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포터는 야비하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뜬 해리는 한참 동안이나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울적한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곧이어 지난밤의 기억이 물결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침대 커튼을 젖혔다. 론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말을 믿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벌써 론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휴게실로 내려간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선형 계단을 지나서 휴게실로 내려갔다. 해리가 나타나자마자, 이미 식사를 끝낸 학생을 이 또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이대로 연회장으로 내려가서 해리를 마치 영웅처럼 대접하는 그리핀도르의 다른 학생들과 마주치는 것도 모두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그냥 머물러 있다가는 크리비 형제에게 꼼짝 없어 붙잡히고 말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크리비 형제는 어서 빨리 자기들 옆에 와서 앉으라고 열광적으로 손짓을 하고 있었다.
해리는 단호한 태도로 초상화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초상화를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헤르미온느와 얼굴을 딱 마주치고 말았다.
"안녕." 헤르미온느는 토스트 한 조각을 휴지에 싸서 손에 들고 있었다. "너에게 이걸 가져다 주려던 참이었어. 나와 함께... 산책하지 않을래?"
"좋은 생각이야."
해리는 반가운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계단을 내려간 그들은 연회장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재빨리 현관 복도를 지나갔다. 그리고 곧 잔디발을 가로질러서 호수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수 위에는 덤스트랭의 배가 수면 위에 검은 그림자를 던지면서 정박하고 있었다.
아침 공기는 차갑고 쌀쌀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토스트를 먹으면서 산책을 했다. 해리는 지난밤에 그리핀도르의 테이블을 떠난 이후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헤르미온느에게 낱낱이 말해주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이야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 해리. 물론 나는 네가 불의 잔에 스스로 이름을 넣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해리가 연회장의 작은 방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하고 나자,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덤블도어가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네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란! 하지만 문제는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는 거야. 무디의 말이 맞아, 해리... 나는 어떤 학생도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학생은 절대로 불의 잔을 속이거나 덤블도어의 나이 제한선을 넘을 수가 없어."
"그런데 론을 보았니?"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잠시 동안 대답을 망설였다.
"그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어."
"아직도 내가 했다고 생각하고 있니?" "잘 모르겠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진심은 아닐 거야."
헤르미온느는 애매하게 대답을 회피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진심은 아닐거라는 말이?"
"오, 해리. 뻔한 일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진심을 털어놓았다. "론은 질투를 하는거야!"
"질투라니?" 해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딱 벌렸다. "도대체 뭘 질투한다는 거지? 전교생 앞에서 악당이 되고 싶단 말이니? 그래?"
"이것 봐." 헤르미온느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었다. "언제나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건 바로 너였어. 너도 그건 알 거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성난 듯이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하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네가 자칭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단 말이야. 하지만... 글쎄,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론은 집에서도 항상 다른 형제들과 서로 경쟁을 하면서 자라왔어. 그리고 너는 론의 가장 친한 친구야. 그런데 너는 굉장히 유명하지. 론은 사람들이 너를 주목할 때마다 항상 옆으로 물러나 있어야만 했어. 물론 론은 그걸 잘 참았어. 지금까지 그런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많은...
"잘 했구나." 해리가 비꼬듯이 말했다. "정말 좋은 일이야. 론에게 가서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바꿔 주겠다고 전해줘. 마음대로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전해 달란 말이야... 내가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리고 내 이마에 나 있는 상처를 구경하지...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런 건 네가 직접 말하도록 해. 이런 일을 해결하는 데에는 그 방법밖에 없어."
"나는 론이 철이 들도록 깨우쳐 주기 위해 그 뒤를 쫓아다니지는 않을거야!"
해리가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근처의 나무 위에 앉아 있던 부엉이 몇 마리가 깜짝 놀라서 날개를 퍼덕거렸다.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론도 믿게 되겠지. 내 목이 부러지거나 아니면..."
"그런 농담은 하지도 마. 조금도 재미없어."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헤르미온느의 표정은 무척 심각했다. "해리. 난 줄곤 생각해봤어. 너도 우리가 뭘 해야 할 것이지 알고 있지? 그렇지? 이제 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무슨 일을 해야 하겠니?"
"물론 론을 보기좋게 걷어차는 거지!"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해.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거야. 시리우스는 너에게 호그와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두 편지에 적어서 보내 달라고 부탁했잖아. 어쩌면 시리우스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마침 내가 양피지와 깃을 가지고 있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둬." 해리는 혹시라도 누가 그들이 나누고 있는 말을 엿듣지나 않았을까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사방은 아주 조용했다.
