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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20화 (219/1,590)

# 220

회귀자 사용설명서 220화

성장한 똘똘이 (1)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봐도 분명히 똘똘이였다.

멍하니 선 채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디아루기아도 함께 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녀보다는 똘똘이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봤을 때만 해도 분명히 강아지 정도의 크기였던 걸로 기억.

덩치 큰 호랑이 정도로 자란 모습을 보니 당황스러워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이쯤 되니 녀석이 귀여운 게 아니라 무섭게 느껴진다.

주변 냄새가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킁킁거리고 있는 녀석이 내 쪽을 바라보는 것은 순식간.

방어구라도 차고 나왔어야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든다. 눈에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

거대한 괴성을 내지른 이후에는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물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어째서 침을 흘리는지 괜스레 불안하기는 하다.

물론 유아기 때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혹시 이쪽을 먹이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항상 프로펠러처럼 흔들리는 꼬리는 괜스레 위협적이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 표정,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자식인데 저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동안 똘똘이가 자라는 모습을 함께하지 못한 게 짜증났는지 디아루기아도 왠지 모르게 심통이 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반갑게 환영해 주는 게 베스트라는 거다.

“아… 똘똘아….”

작게 입을 연 순간 이쪽으로 돌진하는 녀석의 모습은 가관.

“헥헥! 헥!”

‘얘 왜 이래.’

“키에에에에에엑!”

네 발로 뛰어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괜스레 자세를 잡게 된다.

‘어떤 식으로 저걸 받아내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녀석이 이쪽을 덮쳐왔다. 엄청나게 묵직한 감각과 충격이 느껴지며 내 몸이 자연스럽게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키엑! 헥헥! 키에에에엑! 헥헥!”

고통스러웠지만 그것도 잠시.

커다란 눈망울에 한가득 눈물이 고여 있는 모습을 보고는 녀석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키에에에에엑! 헥헥! 헥헥!”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가관이다. 그 와중에도 프로펠러처럼 꼬리를 흔드는 것을 보니 확실히 녀석은 똘똘이가 맞다.

“오이구!”

“키에에에엑!”

“오이구! 우리 똘똘이 그동안 잘 지냈어요?”

“헥! 헥!”

혓바닥으로 사정없이 이곳저곳을 핥는 것은 물론, 자꾸만 킁킁거리면서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다.

이제는 예전처럼 손으로 들어서 안아줄 수는 없었지만 나 역시 녀석을 꽉 껴안고 이곳저곳을 쓰다듬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키엑! 헥! 키엑! 헥! 키엑! 헥!”

박수 소리에 맞춰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모습도 예전 그대로다.

‘귀엽네.’

그 와중에 어서 빨리 자신을 들어 올려 비행기를 태워달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가 이 두 손으로 녀석을 들어올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그 모습을 본 디아루기아가 천천히 걸어오는 게 시야에 비쳤다.

“갑자기 너무 빨리 자랐군요.”

“항상 같이 있다 보면 얼마나 컸는지도 모르는 법입니다.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우리 디아루리아에게 소홀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조금 바빠서 말입니다. 원래는 한 번은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리는 않은 터라. 둥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요. 매번 똘똘이가 먹는 음식을 보내는 것도 저 아닙니까. 너무 나무라시면 조금은 섭섭합니다.”

“그것만 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는 게 아닙니다. 옆에 있어주는 게 더 중요하단 말입니다. 디아루리아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생각해 보세요.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그리워하지 않습니까. 괜찮니? 디아루리아?”

“키에에에엑!”

“아빠한테 화를 내는 게 아니란다, 디아루리아. 그냥 잠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혼내고 싸우는 게 아니란다. 사랑스러운 내 딸.”

“키엑!”

“매일 매일 함께 붙어 있어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삼 일에 한 번 정도는 함께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조금씩 사냥하는 법을 가르칠 텐데…. 다른 날은 몰라도 그 날은 꼭 함께해 주셔야 합니다. 디아루리아가 첫 사냥을 하는 날이니까요. 아버지가 봐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아… 네. 물론입니다. 그럴 날이 있으면 미리미리 말씀해 주시는 게 좋을….”

“지금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금은 불만이 있을 만했다.

확실히 한가득 눈물이 고여 있는 똘똘이의 모습은 내가 봐도 짠하다.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그렇게 오래 지났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느끼는 것과 녀석이 느끼는 건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여전히 녀석의 혀가 이쪽의 볼을 핥고 있을 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야.’

“이것보다 더 커지는 겁니까?”

