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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84화 (1,084/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84화

로헨 대륙 (4)(삽화)

이 외에도 수많은 메시지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대부분 쓸데없는 메시지였다.

하늘의 문지기가 만든 밈이 마음에 들었는지 창놈이라 모욕하는 새끼들이 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응원한다는 놈이 반, 지들 일도 아닌데 열심히 훈수 두는 놈들이 나머지였다.

‘차라리 훈수 두는 건 도움이라도 되지.’

본래대로라면 샤넬리아 에르메스가 직접 이쪽에게 알려줘야 하는 정보였지만 현재 그녀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

튜토리얼 관리자야 이곳을 직접 관리하고 있으니 이쪽과 밀회를 나눌 수 있었지만… 솔직히 이 관리자가 그다지 믿음직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녀석에게 주어진 권한도 별로 없다고 느껴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베니고어보다 더 일 처리를 거지같이 한다는 듯한 느낌.

실제로 계속해서 주절거리는 말에 중요한 정보 따위는 없다.

조금 더 알아보겠다는 소리나, 한번 물어보고 연락드리겠다는 말이 전부, 관료제의 악영향이 이 새끼한테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우효열한테 연락해 놓은 거 맞죠?]

[아… 네. 잠시만….]

[…….]

[확실하게 도움을 받겠다는 약속은 받아내지 못했지만 희생과 부활의 신님과 한번 만나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이자가 워낙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터라. 일단 대륙 설정집부터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상점 이용도!]

[그건 이미 알아요.]

[아… 네.]

실제로 위에 놈들이 보내고 있는 훈수에는 대부분 상점창을 열어보라는 말이었으니까.

[호수에 비친 별무리가 당신에게 상점을 열어보라고 조언합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어서 빨리 코인을 사용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호수에 비친 별무리가 상점을 여는 방법에 대해서 말합니다. 왼쪽 손목에 손을 가져다 대고 상점이라고 말하면 상점이 열릴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가죽을 만지는 부드러운 손이 당신에게 추천할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은 코인을 소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노을빛의 검사는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거룩한 밤의 여주인은 아직도 당신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당신의 게니우스가 자신이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새 다른 놈들이 유입됐나 보네.’

처음 들어보는 별칭들이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원래 어디에서나 돈 쓰는 게 제일 재미있는 컨텐츠였으니까.

정확히 코인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시작부터 50만 코인 이상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가 아닐까.

샤넬리아 에르메스나 김현성이 어쭙잖은 용돈을 보냈을 리가 없고….

‘10만 코인 정도면 전설급 아이템 하나 정도는 구할 수 있으려나?’

[호수에 비친 별무리가 당신에게 상점을 열어보라고 말합니다.]

‘다들 돈 쓰는 거 구경할 생각에 신났자너.’

[황금색 성좌에 앉은 이가 구입할 것이 많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서 빨리 열어보라고 합니다.]

근데 안 열 거야.

[하늘의 문지기가 당신을 코인창놈이라 모욕합니다.]

더 안 열 거야.

못 들었다는 듯이 모포를 다시 한번 감싸며 모닥불을 뒤집는다.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이 당신이 무엇을 구입할지 궁금해합니다.]

[거룩한 밤의 여주인이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은 그 무엇보다 당신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칩니다.]

‘시스템은 대충 이해했어.’

인터넷 방송이네, 뭐.

물론 단순하게 인터넷 방송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본적인 골조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와 꽂혔다.

어째서 로헨 대륙이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아.’

자신이 직접 영웅을 선택하고, 그 영웅을 후원할 수 있다는 것. 성장을 함께하며 대륙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장점보다 높다.

윗놈들의 숫자가 워낙 많을 테니 최애가 생기면 로헨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단순히 관리자의 신분이 아니라 개입할 수 있을 테니 업무 능률도 오르겠지.

소수, 개인, 소규모 집단이 직접 투자하고 키워나가는 프로그램.

완전한 중앙집권 체제로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리에만 치중하는 이쪽과는 대조적이다.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많으니까 뭐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여긴 장점보다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 같네.’

아무튼 간에 이런 종류의 방식으로 코인을 후원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면 이쪽이 해야 할 일은 뻔하다.

[하늘의 문지기가 지금 당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거 맞아. 어그로 끌려고 그러는 게 맞아.’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이 걱정을 표현합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심연 님.’

본래 이런 종류의 컨텐츠는 유입이 반이다.

위쪽이 어떤 형태로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슬슬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50만 코인을 후원받은 창놈이 하나 있는데 지금 상점을 열려고 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처음 보는 별명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스물여덟 번째 감시자가 당신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흥미를 보입니다.]

[……지켜봅니다.]

지켜보거나 흥미를 보인다는 말. 그리고.

[……가 상점에서 무엇을 살지 궁금해합니다.]

[호수에 비친 별무리가 당신에게 빨리 상점을 열어보라고 말합니다.]

[황금색 성좌에 앉은 이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이야기합니다.]

[황금색 성좌에 앉은 이가 참을성이 없어지고 있다고 외칩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당신을 코인창놈이라 모욕합니다.]

[스물여덟 번째 감시자가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이야기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빨리 상점을 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서 빨리 상점을 열어보라고 소리를 지르는 놈들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째서 거기에 김현성도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신의 거울에 얼굴을 처박고 과몰입하는 모습이 훤히 그려지고 있다.

‘전부 다 채워졌으려나.’

그리고.

[호수에 비친 별무리가 5백 코인을 후원합니다.]

[호수에 비친 별무리가 빨리 상점을 열라고 이야기합니다.]

