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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861화 (852/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861화

마지막 (94)

모든 빌런들은 본래 어떻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법이다.

개인적으로 과정이나 결과보다 첫인상을 어떻게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알릴 수 있고 이 새끼가 얼마나 악독하고 나쁘고, 위험하고 잔혹한 놈인지 알릴 수 있자너.

특히나 우리 송빌런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중요하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이중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이거든.

솔직히 겉모습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모습은 없지만 이중성이야말로 놈의 아이덴티티다.

말로는 대륙과 약자를 위한 세상을 만든다고 울부짖으며 온갖 성자인 척을 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게 포인트.

쉽게 말하면 흑막이라 이거야.

아마 모두가 녀석을 빛의 아들의 후예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녀석을 따르는 많은 이들이 아마 송수경을 그렇게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빛의 아들의 후예.’

대륙의 새로운 희망.

‘빛의 아들이 남긴 유산.’

노을빛의 신의 새로운 파트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놈의 언론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하고는 했으니까.

물론 이 작업은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는 이들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본래 대중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이해할 수 있지.

노을빛의 검사와 명예추기경이 있어 대륙을 지킬 수 있었다.

노을빛의 신과 빛의 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는 커다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사라진 빛의 아들의 자리를 녀석으로 대신하고자 했던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본능이나 다름없는 행위나 마찬가지였겠지.

왜,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애들도 부모님 두 명이 있어야 조금 더 안심하자너.

그만큼 송수경에게서 내 모습을 많이 찾았을 것이다.

신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의 송수경이 빛의 아들의 후예라는 생각은 대중들 스스로가 본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한 자기세뇌와 다음이 없었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보여주고 있는 비디오 클립이 중요한 거지. 대중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잖아.

녀석이 빛의 아들을 헤집는 장면.

-신이시여….

라고 말하는 이들이 보인다.

-빛의 아들이시여… 이게 도대체….

말문이 막힌 듯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는 이들, 사제들은 눈물을 쏟아 내리며 오열하고 있다.

본인이 본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 공포에 떨거나 구토를 하는 반응은 양반이다.

얼굴을 붉히며 계속해서 붉은 물감을 칠하고 있는 송수경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충격적이었으니까.

-신성모독이다.

녀석이 빛나는 구를 들어 올렸을 때 대중들이 절망하는 모습이 보인다.

-천벌을 받을 것이다. 네, 네놈은 천벌을 받을 것이야. 빛의 아들이시여. 빛의 아들이시여….

-베니고어시여. 제발 저 악마를 벌 하소서….

심장을 꺼내는 것은 물론 알뜰살뜰히 자신의 욕심을 챙기고 있는 모습은 가관, 마침내 엉망진창 더럽혀진 채로 땅바닥에 떨어진 빛의 아들의 모습에서 이전의 명예추기경의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김현성으로 인해 빛의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는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그 과정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참혹하고 절망적인 장면이지 않았을까.

바젤교황마저 비틀거리며 침음성을 삼킬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교국의 지도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빛의 성자의 미소와 그의 순수함과 선함을 기억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눈으로 확인한 것들을 부정하고 있다.

-하… 하하….

진실만을 밝혀주는 여신의 거울 앞에 선 송수경은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그 와중에도 놈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언제나 세상을 밝혀주던 그 빛이 이제는 더 이상 대륙을 비추지 않는다.

‘이거 진짜 대박이기는 해.’

녀석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확실하기는 해.’

현성이가 보여주는 그림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뭐 어쩌겠어. 어쩔 수 없는 거지.

사실 조금 더 주저하고 막 이런 걸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지금 보여주고 있는 장면에 쉴드를 쳐줄 여지는 있잖아.

대륙인들 중에 노을빛의 신과 빛의 아들이 얼마나 가까운 관계였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당연히 화낼 만하지.

유대감으로 쌓아 올려 얻은 눈알이 홀라당 도둑 맞았는데.

물론 대사 중에 몇몇 가지는 필터를 거쳐야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거야. 대중은 빛의 편이거든.

송수경은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로감독은 계속해서 송수경을 비추고 있다. 한쪽 눈을 빛낸 채로 두 쌍의 날개를 꺼내 든다.

-어째서… 어째서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겁니까.

광기 어린 목소리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놈의 뒤에 붉은색 날개가 피어난다.

벨 이사. 효과 좋아.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면서 변신하는 거 참 괜찮아. 누구 아이디어야?

-아악… 아아아악!

고통스러운지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한 차례 몸을 흔드는 모습. 한쪽 눈에서는 핏물이 흐른다.

‘적혈감성이기는 해. 근데 멋있어. 역시 좀 저런 게 있어야 한다니까.’

등 뒤에서 붉은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는 와중에도 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 장면은 무언가 기괴하고, 뭐라 설명하지 못할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이 절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제가 무엇이 부족했던 겁니까. 도대체 저의 무엇이 부족해 이렇게 저를… 배척하신단 말입니까. 흐윽… 흐으으윽….

‘아니, 진짜 소름 돋기는 해.’

