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사용설명서-197화 (196/1,590)

# 197

회귀자 사용설명서 197화

용의 둥지, 실험, 전직, 강화 (5)

오랜만의 열의가 붙은 만큼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일단은 디아루기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마음의 눈으로 그녀를 계속해서 스캔했고 혹시 무언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하루 종일 고민했다.

예전에는 누워만 있어야 된다고 말했지만 디아루기아가 움직여 주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운동 능력이나 가지고 있는 마력을 얼마만큼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브레스가 어느 정도의 화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마력 능력치에 기반한 마력 운용 능력이나 그녀의 증언으로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도시 하나?’

작은 도시 하나 정도는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증언.

실제로 마력 능력치가 125,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필적하는 이들만이 할 수 있다는 고급 마력 운용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걸로 판단되니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마음의 눈에는 그녀가 고급 마력 운용 지식을 습득한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비슷한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애초에 그녀가 고급 운영 마력 지식을 습득하지 않았더라면 여러 가지 종류의 브레스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브레스의 종류도 두 가지, 나는 두 가지 종류의 브레스를 이렇게 분류했다.

1. 도시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지닌 방사형.

2. 마법 저항력이 높은 이들이나 단순 화력만으로 상대하기 힘든 강자들을 위한 집중형.

이를 테면 방사형은 개인보다는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레스다.

범위가 크지만 차희라 같은 종류나 내구나 마법 저항력이 높은 인간들에게 그만큼 피해가 적다.

이런 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집중형 브레스라는 것.

그만큼 마력을 고밀도로 농축해 쏘는 집중형은 범위는 좁지만 모든 부분에서 월등했다.

정확한 수치를 산출해 내기는 어려웠지만 5차에서 6차 전직을 마친 대마법사의 실드를 관통해 뚫을 수 있을 정도.

물론 날아가는 속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집중형 같은 경우에는 민첩이 높은 이들도 제대로 피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집중한 것은 브레스뿐만이 아니었다. 민첩 능력치나 근력 능력치를 상정해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곧바로 뽑아냈고 그밖에도 모든 데이터를 뽑아내 뇌에 저장했다.

소소한 오차 범위가 있기는 했지만 더 정밀한 데이터 측정은 이후에.

지금은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만 집중적으로 파고들기에는….’

그녀가 너무나도 크고 방대하다.

지식의 보고이며 지식의 산맥이다.

스펙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는 건 이례적인 이야기.

솔직히 나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비행이 아예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마력을 사용하여 날 수 있다는 것도 조금 놀랐던 부분. 마력 소모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애용하지 않는 모양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용은 용이야.’

내가 가지고 있는 디아루기아의 평가를 조금 더 상향시킬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단순 스펙 계산에만 열과 성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데이터를 분류하고 뽑아내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일. 앞으로의 연구를 조금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보의 분류에 불과했다.

본래는 데이터가 쌓이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게 원칙이기는 하지만 디아루기아는 죽어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다.

그녀에게서 뽑아낸 혈액이나 세포들은 거의 무한하다. 고작 피 몇 리터 정도야 몇 시간도 안 되서 스스로 수복한다는 이야기다.

돈 걱정, 재료 걱정하면서 진도를 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쪽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만 제외하고….

‘일단은 지른다.’

조금 위험한 실험도 상관없다. 그것 역시 지른다.

여기로 가도 저기로 가도 길은 하나였고 돈 걱정에 수많은 장비를 놀리기엔 내가 가지고 있는 설비가 어마어마했으니까.

넓은 공간 안에 있는 많은 연금키트들이 멈추는 일은 없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계속해서 정제 과정을 거치고 있었고 마법진의 불 또한 꺼지는 날이 없었다.

물론 이 마법진에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정하얀이다.

디아루기아에 대한 모든 일은 극비.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정하얀이 전부. 사실 박덕구의 그녀, 마도학자 황정연도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내가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이는 정하얀밖에 없다는 판단이 선 탓에 그녀는 굳이 부르지 않았다.

디아루기아는 지고의 보물이다.

친분이 있고… 같은 길드라고는 해도 그녀의 데이터를 함부로 넘겨주기 싫다는 게 내 작은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마이 프레셔스라는 말이 계속해서 입가에 맴돌고 있을 정도였으니 다른 말은 필요가 없으리라.

실험 첫째 날에 우연히 터진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딱히 얻은 게 없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초조해하지는 않았다.

분명히 차도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대하게 쌓여가는 데이터와 계속해서 돌아가는 키트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자동화 실험실과 비슷한 수준.

디아루기아는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말똥말똥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가만히 누워 있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간혹 잠에 빠지기도 했다.

외부에서의 검사가 진척이 없자 그녀의 내부에 관심이 생긴 것은 당연지사.

사랑스러운 디아루기아를 해부할 생각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녀를 스캔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방향의 실험을 한꺼번에 시도했다.

물론 그중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실험은 그녀의 내부로 직접 진입하는 것.

미친 소리 같겠지만 정하얀과 나는 실제로 그녀의 입을 통해 안을 구경하고 나왔다. 그녀의 도움으로 식도와 위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관까지 제법 알 찬 탐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모두 다 위대한 연금술의 발전을 위한 일입니다.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요.”

-저도 제 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빠져 나올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부, 부끄럽단 말입니다.

“…….”

-…….

의외로 디아루기아가 최초로 거부감을 느낀 실험이기도 했다.

