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3장죽음을 먹는 자들 (33/37)

제33장 

죽음을 먹는 자들

볼드모트는 천천히 눈길을 돌리더니 자신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볼드모트의 손은 마치 하얗고 커다란 거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볼드모트는 길고 창백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과 팔과 얼굴을 어루만졌다. 고양이 눈처럼 동공이 세로로 쭉 찢어진 새빨간 눈은 어둠 속에서 더욱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두 손을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구부려 보았다. 

이윽고 볼드모트의 얼굴에 황홀하고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이 떠올랐다. 볼드모트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줄줄 흘리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웜테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시 스르르 나타나 쉿쉿 소리를 내면서 해리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 거대한 뱀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볼드모트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기다란 손가락을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더니, 요술지팡이를 꺼내들어 잠시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졌다. 

갑자기 볼드모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려 웜테일을 겨냥했다. 웜테일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더니 해리가 묶여 있는 비석에 쾅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쓰러진 웜테일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볼드모트는 다시 새빨간 두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날카롭고 차갑고 전혀 유쾌하지 않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제 웜테일의 옷은 온통 붉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주인님..."

잘린 팔뚝의 끝을 옷자락으로 감싸고 있던 웜테일이 숨막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팔을 내밀어라."

볼드모트가 태연하게 말했다. 

"오, 주인님... 감사합니다. 주인님..."

웜테일은 피가 철철 흐르는 팔뚝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다시 소름끼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웜테일, 다른 팔을 내밀어라."

"주인님, 제발... 제발..."

볼드모트는 허리를 숙이더니 웜테일의 왼쪽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웜테일의 소맷자락을 팔꿈치까지 말아올렸다. 해리는 웜테일의 팔뚝에 해골 모양의 선홍색 문신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해골의 입에서는 뱀 한 마리가 마치 혓바닥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퀴디치 월드컵이 끝났을 때, 어두운 밤하늘에 나타났던 바로 그 어둠의 표식이었다. 볼드모트는 이제 목놓아 통곡하는 웜테일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 문신만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다시 돌아왔다." 볼드모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모두들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곧 알게 될 테니까..."

볼드모트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웜테일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세게 눌렀다. 

해리의 이마에 난 흉터가 다시 칼로 찌르는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웜테일도 몹시 고통스러워 하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가 웜테일의 문신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해리는 그 문신이 새까맣게 변해 버린 것을 보았다. 

볼드모트의 얼굴에 잔인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볼드모트는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운 후, 고개를 돌려 어두운 공동 묘지를 빙 둘러보았다. 

"이것을 느끼고 다시 돌아올 만큼 용기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볼드모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차갑게 번뜩이는 볼드모트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것을 모르는 척할 만큼 어리석은 자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볼드모트는 줄곧 공동묘지를 둘러보면서 이리저리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다시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뱀처럼 차가운 볼드모트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 포터, 지금 너는 죽은 내 아버지의 유골 위에 서 있다." 볼드모트가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속삭였다. "멍청한 머글이었지... 꼭 네 엄마처럼 말이야. 하지만 두 사람 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안 그런가? 네 엄마는 어린 너를 지키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나는 내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죽은 그 자의 뼈가 얼마나 유용한지 알았다..."

볼드모트는 다시 냉혹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계속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커다란 뱀은 수풀 속을 빙빙 돌아다니고 있었다. 

"포터, 언덕 위에 있는 저 집이 보이느냐? 리들 하우스... 내 아버지가 살았던 곳이다. 이 마을에서 살았던 내 어머니 마녀는 아버지와 사랑에 빠졌지. 하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밝히자, 아버지는 그만 어머니를 버리고 말았어... 그는 마법을 좋아하지 않았지. 내 아버지는 말이야..."

볼드모트는 쩍 갈라진 무덤을 힐끗 쳐다보았다.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의 머글 부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지. 나는 머글들의 고아원에서 자라나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아버지를 찾겠다고 맹세했지... 그리고 그 자에게 복수를 했어... 나에게 톰 리들이라는 이름을 물려준 그 멍청이에게..."

볼드모트는 여전히 서성거리면서 새빨간 눈으로 공동묘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잘 들어라, 나의 가족사를..." 볼드모트가 음산하게 말했다. "이런! 내가 좀 감상적이 되었군... 하지만 보아라, 해리! 나의 진정한 가족들이 돌아오고 있다..."

