리 잡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려도 이렇게 꼴릴 수가 없을 지경.

사실 김미영 팀장과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약간 다르다.

김미영 팀장이야 정말로 자기 자식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마냥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냥 내가 만든 것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보고 있는 종류의 짜증이었다.

“…….”

그 와중에 김명원은 낑낑 힘을 주고 마법을 겨우 발동시켰지만 마력이 부족했는지 형편없는 결과물이 튀어나오는 중.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쨍그랑 소리와 함께 녀석이 만든 투명 빛이 곧바로 깨져 버린 게 눈에 보였다.

여기저기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덤.

“와… 저거 실화냐.”

“보호마법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든다고?”

“발동하는 시간은 수십 분인데 유지하는 건 겨우 몇 초네.”

“역시 낙제생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아. 어떻게 시간이 이렇게 지나도 발전이 없냐.”

“계속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그냥 수치스러움을 모르고 있다는 거지.”

안개 소환사, 천관위 교수가 입을 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누가 멋대로 떠들어도 된다고 했지?”

“…….”

“머저리들 천지로군. 똑같은 처지에 있는 애송이들끼리… 나한테는 김명원이나 너희들이나 같은 수준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해력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이 녀석이 가장 나아. 남의 마법에 신경 쓸 시간에 자신이 만들어낼 결과물에 집중해라.”

“…….”

“전장에서도 동료 마법사들의 마력 양이니 유지시간이니, 이러니저러니 떠들고 있을 테냐. 한심한 놈들.”

“…….”

“요즘 애들은 이래서… 후우…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정말… 아니, 말을 말아야지. 제길.”

“…….”

“수고했다. 김명원. 그리고… 그다음은… 진영… 네 차례다.”

“…….”

“…….”

“…….”

“진영….”

“…….”

“아니. 너는 굳이 이런 기초적인 마법을 시연할 필요가 없겠지. 들어가도 좋다. 리나. 너도 마찬가지다.”

“…….”

‘쟤… 눈치챘나.’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영에게서 내 모습이 있기는 했지만 어떻게 이 정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지 신기할 지경.

구태여 티를 내지 않는 것도 뭔가 천관위다웠다.

확실히 쟤는 눈치도 빠르고 행실도 마음에 든다. 한 번도 눈 밖에 난 적이 없고 들어온 적도 없으니까.

‘진짜 귀신같이 치고 빠지네.’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었지만 연관되기 싫었는지 수업 종료를 외치고는 허겁지겁 자리를 빠져나가는 녀석.

아마 오늘 예정되어 있는 수업은 여기까지였을 것이다.

여느 꼬맹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금은 긴 하루가 끝났다는 듯이 긴장이 풀어진 채로 대화를 나누는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오늘은 웬일로 과제를 안 내주셨지?”

“글쎄… 아무튼 다행이지 뭐. 대회도 얼마 안 남았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한 김명원을 아릴이 응원하고 있었고, 공화국 꼬맹이들은 어미 오리를 따라나서는 새끼오리처럼 내 뒤만 졸졸 따라오고 있는 중.

교국 꼬맹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대충 무슨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조금 더 어울려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김미영 팀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분명 교육시설 안에서 일어나는 모험 활극이나 아이들과의 소통을 기대하고 김미영 팀장을 이곳에 데려왔는데 뜻밖의 현실에 마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데려오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녀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솔직한 말로 은퇴하고 아이들에게 집중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무섭다.

‘와인이라도 한 잔 마시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 텐데….’

새끼 오리들을 손짓으로 물린 것은 당연지사.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김미영 팀장과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상의하는 것이었다.

파란 길드 안에 있는 썩은 물 찾기나 잠입 수사 같은 건 김미영 팀장의 은퇴와 비교하면 너무나 하찮은 이야기였으니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버렸다.

‘돈을 더 준다고 해야 하나. 역시 주 4일제를….’

업무적인 측면에서 파란 길드 전원이 은퇴하는 것보다 김미영 팀장 하나가 은퇴하는 것이 더 무섭다.

한참이나 침묵하던 김미영 팀장이 입을 연 것은 아이들이 강의실에서 빠져나간 이후로도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이후였다.

“…….”

“…….”

“부길드마스터.”

“…….”

“제가 너무 아이들에 대해서 몰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발… 은퇴하지 마.’

“김미영 팀장님….”

‘제발… 은퇴하지 마세요. 제발 그 마음 집어넣으세요. 명원이 내가 책임질게. 제발….’

“괜찮으십니까?”

“네. 괜… 찮습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부길드마스터.”

언뜻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고 있었지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멘탈이 나가도 단단히 나가 있는 모습, 솔직히 김미영 팀장과 일을 함께 시작한 이래로 처음 보는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명원이한테 이런 일이… 앞으로 애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그동안 너무 아이들을 등한시했던 걸까요.”

