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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8화 (8/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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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 008화

직업(2)

‘지휘관?’

하얀색인 다른 글자와 다르게 파란색으로 떠 있는 글자.

희귀 등급이라는 것 때문인지 더 눈에 들어온다. 일단은 모든 직업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이 첫 번째다.

[전사-일반 등급]

-앞에서 싸울 수 있는 전사는 파티에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효율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검과 방패, 혹은 창이나 도끼 어떤 무기든지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야만전사나 기사, 성기사, 기병, 용병 같은 종류의 다른 근접 직업들로도 전직할 수 있습니다. 내구력과 체력, 근력이 각각 1씩 올라갑니다.

[궁수-일반 등급]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입니다. 활과 화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합니다. 이후에 도둑, 암살자 같은 근접 직업들로 전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궁수의 상위 직업인 정령궁수, 마력궁수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민첩이 3 올라갑니다.

[마법사-일반 등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원거리 직업입니다. 마법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합니다. 이후에 흑마법사, 연금술사, 소환사 같은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마력이 3 올라갑니다.

셋 다 나쁘지는 않다.

전사는 내가 올리긴 힘든 스탯을 3개나 올려주고 궁수는 활과 화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만들어 준다. 원거리에서 꿀이나 빨고 싶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괜찮은 직업이다.

마법사 역시 마찬가지 나에게는 완전히 동떨어진 마력을 올려준다는 사실이 꽤나 뜻 깊게 다가왔다.

그러나 가장 궁금했던 것은 지휘관이라는 희귀 직업.

[지휘관-일반 등급]

-전투능력이 거의 없는 직업입니다. 전투에 일선에 서기보다는 한 발자국 뒤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오더를 내리는 직업입니다.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집니다. 이후에 어떤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지력이 +1 올라갑니다.

사실, 설명을 읽기 전까지는 지휘관으로 마음이 많이 옮겨진 상태였다.

그러나 모든 설명을 읽고 나니 정말로 머리가 아파온다.

지휘관의 능력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시야가 넓어진다는 건 도대체 뭐야.’

그리고 겨우 올려주는 지력 수치가 겨우 +1이다.

다른 두 직업이 스탯을 +3이나 올려준다고 생각해 보면 무려 스탯을 2나 손해 보는 상황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후에….’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언급된 바가 없다는 것이 불안하다.

그러고 보니 김현성 자식이 가지고 있는 직업 또한 일반 직업, 검사.

놈이라면 희귀 직업, 혹은 그에 준하는 영웅 직업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특성으로 검술 전문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일단은 검사를 지양하는 모양. 지금 당장의 효율보다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길, 알고 있는 루트를 밟으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

조금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김현성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직업이라도 열리셨나 보군요.”

“네.”

녀석처럼 무슨 직업이 괜찮을지 성장 방향을 알 수 있다면 선택하기 쉽겠지만 첫 선택이 앞으로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만큼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뭔가 티 안 나게 조언이라도 받으면 어떨까 생각하던 찰나 박덕구 녀석이 입을 열었다.

“형님, 이거….”

“왜?”

“조금 고민이 되오. 일반 등급으로는 전사, 사제. 희귀 등급으로는 방패병이 떴는데 어떤 게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소.”

“사제?”

“뭐 이후에는 성전사 같은 걸로 전직할 수 있다는 모양인데… 전사는 광전사 같은 걸로 전직할 수 있는 걸로 보이고… 일단은 희귀가 괜찮은 것 아니오?”

박덕구의 잠재 능력이 체력이나 혹은 내구 쪽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방패병은 절대로 나쁜 선택은 아니다.

“방패병은….”

“뭐, 방어에 집중된 직업이라고 적혀 있소. 방패를 들 때 뭔가 이점이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후에 직업에 대해서는 잘 나와 있지 않은 게 문제요. 아, 그리고 근력이 -2가 된다고 하는데… 내구랑 체력이 3씩 올라간다고 합디다.”

“나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 대신 입을 연 것은 김현성이었다. 이쪽이 먼저 청하지 않아도 티 안 나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내구 능력치도 높으신 것 같고… 근력이 내려간다면 페널티는 있지만 내구가 그만큼이나 올라간다는 건 확실히 놀랍군요. 근력이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스탯 포인트에 4는 여유가 생기는 셈이니까요.”

‘그런가.’

만약 이게 온라인 게임이라고 한다면 앞에서 싸우는 전사, 탱커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다.

녀석의 반응을 본다면 이곳의 시스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

사제뿐만이 아니라 탱커도 귀하게 취급받는 것 같았다.

“으음… 역시 그런가.”

“혹시 특성 부분은 아직 열리지 않았는지요.”

“특성은 아직 없소.”

“저 같은 경우에는 일반 직업으로 검사를 그리고 특성으로는 공격력을 올려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력을 올려주는 전사를 선택하고 싶기는 했지만 민첩을 대폭 올려주는 검사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고 여겼죠. 우연치 않게 특성이 열린 지금은 그때 했던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은근슬쩍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녀석.

