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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917화 (908/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917화

세라 (17)

“꺄아아아악!”

“뭐, 뭐야….”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바이올렛 양!”

“마를린 양?”

“정하얀 님! 정하얀 님!”

“어? 오, 오빠는… 오빠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일단 피하세요!”

“오, 오, 오빠는!”

“전투준비! 전투준비!!”

“오빠! 오빠!!”

“성기사단이에요! 저, 저도 전투에 참여… 아니,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정하얀 님.”

“오… 오빠!!”

“정하얀 님! 이쪽으로!”

“이…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제기랄! 정하얀! 빨리 이쪽으로 오라고!”

“아아악!!”

“내 말 들어!!”

“잠깐… 피하!!”

거대한 신성력의 빛이 주변을 뒤덮는 것이 시야에 비쳐왔다.

우우우우우우!!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온다.

‘어? 나 죽는 건가.’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발이, 아니, 몸이 얼어붙은 듯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저도 모르게 옆을 바라보자.

“뭐 하는 거예요? 바이올렛 양!”

라고 말하는 마를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내 뒤에 서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등이 시야에 비쳤다.

“어….”

“하얀 누님!”

“오, 오빠… 오빠가!”

“알고 있다니까! 전투준비! 전투준비!!! 진영 갖춰! 빨리 진영 갖추라니까! 어이! 흰둥이! 알프스! 이쪽으로 와!”

“왕! 왕!”

“네… 넷! 벨리에! 너는 이쪽이야!”

“네! 알프스 선배님!”

“조를 나누겠습니다. 안기모, 선희영, 한소라, 황정연, 벨리에, 알프스, 엘레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대피시킵니다.”

“네… 네! 조혜진 님.”

“김예리, 박덕구, 김창렬, 유아영은 저와 함께 갑니다. 부길드마스터의 구출을 최우선적으로 움직입니다. 적들은 신성력을 쓰는 몬스터로 추정됩니다. 황정연 님은 마법 지원을, 박덕구 님은 평소대로….”

“거, 몸으로 밀고 들어가라는 소리 아니요.”

“무리한 부탁들 드려서 죄송합니다.”

“거, 죄송할 거 없다니까. 항상 하던 일 아니요.”

“응. 맞아.”

“갑니다.”

“네… 네!”

‘파란 길드원들이야.’

눈앞에 보이는 것은 틀림없이 파란 길드원들이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든 상황을 볼 수는 없었지만 혼란스러운 장내가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도,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자 각 구역별로 마법이나, 신성 마법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뒷열부터 안전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퇴로를 확보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

몇몇 사제들과 모험가들이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있는 상황. 이건….

안전한 거야?

정말로 안전한 거야?

‘그… 그래. 여기는 교황청이니까.’

교국에서 독단적인 무력집단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대형길드나 타 무력 단체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 세기 동안 악마나 이단들과 전투를 벌이고, 대륙 멸망의 날에도 앞장서 신성한 검을 들어 올린 이들이 자리한 곳이다.

교황청 안에 몬스터들이 침입한 적이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지만 이런 상황을 대처하지 못할 리는 없다.

심지어 여기에는 파란 길드를 비롯한 다른 모험가들도 있으니까. 분명히 안전할 거야. 공포로 입이 덜덜 떨리던 것도 잠시….

“안전할 거예요. 바이올렛 양.”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한번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 마를린 양은 괜찮으신 건가요?”

“저야 익숙하니까요.”

“네?”

의문이 섞인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를린의 얼굴이 보였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어 잠깐 동안 머뭇거렸지만 마를린 양이 어째서 익숙하다고 말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를린 양은… 캐슬락 출신이었지.’

공화국과 경계선을 앞두고 있어 매번 분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몬스터 웨이브가 주기적으로 일어나 위험한 곳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자랐다면 이런 상황도 많이 겪어보지 않았을까. 무가의 여식이었던 만큼 검이나 마법 같은 것들도 수련한다고 하셨으니까.

어쩌면 이런 당당함이 지금의 마를린 의원을 있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겁을 먹고 움츠러드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자신과는 분명히 다르다.

“아마 모험가분들과 신성기사단 분들께서 상황을 정리해 주실 거예요. 오스칼 님도 계시니까요.”

“네….”

“뒤쪽에서부터 퇴로를 확보하고 있어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지만….”

“그… 그렇죠?”

“이쪽은 파란 길드원분들도 계시니까요. 아마 저희들은 괜찮겠지만… 명예추기경님께서는 안전하실지….”

“아! 그… 그러고 보니.”

“네. 라파엘 님께서 함께 계시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몬스터 같지는 않아요. 몬스터가 신성력을 쓴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서….”

“없… 없는 건가요?”

“최소한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본 적도 없고요. 가끔 모험가님들이 드나드는 던전에서 특수 개체들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저런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교황청 안으로 들어오다니…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혹시….”

“네. 어쩌면 저들의 목적은 명예추기경님 일지도 몰라요. 단순히 신성력에 끌려서 이곳으로 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계획하에 일어난 테러라고 생각해도 위화감이 없어요. 상황이 너무 절묘하니까요. 마치 처음부터 이 기도회를 노리고 들어온 것처럼….”