갑자기 망토 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무덤들 사이사이, 주목나무 너머 그늘진 곳곳마다 마법사들이 뿅 하고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두건을 눌러쓴 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볼드모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볼드모트는 아무 말없이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 한 명이 털썩 무릎을 꿇더니 볼드모트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인님..."

그는 볼드모트의 검은 옷자락에 입을 맞추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뒤를 이어서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은 차례대로 무릎을 꿇고 다가오더니 볼드모트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톰 리들의 무덤과 해리, 볼드모트, 웜테일을 빙 둘러싼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웜테일은 아직까지도 꿈틀꿈틀 경련을 일으키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더욱 많은 동지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지, 드문드문 빈 자리를 남겨 두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볼드모트가 두건을 쓴 얼굴들을 한 번 빙 둘러보자,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원을 따라 파르르 동요가 일었다. 마치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사람들이 부르르 몸을 떨기라도 한 것처럼... 

"잘 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여!" 볼드모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13년... 무려 13년만에 다시 만나는구나. 하지만 그대들은 마치 어제의 일인 양 나의 부름에 즉각 응답해 주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어둠의 표식 아래 굳게 결속되어 있구나! 과연 그런가?"

볼드모트는 그 끔찍한 얼굴을 휙 돌리더니 쭉 찢어진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죄악의 냄새가 난다." 볼드모트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죄악의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또다시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던 어둠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파르르 동요가 일어났다. 마치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 모두 흠칫 뒤로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감히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신속하게 나타난 걸 보니까, 그대들 모두 건강하고 멀쩡하다는 걸 알겠노라! 마법의 힘도... 예전 그대로인 것 같구나... 그러므로 나는 스스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째서 이 멀쩡한 마법사 무리들이 한 번도 자기들의 주인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주인을?"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웜테일 이외에는 감히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웜테일은 여전히 땅바닥에 쓰러진 채,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팔을 움켜잡고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대답해 보았다." 볼드모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내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은 거라고,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슬그머니 나의 적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너무나 무지하고 순진했으며 잠시 나쁜 마법에 걸렸던 거라고 핑계를 대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또다시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어떻게 내가 다시 부활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밟아 왔는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 내가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던 그 시절에, 나의 무한한 힘의 증거를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던 자들이?"

볼드모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죽음을 먹는 자들을 빙 둘러 보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볼드모트의 시선을 느끼자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아마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볼드모트 경까지도 없애 버릴 수 있는 힘이... 이제 그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평민들의 우상이자 더러운 혈통과 머글들의 수호자인 알버스 덤블도어에게?"

덤블도어의 이름이 나오자,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사람들이 움찔 몸을 움츠렸다. 그 중에 몇 명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실망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갑자기 원을 그리고 서 있던 무리 속에서 한 사람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볼드모트의 발 밑에 털썩 쓰러졌다. 

"주인님!" 그는 애타게 부르짖으면서 볼드모트에게 매달렸다. "주인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를 용서해 주십시오!"

볼드모트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크루시오!"

갑자기 땅바닥에 꿇어앉아서 애원하던 죽음을 먹는 자가 온몸을 마구 비틀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 비명소리가 분명히 근처 마을까지 다 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경찰이라도 와라... 

해리는 간절히 소망했다...

아무라도... 제발...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다시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고문을 받은 죽음을 먹는 자는 땅바닥에 벌렁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일어나거라, 애버리." 볼드모트가 그 마법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일어나거라. 나에게 용서를 구했느냐? 나는 용서하지 못한다. 잊지도 못한다.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나는 너를 용서하기 전에 그 13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대가를 치르기를 원한다. 여기 있는 웜테일은 이미 그 대가를 치렀다. 그렇지 않느냐, 웜테일?"

볼드모트는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웜테일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너의 옛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혹독한 고통을 치렀다. 웜테일, 너는 그걸 알고 있느냐?"

"예, 주인님. 제발, 주인님... 제발..."

웜테일은 울먹이면서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다시 몸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볼드모트는 땅바닥에 쓰러져서 흐느끼고 있는 웜테일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별로 쓸모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녀석이지만, 너는 나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볼드모트 경은 경을 도와주는 자에게 상을 내린다..."

