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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11화 (210/1,590)

# 211

회귀자 사용설명서 211화

불길한 느낌 (3)

‘유아영….’

당연히 영입대상 1순위였다.

아직 직업이 없고 특성도 개화하지 않았지만 근력 잠재 능력이 영웅, 체력 잠재 능력이 전설이라는 건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전위로 세우기에는 성향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파란으로 데려와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교육생의 숫자가 많은 만큼 그들의 성향 역시 무척 다양하다. 크게 분류한다면 약 세 가지 정도.

1. 본인 스스로가 움직이려는 이들.

대부분의 공략조가 이쪽에 속한다.

본인이 뭘 해야 할지 지금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장 잘 인지하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부류의 인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의나 정해진 훈련 이외에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2. 시킨 것만 하는 이들.

비율상으로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강의나 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하지만 훈련이나 교육 시간이 끝난 이후에는 크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3. 밥만 축내는 이들.

마지막은 굳이 언급할 가치고 없는 쓰레기들. 아무 열정도 없고 성과도 없고 교육소에서 밥만 축내는 쓰레기들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교육이 끝난 이후에는 빈민촌으로 들어가거나 당장 먹고 사는 걸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끄응….’

정확히 말하면 유아영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에 놓여 있는 인물이었다.

밥만 축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진도를 따라오고 있었고 심지어 체력 능력치가 전설임을 보여주는 것처럼 훈련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솔직히 그녀가 재능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김현성 파티에 서식하면서 1년이 지난 시점.

그동안 많은 인물의 잠재 능력과 상태창을 보면서 가끔 하던 생각이 있다.

‘의외로 흔한데?’

의외로 전설의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야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했다.

김현성 파티에서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 나와 박덕구가 유일했고 매번 만나고 보는 인물들도 어딘가 하나는 특출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잠재 능력이 특별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성과 직업이 특수한 경우가 많았으니 눈이 높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막상 교육소에 도착한 이후, 제대로 들쑤시고 보니 전설 등급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그러고 보니까 조혜진도 전설 등급의 재능은 없었지.’

영웅 등급을 가지고 있더라도 충분히 강해질 수는 있다. 영웅 등급 이하와 이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영웅 등급이라는 건 능력치 90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나쁘지 않은 거 아닌가.’

아무튼 간에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인재라는 사실 하나라는 거다.

열정이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훈련이나 수업 도중에 낙오하지 않고 쫒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칭찬해 주고 싶은 심정.

아마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C반에서 그녀는 묘하게 외톨이 같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으니까.

‘나 때문이겠지.’

질투는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

심지어 그녀는 내가 입을 꺼내지 전까지는 커다란 흉부를 제외하고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을 테니 모두의 반감을 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 옆에서 선희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입은 거의 확실할 것 같습니다.”

“아, 유아영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다른 쪽이요.”

“이창렬?”

“네. 현성 씨도 마음을 거의 굳히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조금 반신반의하신 것 같기는 한데….”

“그러고 보니 예리랑 대련도 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네. 결과가 조금 좋았으니까요. 암살자를 지망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드신다고 하시고 전투 센스가 천부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희영 씨도 보셨습니까?”

“네. 입회인이 필요하기도 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해서…. 근접 직군들의 전투는 잘 모르겠지만 필사적인 것 같기는 하더군요. 시작하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모래를 집어 던지고 급소 공격도 서슴지 않고 예리도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입 안에는 독침도 숨기고 있었던 것 같았고… 그래서 복면을 쓰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아무튼 인상적이었어요.”

“아아아….”

유아영 말고도 다른 영입 대상으로 생각한 이가 있다면 이창렬이라는 궁수였다.

‘잠재 능력은 조금 창렬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민첩 능력치 영웅 이상, 근력 능력치 영웅 이하, 지력도 영웅 이상.

나머지 능력치는 전체적으로 창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녀석에게 우선교섭권 중 한 장을 사용한 것은 녀석이 근접전을 전문으로 훈련했다는 것에 있었다.

궁수로 전직을 마친 뒤에 말이다.

궁수의 상위 직업인 암살자 계열로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목표가 확고하다는 건 도움이 되니까.

전투센스가 뛰어난지 뛰어나지 않은지는 내가 직접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근성은 있는 거겠지. 길드 마스터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밑천을 드러낸 거나 다름없으니까.’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자리에서 모래를 집어 던지고 온갖 비열한 짓으로 대련을 풀어 나가는 것 자체가 일반인은 하기 힘든 발상이다.