"시리우스는 내 상처가 쑤신다는 말만 듣고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 만약 누군가가 나를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도록 했다는 말을 들으면 시리우스는 당장 성 안으로 뛰어들지도 몰라."
"시리우스는 네가 그 사실을 말해주기를 원할 거야. 반드시 시리우스는 뭔가를 밝혀낼 거야."
헤르미온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해리, 이건 그냥 조용히 덮어 둘 문제가 아니야. 이 시합은 아주 유명한 시합이야. 그리고 너도 유명하지. 만약 <예언자일보> 에 네가 이 시합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기사가 실리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깜짝 놀랄 일이지. 그 사람에 관한 기사 중에서 절반은 이미 네 이름이 실려 있어. 그건 너도 알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시리우스는 차라리 너한테서 직접 듣고 싶어할 거야. 분명해."
헤르미온느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 좋아. 편지를 쓰겠어."
해리는 마지막 남은 토스트 조각을 호수 속으로 던져버렸다. 두 사람은 호숫가에 서서 빵조각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물 속에서 커다란 촉수가 나오더니 빵조각을 끌고 들어갔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성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누구의 부엉이를 사용할까? 시리우스가 헤드위그는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말라고 했어."
해리가 계단을 올라가면서 물었다. "론에게 혹시 부엉이를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도록 해."
"론에게는 어떤 부타도 하고 싶지 않아."
해리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학교 부엉이들 중에서 한 마리를 빌리자. 그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은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양피지와 깃펜 그리고 잉크 한 병을 주었다. 그리고 길게 늘어서 있는 횃대 주위를 조심스럽게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부엉이들을 살펴보았다. 그동안 해리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시리우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시리우스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꼭 편지를 보내라고 하셨죠?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벌써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 밤에 거행되는 올해의 트리위저드 시합에 제가 네번째 챔피언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저는 누가 불의 잔에 제 이름을 적어넣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호그와트의 또 다른 챔피언은 후플푸프의 케드릭 디고리입니다
여기까지 쓴 해리는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어젯밤 이후로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무거운지에 대해서 반드시 한 마디 쓰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심정을 글로 옮겨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병에 깃펜을 한 번 담갔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부디 무사하시길 빌어요. 그리고 벅빅도...
해리가
"끝났어."
자리에서 일어난 해리가 옷에 묻은 지푸라기를 털면서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헤드위그가 재빨리 해리의 어깨 위로 날아와 앉더니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를 보낼 수는 없어." 해리는 고개를 들고 학교 부엉이들을 둘어보았다. "이 중에서 한 마리가 가야 해...
잔뜩 화가 난 헤드위그는 큰 소리로 울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발톱으로 해리의 어깨를 할퀴었다. 그리고 해리가 커다란 외양간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매는 동안 내내 방해를 했다.
간신히 외양간 부엉이가 날아가자, 해리는 손을 뻗어서 헤드위그를 어루만져 주려고 했다. 하지만 헤드위그는 맹렬한 기세로 부리를 딱딱거리더니 해리의 손이 닿지 않는 대들보 위로 날아가 버렸다.
"처음에는 론이 그러더니 이제는 너까지 내 속을 썩이는구나!" 해리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야!"
해리는 자기가 학교 챔피언이 됐다는 소식에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서 좀 견디기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벌어진 일들은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착각이었는지 깨우쳐 주었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자, 해리는 더 이상 다른 학생들을 피해서 달아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리핀도르와 마찬가지로 다른 기숙사의 아이들도 해리가 자진해서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핀도르와 다른 점이라면 그 일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다른 때에는 그리핀도르와 사이좋게 지내던 후플푸프도 그리핀도르 전체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약초학 수어 시간에 벌어진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후플푸프들은 자기네가 학교 챔피언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해리가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후플푸프 기숙사는 어떤 영예든지 차지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케드릭은 퀴디치에서 그리핀도르를 이김으로써 후플푸프에 영광을 안겨주었던 몇 명 안 되는 학생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때문에 그들은 해리가 챔피언으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더욱더 격분했던 것이다.
