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
회귀자 사용설명서 234화
신화적 존재(1)
-저희 박물관에서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물건들 역시 존재하고 아까 보여드렸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들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관하고 있는 것은 무구나 장비뿐만이 아닙니다.
“…….”
-봉인하고 있는 존재나 계약을 맺은 이들 역시 존재합니다. 여러분들이 박물관 탐방을 직접 체험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기도 하지요. 물론 타 차원에서 온 이들 역시 존재합니다. 균열을 통해 흘러들어온 이들은 이런 차원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중요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많은 희생이 있었고 많은 싸움이 있었습니다. 균열 수호자 분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 균열을 봉인하는 데 성공하셨지만 그 이후에도 항상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서 걱정하셨습니다. 때문에 항상 균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 하셨지요. 박물관 탐험의 보상의 대부분이 여러분이 보물이라고 부르는 무구들로 이루어진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군요.”
-물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그게 수호자 분들께서 탐험을 완료한 분들에게만 보상을 내리는 이유일 겁니다.
‘대충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오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이 대륙에서 균열이라는 것이 열린 적이 있었고 그 균열을 통해 위협이 될 만한 이들이 흘러들어온 모양이다.
균열 수호자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위협을 막아냈고 결국에는 균열을 봉인하는 데 성공한다.
아마 이 위협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자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균열 박물관이라는 건가.’
나쁜 의도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조금 변질된 것 같긴 하지만….’
어째서 모든 네임드 몬스터와 모든 보상이 랜덤으로 책정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작자의 의도는 관심 없다.
위협은 종류와 시기를 알 수 없다느니 뭐 그런 이유일 것이다.
내 생각이 맞았다는 듯 관리인 막스가 입을 열어오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모든 보상과 시험은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위협은 그 종류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저로서는 균열 수호자 분들의 뜻을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마 그런 이유일 겁니다.
사실 녀석의 말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주변에 쌓여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둠 비스트의 건틀릿-전설 등급]
[균열을 통해 흘러들어온 둠 비스트의 건틀릿입니다. 과거의 전설적인 비스트 마스터가 사용하던 무구로써 모든 야수에 대한 친화력을 높아주는 것은 물론 동물의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틀릿 안에 있는 전설 등급의 야수 세 마리를 소환할 수 있으며 이 야수들은 전설적인 비스트 마스터와 평생을 함께해 온 벗이었습니다. 후략….]
‘허….’
이것뿐만이 아니다.
[서리대검-전설 등급]
[패륜왕이 사용하던 저주받은 얼음 대검입니다. 죽은 자를 부릴 수 있다는 것 외에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보가 너무나 깊게 봉인되어 있어 마음의 눈으로도 간파할 수 없습니다.]
‘죽은 자를 부려?’
검을 하나 얻는 것만으로도 사령술사, 네크로맨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둠 비스트의 건틀릿 역시 마찬가지 전설 등급의 야수 세 마리를 부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황당해 말이 다 나오지 않을 정도다.
물론 율리에나도 전설 등급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자아가 봉인되어 있는 만큼 조금 밀린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웅.
거리는 소리가 괜스레 들려오는 것 같았기 때문에 검의 손잡이를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역시 여러분들은 무구들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다루기에는 위험한 무구들이 많습니다. 자격이 없는 이들은 애초에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종류도 있고요. 아, 여기 이거 보이십니까?
[신의 망치-신화 등급]
[다섯 거신의 힘이 잠들어 있는 망치입니다. 빛의 화산신, 숲의 여신, 파도의 군주, 바람의 왕, 마음의 여왕의 힘이 잠들어 있습니다. 다섯 가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으며… 후략.]
‘허… 이런 게….’
두 손으로 들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망치였다.
그렇지만 대충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이 들어도 곧바로 상위 등급의 플레이어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균열을 통해 흘러들어온 무구 중의 하나입니다. 등급으로 표현하자면 신화 등급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 망치에 다섯 거신의 힘이 잠들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당시 균열 수호자 분들이 이 망치 안에서 날뛰는 거신들의 힘을 봉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다른 무구들도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여러분이 아이템이라고 말하는 무구 중에서는 단연 이게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막스의 얼굴에는 수집한 컬렉션에 대한 자신감이 맴돌고 있었다.
