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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14화 (511/1,590)

# 514

회귀자 사용설명서 514화

역병드래곤이 울부짖었다(1)

위대한 만마의 지배자이신 벨리알 오피셜에 따르면 이 몸으로 벨리알님이 내려주신 힘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억지로 커다란 마력을 쑤셔 박아 줄 수는 있지만, 그 마력을 배출해 내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

제한적으로 거대한 힘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약 1분 정도가 한계였고.

심지어 용량 자체도 크지 못해 마력도 전부 담을 수가 없단다.

이전보다 강해진다는 건 기정사실이었지만, 김현성과 몸을 부딪칠 정도로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제기랄….’

[어둠의 역병군주-준 신화 등급]

[악마 72군단의 27군단장 벨리알이 내려준 특수 직업입니다.

기본적으로 역병을 다루는 흑마법사의 파생 직군으로 일반적인 신성력으로는 정화할 수 없는 악마의 역병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몇 가지의 고유 능력이 있습니다만, 직업 숙련도가 낮아 열람할 수 없습니다.

지력이 +7 올라갑니다.

마력이 +10 올라갑니다.

역병과 독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갑니다.

플레이어 이기영의 고유 능력 직업변환으로 어둠의 역병군주를 활성화할 경우, 준 신화 등급의 직업 빛의 연금술사가 비활성화됩니다.]

전형적인 후위 직군이고 전형적인 디버퍼. 심지어 전투 직군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존재했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만 충족시킨다고 가정했을 시, 공격력 자체는 상당한 수준.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직업명이 역병군주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흑마법 파생 직군인 만큼 기초적인 흑마법을 다룰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이곳을 기준으로 생화학 무기나 다름없는 역병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메리트는 그 어떤 직업이 가지고 있는 그것보다 더욱더 이쪽에 잘 들어맞는다.

물론 들이마시거나 접촉하는 순간 즉사에 가까운 피해를 주는 종류를 사용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

몇 달의 잠복기를 걸쳐 언데드로 변화하게 만드는 종류나 피부에 접촉하는 순간 해당 부위를 천천히 썩게 하는 것 정도의 레벨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역병의 전부였다.

물론 이마저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마력이나 신성력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활용 가치가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벨리알의 마력을 전해 받아 직접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녀석들의 저항력을 뚫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조금 더 상위에 랭크된 녀석들도 다룰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게 김현성에게까지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슬그머니 전방을 바라보니 다시금 전방에서 날뛰는 녀석이 시야에 비치기 시작.

그저 그런 마법이나 공격은 기본적으로 몸에 두르고 있는 마력조차 뚫어내지 못한다.

항상 온몸을 마력으로 엷게 감싸고 있는 모습에 저게 뭐 하는 짓거리냐고 비웃는 것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저 얇은 마력은 웬만한 탱커의 방어력을 상회한다.

어디까지나 마법 저항력이라는 부분에서.

‘고급 마력 운용 지식.’

상위의 모험가라면 모두 하나씩 달고 있는 기본 패시브.

김현성의 마력 운용은 이미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웬만한 마법은 몸으로 견뎌낼 수 있게 설계된 개인 보호막은 간접적인 마법이나 디버프에도 저항할 수 있다.

그 활용성이 대단하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녀석은 습관처럼 전투 내내 가벼운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전투 내내 그 갑옷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이 새끼, 이것도 PTSD 일종인가.’

만약 우리 사랑스러운 회귀자가 1회차에서도 역병쓰레기에게 당한 거라면….

‘이해가 가기는 하네.’

그 어떤 방법보다도 더 확실히 저항할 방법으로 보였으니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만했다.

마력의 질이 저 정도라면 벨리알의 힘을 빌린 이후에도 김현성에게 대미지를 주는 것은 불가능.

외부의 충격으로 마력 보호막을 찢는 방법도 있겠지만, 저 보호막이 그렇게 쉽게 찢어지는 것도 아니다.

능력 자체로만 봤을 때는 김현성은 이 직군의 카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거다.

‘어우,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저거.’

하물며 저 속도는 어떠한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처럼 이곳저곳을 빨빨거리는 속도는 녀석의 가장 커다란 장점.

녀석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피지컬과 균형 잡힌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검사였지만, 전반적으로 속도 위주의 검사라는 인식이 무척 강하다.

‘그만큼 빠르거든.’

