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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52화 (251/1,590)

# 252

회귀자 사용설명서 252화

눈치 빠른 백조(2)

“그 막스라는 꼬맹이가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오빠?”

“응. 실제로 박물관에 있는 모든 기능을 가져오는 건 불가능해.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코어 장치들은 아직은 내가 손볼 수가 없거든. 아직은 관리 등급이 4등급밖에 안 되고…. 혹시 모르지. 1등급이나 2등급 정도가 되면 다른 수가 생길지도. 뭐, 사실 다른 기능은 그다지 관심도 없었어. 처음 봤을 때부터 신경 쓰인 게 바로 마력 홀로그램이었으니까.”

“확실히… 대륙에는 없는 기술이죠. 그럴 만해요. 저라도 눈 뒤집혔을걸요. 안 그래도 오빠가 린델 내 기자들 전부 지지고 볶고 한 이후에 그쪽으로 연구하던 길드도 많았는데… 완전히 망했네요. 그쪽은….”

“아냐. 이미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길드들에게도 도움은 받을 생각이었어. 가지고 있는 건 말 그대로 기술일 뿐이고… 상용화하기에는 모자르니까.”

“그런 식으로 여기저기에서 도움 받으면 오히려 불리한 거 아니에요?”

“놉. 사실 영상 기술이야 풀어도 상관없어. 물론 늦으면 늦을수록 이쪽에 유리하겠지만 중요한 건 영상이 아니라 어디서 그 영상을 송출하냐거든….”

“아아아. 컨트롤 타워가 박물관 안에 있군요.”

“정답. 어차피 검열은 이쪽에서 한다는 이야기야. 이건 SNS처럼 쌍방향적인 소통 방식이 아니니까. 우리 막 사원이 연구에 들어가면 불가능할 것도 없을 것 같지만… 그다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데 바보상자만 한 게 없으니까. 왜 옛날부터 높으신 양반들이 그렇게들 많이 사용해 왔잖아.”

“그렇기는 했죠. 연예인 염문 뿌리고 뒤로는 날치기로 법 통과시키고… 자극적인 방송 만들어서 사람들 바보 만들고… 어차피 대중은 개돼지라는 말이 괜히 튀어나왔겠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개돼지는 무슨. 소중한 수신료를 가져다주시는 고객들인데.”

“왠지 그게 더 불안하게 들리는 데요.”

“착각이야.”

나와 이지혜가 조금 더 편하게 대화를 나눴으면 하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길드의 마스터들은 중요한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 자리를 떠나버렸다.

당연하지만 귀찮거나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아마 그동안 쌓아온 신뢰의 영향이리라.

사실 박물관 제어 장치야 엄연히 말하면 파란의 소유가 아닌 개인의 소유이니 김현성이 전권을 위임한 것은 당연한 일.

‘형이 이래서 너를 사랑하는 거야, 이 자식아.’

김현성은 멍청이가 아니다.

이번 일이 얼마나 돈이 되고 얼마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로 이야기를 해오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녀석은 욕심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백 번 생각해도 녀석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

아무튼 간에 김현성은 나에게 이번 일의 모든 것을 맡겼다.

이지혜 역시 마찬가지.

지금 이렇게 나와 그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유였다.

물론 이지혜 같은 경우에는 나처럼 전권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단하지.’

아무 무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일개 양민이 이런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서 거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은 대륙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다.

박연주가 그녀를 신뢰하는 것은 물론, 이지혜 그녀가 결과를 만들어 오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라는 거다.

잠깐 차로 목을 축이자 곧바로 입을 열어오는 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그래서 얼마나 해주실 거예요.”

“글쎄.”

“투자금은 상관하지 말라는 허락이 떨어졌어요. 우리 길드 마스터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영호에 탑승하시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길드 간부들도 다같이 한 마음 한 뜻이고… 그만큼 검은백조에서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오빠?”

“그러니까 지금 지혜 누나 말은 체면 좀 세워달라는 거네?”

“직접적으로 말하면 그래요. 충분히 자격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까지 물심양면 앞뒤수발 다 들어줬는데. 아무리 제가 오빠한테 빠져 있다고 해도 여기에서 팽 당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제 권한이 커지면 오빠한테도 더 이득이 될 거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요. 서로 윈윈 해야죠.”

“에이… 누나 말이 맞기도 한데 말은 똑바로 해야지. 실제로 지금까지 나만 이득 본 것도 아니잖아. 누나도 내 이름 많이 팔아먹었고…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도 서로 윈윈 이었는데… 혼자만 희생한 것처럼 이야기 하네. 조금 섭섭한데….”

“아이. 오빠아….”

“나한테 그런 애교 안 통하는 거 알잖아, 누나.”

“저도 알아요.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본거지.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놀리지 말고 빨리 결정해 줘요.”

“큼….”

확실히 초조해하는 얼굴이다.

원하는 걸 못 얻어갔을 때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내가 자신을 어느 정도로 여기는지에 대해 시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연하지만 이지혜를 홀대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검은백조에 이쪽과 곧바로 연결되는 커넥션이 있다는 것 이외에도 그녀를 아군으로 두면 득이 되는 일이 많다.

기본적으로 유능하기도 하고 이쪽과는 궁합이 잘 맞는 만큼 챙기는 게 당연한 선택이리라.

“누나하고 싶은 대로 해.”

왠지 모르게 한번 해보고 싶은 대사였다.

“정말요?”

“물론 양심적으로.”

“당연히 그래야죠. 길드에서 예상하고 있는 범위에서 한 3% 정도만 높게 부를 게요.”

“그게 어느 정돈데?”

“5퍼센트?”

“음….”

“너무 많아요?”

