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650화 (641/1,590)

# 650

회귀자 사용설명서 650화

이질적인 빛(1)

[김성경 기자.]

[네, 린델 방송의 김성경 기자입니다. 북부의 끝에서 이질적인 빛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지 7시간 47분가량이 지난 시점, 교황청과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서는 여전히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지 않아 많은 이의 불안과 걱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이나 교황청 대변인이 다방면으로 조사 중이라는 말을 전해왔지만 아직까지 교황청에서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며, 외부의 전문가들 역시 교황청의 조사단이 성과를 가져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이기영 위원장님께서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네, 현재 이기영 위원장님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혹시나 외부의 빛이 위원장님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삑.

[이질적인 빛이 터져 나온 지역 전체가 현재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황청과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의 합동 조사단이 근처에 임시 캠프를 세워 빠른 조사에 임하고 있지만,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명예추기경님께서는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삑.

[새로운 소식입니다. 신성 교국에서 현 상황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삑.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에게 대비하기 위해 지어진 전진 기지를 향해 합동훈련소의 병력이 속속히 이동하는 가운데….]

삑.

[제목: 방금 뉴스 봄? 이거 어떻게 된 거임?]

[작성자: 엮은이김경식]

[분위기가 전시상태일 것 같은데… 진짜로 악마들 들어오는 거 맞음?]

[린델마을주민: 나도 자세한 건 모름. 근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건 확실한 듯. 린델에 있는 길드들도 지금 무작정 북부로 이동 중, 사실 배치를 거의 다 끝냈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전체적으로 쉬쉬하는 것 같기는 한데 발표만 나지 않았을 뿐이지. 아마 천연사러버 님이 대충 알지 않을까 싶은데. 보통 이런 일 터지면 파란 길드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오니까. 사실 지금 이거 볼 시간이 있는 지나 모르겠다. 파란 길드도 지금 비상인 것처럼 보여서….]

[천연사러버: 조금만 기다리면 아마 공식발표 날 거임.]

[린델마을주민: 말 좀 해줘.]

[천연사러버: 나도 뭘 알면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언론에서 떠드는 것 외에는 들려오는 게 없음. 병력 이동하는 거야 혹시 모르는 상황 때문에 이동하는 거고,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맞지. 아무거나 대충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아미디미정: 이게 나라냐? 일 터진 지 7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공식 발표가 안 나오는 게 실화? 평소에 이런 말 잘 안 하는 데 진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기영 위원장은 또 뭐 쓰러진 거? 뭐라고 발표는 해야지 어떻게 할지 노선을 정하지. 윗대가리들 대피할 준비하느라 공식발표 늦는다는 게 팩트. ㅇㅈ? ‘여러분 대륙은 안전합니다!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일상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발표 나오면 내 말이 맞는 거임. 우리 버리고 도망치는 엔딩 그리고 있을 듯.]

[흙수저: 아이디미정이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기영 명예추기경님은 그러실 분이 아님. 소외계층을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하시는 거로 유명하신 분인데… 나도 여러 가지로 도움 많이 받았고….]

[천연사러버: 저 새끼 아이디미정 아니에요. 흙수저 님 아미디미정이에요. 말투도 다르고 어그로도 하급 어그로. 곧 기무대한테 끌려가겠네. 각도기 잘 잡으셨어야죠.]

[아이디미정: 예리하네.]

[트레샤: 그… 그치만….]

[린델마을주민: 아, 그만 좀 하셈, 진짜.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흙수저: 근데 왠지 두 분 잘 어울리심. 티격태격하시면서.]

[린델마을주민: 그건 인정.]

[천연사러버: 닥쳐.]

[역천사홍보위원장: 두 분 행복하세요.]

삑.

[제목: 좋아하는 사람을 실망시켰습니다. (댓글: 128)]

[작성자: ㅍr랑색이 좋아]

[제목: 대륙멸망실황. 이대로 위원장님 못 일어나시고 대륙 멸망 시나리오 가나요? (댓글: 123)]

[작성자: 아미디미정]

[제목: 만약에 전쟁 일어나도 손이랑 눈은 무사했으면 좋겠음. 그래야 천연사 볼 수 있쟈나… (댓글: 1221)]

[작성자: 천연사는빨간불에서도멈추지않아.]