하위 모험가의 눈에는 김현성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김현성은 그만큼 빠르다.

속도를 써먹을 수 있는 검술이 합쳐지니 여기저기에서 역소환되는 악마들이 속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떻게든 김현성 공략의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었지만,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말도 안 되게 인상적이다.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나타나 검을 휘두르는 녀석의 모습은 다른 표현이 필요 없으리라.

전선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굵직한 배우 몇몇을 지옥으로 되돌리고 있다.

만약 김현성이 던전의 레이드 보스고, 내가 던전 공략 지원팀에 있었더라면 나는 보스몹 김현성에게 공략불가 판정을 내렸을 거다.

그만큼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눈을 비비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디아루기아 님. 거, 가만히 있지 말고 역병의 숨결이라도 몇 방 날려 봐요.”

-여, 역병의 숨결이 아닙니다.

“조금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역병의 숨결이라니… 그렇게 말하는 거 그만둬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이쪽의 부탁은 따라줄 요량인지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디아루기아의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관통형으로 짧게 숨을 내뱉자, 이윽고 브레스가 빠르게 김현성에게 날아갔지만, 처음부터 잘못 쏜 것처럼 스치지도 못하고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만인장 하나와 전투를 벌이고서도 이쪽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모습.

저도 모르게 괴물이라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였다.

‘1회 차 역병쓰레기가 난 놈이네, 난 놈이야.’

저런 상태의 김현성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보나 마나 뻔하지, 뭐. 그 새끼가 뭐, 다른 방법이 있었겠어?’

김현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인질로 잡거나, 간악하고 더러운 술수로 지속해서 멘탈을 흔들었을 거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고서는 저 검사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

이쪽 역시 그런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엔딩에 필요한 장면은 아니다.

‘사실 빛기영 자체가 인질이기도 하고….’

사실상 이런 종류의 꼼수가 아니면 김현성과 제대로 붙기에는 영 무리가 따른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렇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투가 중요했다.

다시금 김현성의 모습을 바라보니 여전히 전장을 활개 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조금씩, 조금씩 틀어지는 부분이 느껴진 것은 바로 그때.

저건 김현성 문제가 아니다.

‘아이고, 지혜 누나 고생하네.’

아마 이지혜의 문제일 가능성이 컸다.

‘전술 김현성은 저렇게 쓰는 게 아닌데….’

전술 김현성을 사용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한 상황.

‘그래, 이해는 된다.’

세세한 부분을 캐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보 전달 속도가 느린 것이 눈에 띈다.

이지혜의 사고력이 김현성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느껴질 정도.

중간중간 멈칫거리거나 방향을 급선회하는 것은 물론 전체적으로 동선이 구리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마 그녀로서도 답답할 것이 분명하리라. 자신의 생각대로 전술 김현성이 움직여 주지 않으니까.

사실 내가 전술 김현성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가장 큰 이유는 머리가 아닌 눈이다.

눈으로 본 정보를 연산하는 뇌 역시 한계가 느껴졌지만, 기본적으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가장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지혜는 나보다 좋은 감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운용한 것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

성과를 내면서도 표정을 살짝 구기는 김현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게 아닌데….’

라거나.

‘기영 씨가 필요해.’

라거나.

스펙이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누가 모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거다.

물론 저걸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녀가 전술 김현성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건 이쪽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시시각각 바뀌는 전장의 정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없다 보니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에 시간이 걸린다.

처리해야 할 대상의 좌표를 보내놨지만, 이미 도착하기 전에 전황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다 보니 김현성은 본의 아니게 똥개 훈련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주요 거점에서 만인장급 활약을 보이는 악마 하나를 처리하라는 지령을 전달받았건만, 막상 장소에 도착해 보니 녀석이 역소환되어 있단다.

후위를 위협하는 적 특수 부대를 막으라는 지령을 듣고 뛰어나가 봤지만, 이미 다른 탱커들이 그들의 안전을 확보한 상황이란다.

모든 행동이 똥개 훈련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엇갈린 지령들이 많다 보니 녀석의 체력이 빨리 떨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

8시간은 움직이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녀석은 지쳐 보인다.

겨우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쯧….’

전술 김현성이 가지고 있는 파워가 너무 막강하다 보니 적절히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아마 김현성이 없었더라면 린델의 성벽은 옛날 옛적에 무너지지 않았을까.