“아니요. 말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눈치채기도 쉽지 않고요.”

“네?”

“저도 어렸을 적에 조금은 괴롭힘을 당해봐서 저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네요. 명원이가 저와 같은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시당하고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부끄럽거든요.”

‘은퇴하지 마.’

“그게 정말이십니까? 부길드마스터께서….”

‘제발.’

“분명히 잘못한 건 제가 아닌데…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수치스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제발 은퇴하지 마.’

“부길드마스터께서는 어떻게.”

“너무 어렸을 때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김미영 팀장님도 유년시절을 겪으시지 않았습니까? 원래 그때는 별것 아닌 일도 크게 느껴지고, 학교 안에서의 사회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지나고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아이들한테는 아이들의 사회가 있잖아요. 어른이 되면 그걸 너무 쉽게 간과하고 별것 아닌 일들로 치부하고는 하지만… 그걸 존중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마 그건 나보다 김미영 팀장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글쎄요.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아서… 누군가 도와주기를 끊임없이 바라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거든요. 잘못 건드렸다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고요. 명원이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일 거예요. 그래도 자기를 도와주는 친구가 한 명 있다는 게.”

“아! 아릴… 고마운 아이였죠. 역시 둘이 서로 좋아하고 있는 걸까요.”

그제야 힘없이 살짝 웃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나쁜 일도 있었던 만큼 좋은 장면도 많이 봤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사실 김미영 팀장이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심각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쩌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잠깐은 들기는 했다. 단편적인 모습만 봤기 때문에 제대로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김미영 팀장의 아들의 멘탈이 제법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잡소리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끝까지 주문을 외운 것도 그렇고,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비웃음에도 그다지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는 조금 다른 것을 목표로 하는 것만 같은 느낌.

물론 속을 알 수는 없겠지만 저런 타입은 의외로 단단하다.

아마 구태여 손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이겨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내 예상일 뿐이기도 하고… 또 어머니의 입장은 또 다른 법이니까.’

내게는 녀석이 아니라 김미영 팀장의 의향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팀장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나 눈치 같은 거 보지 말고요. 솔직한 말로 파란 교육시설은 대륙을 위해서가 아니라 김미영 팀장님을 위해서 만든 거라서… 저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김미영 팀장님 아드님이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게….”

“…….”

“날려 버려도 상관없어요. 명원이한테는 따로 강사들을 붙여도 되고요. 하얀이는… 좀 명원이가 힘들어할 테니 제쳐 두고… 정연 씨한테 부탁해 보는 방법도 있고요. 문제가 되는 학생들은 전부 다 내쫓아 버릴 수도 있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시면 더 강한 제재를 줄 수도 있겠죠.”

“…….”

“…….”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이성적이던 김미영 팀장이 실제로 교육시설의 폐지를 떠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조금은 신기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내 조용히 입을 열어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닙니다. 그건 아무래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못할 것 같아서….”

누가 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줄 것 같았지만 김미영 팀장이 원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았다.

마침 애새끼 모드로 변신하기도 했으니 아이들의 사회 안에서 도움을 주는 방향성을 잡아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마법 실력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낙제생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제일 문제였던 것 같으니까요. 분명히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실습에서 이러니까… 뭔가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

“단순한 추측입니다. 그러니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어렸을 때는 명원이가 곧잘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가요?”

“네.”

‘아니면 회로가 막혀 있는 건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보통 복합적인 이유로 회로가 망가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니까.

정말로 그쪽에 문제가 있는 거라면 오히려 더 해결하기 쉬워진다. 신성력 냅다 뿌리는 방법도 있고 마력에 관련된 문제라면 하얀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테니까.

“평소에 아파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죠?”

“네.”

“일단 전문적인 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하얀이를 한번 불러보는 게 좋겠어요.”

“꼭 그렇게 하시지 않으셔도….”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내심 정하얀이 녀석을 봐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여튼 간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으니… 그전까지 둘이 할 수 있는 걸 해보죠. 김미영 팀장님은 친구가 되어주시면 될 것 같고….”

“네?”

“저는… 라이벌이 되면 좋겠네요.”

“네? 그게 무슨….”

‘청춘 드라마 한 편 뚝딱 나오겠네.’

녀석을 중심으로 교국의 아이들을 뭉치게 하는 것도 좋아 보였다. 위기 같은 것도 겪고… 마법 결투 같은 거 하다가 뜬금없이 아카데미를 노리는 빌런들이랑도 싸우고… 승급 시험 하다 납치 같은 거 당하고… 어른들 빼고 지들끼리 구출작전 같은 거 나가줘야지.

천관위 말마따나 요즘 애들도 진짜 싸움이 뭔지 겪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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