디아루기아는 이 실험을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애초에 옷을 입지 않은 그녀가 이런 발언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조금 웃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정하얀이 위 산성액에 녹아버리는 가슴 아픈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용은 섭취한 것을 소화하지 않고 마력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나와 정하얀도 마력으로 분해될 뻔했다는 이야기.

디아루기아의 기관이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분해를 시작해 버릴 뻔했기 때문에 정하얀의 보호 마법의 도움을 톡톡히 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신체 탐험은 거기서 그렇게 마무리. 특수한 장비를 자체 제작했고 다시 한번 들어간 이후에야 비교적 안전하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신체 탐험을 하는 도중 알아낸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기관의 구조가 인간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엄연히 상위 개체라고 할 수 있는 종족이었으니까.

일단은 소화를 마력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부분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덩치에 배 이상을 먹는 똘똘이를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저런 기관을 가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느 판타지 소설의 흔한 클리셰처럼 소화된 마력은 심장으로 보내지고 심장에서는 혈액과 함께 마력을 온 몸으로 공급한다.

‘이거였구나.’

그녀의 혈액이 마력을 담고 있는 촉매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괜히 드래곤 하트, 드래곤 하트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외 기관 역시 모두가 독특하다는 것. 어떻게 보면 그녀의 몸은 하나의 거대한 발전소다.

먹은 것을 마력으로 분해하고 그 마력을 몸 전체에 돌린다. 정제되지 않은 오염된 마력 역시 외부로 배출 하지 않고 정수과정을 거쳐 다시 한번 활용한다.

그녀가 행동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에너지의 비밀은 모두 마력에 있다.

나는 그 모든 모습을 보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만 정하얀은 디아루기아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체계 자체가 신기한지 그녀 나름대로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뭔가 배우는 것이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디아루기아의 안에서 황금빛에 휩싸였다.

전설 등급의 특성을 개화한 것이다.

[대마법사의 심장 - 전설 등급]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무슨 특성이야? 아니 어떻게….”

“마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기관을 더 만들었어요.”

“뭐?”

“저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한 번 해봤는데….”

“…….”

“바로 된 것 같아요. 오빠. 헤헤헤….”

“그렇구나…. 잘했어, 하얀아.”

“헤헤헤헤….”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내 눈도 계속해서 그녀를 보고 있었으니까.

천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이가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

디아루기아처럼 모든 것을 마력으로 분해하지는 못했지만 정하얀은 틀림없이 신체 내에서 마력을 끊임없이 재순환시키며 재활용하고 있었다.

신체 내에 마력을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 하나를 마련한 것은 물론 마법을 사용한 이후에 남은 마력의 찌꺼기들도 계속해서 정제하고 쌓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마력 능력치가 오르지는 않았지만 마력을 계속해서 순환하며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셈.

이제야 조금 따라 잡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혼자 상상하던 내 입장에서는 어째서 천재가 천재라고 불리는지 깨닫게 된 좋은 기회였다.

물론 정하얀의 이러한 각성은 나에게도 제법 커다란 자극이 됐다.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한 부분이 있었던 탓이다.

전설 등급의 직업 드래곤 알케미스트뿐만이 아니라. 나도 뭔가를 하나 더 얻어가야만 했다.

박덕구를 강화시키기 위한 혈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남는 시간에는 그녀가 어떻게 브레스를 쏠 수 있는지에 대한 원리에 접근했다.

드래곤 하트에 저장한 마력을 목 안에 있는 특수한 기관으로 넘겨 한 순간에 방출하는 게 바로 브레스다.

중요한 내부 기관의 표본을 체취하기에는 디아루기아에게도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

혹시라도 이쪽이 잘못 건드렸다가 브레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손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기관의 작은 모형을 만드는 것. 마음의 눈으로 그녀의 기관을 완벽하게 스캔한 이후에 어떤 원리로 기관이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파악한다.

수십 수백 번의 실험이 무용지물로 변했지만 계속해서 힌트를 얻어갔고 결국에는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주요기관과 완벽하게 같은 모양의 작은 병을 만들어냈다.

기형적인 모양의 유리병은 이미 마법적인 처리를 거쳤고 증폭과 확산과 제어를 위한 작은 마법진을 수차례 각인했다.

물약의 제일 끝에 자리한 것은 디아루기아의 혈액으로 이루어진 마력의 촉매.

내 마력을 흘려보내면 저장되어 있는 디아루기아의 혈액이 작은 유리병으로 떨어져 내린다.

위이이이이잉!!

혈액은 기형적인 모양의 유리병의 입구를 타고 들어가 모터 마냥 맹렬히 회전하며 마법진을 활성화한다.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2초.

결국에 이 작은 유리병은 마력의 파동을 만들어내며 사방으로 혈액에 담긴 마력을 방출한다.

그게 바로 용족이 브레스를 사용하는 원리다.

마력을 견디지 못한 유리병은 순식간에 깨져 버린다.

그녀처럼 방사형, 집중형이 아니라 단순히 효과가 폭발뿐이지만… 이쪽이 원하는 화력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하다는 거다.

[전설 등급의 물약 -----를 최초로 발견합니다.]

[지력 1이 올라갑니다.]

[물약의 이름을 직접 입력해 주세요.]

[물약의 이름을 입력합니다.]

[용 숨결 물약 - 전설 등급]

콰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은 예술이다!!!”

용 숨결 물약 MK1. 대륙 최초로 전투형 물약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