볼드모트는 다시 요술 지팡이를 들어 올려 허공에 대고 한바퀴 휘둘렀다. 그러자 요술 지팡이 끝에서 은을 녹인 반짝이는 액체처럼 보이는 것이 한 가닥 흘러나왔다. 아무런 형체도 없었던 그것은 곧 구불구불 휘어지더니 사람의 손 모양이 되었다. 반짝거리는 그 손은 마치 달빛처럼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서는 피가 흐르는 웜테일의 손목에 저절로 찰싹 달라붙었다. 

갑자기 웜테일의 흐느끼는 소리가 뚝 그쳤다. 웜테일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은빛 손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쪽같이 웜테일의 팔뚝에 붙어서, 마치 휘황찬란한 장갑을 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웜테일은 은빛으로 빛나는 손가락들을 살짝 구부려 보았다. 그리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웜테일의 손에서 나뭇가지가 바스러졌다. 

"주인님." 웜테일은 몹시 감격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주인님...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웜테일은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볼드모트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었다. 

"웜테일, 이제부터 두 번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라."

볼드모트가 차갑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절대로! 나의 주인님..."

웜테일은 벌떡 일어나서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 틈에 가서 섰다. 웜테일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눈물에 젖어서 번들번들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새로 생긴 강력한 손을 신기한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웜테일의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루시우스, 나의 교활한 친구." 볼드모트는 그의 앞에 우뚝 멈춰 서더니 작게 속삭였다. "그대가 옛날 습성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비록 세상에는 아주 존경할 만할 얼굴을 내비치고 있지만 말이다. 그대는 아직도 머글들을 고문하는 일에 앞장설 준비가 되어 있겠지? 하지만 루시우스, 너는 한 번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퀴디치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너의 활약은 꽤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너의 힘을 차라리 네 주인을 찾아서 돕는 일에 써야 하지 않았을까?"

"주인님, 저는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주인님으로부터 어떤 징표라도 있었다면, 주인님이 어디에 있다는 소문이라도 들었다면, 저는 당장 주인님 곁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그 무엇도 저를 막지 못했을 겁니다."

두건 밑에서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 나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가 어둠의 표식을 하늘에 쏘아 올렸을 때, 너 또한 도망치지 않았느냐?"

볼드모트가 느릿느릿 중얼거렸다. 루시우스는 갑자기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 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루시우스... 너는 나를 실망시켰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큰 충성을 바치기를 기대하겠다."

"물론입니다, 주인님. 물론입니다... 정말 자비로우십니다. 고맙습니다."

볼드모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텅 빈 자리를 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루시우스와 다음 사람 사이에 두 명은 충분히 설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남아 있었다. 

"여기에는 레스트랭 부부가 서 있어야 한다." 볼드모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즈카반에 갇혀 있다. 그들은 나를 부인하느니 차라리 아즈카반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아즈카반의 문이 활짝 열리는 날, 레스트랭 부부는 상상을 초월한 영광을 누릴 것이다. 디멘터들도 우리편이 될 것이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우리와 같은 부류인 것이다... 우리는 멀리 추방된 거인족들도 다시 부를 것이다... 나는 나의 충성스러운 모든 종족을 불러 모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마법 생물 군단을..."

볼드모트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 앞을 아무런 말도 없이 휙 지나갔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어떤 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맥네어... 지금은 마법부에서 위험한 생물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웜테일이 말하던데? 머지않아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제물들을 갖게 될 것이다, 맥네어. 볼드모트 경이 그 제물을 마련해 주겠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맥네어가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기는..." 볼드모트는 덩치가 커다란 두 명의 마법사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도 역시 두건을 눌러 쓰고 있었다. "크레이브로군... 이번에는 더 잘 할 수 있겠지? 안 그런가, 크레이브? 자네, 고일도?"

두 사람은 우물쭈물 대답하면서 엉거주춤하게 절을 했다. 

"예, 주인님..."

"물론입니다, 주인님..."

"너도 마찬가지다, 놋."

볼드모트가 고일의 그림자에 가려 구부정하게 서 있는 사람 앞을 지나가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주인님, 당신 앞에 굴복합니다. 저는... 당신의 가장 충실한..."

"그만! 그만 해라!"