“그 반대야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검은백조가 던전 공략에 참가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깔끔하게 십으로 맞춰서 가자. 총 13% 정도면 되겠네.”

“정말 그래도 돼요?”

“응. 솔직히 나도 양심이 찔리기는 하거든. 이런 걸 전부 먹으면 탈나. 적당히, 적당히 나눠야 안전해진다니까. 괜히 혼자서 다해처먹다가는 어디서 유신의 심장을 쏘는 야수 같은 놈이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표현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알겠네요. 신경 써주신 만큼 투자금도 더 크게 밀어 넣어 드릴게요. 그리고 던전 쪽은….”

“그쪽은 딱 오십 대 오십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아아아.”

“박물관 제어장치는 기본적으로 내가 얻은 개인의 성과지만 박물관 자체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누나. 공략 자체는 같이 진행한 게 맞으니까. 검은백조가 없었으면 얻지 못했을 거고.”

사실 박물관 자체도 내 소유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우방의 눈치를 아예 안 볼 수는 없다.

별것 아닌 사건으로도 크게 틀어지는 게 이런 관계인만큼 줄 때는 확실히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제어 장치는 내 거니까, 뭐.’

커다란 배를 반으로 나눠 갖는다고 해도 어차피 조타와 조타수는 이쪽이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 리가 없다.

“그럼 균열 박물관의 리모델링 비용은 저희가 조금 더 유치하는 걸로 할게요. 파티션도 분리해야 되니까 골드 좀 들어가겠네요.”

“당연히 들어가야지. 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던전 테마파크인데.”

“던전 테마파크라기보다는… 강원랜드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혹시 어디 가서 그런 말하지 마….”

“당연하죠.”

“뭐,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는 걸로. 이 정도면 체면 좀 세울 수 있겠어?”

“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요.”

슬쩍 이지혜를 바라보자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걸려 있는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분 좋은가.’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되어 좋은 건지, 아니면 내게 받은 호의 아닌 호의가 기분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까운 듯하다.

최대한 평소와 같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얼굴이 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저런 표정은 또 처음 보네.’

시스템이 공인한 영혼의 단짝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보이는 것이 있다.

‘혹시 얘도 1회 차에 나랑 연관이 있나.’

잠깐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이 생각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었다.

이지혜가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다가와?”

“글쎄요?”

“너무 가까이 붙지 마, 누나. 요즘 눈이 하나 붙었거든. 지금은 안 보이는 거 같기는 한데… 이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겠네.”

“눈이요?”

“응. 뭐, 그렇게만 알아두면 돼. 어차피 조금 있으면 도착인 것 같고. 우리 지혜 씨랑 진한 시간 보낼 시간이 부족하네.”

“정말 그러네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벌써 린델이네요. 오랜만에 둘 만 있는데 조금 사적인 시간이라도 보낼 걸 그랬어요.”

“누나랑은 일 이야기하는 게 사적인 이야기하는 거지, 뭐. 원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는 거랑….”

“뒷이야기하는 게 가장 재밌죠.”

“동감. 아무튼… 다음에 또 봐. 아니, 어차피 계속 보기야 보겠네. 박물관 일 때문에라도. 그거 누나가 총괄할 거지?”

“길드 내에 견제세력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제가 맡을 가능성이 커요. 이번 협정에 1등 공신이기도 하니까. 뭐, 내일이라도 봬요. 하얀 씨 기분 나쁘지 않게 굳이 마중은 안 나갈 게요.”

“응. 그렇게 해.”

천천히 마차가 멈춰서는 게 느껴져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마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검은백조의 인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안기모와 선희영이 보였다.

물론 저들뿐만이 아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악수를 하는 디아루기아의 모습도 보였고 박덕구를 둘러싼 여성진들의 모습도 보였다.

인원이 꽤나 되다 보니 인사하는 데도 한참이 걸릴 것 같은 느낌.

그중에 한 명이 이쪽에 달려와 뭔가 선물 같은 걸 안겨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 원정 중에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안 그래도 나에게 접근하고 있던 정하얀이 그 모습을 보고 후다닥 달려오기 시작.

물론 선물을 넘긴 여자는 정하얀이 다가오기가 무섭게 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뭔가를 도와준 기억은 없지만 자신은 도움 받았다고 생각한 모양.

고유 기벽을 확인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이기영.’

박덕구나 김현성 만큼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먹히긴 먹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검은백조의 인원들은 마차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하나 있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리 와, 막 사원.”

-네….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온 녀석이었다. 신기한지 린델에 도착한 이후에도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모습.

슬그머니 손을 내밀자 녀석이 그 손을 잡아오는 게 보였다.

저 멀리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

“디아루리아!”

디아루기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친 것만 봐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너무 알 수 있으리라.

“똘똘아!”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던 녀석이 마중 나온 것이다.

그사이 조금 더 큰 것 같은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발로 우다다 달려오는 녀석의 모습은 귀엽게만 보인다.

당연하지만 녀석은 어머니와의 멋진 재회 장면을 선택하지 않았다.

눈물을 흩뿌리는 디아루기아를 그대로 지나치는 것은 조금 가슴 아프게 보일 지경.

어쩔 수 없다는 듯 슬쩍 팔을 벌렸을 때 갑작스레 방향을 비트는 녀석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어?”

눈에 비치는 모습은 상당히 비현실적.

-아아아아아아악!

혼신의 일격을 담은 똘똘이의 몸통 박치기가 정확하게 막스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끄에에에에에에에엑!”

[전설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 흑암룡 디아루리아의 고유 기벽을 확인합니다.]

[어둠 속의 비틀리고 위험한 애정]

[#엄마도 같이 왔네] [#얘는 또 뭐야?] [#모르겠고 몸통박치기]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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