조금 과장해서 말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녀석이 전쟁터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녀석의 머리카락과 목에는 벌써 땀방울이 맺힌다.

덕지덕지 피가 묻어 있는 얼굴을 닦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균형을 맞추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숨은 거칠어진다.

-하아… 하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마력을 아끼기 위해 마력 갑옷을 벗어버렸고 어쩔 수 없는 상처들이 계속해서 몸에 쌓인다.

물론 걱정할 정도로 크게 다친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움직이기에 거슬리게 느껴지는 찰과상.

신성력으로 곧바로 회복하고 있었지만 저런 상처들을 녀석의 체력을 좀 먹게 될 것이다.

“역병의 숨결 부탁드립니다. 방사형 말고 관통형으로.”

-그러니까 역병의 숨결이 아니라고, 후….

콰아아아아아아앙!!!

“아니, 진짜로 맞추면 어떻게 합니까!”

-쏘, 쏘라고 한 건 당신이지 않았습니까.

“아니, 애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체력 좀 더 소비시키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걸 정타로 박아버리면….”

-저도 쏘고 싶지 않았습니다. 쏘라고 한 건 당신이에요. 역병의 숨결 같은 거… 절대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아…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몸을 비틀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검으로 베어낸 것 같고요. 몸에는 부담이 있겠지만 움직이는 데 커다란 무리는 없을 겁니다.

“살짝살짝 빗나가게 쏴주세요. 디아루기아 님.”

-저도 최대한 신경 쓰고 있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슬슬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 상태면 회수해야겠는데.’

호흡이 거칠어 보인다. 몸도 무리하고 있는 것 같고. 본래대로라면 잠시라도 쉴 여유를 주는 것이 맞다.

회수, 출격, 회수, 출격 하는 게 확실히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재의 전장에서 김현성이 시간을 비운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

심지어 버티고, 버티다 못한 성벽의 한쪽이 무너지려고 하는 상황에 슬슬 복장과 가면을 가다듬었다.

‘이건 들어오라는 거네.’

성벽이 무너지는 쪽으로 들어오라는 것이 아니다. 아마 저 장소는 연합 내 병력을 묶어놓기 위한 수단일 터.

애초에 역병드래곤을 보유하고 있는 이쪽에게 성벽이라는 건 무의미하다. 정확한 장소는 무너진 성벽의 반대쪽.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대공 방어 전용 병력과 시스템이 완전히 무력화된 북서쪽 지역이었다.

“진짜 역병에 걸린 것처럼 연기해 주셔야 하는 거 잊지 마세요. 떨어진 다음에는 역병드래곤이 울부짖었다. 크롸롸롸롸!! 같은 것도 한 번 해주시고요.”

-제발….

“그럼 크롸롸롸는 뺍시다. 아쉽지만 평소보다는 더 강한 하울링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무대는 나쁘지 않다. 전투가 시작된 이후에 약 4시간 정도가 흐른 상황이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차희라나 파란 길드원들 같은 연합의 에이스는 우리 측 만인장에게 붙들려 있는 상태.

북서쪽 지역에 대공 병력이 빠져 있는 지금이 완벽한 기회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상황실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는 곧바로 가면을 장착.

대중들에게 디아루기아의 위로 기어 올라가는 추한 꼴을 보일 수 없는 노릇이다.

디아루기아는 연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이쪽은 천천히 그녀의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

크롸롸롸는 정말 하기 싫었던 모양인지 확실히 평소보다 힘찬 하울링.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됐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몸을 날린 디아루기아가 역병의 힘찬 날갯짓을 퍼뜨리며 린델의 상공을 가로질렀다.

절망에 물든 이들의 얼굴이 괜스레 시야에 비친다.

자신들이 눈으로 확인한 걸 정말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가관.

물론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모습을 실제로 처음 접한 이들도 있기는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수년간 외부의 침략을 허락하지 않았던 광장에 그 어느 때보다도 위협적인 적이 들이닥친다.

역병에 오염된 용은 파란의 상징이었던 길드 하우스를 그 커다란 발톱으로 짓밟았고, 거대한 꼬리로 모험가들이 모였던 광장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거대한 발톱으로 드높은 시계탑의 위로 올라간 녀석은, 인류의 작은 불씨를 향해 그렇게 울부짖었다.

-크롸롸롸롸롸롸롸!!!!

‘너, 그건 안 한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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