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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076화 (1,076/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076화

피크닉 (39)(삽화)

“본명 우효열. 나이 23세. 지구에서 소환된 것 같고… 생김새는 오빠가 본 그대로고… 아! 피어싱이 몇 개 더 있네요. 혓바닥에 하나 더 있어요. 사진 보이시죠?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그래. 잘 보여.’

어디서 뭘 하다 찍힌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으로 피스 모양을 그리고 혓바닥을 길게 내민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새끼 완전 생양아치야. 모르긴 몰라도….’

“성격은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라고 기술되어 있기는 한데… 단점으로는 오만하다고 되어 있네요. 예상하건대 병신일 거예요. 이력서에 안 좋은 말을 써놓을 리가 없을 테니깐. 아마 안하무인에 지밖에 모를 확률이 높겠죠. 실제로 솔로 플레이를 선호한다고 하네요. 1회차에서도 따로 집단에 가입하거나 클랜을 만든 적도 없고… 파티 플레이를 한 것도 손에 꼽아요. 초보자 시절에 약 3회 정도. 사실상 적응한 이후에는 파티 플레이를 한 적이 없다고 보면 되겠네요.”

“사회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사회성이 부족하지는 않아요. 그냥 본인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봐야죠. 김현성이랑은 조금 다른 케이스랄까. 얘는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인 것 같아요.”

“도대체 시바 이런 놈을 왜 회귀시킨 거야? 인성 테스트도 안 해? 인성 문제 있는 놈 쓸 정도로 급했었나?”

“그거야 오빠도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샤넬리아 에르메스한테 직접 물어본 거 아니었어요?”

몰라서 질문한 게 아니자너. 그냥 같이 욕해달라고 그런 거자너. 누나.

“큼. 큼. 그 이유라 말할 수 있는 전투능력이에요. 로헨에서 우효열을 회귀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봐야죠.”

실제로 샤넬리아에게 듣던 그대로였다.

녀석을 회귀시킨 이유 그, 첫 번째가 전투 수행 능력, 두 번째도 전투 수행 능력, 세 번째로 전투 수행 능력. 네 번째도 전투 수행 능력이다.

아마 로헨 대륙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배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기보다는 악마 대군주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생각했을 테니 우효열이 눈에 들어왔겠지.

“현재 로헨 대륙의 2회 차는 튜토리얼이 진행 중이에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희 쪽 튜토리얼 던전과 비슷한 거 같더라고요. 난이도는 우리 쪽보다 살짝 높은 정도인 것 같고. 아무튼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는 게 낫겠네요.”

지혜 누나가 툭툭 문서를 툭툭 두드리자 곧바로 화면에서 녀석의 모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좋은 참고자료가 되지는 않겠지만.’

초보자 지역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녀석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아마 어느 정도 갈피를 잡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강하네.

그리고 개성 있어.

눈앞에 보이는 영상의 시작은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우효열이었다.

무구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검보다는 짧고 단검보다는 긴 두 자루의 검.

장소의 특성상 다른 선택권이 없었겠지만 검 두 자루를 손에 쥔 것이 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검술에 대해 뭘 알겠느냐마는 본래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동안 나를 거쳐 지나간 여러 가지 타입의 검술 전문가들과 녀석을 비교해도 그다지 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야. 저건 검술이 아니야.’

그냥 싸움이라고 봐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움직임이다. 한쪽 검으로 막고 다른 한쪽 검으로 벤다. 녀석이 반복 수행하고 있는 저 동작은 기본적이지만 가장 치명적이다.

‘형도 없어.’

형도 없고, 검로도 없다. 그냥 본능에 기인한 움직임, 한 마리의 짐승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탄력적이고 유연한 움직임은 입을 벌리게 만들 정도였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각도로 허리를 꺾어 적의 공격을 피하고, 검을 휘두를 수 없는 자세에서 검을 휘둘러 적의 목을 날린다.

