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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24화 (24/1,590)

# 24

회귀자 사용설명서 024화

계산적인 살인자(2)

“몇 명이서 나갔지?”

“일곱 명이에요.”

앞장서서 이쪽에 걸어오고 있는 것은 분명히 유석우였다.

아직은 먼 거리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확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유석우의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3명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처음 보는 이들이다.

유석우를 포함한 일곱 명의 인원 중에 여섯 명이 돌아오지 않았고 세 명의 다른 인물들이 쉼터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사냥을 나간 유석우 파티에게 무슨 일이 생겼고 지금 걸어오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 과정에서.

‘유석우를 빼고 전부 다 뒈진 건가.’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걸어오고 있는 이들이 입고 있는 장비만 봐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다.

한 명은 작은 방패와 검을 들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창을, 또 나머지 한 명은 활을 들고 있다.

풍기는 분위기나 상처를 감아놓은 붕대를 봤을 때 이미 여러 차례 전투를 치르고 온 이들이 확실해 보였다.

‘마음의 눈.’

[플레이어 정진호의 상태창과 잠재 능력을 확인합니다.]

[이름-정진호]

[칭호-없음]

[나이-29]

[성향-계산적인 살인자]

[직업-마검사-희귀 등급]

[능력치]

[근력-25/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민첩-23/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체력-24/성장한계치 영웅 이상]

[지력-20/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내구-23/성장한계치 영웅 이하]

[행운-15/성장한계치 희귀 이하]

[마력-08/성장한계치 희귀 이상]

[특성-없음]

[총평-훌륭한 재능, 크게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뛰어난 것은 물론 어디 하나 모난 곳이 없습니다. 아마 본인이 충실하게 성장에 임한다면 상위 서열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향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기왕이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플레이어 이기영에게는 너무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마검사?’

대충 능력치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을 수 있다. 완벽하게 밸런스가 잡혀 있는 스탯,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마력의 존재와 직업 이었다.

‘마력?’

마법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김현성을 제외하고는 또 처음이다.

희귀 등급 마검사라는 것이 계속해서 눈에 밟힌다.

보유하고 있는 마력은 8로 심지어 나보다도 높다.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자로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정보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녀석의 성향이었다.

계산적인 살인자.

지금까지 많은 성향을 봐왔지만 저런 성향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옆에 있는 두 녀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탯 자체는 나보다 낫거나 박덕구보다 살짝 아래인 정도지만 전체적으로 나쁜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녀석들의 성향 역시 선의의 중재자나 순수한 옹호자처럼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네요. 대충 봐도 싸울 수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잘된 건지 몰라.”

“들어가서 박덕구와 정하얀 좀 불러와.”

“네?”

“빨리.”

반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이지혜 역시 표정을 굳히고 쉼터 안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는 마찬가지.

“주여, 나, 바라노니, 내 목소리에, 답해, 적들을 태울, 힘을 내려, 주시옵소서.”

아직까지 딱히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애초에 느긋하게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순수한 옹호자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정하얀처럼 저들도 성향과 실제 행동이 불일치할 가능성도 존재 하지만 일단은 준비는 마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기랄.’

마력으로 탑을 쌓았고 주문도 이미 외웠다.

마침표만 찍으면 되는 상황에서 나는 입으로 튀어나오려는 주문을 꾹 눌러 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진호라고 합니다.”

저쪽에서 인사를 던져왔기 때문이다. 살짝 이쪽으로 한 발자국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두 발자국 물러섰다.

‘범위.’

20대를 넘나드는 민첩 수치가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도 위험하다.

정진호의 옆에 있는 두 명은 내가 최대한 억누르고 있는 마력에 대해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겠지만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정진호는 지금 내가 주문을 눌러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놈의 인사에 나 역시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기영이라고 합니다.”

“아! 석우 씨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네?”

“이번에 마법사로 전직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손에서 불꽃을 일으키신다고… 꼭 한 번 보고 싶군요.”

‘유석우 거지같은 놈. 쓸모없는 자식.’

“네.”

“정말로 신기하더군요. 이곳이 저희에게 새로운 힘을 내리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법사는 또 처음이라… 아!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까딱 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경계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녀석들이 들고 있는 검과 창, 활이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슬쩍 곁눈질로 유석우를 바라보니 조금 긴장한 것 같은 표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긴장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신호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굉장한 곳이군요. 생존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했습니다. 이런 장소라면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생존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요.”

“저도 처음에 이곳을 봤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전부 현성 씨의 덕이죠. 그보다 어쩌다가….”

“아. 사실 근처에서 석우 씨와 함께 있던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걸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견하는 게 너무 늦어 나머지 사람들은 구하지 못했지만… 석우 씨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다시 한번 유석우를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짜….’