멍하니 전시된 망치를 바라보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무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처럼 마음의 눈으로 아이템의 능력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다.
누가 보기에도 저것은 전 대륙을 뒤져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무구다.
‘슈바….’
그 와중에도 재미있었던 것은 전시품의 하단에 적혀 있는 간단한 설명.
‘균열 수호자들도 아이템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리지는 못했나 보네.’
여러 가지 시험과 조사를 하고 실제로도 확인했겠지만 내 특성으로 알 수 있는 정보의 반의 반도 적혀있지 않았다.
새삼스레 마음의 눈이 가진 위대함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간에 이곳에 있는 인원 전부가 대단하다는 눈으로 막스를 바라보니 괜스레 녀석의 콧대가 올라간 것 같은 느낌.
-물론 다른 신화 등급의 무구들도 딱 두 가지 정도 존재합니다만 그래도 가장 자랑스러운 컬렉션 중에 하나입니다.
“이것 역시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물품 중 하나입니까?”
-아뇨. 이 물건은 보상으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보상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전리품이라고 균열 수호자 분들께서 말씀하셨지요. 그렇지만 남아 있는 신화 등급의 아이템 두 정은 똑같이 랜덤한 확률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아….”
확률은 오백 분의 이.
김현성이 이런 종류의 무기를 얻는 다고 가정한다면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이다.
아직 김현성이 전설 등급의 아이템도 없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
전설 등급의 아이템만 얻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설 등급까지 고려해 본다면 확률은 오백 분의 삼십이.
확률적으로도 나쁜 수치는 아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건진다면 대박.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먹으면 중박.
영웅 등급 이하로는 생각하기도 싫다.
‘그건 안 돼.’
-물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분이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박물관 탐험을 완료하셔야 합니다. 다른 곳으로 한번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아이템이야 어차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일단은 생존이 최우선. 뭘 받는 것 보다 누구와 싸우는 게 더욱더 중요하다.
꽤나 긴 시간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확실히 아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눈에 보였다.
멋들어진 곳에 장식되어 있었던 아이템들과는 달리 확실히 봉인되어 있는 것 같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대형 괴물부터 아주 작은 몬스터까지.
균열 수호자들이 봉인하거나 수집한 존재들이다.
들어온 순간부터 마음의 눈으로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머릿속으로 집어넣은 것은 당연지사.
‘정보를 모아야 돼.’
탐험에 필요한 네임드 몬스터들은 총 세 마리. 어떤 놈이 됐든 간에 세 마리와는 반드시 부딪친다.
정보가 아예 없는 만큼 미리미리 대비해 두는 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영웅 등급의 몬스터들은 일단 제외.
급한 만큼 전설 등급의 몬스터 삼십 마리와 신화 등급의 몬스터 세 마리를 집중적으로….
[격의 차이로 특성 마음의 눈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입니다.]
‘저건… 뭐야.’
무기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있는 녹색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물.
거대한 뿔과 거대한 꼬리 그리고 주변을 떠다니는 일곱 가지의 무기.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것은 물론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한다.
‘이딴 걸… 어떻게 이겨.’
격이 다르다. 정말로 격이 다르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딴 것과 싸우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
지금의 김현성이 한 다발로 달려들어도 이 녹색 괴물은 이길 수 없다.
나도 모르게 김현성을 바라보자 녀석이 조용히 녹색 괴물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만났던 건가?’
단순한 공포심 이전에 뭔가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보였다.
1회 차에 이 던전에 들어온 김현성이 녀석을 마주쳤다고 가정한다면 이번 던전행이 위험하다고 말했던 게 이해가 간다.
박덕구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 괴물은 뭐요? 크으… 거, 생긴 거 한 번 멋지구만.”
“건, 건드리지 마! 이 돼지 새끼야!”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 것도 당연한 일.
혹시라도 녹색 괴물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탓이다.
-아,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하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단순히 전시관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여러분의 눈앞에 있는 것은 더미입니다.