체중을 실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움직임이었지만 녀석은 강하다.

실실 웃으며 상대방을 괴롭히고 혓바닥을 내밀며 도발하고 검을 던지기도 하고 역수로 잡아 휘두르기도 한다.

머리가 바닥에 닿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장해서 머리를 젖히거나 너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공격도, 바닥을 구르며 휘두르는 검도 전투에서 효과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 모든 움직임이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천재야.’

김현성과는 다른 종류의 천재. 굳이 따지자면 희라 누나와 더 유사한 것 같았지만 그녀와는 다르다.

차희라가 인간을 벗어난 규격 외의 신체 스펙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녀석은 형을 탈피하고 검술이라는 개념에서 아득히 벗어난 검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십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피를 뿌리며 사라진다.

상대가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같이 재생되고 있는 영상에서는 녀석이 인간을 상대로도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녀석의 잔인한 손속은 인간들에게 더욱더 효과적이다.

‘시바.’

인정하기는 싫은데….

‘쓸 만한 것 같자너.’

-아아아아악!

-살려… 살려줘! 제발….

-도망쳐! 제길! 도망치라고!

-하핫. 병신 새끼들.

-살려….

-뭐?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다시 한번 말해봐.

-살려달라… 제발….

바짓가랑이를 잡고 살려달라고 비는 녀석의 턱을 발로 날려 버리고 자비 없이 검을 푹푹 꽂아 넣는 모습은 교정이 필요하기는 하다. 아무래도 불필요한 행동이고 움직임이었으니까.

-비융신. 그러게 사람을 봐가면서 시비를 걸었어야지.

“제가 보기에도 쓸 만한 것 같아요. 오만함이 어울릴 정도의 강함을 갖추고 있기는 하거든요. 정진호랑 다르게 사이코패스도 아닌 것 같고… 자기한테 시비를 걸거나 척을 진 게 아니라면 무관심하긴 하네요. 물론 여러 가지 행동 교정이 들어가야 될 것 같기는 한데.”

“…….”

“근데 결정적으로 엄청 싫은 타입이기는 하네요. 오빠도 그렇죠?”

“사회에서 마주칠 일 없는 종류의 인간이지. 그냥 쌍검 든 양아치잖아. 굳이 쌍검 든 것도 왠지 겉멋 때문에 그런 것 같고….”

“강한 양아치죠. 아마 특성상 협조를 구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로헨 대륙에서 오빠를 원하는 것도 이해가 가고요. 누가 봐도 독불장군인데… 이런 양아치가 한 길드에 수장이 돼서 단체를 이끌고 대륙을 평화로 이끌 수 있겠어요? 김현성은 그나마 이미지 발로 얼굴마담이라도 하고… 사람들이 따를 카리스마와 책임감이라도 있었지. 얘는 그것도 아니란 말이야.”

“현성이가… 책임감이 있었나?”

“맡은 일은 열심히 하잖아요. 아무튼 로헨 대륙에 대한 정보와 입장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협의 중이에요. 겔라랑 사하가 님께서 일을 열심히 처리해 주고 계시니 믿고 기다리셔도 될 것 같아요.”

“쓸 만한가 보네?”

“사하가 같은 경우에는 타 대륙을 관리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잘 맞겠다 싶어서 던져줬는데 책임감 있게 잘해주더라고.”

오아시스 앞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로 태닝을 하고 있는 지혜 누나가 음료를 쪽 빨아들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뭐. 물론 이것만으로는 우효열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일단 얘가 어떤 인간인지 자세히 알아보려고 손님을 초대했거든요.”

“샤넬리아 에르메스?”

“아니요. 오빠네 길드원.”

의문을 표하기가 무섭게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인형이 시야에 비쳤다.

“이기영 님!”

“엘레나?”

파란의 유능한 사제 직군 중 하나이자. 엘룬의 딸이라 불리는 하이엘프 엘레나였다.

에메랄드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다가오는 그녀가 평소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 보인다.