볼드모트는 제일 넓게 비어 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볼드모트는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새빨간 눈으로 그 빈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볼드모트의 눈에는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자리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여섯 명이나 비었군. 세 명은 나를 섬기다가 죽었지. 한 명은 너무나 겁이 나서 돌아오지 못했고... 그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녀석은 내 곁을 영원히 떠났지... 그는 당연히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나의 가장 충실한 종으로 남았던 한 사람... 그는 벌써 돌아와서 나를 섬기고 있다."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이 동요를 일으켰다. 해리는 그들이 가면 너머로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충실한 종은 지금 호그와트에 있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우리의 어린 친구가 오늘밤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원을 그리면서 서 있던 어둠을 먹는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리에게 쏠리자, 볼드모트는 입술이 거의 없는 입을 말아 올리면서 씩 미소를 지었다. 

"친절하게도 해리 포터는 나의 부활 파티에 참석해 주었다. 그러므로 포터를 나의 영예로운 손님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한참 동안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웜테일의 오른쪽에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가면 밑에서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인님, 저희들은 간절히 알고 싶습니다...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이런 일을 이루셨는지... 이런 기적을... 어떻게 해서 저희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있었는지..."

"아, 거기에는 참으로 기나긴 사연이 있다, 루시우스." 볼드모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는 나의 어린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가 이 어린 친구에게서... 끝난다."

볼드모트는 천천히 해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원을 그리고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커다란 뱀은 계속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물론 그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이 나를 몰락시켰다고 그들이 말한다는 사실을..."

볼드모트는 나지막이 말했다.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이 해리를 향하자, 이마의 흉터가 맹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해리는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비명을 질렀다. 

"그대들은 모두 내가 나의 힘과 육체를 잃어버린 그날 밤에 이 소년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의 어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솔직히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보호막을 이 소년에게 씌워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 녀석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는 길고 하얀 손가락 하나를 해리의 뺨 가까이 들어 올렸다. 

"이 소년의 어미는 자신을 희생하고, 그 흔적을 이 소년에게 남겼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마법이다. 나는 그 마법을 기억하고 있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게도 나는 그 마법을 간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제는 이 소년을 만질 수 있으니까..."

길고 하얀 손가락 끝이 뺨에 닿자 진저리나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머리가 펑 폭발할 것만 같았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웃더니 손가락을 치우고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연설을 계속했다. 

"나의 동지들이여! 그것은 나의 계산 착오였다. 솔직히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바이다. 한 여자의 어리석은 희생 때문에 나의 저주는 반사되고 말았다. 오히려 그 저주는 다시 나에게 되돌아왔던 것이다. 아아... 나의 동지들이여!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는 고통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 육체로부터 이탈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영혼보다도, 가장 비천한 유령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살아 있었다.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불멸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내가... 너희들은 죽음을 정복하려고 했던 나의 목표를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애를 썼던 그 동안의 노력을 시험해 본 셈이다. 그리고 나의 시도 중에서 한두 가지는 효과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마땅히 죽었어야 할 저주를 받고도 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미미한 존재처럼 아무런 힘도 없게 되었다. 심지어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땅한 수단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육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마법은 모두 반드시 요술지팡이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잠도 자지 않고 끊임없이, 순간 순간 오직 나 자신을 존재하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나는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숲속에 은둔했다. 그리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반드시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들 가운데 한 명이 나를 찾으려고 할 거라고... 그들 중에 한 명이 나를 찾아내어 내가 할 수 없는 마법을 대신 이루어 줄 거라고... 그리하여 내 몸을 다시 되찾아 줄 거라고... 하지만 나의 기다림은 헛된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은 또다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볼드모트는 말을 멈추고 잠시 동안 무시무시한 침묵이 감돌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힘은 딱 한 가지 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육신에 기생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오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나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동물의 몸에 기생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뱀이었지. 하지만 나의 처지는 순수한 영혼 상태일 때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었다. 동물의 몸으로는 마법을 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기생하는 동물들은 생명이 단축되었다. 어느 놈도 오랫동안 버티지 못했지..."

