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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59화 (58/1,590)

# 59

회귀자 사용설명서 059화

던전 공략은 정치다(1)

조금은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었기 때문에 꽤나 분주해졌다.

우리네 어머니 이상희가 직접 우리 파티의 교육을 맡았고 남는 시간에도 김현성에게 하루 종일 붙잡혀 있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사실 우리 파티는 기본적인 사냥으로 합을 맞춰본 기억도 없다.

튜토리얼에서의 경험도 경험이라곤 할 수 있겠지만 튜토리얼 던전의 경우에는 등급으로 분류되지도 않는 던전.

말하자면 우리 파티는 초보자의 전형적인 성장 과정을 스킵한 셈이다.

보통의 파티는 몬스터의 숲 초입으로 들어가 작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물론 전체적인 스펙이 높은 김현성 파티에게는 하찮은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런 성장 과정은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쌓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던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각 파티가 함께 움직일 때 동선이 꼬이지 않게 하는 진형을 연습해 보거나 몬스터의 종류와 특성을 외우는 것이 고작.

사실상 던전공략에 필요한 준비는 타 길드의 파티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말하자면 특혜를 받고 있는 셈.

다른 길드의 파티들이 우리 파티를 배려해 주고 있는 것이다.

‘좋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각 만들어진 신입 파티가 희귀 등급의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운이 좋은 상황.

타 파티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만큼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소리다.

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볼 수 있고 던전 공략이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켜볼 수 있다.

물론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파티의 수준도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선배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자체만으로 도움이 된다.

정리해 보자면 여러모로 운이 좋다는 거다.

“그런데… 정말로 데려갈 생각입니까?”

“네.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장점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군요.”

그 와중에도 김현성이 김예리를 함께 데려가려고 한 것은 꽤나 의외였다.

물론 안전하기야 할 것이다.

김현성이 공을 쏟아 붙고 있는 인재인 만큼 혹시 모르게 튀는 위협을 배재하려 할 테니까.

아무튼 간에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파티는 점점 더 완성되고 있었다.

특히나 김현성이 회의를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파란 길드의 칠 번대, 김현성 파티의 첫 원정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원정 당일.

평소와는 다른 분주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덕구야, 챙길 건 다 챙겼어?”

“물론이요. 거, 몇몇 길드원 분들이 짐을 미리 챙겨줬는데….”

“희영 씨 혹시 빠진 게 있는지 체크 좀 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혹시 몸이 안 좋은 이들이 있으면….”

“네, 기영 님.”

“하얀아, 식량, 식수, 포션 모두 이상 없는지 확인해 줘.”

“네, 오빠.”

사실 내가 제일 바쁘기는 하다.

본래 시키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상사에게 예쁨 받는다.

물론, 던전 공략의 기획 자체에 끼어들거나 김현성이 불편할 만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는 일, 원정에 대한 준비를 미리 끝내 놓는 일 등.

말하자면 던전 공략과는 상관없이 잡일이다.

굳이 이런 것까지 우리 사랑스러운 회귀자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형이 전부 준비해 놓을게, 현성아. 너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예상대로 만족스럽게 이쪽을 바라보는 녀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차피 스탯이나 공격력으로는 비빌 수 없으니 이런 쪽으로 잘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새끼… 약하기는 한데 진짜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한 것이다.

“혹시나 빠뜨린 장비는 없는지 확인해 봐. 하얀아, 일 끝났으면 길드 창고에서 렌탈하기로 한 장비도 가져오고….”

“네, 오빠.”

“예리가 쓸 화살 챙기는 거 잊지 말고.”

“네!”

바쁘지만 더욱더 바쁘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첫 원정이니 만큼 내 포지션을 미리 못을 밖아 두는 것이다.

파티의 아버지가 김현성이라면 파티의 어머니는 이기영.

나름대로 괜찮은 울림이다.

실제 하는 일에 비해 얻어가는 것은 꽤나 많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목록을 확인하거나 전체적인 준비를 완료해 놓는 것이 고작이니까.

무척이나 흐뭇해하고 있는 김현성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접 확인을….”

“아니요. 괜찮습니다, 기영 씨. 별 다른 문제없겠지요. 밖에서 타 파티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슬슬 출발하도록 하죠.”

“네.”

회귀자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즐거운 일이다.

이쪽을 완벽하게 믿는다는 눈빛.

굳이 마지막 체크를 직접 하지 않은 것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출발하도록 합시다.”

“네.”

천천히 바깥으로 나가는 와중에도 왠지 모르게 시선이 집중된다.

물론, 생각 없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 우리 파티를 주목하고 있으리라.

“선희영이다. 이번에….”

“저게 그럼 파란에서 이번에 영입했다는 파티가 맞아?”

“뭐, 꽤나 비싼 값을 주고 데려왔다는데… 까봐야 알겠지.”

“부럽다. 하… 우리랑은 출발선이 다르네. 쟤들은….”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뭐, 아직 보여준 것도 없다며?”

“그래서 지금 사냥 나가는 거 아니야?”

“길드에서 지원해 준 던전에 들어가겠지.”

질투하는 이들부터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는 이들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보면 질투하는 것이 당연하다.

길드 창고에서 렌탈한 장비들이었지만 일반 등급의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이곳의 현실이니까.

실제로 부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걸치고 있는 장비는 대부분 누더기다.