같은 엘프라 그런지는 몰라도 사막엘프의 복장이 다른 이들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

그녀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 조금 안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았다.

“지혜도 오랜만이다.”

“오늘 예쁘게 하고 왔네. 엘레나. 머릿결도 여전하고.”

“얘는….”

‘뭐야. 둘이 언제부터 친했어? 말은 도대체 언제부터 놨어?’

“같이 점심이나 하자고 불렀어요. 파란 부길드마스터. 괜찮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 일은 요즘 어때?”

“매일 똑같지. 안 그래도 그만두고 싶었는데. 양심이 있었는지 여기로 휴가 보내주더라니까. 너희 오빠는….”

“말도 마. 그간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는 하는데… 아직도 못 잊은 것 같아.”

엘레나와 지혜 누나가 재잘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일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꽤 사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는 걸 보면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낸 게 한두 번이 아닌 모양, 어떻게 보면 절친 같아 보이는 모습에 조금 당황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엘레나는 파란 길드에 있을 때보다 더 즐거워 보이는 것 같다.

사실 같은 길드원이고, 나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잘 지내고 있기는 했지만 엘레나는 은근히 소외되는 포지션에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나마 선희영이랑 친했었나?’

같은 사제 직군이어서 공통점도 많았겠지만 아쉽게도 선희영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유아영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곳에서 절친 모먼트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휴가는 잘 즐기고 있지?”

“오라버니 때문에….”

“엘리오스 님께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아. 네. 이게 말씀드리자면 긴데….”

당연히 그 이후로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랑 지혜 누나는 원래 수다 떠는 거 좋아하니까. 그게 엘리오스의 혈육과 함께 뒷담화를 하는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그리고….

“길드마스터가. 좀 너무하셨다고 생각해요.”

“하… 하하.”

“파란 길드마스터가 원래 좀 독선적인 경향이 있죠.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자기 생각에 갇히면 거기서 벗어나지를 못한달까.”

‘김현성 뒷담화도 해야 되자너.’

“그런 모습은 오라버니와 닮았어요. 사실 그렇게 술에 취하신 모습도 처음이라 처음 본 순간 너무 깜짝 놀랐고… 좀 속으로 쌓이셨던 게 많으셨을 수도 있지만 이기영 님에게 너무… 혹시 사과는 받으셨나요?”

“아니요. 아직까지….”

“너무하시네요.”

“그러게.”

“심지어 메시지 한 통도 없었데. 엘레나.”

“뭔가 다시 보이네요. 두 분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취해서 실수한 부분에서는 사과했어도 되는 건데… 두 분이서 나가서 있었던 일과, 파티에서의 실수는 별개잖아요.”

물론 목적은 김현성의 뒷담화를 까는 것이 아니다.

한참이나 이야기를 하고, 답답했던 속이 살짝은 풀렸던 시점,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고 이제는 꼴도 보기 싫어진 라베하를 거닐었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장소를 계속해서 옮기며 카페에 자리를 잡자. 이지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엘레나. 혹시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어?”

“부탁?”

“응. 사실 아는 동생이 최근에 소개팅을 받았다는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사진을 가져왔거든.”

“응? 아… 부탁을 들어주는 건 상관이 없는데 사진이 아니라 실제로 봐야 효과가 있어서.”

“그건 걱정하지 말고. 한번 봐줄 수 있지?”

“영혼을 읽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서… 사진뿐이라면 기대하지 마.”

아마 실제로 봐야 효과가 있는지 엘레나는 기대하지 말라는 어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지혜 누나의 눈에는 자신감이 그득했다.

일단 보고 말하라는 듯이 슬그머니 사진을 꺼내자….

“어?”

“…….”

“우웁. 우웁.”

“…….”

“우웨에에에엑.”

방금 먹은 걸 게워내는 엘레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웨에에에에에에엑.”

*다음 페이지에 이기영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흙수저 : 폭군 이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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