[황금색 성좌에 앉은 이가 1천 코인을 후원합니다. 당신이 코인 욕심이 많은 것 같다며 혀를 찹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당신을 코인창놈이라 모욕합니다.]

[노을빛의 검신이 일부 무례한 자들에게 분노합니다.]

코인을 받지 않으면 오늘 내로 상점을 열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기어코 코인을 후원하는 녀석들의 메시지가 들려온다.

1백 코인부터 1천 코인까지. 액수는 다양하기는 했지만 다들 눈치를 보며 조금씩 코인을 전달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을 끌자 이미 코인을 후원한 놈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

[하늘의 문지기가 당신의 행태에 분노합니다.]

[스물여덟 번째 감시자가 신의 분노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메시지들은

“열어볼까.”

작은 혼잣말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모인 코인들은 대충 60만 코인 정도,

[상점을 엽니다.(보유 코인 : 61만 2천 3백)]

[레벨 1 아이템]

[레벨 2 아이템]

[레벨 3 아이템]

[레벨 4 아이템]

[레벨 5 아이템]

상점창은 꽤 심플하고 알아보기 쉽게 디자인되어 있다.

아무래도 이쪽의 일반, 회귀, 영웅, 전설이 레벨 1부터 5로 분류되어 있는 모양, 상점 창에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지만 준신화 등급으로 레벨 6, 신화 등급으로 레벨 7짜리 아이템들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레벨 5 아이템을 열어 아무거나 클릭하자,

[레벨 5 아이템]

[여명의 암살 단검]

[27만 코인]

라는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기하학적인 방향으로 꾸불꾸불 휘어있는 단검, 디자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세히 설명한 능력치가 적혀 있는 것이 상점에서 팔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은 굳이 읽어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쓰지도 않을 테니까. 알고 싶었던 것은 대략적인 시세에 대한 것.

‘꽤 비싸네.’

레벨 5, 그러니까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대략 20만 코인에서 30만 코인 사이.

너무 비싼 게 아닌지 잠깐 동안 고민해 보기는 했지만 나름 적정가라는 생각이 들어와 꽂혔다.

우리 쪽이야 이미 인플레이션이 진행돼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많이 풀리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전설 등급의 소유자들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대륙의 이름을 남겼고, 그 아이템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공화국의 오호대장군이었던 샤오린의 경우에는 다소 낮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의 활용으로 정상에 오른 모험가 중 하나.

장담하건대 아직 로헨 대륙에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5개도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심연 속의 가장 낮은 심연이 당신에게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심연의 성배를 검색해 보라고 말합니다.]

‘후원자인 동시에 판매자이기도 하고….’

플레이어가 자기 뜻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거룩한 밤의 여주인이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게니우스를 변경할 수 있는 물건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

물론 지금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일단 가장 필요한 것은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

“에고소드가 필요한데.”

굳이 나 자신이 휘두르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무기. 머릿속에 율리에나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되도록 통제할 수 있는 쪽을….

[황금색의 성좌에 앉은 이가 레벨 5 상점에 쓸 만한 에고소드 몇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거룩한 밤의 여주인이 당신을 현명하다 치켜세웁니다.]

뭘 현명까지야. 스스로 휘두를 수 없으니 대신 휘둘러 주는 것도 좋지.

그게 아니라면 펫도 괜찮을 수도 있다. 직업이 테이머가 아닌 게 아쉽기는 하지만 전투용 펫을 판매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눈에 띄는 녀석이 보였다.

[레벨 5 소환수]

[요르문간드]

[40만 코인]

‘이건 너무 비싼데.’

[세계의 뱀이라 불리는 신수. 라그나로크 당시, 토르에게 죽어 권능의 대부분을 잃은 상태, 레벨 5의 독 수십 가지와 레벨 4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전 재산 다 털어야 되자너.’

수인들은 없나? 갓세계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충성스러운 수인들.

레벨 5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레벨 1이나 레벨 2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비교적 좋은 매물처럼 보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레벨 2 수호자]

[베둠]

[6만 코인]

[곰 수인으로 든든한 맷집과 강한 전투능력을 자랑한다. 꿀을 먹으면 회복력이 올라간다.]

‘기믹은 귀엽네.’

아이템 상점에서 정말로 이들이 파는 게 황당하기는 했지만 아마 로헨 대륙 소속이 아니라 외부에서 봉인된 채로 들여왔을 것이리라.

그것보다 더 황당했던 것은 가격이 조금 더 높았다는 것.

소환수 탭에 분류되어 있는 이들은 일반 아이템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 효율적이지 않다.

심지어 이 새끼들 무장 챙겨주려면 또 코인이 깨지게 되는 악순환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벨 5 수호자]

[정예오크검사 하자쿠]

[60만 코인]

[전설적인 그린 스킨, 블러드대거 클랜의 1번대 대장. 필멸자의 몸으로 검술의 끝을 보았다 전해진다. 다른 이들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 소환한 이후 목이 날아갈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이 새끼는 뭔데 이렇게 비싸지?’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니 당연히 스킵.

심지어.

[레벨 5 소환수/수호자 뽑기 상자]

[25만 코인]

[레벨 5의 소환수를 무작위로 뽑을 수 있는 아이템]

뽑기도 마련되어 있는 모습에는 입을 벌리게 된다.

이쪽보다는 훨씬 할 수 있는 게 많은 대륙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상점을 둘러본다.

구매하기로 한 것은 에고소드 혹은 쓸 만한 소환수들.

갤러리들 역시 흥분했는지 이거 사라 저거 사라 훈수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

한쪽에 시선이 꽂힌 것은 바로 그때였다.

“뭐야.”

“…….”

‘저런 것도 있었네.’

계획에는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페이지에 우효열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흙수저 : 우효열 일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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