어쩌면 우리가 녀석을 시험한 것뿐만이 아니라 녀석도 우리를 시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볼 정도.

‘내 스타일이 이렇다. 어때?’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연히 김현성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녀석의 행동을 천부적인 전투 센스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이창렬과 합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정식으로 계약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녀석은 준 길드원인 셈.

김현성과는 식사를 함께한 적도 있다고 들었으니 계약은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이 없다.

“일이 잘 풀렸네요.”

“네. 우선 영입권은 이제 3장이 남은 겁니까?”

“예. 사실 그 둘 이외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없어서 일단은 계속 보류하고 있기는 한데….”

“시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이번 영입을 김현성 파티를 제외한 길드의 2파티를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다.

일단은 유아영과 이창렬 이외에 어떤 식으로 파티를 구성하는 게 좋을까 하는 것이 문제.

전투 성직자로 분류되는 안기모도 2파티로 넣는다고 가정하면 일단은 전위는 단단해지지만 지금 이 상태라면 후위가 너무 빈약하다.

‘마구잡이로 뽑을 수는 없으니까.’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는 질.

사랑스러운 회귀자의 주문인 만큼 어떤 파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싹수가 보이는 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영입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들이 많다.

파란에 들어온다는 것은 압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는 만큼 자원이 아까워서라도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최근 선희영과 내가 바쁘게 지내고 있던 이유였다. 정하얀이야 원래 길드 내부적인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니까.

“희영 씨, 공략조 문서 다시 한번만 읽어보고 싶은데… 아. 먼저 읽으셔도 됩니다.”

“아뇨. 아뇨. 읽으셔도 돼요. 저는 슬슬 나가려는 터라… 오늘은 따로 할 일이 있거든요.”

“네.”

읽고 있던 서류를 이쪽에 넘겨준 선희영이 고개를 살짝 숙인 이후에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인사를 한 뒤 공략조의 간단한 프로필과 성적이 적혀 있는 문서를 읽기 시작한 것은 당연지사.

단순히 마음의 눈으로 확인한 것뿐만이 아니라 교육소에서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지표 역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심코 다음 장을 넘기자 조금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한소라.

정하얀에게 넌지시 입을 연 이후에는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당연.

‘생각보다 성적도 괜찮네. 수업도 잘 따라오고 있고….’

수업 때도 느낄 수 있었지만 나름 괜찮은 면이 있기는 하다.

당시 말을 조금 심하게 하기는 했지만 이 여자 같은 경우에도 공략조에 속해 있는 만큼 뭔가 있긴 있을 듯.

그래봤자 한계를 맞이하겠지만 쓸 만한 마법사의 비율이 적은 만큼 중견 길드나 대형 길드에서 데려가고 싶을 만한 인재라는 거다.

붉은용병에서도 넌지시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이쪽에서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토 소우타나 이설호 영감탱이 때처럼 굳이 이 여자와 드잡이질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곧 떨어질 년이고….’

갑작스럽게 밖에서 똑똑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입을 열자 천천히 문이 열리며 임시 집무실을 방문한 이의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뭐야?”

속으로 질문을 던진 다는 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상황.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건 살짝 미소 짓고 있는 한소라였으니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뭔가 자신감이 가득 찬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은 꽤나 꼴불견.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앙큼한 생각을 하고 찾아왔는지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 보였다.

“어째서 여기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신가 봐요?”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다. 교육생이 이쪽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붉은용병이랑 면담이라도 있었나?”

“정답이에요.”

“교육생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야.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휙휙 내저었지만 이윽고 들려온 말에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찾아왔어요. 정확히 말하면 제안하고 싶은 이야기요. 거래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아! 물론 그전에 이전에 제가 했던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싶네요.”

“…….”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조용히 율리에나가 떠오르기 시작. 한소라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협박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어차피 소용없잖아요? 교관들은 교육생들에게 손을 대지 않는다는 거 아니었나요?”

“절대적이지는 않아. 그러니까 조용히 왔던 길 되돌아가는 게 좋을 거다.”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니까요.”

“후우….”

“파란 길드에 들어가고 싶거든요.”

‘어쩌라는 건지.’

“도움이 되실 만한 이야기일 거예요. 사실 저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지만 파란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좋은 조건으로 영입 제의를 주신다면 충분히 들어갈 용의가 있어요.”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콧대가 올라간 것 같다.