어니 맥밀란과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는 평소에 해리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었지만, 같은 접시에서 튀어오르는 구근을 다시 붙잡는 실습을 하면서 단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다만 튀어오르는 구근 중에 하나가 해리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다가 그의 얼굴에 세차게 부딪히는 것을 보자, 깔깔거리면서 기분 나쁘게 웃었을 뿐이다.
론도 해리와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가 그들 사이에 앉아서 어떻게 해서든지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애를 썼지만, 두 사람 모두 헤르미온느의 말에만 겨우 대답을 할 뿐, 서로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해리에겐 스프라우트 교수까지도 자신을 멀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후플푸프 기숙사의 담당 교수였던 것이다.
만약 다른 때 같았으면 해리는 해그리드와 만나는 순간을 무척 고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은 곧 슬리데린들과 부딪히는 것을 의미했다. 해리가 학교 챔피언이 된 이후로 슬리데린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말포이가 비웃음이 가득 차 있는 낯익은 얼굴로 해그리드의 오두막이 도착했다.
"어이, 친구들. 여기 좀 봐. 챔피언이 나가시는데?"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을 툭툭 치면서 해리의 귀에 들릴만큼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 사인북을 가지고 왔니? 지금 바로 해리의 사인을 받아두는 게 좋을거야. 왜냐하면 해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가 없거든... 아마도 트리위저드 챔피언 중에서 절반은 목숨을 잃었다지? 포터, 너는 얼마나 버틸 것 같니? 나는 첫번째 시합에서 10분도 못할 거라는 데 걸겠어."
크레이브와 고일은 말포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실없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말포이는 문득 입을 다 물었다. 갑자기 해그리드가 오두막집 뒤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그리드는 마구 요동치는 나무 상자들을 높이 쌓아서 들고 있었는데. 그 상자 속에는 아주 커다란 폭탄 꼬리 스쿠루트가 한 마리씩 들어 있었다.
해그리드의 설명은 들은 반 아이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스크루트들은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힘이 남아돌면 서로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그 해결책으로 학생들이 스쿠루트를 한 마리씩 끈에 묶어서 잠시 동안이라도 산책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다. 이 일에서 딱 한 가지 좋은 점이라면, 그 덕분에 말포이의 관심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저걸 데리고 산책을 하란말이야? 도대체 정확히 어디에다가 끈을 묶어야 한다는 거지? 침에다가? 터지는 폭탄 꼬리에다가? 아니면 빨판에다가?"
말포이는 스크루트가 들어 있는 상자를 노려보면서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자꾸만 되풀이해서 물었다.
"가운데 부분에 묶어라." 해드리드가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저 용 가죽 장갑을 껴도 좋다. 특별히 더 조심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해리, 너는 가까이 와서 이 큰 놈을 묶는 걸 좀 도와주렴...
물론 해그리드의 진정한 의도는 반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서 해리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것이었었다.
해그리드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스크루트를 데리고 산책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해리에게 몸을 돌려서 아주 심각하게 말했다.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가게 되었구나, 해리. 학교 챔피언으로... 해리가 해그리드의 말을 정정했다. 텀수룩한 눈썹 밑에 달려 있는 해그리드의 두 눈은 검은 딱정벌레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해그리드의 두 눈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 차 있었다.
"누가 그걸 넣었는지 모르겠니, 해리?"
"제가 그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걸 믿으세요?"
해리는 해그리드의 말을 듣는 순간, 홍수처럼 밀려드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이지. 나는 언제나 너를 믿는다. 그리고 덤블도어도 네 말을 믿을 거야."
해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있다면... "
해리가 분한 듯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서 잔디밭을 바라보았다. 이제 사방으로 흩어진 학생들은 무척 애를 먹고 있었다. 1미터 이상 자라난 스크루트들은 무척 힘이 셌다. 더 이상 색깔도 없고 껍질도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스크루트들의 표피는 두껍고 번쩍이는 일종의 회색 갑옷 같은 것으로 덮였으며, 그들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전갈과 길게잡아 늘여 놓은 가재의 잡종처럼 보였다. 아직도 구별할 만한 머리나 눈은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스크루트들은 더욱 강해지고 다루기가 어려워졌다.
"모두들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그렇지?"
해그리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해리는 아마도 해그리드가 스크루트들을 보고하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반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크루트의 폭탄 꼬리가 터질 때마다, 스크루트들은 몇 마일 밖으로 솟구쳤다. 스크루트의 줄을 잡고 있던 학생들은 땅에 질질 끌려가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려야만 했다.