볼드모트는 싸늘한 눈빛으로 해리를 노려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4년 전에... 나는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수단을 거의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젊고 멍청하고 잘 속아 넘어가는 한 마법사가 내가 은둔하고 있는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나와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오! 그는 내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바로 그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덤블도어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쉽사리 나의 의지에 따라 주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왔다. 한참 동안이나 나는 그의 몸에 붙어 살면서 그가 나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면밀히 감독했다. 하지만... 하지만 나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마법사의 돌을 훔치지 못했다. 나느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지 못했다. 나는 방해를 받았다. 해리 포터에게 다시 한 번 훼방을 당한 것이다! 해리 포터에게..."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주목나무에 매달린 이파리조차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가면 너머에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볼드모트와 해리를 응시했다. 

"내가 그의 몸을 떠나자, 그 종은 이내 죽어 버렸다. 나는 다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허약한 존재가 되었다."

볼드모트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나는 멀리 떨어진 나의 은신처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대들에게 솔직히 말하겠다. 그 당시에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나의 힘을 되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다! 아마도 그 시기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을 것이다... 나는 또 다른 마법사의 몸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 나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한두 명 정도는 있을 거라는 희망조차도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다..."

원을 그린 채 서 있던 가면을 쓴 마법사들 가운데 한두 사람은 마음이 찔리는지 몸을 약간 움직였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로 그때,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거의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있을 무렵,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다... 한 종이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바로 여기 서 있는 웜테일은 법의 심판을 피해 죽은 척 위장하고 살아가다가, 한때 친구라고 여겼던 자들에게 신분이 들통나자, 자기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한 것이다. 웜테일은 오래 전부터 내가 숨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던 나라로 나를 찾아왔다. 물론 웜테일은 마주치는 쥐들의 도움을 받았지... 웜테일은 아주 흥미롭게도 쥐들과 친화력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안 그런가, 웜테일? 그 조그맣고 더러운 웜테일의 친구들은 알바니아 숲속 깊숙한 곳에 모두들 무서워서 피하는 장소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곳에서는 쥐들처럼 조그마한 짐승은 갑자기 엄습하는 검은 그림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고 말이다..."

볼드모트는 힐끗 고개를 돌려 웜테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나를 찾아오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나, 웜테일? 어느 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웜테일은 나의 은신처가 있다고 짐작되는 바로 그 숲 근처까지 와서는 그만 어리석게도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법부의 마녀인 버사 조킨스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볼드모트와 눈길이 마주치자, 웜테일은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다음부터 운명은 볼드모트 경의 편이 되었다. 어쩌면 그 일로 인해 웜테일은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웜테일과 더불어 내가 다시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도... 하지만 웜테일은, 참으로 그에게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버사 조킨스에게 함께 밤산책을 나가자고 설득한 다음, 그녀에게 마법을 걸어 버린 것이었다. 웜테일은 버사 조킨스를 끌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우리의 모든 일을 망쳐 버릴 수도 있었던 버사 조킨스는 오히려 내가 꿈도 꾸지 못했던 놀라운 선물을 안겨 주었다. 왜냐하면 약간의 설득 끝에 버사 조킨스는 나의 충실한 정보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버사 조킨스는 올해 호그와트에서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와 연락이 닿기만 하면,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를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밖에도 버사 조킨스는 많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당시 버사 조킨스는 기억력 마법에 걸려 있었지. 나는 버사 조킨스에게 걸려 있는 기억력 마법을 깨뜨리기 위해 아주 강력한 마법을 써야만 했다. 그러므로 버사 조킨스로부터 모든 필요한 정보를 다 빼내고 나자, 그녀의 몸과 정신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고 말았다. 더 이상 써먹을 데도 없었고 그 몸을 차지할 수도 없었으므로, 나느 그 여자를 제거해 버렸지."

볼드모트는 냉혹하고 무자비한 새빨간 눈을 번뜩이면서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웜테일의 몸 또한 내가 차지하기에는 부적당했다. 모두들 웜테일이 죽은 줄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누군가의 눈에 발각되면 지나친 관심을 끌게 될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웜테일은 내가 필요로 하는 육신을 가진 종이었다. 비록 웜테일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마법사라고 해도, 내가 내리는 지시에 따라 행동할 수는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일시적으로 육체를 갖게 되었다. 물론 보잘것없는 육체였지만... 진정한 부활을 위해 필수적인 재료들이 마련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육체를... 내가 직접 고안한 한두 개의 주문과... 나의 사랑스러운 내기니의 도움으로..."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길이 커다란 뱀에게 가 닿았다. 그 뱀은 여전히 묘비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니콘의 피를 섞어 만든 약과 내기니가 제공하는 뱀의 독으로,  곧 나는 거의 인간의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있을만한 힘도 갖게 되었지.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마법사의 돌을 훔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덤블도어가 틀림없이 그 돌을 없애 버렸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유한한 생명이나마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기 전에 말이다. 나는 눈높이를 낮추었다... 우선 나의 옛 육신과 옛 힘을 다시 되찾기로 결심했다. 이 일을 행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강력한 성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 오늘 밤 나를 되살린 마법의 약은 오래된 어둠의 마법 중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이미 내 수중에 들와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웜테일? 바로 종이 바친 살 말이다..."