단순히 직업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스탯의 밸런스와 특성의 존재 여부 그리고 그 특성의 능력.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을 때가 가장 효율이 좋게 나온다는 것을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김현성은 박덕구가 희귀 직업 방패병을 선택했으면 하는 분위기.

“형님 생각은 어떻소?”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네가 공격력을 올려주는 특성이 생길지 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부족한 공격력은 현성 씨가 메울 수도 있고, 이후보다는 당장을 생각해 본다면 스탯을 4나 올려준다는 건 확실히 나쁘지 않을지도… 그래도 선택은 네 몫이다.”

“으음….”

“사제는….”

“최악.”

사제는 최악이다.

이후에 성전사 같은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다고 한들, 사제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박덕구의 마력 재능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이후, 잠깐이지만 박덕구의 몸이 잠깐 파란색으로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전직에 성공한 것이다.

“선택했어?”

“역시 방패병이 가장 적절한 것 같소.”

“그래?”

“형님이야 뭐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형님도 더 잘 지켜줄 수 있을 것 같고, 공격력이야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고. 뭐, 이후에 마법사라는 게 생기면 뻥뻥 터뜨릴 수도 있는 거 아니요? 가장 앞에 선다는 건 조금 무섭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소.”

“잘 선택했다.”

김현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기영 씨도 뭘 선택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잠깐 뜸을 들이려다 그냥 입을 열었다.

“아직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일반 등급으로는 전사와 궁수 그리고 마법사. 희귀 등급으로는 지휘관이 선택지 목록에 떠 있는 것 같군요.”

“지휘관….”

잠깐 멈칫 하는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함정 카드인가.’

자연스럽게 지휘관이라는 카드가 함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렇군요.”

“크. 형님. 지휘관! 지휘관 왠지 모르게 형님과 딱 어울리는 것 같소!”

“그, 그래?”

“말은 안했지만 형님이 완전히 지휘관 스타일 아니요? 멋지게 뒤에서 손 흔드는 걸 상상만 해도 크으…. 거, 형님이 지휘하면 반드시 승리할 거요.”

박덕구는 내가 지휘관이라는 소리에 지나치게 흥분한 것 같았지만 사실 내가 지휘관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유인즉슨

‘병법 따위 아무것도 모르니까.’

병법서 같은 건 읽어본 적도 없다.

바둑이나 체스 같은 것을 잘 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머리가 남들보다 특출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지휘한 경험이라고 해봤자 이제는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온라인 게임에서 공대장을 몇 번 해본 게 전부.

사실 내 캐릭터는 지휘관이라기보다는 사기꾼에 조금 더 가깝다. 차라리 도둑 같은 직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명령만 내려주십쇼! 형님!”

‘이 자식은….’

귀엽기는 귀엽다.

이미 녀석은 내가 지휘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거라고 여기는 모양.

“시야가 넓어지는 것과 지력이 +1올라간다고 적혀 있군요. 다른 직업은 아마 다들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얻을 수 있는 게 조금 적군요. 보통 다른 직업들은 스탯을 3포인트 정도 올려준다고 봤었는데….”

조금은 말리는 것 같은 느낌. 희귀 등급의 지휘관은 아무래도 함정인 모양이다.

“형님은 지휘관이요! 지휘관!”

일단 혼자 신이 난 저 자식은 뒤로 하고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당장 희귀 등급이라서 좋아 보이겠지만 이후에 얻을 수 있는 직업을 볼 수 없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군요. 이후에 나오는 직업이 전부 일반 등급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첫 직업 선택은 무척 중요한 만큼 일단은….”

“거, 형님은 지휘관이라니까! 지휘관이요! 어서 나를 지휘해 주쇼!”

“…….”

“어쩌면 궁수도 나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영 씨. 활을 사용 할 수 있다는 건 의외로 메리트가… 원거리에서 지원해 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도둑 같은 직업도….”

“거, 형님은 지휘관이라니까! 지휘관! 나를 따르라!”

“일단은 스탯을 올리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형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건 지휘관! 무조건 지휘관!”

“궁수가….”

“지휘관!”

“궁수를….”

“지휘관!”

“궁수도….”

“지휘관!”

“궁수가 역시!”

“지휘관!”

“그렇다면 궁수를….”

“지휘과안!!!”

양쪽에서 이러니 내가 더욱더 혼란스럽다.

‘씨….’

이러다가 주변에 남은 녀석들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기세.

지휘관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고 있는 것 같은 김현성, 궁수를 추천해 나를 키워주려고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녀석은 내 잠재 능력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한다.

‘나도 그냥 궁수 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휘관을 선택해도 또 문제. 마법사 역시 계속해서 눈에 밟힌다. 마력은 형편없지만 그나마 높은 내 지력수치를 써먹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중요한 것은 내 장점을 가장 살려야 한다는 것. 어차피 내 특성 마음의 눈은 내가 이미 희망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

결국에는 가장 효율이 잘 나올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심을 하며 눈을 감자 빛이 번쩍이며 내 몸이 조금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우….”

전직에 성공한 것이다.

김현성과 박덕구가 동시에 말을 걸어왔다.

“지휘관이요? 궁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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