당연히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박덕구만 봐도 알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 쓰던 부러질 것 같은 나무 방패 대신에 제법 질이 좋아 보이는 철제 방패를 들고 있다.

신발 끈으로 이었던 가죽 갑옷 대신 사슬 갑옷을 입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박덕구의 힘 스탯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도 판금 갑옷을 입을 수 있었으리라.

조잡한 칼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뭉툭한 둔기가 들려져 있다.

영웅 등급의 아이템은 없지만 이 정도만 해도 초보자 티를 벗은 것 같은 모습이라는 거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니 시야에 비치는 것은 각 길드의 휘장을 달고 있는 구성원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파티장끼리는 사전에 몇 번 만남을 가진 만큼 익숙하게 악수를 하고 있다.

나머지 파티원들 역시 마찬가지.

가슴에 붉은 휘장을 달고 있는 것은 당연히 붉은용병이다.

괜스레 이쪽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그래.’

“처음 뵙겠습니다. 붉은용병의 최영기라고 합니다. 마스터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

“아 반갑습니다. 이기영이라고 합니다.”

대외적으로 붉은용병의 길드 마스터 차희라가 이쪽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나 잘 보이고 싶은 것이 당연하리라.

전체적으로 붉은색으로 무장을 맞춘 것을 보니 아이덴티티가 꽤나 확실하다.

정하얀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마도 길드에서 온 파티가 분명.

마법진처럼 보이는 휘장을 달고 있었고 궁금한 것들이 많은지 정하얀에게 벌써부터 입을 열어오고 있었다.

김현성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들이 검은백조 길드.

역시나 길드 휘장을 달고 있었고 여자 다섯, 남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들었던 대로….’

대부분이 여자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있지만 확실히 하나의 파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근접직군의 라인이 탄탄해 보이는 빨갱이들, 후방 라인이 능력치가 좋은 공부벌레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아 보이는 검둥이들, 스탯은 모두 40대에서 50대 정도.

각 길드에서 밀어주고 있는 파티다운 모습이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일일이 인사를 하는 것도 문제.

당연하지만 인기가 제일 많은 것은 사제인 선희영이었다.

“결국 활동하기로 하셨군요.”

“네. 조금 사정이 있어서… 파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무척 든든합니다. 하하.”

“아니요. 사실 저도 던전행이 익숙하지 않은지라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 물론이죠. 그럼 이만 떠나도록 하죠.”

분위기상 이 공격대를 이끄는 것은 붉은용병의 최영기다.

규모가 제일 큰 길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최영기의 스탯이 가장 좋다.

전설 등급의 능력치는 보유한 건 아니지만 영웅 등급의 잠재능력을 가졌다.

탱커인지 내구와 체력이 50대에 들어간 것이 눈에 보인다. 심지어 민첩 스탯도 결코 낮지 않다.

굳이 설명하자면 박덕구의 상위호환 같은 느낌, 박덕구가 이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아마 저런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소문이 자자한 파티를 직접 보게 되니 이거 참 영광입니다, 현성 씨.”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이번이 첫 원정이기도 하고… 뭘 하는 것보다는 잘 보고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왔으니까요.”

“하하하. 사실 저도 전에 있었던 시연회에서 현성 씨를 지켜봤었습니다. 거… 정말로 천재라는 게 있구나 싶었던 모습이었습니다. 겸손도 과하면 독이 됩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로 감사하군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하얀 씨도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붉은용병의 최영기는 꽤나 유쾌한 성격이었다.

마도는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검둥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아예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만 김예리의 존재 때문이었다.

검둥이들의 리더가 조용히 걸어가는 도중 할 말은 해야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원정에 어린 아이를 데려온다는 말씀은 없었잖아요, 현성 씨.”

“방해는 되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어린 아이이기 이전에 재능 있는 궁수니까요. 혹시라도 폐가 되지 않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잘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충분히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대놓고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니 인성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상대에게 대놓고 무안을 주는 만큼.

사실 이미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능력치를 살펴보기는 했지만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아 천천히 마음의 눈을 발동시켰다.

[플레이어 정유라의 상태창과 잠재능력을 확인합니다.]

[이름-정유라]

[칭호-없습니다. 조금 더 노력하셔야겠네요.]

[나이-29]

[성향-계산적인 전략가]

[직업-암살도적-희귀 등급]

[직업효과-기초 궁술 지식 습득]

[직업효과-기초 단검술 지식 습득]

[직업효과-기초 함정술 지식 습득]

[직업효과-기초 암살 지식 습득]

[능력치]

[근력-41/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민첩-55/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체력-43/성장한계치 영웅 이하]

[지력-40/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내구-20/성장한계치 희귀 이상]

[행운-23/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마력-43/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총평-암살자로서 쓸 만한 스탯과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향과 직업, 능력치가 무척이나 합이 잘 맞는 것이 눈에 띕니다.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겠네요. 혹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나 직업을 얻는다고 가정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입니다. 인성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물론, 플레이어 이기영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로 보이지만요.]

‘괜찮네.’

너무 괴물 같은 스탯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별 다른 감흥이 없기는 했지만 총평의 말 그대로 성장 가능성은 나쁘지 않다.

성향도 암살자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

이 정도가 희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능력치라고 판단하면 될 것 같았다.

함정 해체나 후방 교란 등이 역할인 모양.

대충 어떤 성격일지 눈에 보인다.

“우리가 보모도 아니고 후우….”

지나치며 작게 중얼 거린 목소리를 들어보자면 더욱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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