“아니요. 한 몇 달 간은 지금 크기를 유지할 겁니다. 물론 조금씩 자라기는 하겠지만 더 크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됩니다.”

“아아아….”

여기서 조금 더 커진다면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지도 모른다.

“감당하기 조금 힘들어지겠군요.”

“변하는 법도 배우고 말하는 법도 배우게 될 겁니다.”

“아! 당신처럼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보통은 조금 오래 걸리는 게 정상이지만… 우리 디아루리아는 똑똑하니까요.”

자기 자식이 똑똑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더 이상 바닥에서 구르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점프를 하며 내 위에 올라타려고 하는 녀석이 보였다.

‘끄응….’

당연하지만 쉽게 올라탈 수 있을 리가 없다.

‘무거워.’

그동안 근력 능력치가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일반 성인 남성보다는 강한 근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 정도나 되는 무게를 감당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똘똘이 녀석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모양.

결국에는 이쪽에 거의 업히다시피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뒷다리와 꼬리로는 이쪽의 허리를 감고 있었고 앞다리는 가슴과 왼쪽 어깨를, 오른쪽 어깨로는 계속해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키엑 키엑 소리를 지르고 있다.

“오늘은 같이 다닐까? 똘똘아.”

“헥! 헥!”

이쯤 되니 천천히 마력까지 운용해야 되는 것이 현실.

이제야 조금이나마 편해진다.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걔가 디아루리아야? 아니, 똘똘이였나? 자기?”

차희라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끄에에에에엑!”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똘똘이 녀석은 붉은색 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소리를 내질렀다.

평소와는 소리가 조금 다르다.

기분이 좋아서 지르는 소리가 아니다. 뭔가 적의가 담겨져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얘 왜 이래?’

“끄에에에에에에엑! 끄엑!”

“귀엽네! 똘똘이! 자기가 진짜 용의 선택을 받긴 받은 거구나. 린델에 있는 둥지만 봐도 실감이 나기는 했는데 그렇게 있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더 그럴 듯한데?”

그렇지만 그녀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슬그머니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가 위험한 여자라는 걸 직감한 것이다.

이런 눈치가 빠르다는 부분은 확실히 나를 닮은 것 같았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똘똘이의 유전자에 기여한 바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스레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됐다.

“정말로 귀엽다. 고개 숙인 것 좀 봐. 똘똘이가 축 늘어졌어, 자기.”

그 이유가 바로 눈앞에서 손을 뻗고 있으니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똘똘이를 쓰다듬으려는 손을 디아루기아가 막아선 것은 바로 그때였다.

“겁을 집어먹지 않았습니까. 이만 물러나 주시지요.”

“아….”

디아루기아를 위아래로 살펴보다 잠깐 뿔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후에 입을 여는 차희라의 모습이 보였다.

“아. 당신이… 디아루기아?”

“네. 당신은?”

“차희라라고 부르면 돼. 겁먹은 건지는 몰랐는데…. 실수. 미안하다, 똘똘아. 그리고 디아루기아 당신에게도 미안하네요.”

“아, 아니요…. 제가 조금 과민반응을….”

차희라의 저런 모습은 조금은 의외였다.

자꾸만 똘똘이에게 시선을 주는 걸 보니 은근히 귀여운 걸 좋아하는 모양.

물론 지금의 똘똘이는 단순히 귀엽다고 하기에는 너무 성장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잘 대해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익숙하지 않았다.

‘아이들 좋아하나.’

디아루기아의 말에 곧바로 사과를 건 내오는 것도 그렇고… 조금 실례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뭔가 아기를 소중히 다루는 고릴라 같은 걸 본 느낌이다.

디아루기아에게도 곧바로 사과하는 걸 보면 그녀 역시 여자는 여자인 모양.

오히려 날이 선 반응을 보였던 디아루기아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보였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처음 뵙네요. 말은 놔도 괜찮지?”

“상관은 없습니다만….”

왠지 모르게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자기는 이제 훈련소 가는 거지?”

“어? 응.”

“디아루기아? 우리는 잠깐 쉬러 가는 게 어때?”

“네? 그렇지만… 아이를 돌봐야 돼서….”

“잠깐 동안은 괜찮을 거야. 우리 자기가 잘 돌봐줄 테니까. 자기가 일하는 곳이 여기서 가깝기도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달려갈 수도 있고 조금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잠깐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라도 나누자. 아무래도 지금 당신은 휴식이 필요해 보이거든.”

확실히 조금 그런 느낌이 있기는 했다.