볼드모트는 잠시 웜테일을 쳐다본 후에 말을 이었다. 

"내 아버지의 뼈를 구하기 위해 당연히 우리는 그가 묻혀 있는 이곳으로 와야만 했다. 하지만 적의 피는... 웜테일은 나에게 아무 마법사나 이용하자고 졸랐다. 나를 증오했던 마법사 중에 아무나 말이다. 그 중에 많은 자들이 아직까지도 나를 미워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반드시 누구의 피를 사용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몰락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나는 바로 해리 포터의 피를 원했다. 13년 전에 나의 모든 힘을 빼앗아 간 포터의 피를 원했다. 왜냐하면 포터의 어미가 그에게 준 보호의 힘이 아직까지도 남아서 내 핏속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볼드모트는 고개를 돌리더니 새빨간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묘비에 꽁꽁 묶여 있는 해리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리 포터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해리 포터는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 오래 전에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의 장래를 계획하면서 아주 안전한 방법을 고안해 내었던 것이다. 덤블도어는 고대의 마법을 사용해서 해리 포터가 친척들의 보호 하에 있는 한, 그 누구도 포터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나조차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친척들과 함께 있는 한, 해리 포터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리고... 퀴디치 월드컵이 열렸다. 나는 덤블도어나 친척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는 해리 포터를 둘러싼 보호막이 좀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에서 해리 포터를 납치하기에는 난 힘이 아직 부족했다. 얼마 후에 이 소년은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머글을 사랑하는 그 멍청이의 매부리코 앞을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그러데 내가 어떻게 해서 해리 포터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을까?"

볼드모트의 얼굴에 냉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물론 나는 버사 조킨스의 정보를 이용했다. 나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를 호그와트에 침투시킨 것이다. 나의 충실한 종은 이 소년의 이름을 불의 잔 속에 넣었다. 그리고 이 소년이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확실히 우승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제일 먼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잡도록 조처를 취해 놓았다. 그 우승컵은 이미 죽음을 먹는 자가 포트키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덤블도어의 어떤 보호나 조처에도 불구하고 해리 포터를 곧장 내 품으로 오게 할 수 있었다. 나는 해리 포터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 그리하여 바로 이 자리에 해리 포터가 있게 된 것이다... 너희들 모두가 나를 몰락시켰다고 믿었던 바로 그 소년이.."

볼드모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와 해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는 요술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주문을 외웠다. 

"크루시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고통이 해리를 엄습했다. 해리는 마치 뼛속까지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이마의 흉터를 따라 머리가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해리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빙빙 돌았다. 그만 끝내고 싶었다... 모든 걸 잊은 채... 죽고 싶었다...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해리는 볼드모트 아버지의 묘비에 꽁꽁 묶인 채 축 늘어졌다. 희뿌연 안개 같은 것 너머로 번뜩이는 새빨간 눈동자가 보였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제 이 소년이 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추측이었는지 똑똑히 깨달았을 것이다."

볼드모트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과거에 해리 포터가 나의 저주를 피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못박아 두고 싶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바로 이 자리에서 해리 포터를 죽임으로써 나의 힘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지금은 그를 도와줄 덤블도어도 없고 그를 위해 대신 죽어 줄 어미도 없다. 하지만 나는 해리 포터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우리 두 사람 중에서 어는 누가 더 강한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히기 위해, 나는 해리 포터에게 나와 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내기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볼드모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자, 커다란 뱀은 풀숲을 헤치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지켜보고 서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이제 해리 포터를 풀어 주거라, 웜테일. 그리고 그의 요술지팡이를 돌려주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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