"난 모르겠다, 해리."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해리를 내려다보던 해그리드가 갑자기 크게 한숨을 쉬었다."학교 챔피언이라니... 모든 일들이 꼭 너한테만 일어나는 것 같구나. 안 그러니?"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랬다. 모든 일들이 다 자기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가 호숫가를 산책하면서 했던 말도 바로 그런 뜻이었다. 헤르미온느의 말에 따르면, 론이 더 이상 해리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이였다.
그 이후로 호그와트에서 보낸 며칠 동안은 해리에게 가장 끔찍했던 시간이었다.2학년 때 ,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해리가 동료 학생을 공격했다고 의심하던 몇 달 동안에도 이것과 아주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론이 해리의 편이었다.
해리는 예전처럼 론과 다시 다정한 친구가 될 수만 있다면, 학교 학생 전체와 맞서 싸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론이 원하지 않는 한, 애써 그에게 말을 걸거나 화해를 하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미움을 해리가 혼자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 외로웠다.
해리는 후플푸프들의 태도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었다. 후풀푸프들에게는 열렬히 응원해야 할 그들의 챔피언이 있었다.
처음부터 슬리데린들로부터는 악의에 찬 모욕 이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핀도르가 퀴디치 게임이나 기숙사들 사이의 경쟁에서 슬리데린을 꺾는 일에 종종 해리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번클로만큼은 케드릭뿐만 아니라 해리 자신도 응원해 줄 거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대부분의 래번클로들은 해리가 불의 잔을 속여서 자기 이름을 집어넣을 만큼, 보다 커다란 명성을 얻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사실 케드릭은 해리보다는 훨씬 더 챔피언답게 보였다. 곧게 뻗은 코와 검은 머리카락, 회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케드릭은 보기 드물게 잘 생긴 미남이었다. 요즘에는 케드릭과 빅터 크룸 중에서 누가 더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실제로 해리는 빅터 크룸의 친필을 얻으려고 그토록 열성이던 6학년 여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케드릭에게 가방에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는 광경을 직접 보았다.
아직까지 시리우스로부터는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 헤드위그는 해리의 곁에 절대로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다른 때보다 더욱 확신에 넘쳐서 해리의 죽음을 예언하고 다녔다. 게다가 플리트윅 교수의 수업에서는 소환 마법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별도 숙제까지 받았다. 별도 숙제를 받은 사람은 네빌을 제외하면 해리 한 사람뿐이었다.
"그건 정말 별로 어렵지 않아, 해리."
플리트윅 교수의 교실에서 나오면서 헤르미온느는 해리를 위로하려고 애썼다.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간 내내 온갖 물건들이 교실을 가로질러서 그녀를 향해 날아오도록 만들었다. 헤르미온느는 마치 칠판 지우개나 휴지통, 천체 망원경 등을 끌어당기는 일종의 신기한 자석이라도 된 것 같았다.
"너는 그저 제대로 집중을 하지 않았을 뿐이야."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케드릭 디고리가 일부러 꾸민 듯한 웃음을 짓는 수많은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해리의 옆을 지나갔다. 그들은 한결같이 해리가 괴상하게 몸집이 큰 폭탄 꼬리 스크루트라도 되는 듯이 힐끔거리면서 쳐다보았다.
"신경 쓰지 마. 응? 오늘 오후에는 마법의 약 수업이 기다리고 있잖아..."
마법의 약 수업은 언제나 끔찍한 경험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거의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스네이프 교수와 슬리데린들과 함께 어두운 지하실에 갇혀 있는 것은 해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장 불쾌한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감히 학교 챔피언이 되려고 한 해리에게 마땅히 벌을 주어야 한다고 굳게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이미 지난 금요일에도 앉아 있던 헤르미온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시해 버려. 무시해 버리라구. 무시하면 되는 거야'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분을 참기 위해 무척 애를 써야만 했다. 그러니까 오늘 수업이라고 해서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결코 없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스네이프 교수의 지하실에 도착했을 때, 슬리데린들은 이미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가슴에 커다란 배지를 달고 있었는데, 잠시 동안 해리는 그것이 S.P.E.W.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배지에 모두 똑같은 구호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번쩍이는 붉은 글씨로 적힌 구호는 어두운 지하실 통로 안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호그와트의 진정한 챔피언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어때? 마음에 들어, 포터?"