“더미?”
-네. 잘 만들어진 모조품입니다. 사실 이런 존재들은 균열 수호자 분들도 완벽하게 봉인하기에는 힘이 드는 터라….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저 자리에 있었던 신화적 존재라고 들은 적만 있습니다. 아. 신화급에 대해서 보고 싶으시면 다른 분들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 분은 균열 수호자 분들과의 오랜 계약으로 여기 머물고 계시고 나머지 한 존재는 음… 설명하기 어렵군요.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말하자면 이딴 괴물들이 두 명이나 더 존재한다는 것.
‘제기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제길….’
김현성이 위험하다고 말했던 것이 확 와닿는다.
오백 마리 중에 세 마리, 무조건 신화 등급의 세 마리는 피해야 한다.
지금 전력으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길 수가 없다.
전설 등급의 네임드 레이드 몬스터는 비벼지겠지만 저런 종류의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건 무리.
싸움이고 나발이고 꽁지 빠지는 게 도망치는 게 옳은 선택이라는 거다.
이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리인 막스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
여전히 균열 수호자들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러분에게는 이 존재가 더 익숙할 수도 있겠군요. 대륙 고대신의 파편입니다.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아마 여기 계신 드래곤께서는….
“아주 어릴 때 로드에게 들은 적은 있습니다.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곳에 있었군요. 이건 제어가 가능한 겁니까?
-네. 파편은 자아가 없습니다. 수호자님들의 봉인으로 인해 힘도 약해진 상태이고요. 아마 여러분이 이 존재를 상대하게 된다면 일정 시간만 봉인이 풀린 상태가 될 겁니다.
커다란 눈에 촉수가 달려 있는 괴물.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신화적 존재는 마음의 눈으로 파악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아까 봤던 괴물보다는 낫지만 이런 게 풀려난다면 마찬가지로 전멸한다.
굳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지 않아도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촉수 휩쓸기 한 방을 버티지 못하고 전위가 무너지고 후위는 혼비백산하며 엄마아빠를 찾게 될 것이 분명하리라.
‘절대로 안 돼.’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신화적 존재가 나오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괜찮을 거야.’
무조건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야.’
분명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1%도 채 되지 않는 확률, 원정대의 평균 행운 스탯은 60이 넘는다.
정말로 운이 나빠야 걸리는 게 신화적 존재들, 대부분은 영웅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가 걸리는 게 당연하다.
녀석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모두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녀석이 입을 열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 시간이 되었군요.
“시간 말입니까?”
-네. 오랜만에 격이 높으신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탐험가 분들이 오시고 몇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봉인이 풀리게 됩니다. 아, 벌써 시작됐군요.
다시 한번 바닥에서 드르륵 소리가 들렸고 우리가 있는 위치의 구조가 뒤바뀐다.
전시된 이들은 땅 속으로 꺼지거나 바닥으로 꺼지고 싸움이 시작되기 좋은 공터가 만들어지기 시작.
괜스레 불안감이 차오른다.
-일단은 여길 바라보시죠. 무작위로 선정되기는 하지만 일단 여러분들께서 쉽게 적응할 수 있게 수호자 분들께서는 돌림판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
-이 표지판을 돌리며 마력을 집어넣으시면 무작위로 싸워야 할 몬스터가 선정되는 방식이지요. 대표를 한 분 선택하신 후에 표지판을 돌리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돌려 돌려 돌림판이야. 제기랄….’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미 보고서로 접했던 이야기.
누가 이걸 돌릴지 역시 이미 결정되어 있다.
첫 번째는 행운 수치가 높은 박연주.
그녀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돌림판에 손을 댔고 모두가 긴장감을 품고 그녀를 바라봤다.
‘제발….’
신화만 피하면 된다.
‘제발….’
전설 등급도 힘에 부치기야 하겠지만 차라리 전설 등급의 몬스터 세 마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낫다.
[돌림판이 돌아갑니다.]
음성 메시지가 들린 이후 드그득 소리를 내며 커다란 돌림판이 돌아가기 시작.
“제발!!”
이 순간만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