‘시바, 다행이다. 별일 없었구나, 시바.’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한숨 때리고 일어난 뒤의 풍경이 익숙한 방안이라는 것에 1차로 안심, 아직까지 세상이 개판 나지 않았다는 것에 2차로 안심할 수 있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이후, 난데없이 빛기둥이 떨어졌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망원경의 리바운드를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을 때까지만 해도 일어난 뒤에 세상이 망해 있을 줄 알았다.

내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혼자 거울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던 바로 그때.

“일어나자마자 뭘 그렇게 웃어요? 웃을 상황도 아닌데.”

고개를 돌리자 재미있는 구경한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지혜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그냥 뭐 이것저것. 내가 딱 빛기둥 떨어지는 것까지만 보고 기절했다니까. 혹시 눈 뜨고 일어나면 아포칼립스 세계관 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별일 없는 것 같아서. 기분 좋잖아, 누나.”

“진짜 놀랐겠네요.”

“뭐 다 망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런 건 아닌 것 같네. 아니, 그건 그렇고. 누나, 우리 한날한시에 함께 매수하고 매도하자는….”

“저도 웬만하면 지키는 데 진짜 어쩔 수 없었다고요. 안 그래도 그 말 할 줄 알았는데, 진짜 할 줄은 몰랐네요. 뭐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둬요? 일 잘 풀렸으면 됐지. 아니, 그리고 파란 길드마스터는 무슨 여기에 전세라도 냈데요?”

“…….”

“무슨.”

“…….”

“아무튼 간에 진짜… 아니, 됐다. 이걸 따져서 뭐 하겠어요. 그나저나 이번에는 일찍 일어났네요.”

“그러게. 한번 누웠다 하면 기본 삼 일이었는데….”

뭐 좋은 거라도 처먹은 건 아닌지, 혹시나 모든 게 연기는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듯한 눈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합리적 의심이라는 데 힘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조금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망원경 사용으로 리바운드를 겪은 이후 이렇게 빨리 일어날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좋은 거 먹기는 먹었지.’

온몸에 넘쳐 흐르는 게 신성인데 그깟 리바운드가 문제겠는가. 너무 건강해서 팔굽혀펴기를 100회 이상 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 다른 말이 필요 없으리라.

‘여기로 온 걸 보니까 현성이도 정신 차리기는 한 것 같았고.’

혹시나 눈을 뜨면 루시퍼의 품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내가 생각한 게 어느 정도 들어맞은 것처럼 보였다.

아직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김현성은 이쪽을 보쌈할 생각이 없다. 잃었던 길을 다시 찾은 게 분명하겠지 뭐.

심지어 계속해서 이쪽의 곁을 지키고 있었단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대륙이 망하기 직전까지 오면 데리고 튀어준다는 거지.

여러 가지로 정리하자면 터진 일을 잘 수습했다는 것에는 그나마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곧바로 악마 새끼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는 것 역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고….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왜 갑작스레 북부에서 이질적인 빛이 쏟아져 내려왔냐는 것.

“그런데… 이거 원인이 뭐예요?”

‘시바, 원인이야 뻔하지 뭐.’

단순한 추측일 뿐이었지만 굉장히 신뢰할 수 있는 한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맴돈다.

‘대륙의 균열.’

물론 아직 확정 지을 사안은 아니다.

남 탓하기 좋아하는 내 성격상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생각이었으나 위쪽 분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하지 않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지. 그렇지? 그건 아닐 거야.’

생각하는 가설은 계속되는 간섭에 대륙의 보안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

안 그래도 가까스로 틀어막고 있었던 대륙의 균열이, 루시퍼와 윗분들로 인해 더욱더 벌어졌다는 가설이었다.

대충 세운 가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듯하다.

애초 신들이 하계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균열이 아니었던가.

루시퍼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훌륭하신 위쪽 분들 역시 신성을 억지로 때려 넣다 보니 결국에는 틈이 벌어졌고, 그 사이를 바깥 놈이 찢고 들어오는 중이라는 킹리적 갓심.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멍청한 새끼들 진짜.’