아마 김현성도 녀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단순한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불길했으니까.

이제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건축물의 잔해 위에서 두 명이 마주치는 그림은 꼭….

담아야지 생각했던 바로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김현성이 외벽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시야에 비친다.

“아!”

하기도 전에 송수경의 목을 그대로 부여잡은 김현성은 놈을 들고 그대로 날아가 놈을 벽에 처박는다.

-이… 이 개자식! 이… 이 쓰레기 같은 새끼!

-하흐윽… 흐으윽….

두 명이 뒤엉켜 날아가는 그 와중에도 김현성은 욕을 내뱉었고 송수경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터뜨린다.

쾅! 쾅! 쾅!!! 콰아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벽에 부딪힌 송수경과 녀석의 목을 부여잡고 있는 김현성이 도착한 곳은 신전.

방금의 충격 때문에 무너져 내린 곳곳에서 빛이 쏟아져 내린다.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야! 이 개자식아!!!

김현성은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주먹을 휘두른다.

이전에 봤던 모습과도 다르다. 형식에서 벗어난 주먹질.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 안에 있는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폭력이었다.

-흐윽… 흐으으으윽….

-그 입 닥쳐! 입 다물어. 이 개새끼!!

콰아아아아아아앙!!

-이 역겨운 개자식아!!

편하게 죽이려는 것 같지는 않자너.

콰직! 콰드득!

그 와중에도 한쪽 눈은 건드리지 않고 패고 있는 걸 보면 이성이 있기는 한 모양, 오히려 저 무차별적인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송수경의 안위가 걱정이 되기야 한다.

‘벨 이사. 송수경 강화 성공한 거 맞지? 지금 너무 맥없이 맞고 있는 것 같은데. 강화 성공한 거 맞는 거지?’

점점 얼굴의 형태가 뒤바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안 되는데.’

적어도 치고받고 하기는 해야 하잖아. 기껏 날개도 달아줬는데 저게 뭐야.

-하아… 하아….

어느 정도 이성을 차린 김현성이 녀석의 눈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송수경의 손이 김현성의 손목을 탁 하고 잡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머리가 완전히 으스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놈은 여전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가는 과정마저 그로테스크 하게 보였지만 그것 역시 찰나. 놈은 금방 멀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건 제… 것입니다.

-뭐?

-그건 이제 제 것입니다. 노을빛의 신이시여.

-이 개새끼!

-어째서 이해해 주지 못하시는 겁니까… 어째서….

콰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날개가 김현성을 밀쳐낸다.

-대륙을 구원하고자 하는 저의 뜻을, 당신의 옆에 서고자 하는 저의 뜻을 어째서 몰라주시는 겁니까… 흐윽….

-그딴 거 관심 없어. 개자식.

-저는 이곳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대륙에 닥친 위기를.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대륙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싶었을 뿐이란 말입니다. 빛의 아들의 부활입니다. 빛의 아들이 희생된 대륙의 클리어 조건… 저는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했던 겁니다.

-…….

-이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노을빛의 신이시여. 당신을 더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오롯이 당신만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흐윽… 어째서 저를 배척하시는 겁니까. 저의 순수한 믿음과 신앙을 어째서 외면하시는 겁니까. 저를 죽이면서까지 빛의 아들을 대신하고자 하는 제 마음을… 왜… 흐윽… 흐으윽… 무엇 때문에 저를 해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미친 자식….

김현성의 말 그대로다.

‘이 새끼 진짜 미쳤어.’

하긴, 악마가 작정하고 멘탈을 조지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어떻게 멀쩡히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그래도 너무 잘 동화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던 걸 보면 이게 얘 천직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는 하는 걸까.

기본적인 논리 자체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말소되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모양. 자기 자신의 틀에 완전히 갇혀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눈은 이제 초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노을빛의 신께서 원하시는 거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것이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제게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라면 기꺼이… 평생토록 감내할 수 있습니다. 기쁘게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을 위한 제 신앙과 믿음을 부정하게 하지….

-이 미친 새끼!! 그 입 닥쳐!!! 이 개새끼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이 개새끼! 노을빛의 신은 뭐고! 신앙의 대상이니 믿음이니 하는 건 무슨 개소리야! 이 개새끼야!

김현성은 녀석의 머리카락을 부여잡은 채로 바닥에 처박는다.

-아아. 당신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의 부족함을 채워드릴 수 있습니다. 네. 이것으로 당신의 부족함이 채워진다면 저는 기꺼이….

-제기랄! 제기랄!! 무슨 개소리인지….

김현성이 초조해 보인다. 당연히 나는 저 초조함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이번 일도 자신 때문에 벌어지지 않았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었을까.

구태여 김현성이 송빌런의 개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저 미친놈이 자신에게 이상한 종류의 집착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송수경은 입을 열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기괴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리며 그 미소를 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를 구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시발. 소름 끼쳐. 진짜.’

-예전에 메시아께서 저를 구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으아, 이 새끼 진짜 소름 끼쳐.’

-기억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어떻게 해. 이 미친 스토커 새끼. 그걸 어떻게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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