뭔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디아루기아도 내심 쉬고 싶은 듯한 눈치.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드리워져 있었고 항상 매끈매끈했던 피부와 머리카락도 푸석푸석해진 느낌이었다.

머리 위에 있는 길게 뻗은 뿔도 색깔이 조금 칙칙해진 것 같다.

‘피곤했으려나.’

당연하지만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다. 100이 넘는 체력 스탯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육아는 육아니까.’

지금은 얌전히 내 등 뒤에 달라붙어 있기는 했지만 똘똘이가 한 번 발광하기 시작하면 아마 말리기가 쉽지 않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사람을 키우는 것도 힘든데 녀석을 키우는 일도 아마 보통이 아닐 것이다.

괜스레 죄책감이 치고 올라온 것은 당연지사. 나로서도 슬그머니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좀 쉬는 게 좋겠습니다, 디아루기아. 오늘 하루는 제가 돌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제야 뭔가 안심하는 것 같은 눈치.

잠깐 동안 디아루리아에게 시선이 고정되기는 했지만 디아루기아는 결국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안심하세요.”

“똘똘이는 오늘 하루는 나랑 아빠랑 같이 있자. 알겠지?”

“키엑! 헥헥!”

“대신 얌전히 있지 않으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거니까. 조용히 있어야 한다.”

“키에에엑!”

말을 알아듣는 건 확실한지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여 온다.

디아루기아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

‘별일 없겠지.’

어차피 내가 제국 8좌의 내정되어 있다는 것은 교육생의 대부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용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교육생이 있기야 있겠지만 아마 오늘은 평소보다 더 시선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몬스터를 이용한 실전 교육 훈련도 있기는 했지만, 전설 등급의 몬스터를 보는 건 처음일 테니까.

‘아직 새끼라고는 해도….’

똘똘이의 스펙은 상당한 수준이다.

[전설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 흑암룡 디아루리아의 상태창을 확인합니다.]

[이름 - 디아루리아]

[칭호 - 똘똘이]

[나이 - 1]

[성향 - ??]

[분류 - 드래곤]

[능력치]

[근력 - 32/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민첩 - 32/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체력 - 33/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지력 - 10/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내구 - 41/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행운 - 32/성장한계치 전설 이하]

[마력 - 40/성장한계치 전설 이상]

[총평 - 무척 흥분한 상태입니다. 이런 존재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군요. 조심하도록 해주세요.]

‘아직 성향은 안 나왔네.’

내구 능력치 41과 마력 능력치 40.

막말로 말하면 공략조가 한꺼번에 똘똘이에게 달려들어도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아직까지 똘똘이는 마력과 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싸움을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본능이라는 게 있는 만큼 똘똘이가 우위에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수료식도 이제 3일 남았고….’

이곳에서의 일이 대충 정리가 되고 나면 조금 더 똘똘이에게 신경 써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영도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 같으니까….’

최근에 다시 김기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로 봐서는 뒤통수를 때려도 제대로 때려주고 싶은 모양.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기는 했지만 이런 정도까지 설계해 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낙천적이고 느긋하던 성격 뒤에 이런 면이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훈련소에 진입하니 역시나 여기저기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당연히 속닥거리는 목소리들도 들려온다.

“저거… 드래곤 아니야?”

“진짜야?”

“와…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나 봐…. 여기서도 될 놈만 되나보다. 나는 뭐 선택 같은 거 안 받으려나.”

“기껏해야 고블린한테나 받겠지, 뭐.”

따위의 목소리들이다.

물론 그 와중에 조금 이상했던 것은….

‘얘 왜 이래.’

등 뒤에 얌전히 매달려 있는 똘똘이의 상태였다.

남자 교육생이 옆을 스쳐지나갈 때는 별로 문제가 없다.

‘뭐야?’

그렇지만 여자 교육생이 옆을 스쳐지나갈 때면 게거품을 물며 크릉크릉거리는 것이 문제.

“끄에에에엑!”

심지어는 대놓고 다가오지 말라는 듯 이빨을 보이는 모습에 이 녀석이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정도였다.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리며 누군가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 같은 눈빛.

어처구니없지만 저런 눈빛은 꽤 익숙하다.

‘정하얀?’

항상 정하얀이 보여주던 모습을 똘똘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겠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발동시킨 마음의 눈.

[전설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 흑암룡 디아루리아의 고유 기벽을 확인합니다.]

[어둠 속의 비틀리고 위험한 애정] [#못 말리는 파더콤] [#엄마도 짜증나]

“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미… 미친….”

디아루기아가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는 걸 한발 앞서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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