이쪽이 ‘허허허. 당돌한 녀석’이라고 웃으면서 계약이라도 해줄 줄 아는 모양.

“파란 길드에서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마법사 인적 자원은 조금 귀하잖아요?”

“넌 자격미달이야. 그리고 거래는 서로 주고받을 게 있어야 성립되는 거고… 거래라는 단어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누가 봐도 넌 나한테 줄 게 없어 보인다.”

“글쎄요. 누가 자격미달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하얀 교관의 품에 있으니까 자기가 정말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미친년.’

“그리고 당신 생각은 완전히 틀렸어요. 나는 거래를 하러 왔고 이건 당신한테도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일걸요?”

“네가 줄 수 있는 게 뭔데.”

“당신의 평판. 그리고 모든 것.”

“뭔 개소리야.”

말을 마치자마자 갑작스레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찢어버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기는 했지만 어째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거 진짜 또라인데….’

내가 맨 처음에 차희라를 찾아갔을 때 차희라도 이런 심정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에 있는 여자는 정말로 사리분별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야 조금 대화가 진행될 것 같은데… 어때요?”

턱을 올리며 이쪽을 내려다보는 꼴은 가관. 어째서 저런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껏 한다는 생각이 성추문이라니….

‘죽일까.’

조금 귀찮아지기야 하겠지만 충분히 수습할 자신은 있다.

어차피 상대는 아무것도 없는 교육생이고 여론 조작 정도는 제법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물론 시연회를 앞둔 이 시점에서 교관이 교육생을 살해했다는 점을 쉽게 덮을 순 없겠지만 저 얼굴이 짜증 나서 참을 수가 없다.

때마침 바깥에는 문을 두드리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오빠? 들어가도 되나요?”

타이밍 좋게 정하얀이 등장한 것이다. 아니, 타이밍 좋은 게 아니라 저 여자가 계산한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법 머리를 쓴 것 같은 느낌.

의기양양한 표정이 다시 한번 시야에 비친다.

“저도 굳이 얼굴 붉히고 싶지 않거든요? 곧 있으면 정하얀 교관이 들이 닥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정하얀이 들어오면 위험한 건 내가 아니라 이 여자다.

“당신이 쌓아온 모든 걸 잃고 싶지 않잖아요? 애인 있는 교관이 교육생을 불러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는 건 그다지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고… 정하얀 교관과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일 텐데….”

“정신 나간 년.”

“칭찬 고마워요, 교관님. 원래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내 말이 뭘 의도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느낌.

갑자기 맥이 빠진다.

이런 애와 잠깐이라도 드잡이질을 하려고 했다고 생각하니 현자타임이 찾아온 것이다.

‘애 데리고 뭐 하는 짓인지 참….’

“후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입단 건만 처리된다면 없었던 일이 될 테니까요.”

“옆에 있는 책상 옷장에 망토 하나 있을 거다. 그냥 걸치고 조용히 나가. 그럼 아무 일 없을 거다.”

“네?”

“지가 똑똑한 줄 아는 멍청한 년. 잠깐이라도 너랑 놀아보려고 했던 내가 너무 한심해진다. 그냥 나가라고… 그럼 그나마 건질 수 있는 게 있을 테니까.”

“정말 그냥 나가도 되겠어요? 후회하실 텐데요? 밖에 있는 정하얀 교관님 목소리 들리지 않으시는 거예요?”

“더 이상 말 섞기도 짜증난다. 그냥 나가. 바쁘니까.”

“전 분명히 기회를 드렸습니다.”

“나도 기회는 줬다. 선택은 네가 한 거야.”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얼굴이 시야에 비쳤다.

이쪽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아는 모양인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

막상 하려고 생각하니 왠지 망설이게 되는지 머뭇거리지만 내 조언대로 옷장에 있는 옷을 걸치지는 않았다.

사실 망토를 걸치고 나가라고 한 것도 변덕에 가까웠다.

왠지 모르게 이쪽이 덩달아 한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찾아온 현타로 인한 변심이다.

‘하얀이가 우는 것도 보기 싫고….’

사실 이 이유도 지분이 제법된다.

나도 아주 쓰레기는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인생이 망하기야 하겠지만 그나마 사람처럼 살라고 조언한 내 배려를 무시한 이후에 문을 열어버리는 꼴은 가관.

“아… 오빠!”

정하얀이 마주친 것은 옷을 거의 반쯤 벗고 있는 한소라의 모습일 터.

“어…….”

오랜만에 정하얀의 표정이 제대로 일그러지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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