급하게 수도꼭지를 테이프로 감싸고 있는 형국이겠지만 줄줄 새어 나오는 물줄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현재 쏟아지는 이질적인 빛무리는 새어 나오는 물줄기라고 판단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아마 김현성 역시 곧바로 외신이 도착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내 옆에 죽치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여유는 있는 거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조금 더 확실하게 확인해 본 이후에 이야기해 줄게. 나도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단계라.”

“그럼, 얼마나 남은 거예요?”

“그것도 몰라. 한번 알아봐야지. 대충 한 달? 그 정도도 안 남았을 것 같기는 한데, 운이 좋으면 그 정도 남았겠지. 근데 현성이는 어디 갔어?”

“대책 회의 하러 갔죠, 뭐. 아마 그게 아니었으면 계속 여기에 있었을 걸요.”

“누나는 안 갔네?”

“오빠가 없는 회의가 의미가 있나요. 어차피 탁상공론만 하다가 끝날 것 같고 시간만 버리는 일이라 참가할 생각도 안 했어요. 별로 영양가 없는 인간들만 모여 있기도 하고….”

“조혜진은? 일어났고? 라파엘은?”

“라파엘 파티는 지금 쥐죽은 듯이 누워서 회복 중이고 혜진 씨도….”

“현성이랑 같이 갔겠네.”

“아니요. 제 방이 있어요.”

“아직도?”

“현성 씨가 혼자 가겠다고 했거든요. 아,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둘이 뭐 싸웠었어요? 세상 참 그렇게 차가운 눈빛은 살다 살다 처음 봤다니까. 내가 웬만하면 이런 말 안 하는데 파란 길드마스터가 우리 혜진 씨 보는 표정이 무슨 인간쓰레기라도 보는 표정이었다니까요.”

‘언제부터 니네 혜진 씨야.’

“그 자리에서 칼부림 나는 줄 알았잖아요. 제법 예쁘게 꾸며놨었는데… 뭐라고 했더라? 혜진 씨는 혜진 씨 할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했던가. 더 이상 자기한테 이것저것 보고할 필요 없다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던가. 심지어 마지막에 가서는 손절이라도 하는 것처럼 눈길도 안 주는 거 있죠? 아! 하면서 조혜진이 저도 모르게 손도 뻗었는데, 그 손을 확 쳐버리지 뭐예요. 사람이 진짜 화나면 왜, 성내지도 않는다고 하잖아요. 단순히 싫어한다는 것 정도가 아니야. 완전히 혐오하는 것 같았어. 아으, 내가 다 소름이 끼쳤다니까요.”

‘아….’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데. 안쪽에서 뭐 문제 있었던 거 맞죠.”

‘문제가 있기야 했지.’

하지만 조혜진에게 그런 소리를 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이유야 예상이 가기는 하지만….

‘와, 진짜 배신감 느꼈나 보다.’

조혜진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게 확실하지 않을까.

김현성의 입장에서는 조혜진이 계속해서 거짓 보고를 올린 셈이니 확실히 화를 낼 만도 했다.

손을 쳐 내거나 다소 거친 말을 쏟아낸 것은 당연히 둠현성의 영향.

아직까지 완전히 칠흑의 날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본래 표현하려는 것보다 더 과장해서 표현한 것 같았다.

조혜진이 김현성에게 거짓 보고를 올린 것은 사실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일말의 책임감이 가슴 속을 흔들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물론 나는 제3자의 입장이었지만, 친구의 위기에 어떻게 일반적인 반응을 보낼 수 있을까.

나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던 만큼….

‘이건 조금 도와주기는 해야겠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회의 중이라고 하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한 느낌, 아니, 무조건 가 봐야만 했다. 어차피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어야 했으니까.

“우리도 움직일 준비 하자, 누나. 혜진 씨도 준비하라고 해. 나도 대책 회의 들어갈 거니까.”

“지금 가게요?”

“응, 지금 갈 거야.”

정말로 괜찮겠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이지혜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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