데려와도 하필이면 이딴 새끼들을 데려왔는지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사람 자체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함.

그런 불길함이 녀석에게 있다.

어쩌면 행운 스탯의 효과일지도 모른다. 내 몸에 있는 감각이 녀석에게는 가까이 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니까.

“그거 다행이군요. 안 그래도 석우 씨가 사냥을 나갔다는 소리에 조금 걱정되던 참이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모두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더군요.”

초조하게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을 때 정하얀과 박덕구가 밖으로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요? 형님.”

“새로 오신 분들이다.”

그제야 조금 긴장이 풀린다. 묵직한 방패를 들고 밖으로 나서는 녀석의 모습은 확실히 겉으로 보기에도 위협적이다.

물론, 스탯은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다. 압도적인 내구 수치와 체력 수치는 아마 정진호로도 뚫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지혜에게 언질을 받았는지 허접한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 채로 앞에 있는 세 명에게 적의를 보이는 모습은 꽤나 듬직하다.

정하얀 역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

아직까지 커다란 마력은 느껴지지 않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

“환영 받을 줄 알았는데… 조금은 의외로군요.”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티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그때.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 터라…. 저도 모르게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경계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례했다면….”

“아닙니다, 기영 씨. 저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도 식량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습격당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아.”

“질이 나쁜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 이 근방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저희는 가까스로 도망치기는 했습니다만 다른 피해자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와중에도 간살 당한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을 저지른 것이 너희는 아닌지 묻고 싶다.

내 특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녀석이 정말로 사람을 죽이고 다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진호는 틀림없이 어떤 식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정상인의 성향이 계산적인 살인자라는 건 다분히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으니까.

“정말로 참혹해 보였습니다. 이미 괴물이 시체를 반쯤 뜯어먹어 제대로 시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몸 여기저기에 괴물들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흔적들이 보이더군요. 틀림없이 칼로 낸 상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도망치려고 했는지 등에는 화살이 박혀 있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저항하려고 한 흔적도 보였고…. 아마 그 질이 나쁜 녀석들 중에 궁수가 있었을 겁니다. 검에 긁힌 자상이 있었으니 아마도… 검을 들고 다니는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죠. 혹시 본 적은 없으십니까?”

“네.”

녀석의 옆에 조용히 활을 들고 있는 녀석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비친다.

저런 말을 꺼내는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해보자는 건가.’

정말로 해보자는 건지 궁금해졌다.

내 표정을 봤는지 박덕구 역시 슬그머니 방패를 빼 들고 앞으로 나가는 중.

나와 정하얀의 앞을 봐주기 위해 몸을 움직인 것이다.

박덕구가 보이지 않는 건지 궁금할 지경.

아마도 녀석은….

‘자신이 있나?’

그럴 확률이 높다.

모든 게 내 뇌내망상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놈은 분명히 이쪽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진호의 팔의 위치가 자꾸만 허리춤으로 가려는 게 신경 쓰인다. 아마 박덕구 역시 놈의 팔을 신경 쓰고 있으리라.

“어쩌면 기영 씨들이 가지 않는 부근에서 활동하는 이들일 수도 있겠군요.”

“아마도 그렇겠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자신의 허리를 만지고 있었던 놈의 손이 검의 손잡이로 향하려고 했던 그때.

나는 곧바로 주문을 내뱉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뱉을 뻔했다.

김현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화염구를 소환했을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검의 손잡이로 향하던 놈의 손이 슬쩍 하의 쪽으로 향한다.

바지에 자신의 손을 슥슥 닦은 이후에 이쪽의 악수를 해오는 모습은 꽤나 가관.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성의 등장에 놈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나는 외우고 있는 주문을 캔슬한 이후에 녀석의 손을 맞잡았다.

“아무튼 간에 반갑습니다, 기영 씨.”

“저도 반갑습니다. 진호 씨.”

살짝 고개를 돌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김현성의 얼굴을 바라본다.

며칠 동안 꽤나 고생 좀 했을 텐데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유석우가 데리고 온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무사하셨군요. 설명하자면 조금 깁니다. 여기는 석우 씨가 데리고 온….”

“처음 뵙겠습니다. 정진호라고 합니다.”

뭔가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그때.

정진호를 바라보고 있는 김현성의 표정이 조금 딱딱하게 굳어 있다.

뭔가의 데자뷰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표정은 다르지만 김현성이 처음 정하얀을 만났을 때와 무척이나 유사하다.

‘알고 있나?’

김현성은 미래의 정진호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딱딱하게 굳어 있는 표정을 넘어 분노를 보내고 있는 듯한 눈빛에는 조금의 확신을 담을 수 있었다.

나조차도 몸이 덜덜 떨려왔으니까.

‘김현성은… 왜 저러는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김현성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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