“그… 그럼 예전에 그….”

“멸망의 날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확대해석하고 싶지 않지만….”

“그… 그럼 악마들일까요?”

신성력을 사용하는 악마라니… 신성력을 쓰는 몬스터들 보다 더 현실성이 없다. 애초에 두 가지 기운은 상극이니까.

자신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한 것 같아 민망했지만 마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은 저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저 몬스터들에게… 신성 마법이 듣지 않는 것 같아요.”

“네?”

마를린 양의 말처럼 여기저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적들에게 신성 마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사제들은 뒤로 빠지세요.”

“보호 마법은 소용이 없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이 신경 쓰인다. 적대적인 빛으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방패를 든 파란 길드원들이 진입하고 있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저 빛을 정면으로 맞서며 길을 열고 있는 중, 투명한 보호막마저 으직으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깨지고 있다.

‘보호 마법도 부숴 버리고 있는 빛 속으로 들어가도 되는 거야?’

우우우우우우!

“이런 개자식들!”

파직 소리와 함께 보호막을 뚫고 들어온 거대한 팔 하나.

“오, 오빠!”

라고 외치며 빛 속으로 무작정 뛰고 있는 정하얀 님. 날개를 달고 있는 괴물이 정하얀 님을 짓누르려고 했을 때.

“이 더러운 개자식이!”

하는 외침과 함께 거대한 보라색의 팔이 괴물을 밀쳐냈다.

“어?”

“흑마법?”

이윽고 뭉친 불길한 마력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보호막을 수복하기 시작, 이질적인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으로 모자라 공간을 뒤덮는다.

우우우우우우….

“소, 소라야?”

“내가 가지 말라고 말했잖아!”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색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던 한소라 님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

걱정스러울 정도로 불길한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를 뒤덮는다. 사방에서 음울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모자라 이빨을 벌린 괴수들이 검은색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다.

키겍케겍 소리를 내지르며 날개를 달고 있는 몬스터를 덮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우우우우우우.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아까까지만 해도 천국에 온 것 같았는데 지금은 지옥에 들어온 것만 같다.

옆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는 지하에서 올라온 거대한 입에 삼켜진다.

퍼억 소리와 함께 그 입을 뚫고 나온 몬스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수십 개의 흑색의 창.

“이쪽으로 오라고 했잖아요! 부길드마스터는 안전하실 거예요. 라파엘이랑 함께 계시니까.”

“소, 소라야….”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지금 정하얀 님은….”

파바바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창에 찔린 몬스터는 다시 한번 몸을 일으켰다. 심지어 자신의 손으로 창을 뽑아낸 이후에….

‘재생하고 있어.’

상처를 회복시킨다. 거대한 보라색의 손이 녀석을 짓눌렀음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달고 있는 몬스터는 피떡이 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보면 공포스러운 모습이다. 어째서 한소라 님께서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미안… 미안… 해… 내가….”

“미안해하지도 마세요. 지금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보다 빨리 이쪽으로 오라고요!”

“으응….”

“소라 씨. 괜찮으시겠어요?”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정연 언니. 신성력과 제 마력은 상극이니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에요.”

‘숨기고 계셨던 건가 봐.’

“정하얀 님은 어째서….”

“사정이 조금 있어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정연 언니.”

“저는 괜찮지만 징계를 피할 수는 없을 거예요. 컨디션에 대해 보고하는 것도 의무인 거 기억하고 계시죠?”

“그… 그렇지만… 정연 언니.”

“저도 이러기는 싫지만 길드원의 안전을 위해서예요. 미리 길드에 보고했다면 정하얀 님이 위험에 빠지실 일도 없으셨을 거예요.”

“네….”

“정하얀 님은 전선에서 이탈시키는 게 좋겠어요. 마를린 의원님 옆에 계세요. 퇴로를 확보한 이후에 같이 빠져나가시는 거로 할게요.”

졸지에 정하얀 님과 함께 붙어 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정하얀 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

투명한 보호막 안에서 계속해서 훌쩍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이지만 점점 빛이 걷히자 전방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신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전황이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성력 때문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전과는 다르게 한소라 님께서 외우신 주문이 신성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불길한 색으로 뒤덮인 실내가 썩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저 괴물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

검은색 기운과 하얀색의 기운이 부딪치고 괴물이 괴물을 물어뜯는다.

사람들을 지키는 보호막은 더 단단해지고 있었고 날개를 단 괴물들은 차례차례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우우우우우우우우!

키엑케에에엑!

“바이올렛 양! 이쪽으로!”

“네?”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거예요? 저희 차례예요.”

“아… 네…네!”

“정하얀 님 함께 가세요!”

“그… 그치만!”

“됐으니까 빨리 빠져나가시라고요! 제길! 벨리에!”

“네넷!”

“정하얀 님을 모시고….”

“넷! 알겠습니다! 선배님! 이쪽으로 오세요. 다들! 마를린 의원님! 정하얀 님! 그… 그리고… 그리고! 네! 아무튼 빨리 오세요!”

“잠… 잠깐만… 오, 오빠가….”

“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을 때 눈앞에 보이는 광경, 피에 흠뻑 젖은 명예추기경님이 라파엘 님에게 안겨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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