해리가 가까이 걸어가자 말포이가 큰 소리로 물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야. 이걸 잘봐!"
말포이가 가슴에 달린 배지를 꾹 누르자, 적혀 있던 글씨가 사라지면서 이번에는 초록색 글씨가 나타났다.
포터는 야비하다!
슬리데린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허리를 움켜쥐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제각기 가슴에 달린 배지를 눌렀다. 그러자 포터는 야비하다! 라는 글씨가 해리의 주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해리는 머리 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참 재미있기도 하겠구나. 아주 재치가 있어."
헤르미온느가 슬리데린의 여학생들을 거느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더 요란하게 웃어대고 있는 팬시 파킨슨에게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론은 딘과 시무스와 함께 벽에 등을 기댄채, 가만히 서 있었다. 비록 슬리데린들과 함께 웃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리의 편을 들어 주지도 않았다.
"너도 하나 가질래, 그레인저?" 말포이가 헤르미온느에게 배지를 하나 내밀었다. "내겐 아주 많이 있거든. 하지만 내 손을 건드리지는 말아줘. 방금 전에 손을 씻었으니까 말이야. 잡종이 내 손을 더럽히는 건 원하지 않아."
지난 며칠 동안 해리의 가슴 속에 쌓여 있던 분노가 한 순간에 폭발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앞을 다투어서 복도 뒤쪽으로 물러났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경고하듯이 소리쳤다.
"어서 덤벼, 포터. "말포이가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 들고 말했다. "너를 돌봐 줄 무디는 여기에 없어. 배짱이 있으면 어디 해 봐!"
눈 깜짝할 순간에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치더니 거의 동시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퍼넌쿨루스!"
해리가 지팡이를 흔들면서 소리쳤다.
"덴사우지오!"
말포이가 날카롭게 외쳤다. 두 사람의 지팡이에서 강렬한 빛이 분출되더니 가운데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두 줄기의 빛은 제각기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해리의 빛은 고일의 얼굴에 맞았으며 말포이의 빛은 헤르미온느에게 맞았다. 고일은 커다랗게 울부짖으면서 코를 감싸안았다. 고일의 코에는 커다랗고 보기 흉한 종기들이 다닥다닥 솟아났다. 헤르미온느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입을 움켜쥐었다.
"헤르미온느!"
론은 헤르미온느를 살펴보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왔다. 해리가 고개를 돌렸을 때, 론은 헤르미온느의 얼굴에서 손을 치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참혹한 모습이었다. 헤르미온느의 앞니가-그러잖아도 다른 사람의 앞니보다 훨씬 더 큰데-무시무시한 속도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헤르미온느의 앞니가 아랫입술을 지나서 턱까지 자라나자, 그녀의 모습은 점점 더 비버를 닮게 되었다. 커다란 충격을 받은 헤르미온느는 앞니를 만지면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동이냐?"
나지막하고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가 들렸다. 스네이프 교수가 도착한 것이다. 슬리데린들은 저마다 설명하려고 아우성을 쳤다. 스네이프 교수는 길고 누런 손가락으로 말포이를 지적하면서 말했다.
"네가 설명해라."
"포터가 저를 공격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거의 동시에 공격을 했어요!"
해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해리가 고일을 맞추었어요. 보세요."
말포이가 고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스네이프는 재빨리 고일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고일의 얼굴은 이제 독버섯에 관한 책에 실리고도 남을 만한 모습이었다.
"병동으로 가거라, 고일."
스네이프가 침착하게 말했다.
"말포이는 헤르미온느를 맞추었어요. 보세요."
론은 이렇게 말하면서 억지로 헤르미온느의 앞니를 스네이프에게 보여 주었다. 헤르미온느는 손으로 앞니를 가리려고 했지만, 이제는 앞니가 거의 목까지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팬시 파킨슨과 다른 슬리데린의 여학생들은 스네이프의 등뒤에서 헤르미온느를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웃음을 참기 위해 허리를 꼬부리고 난리였다.
스네이프는 냉정한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난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다."
헤르미온느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뒤로 돌아서더니 어두운 복도를 달리고 또 달려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해리와 론이 거의 동시에 스네이프를 향해 고함을 지른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그들의 목소리가 돌로 된 복도에 부딪혀서 왕왕 울린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두 사람이 스네이프를 향해 뭐라고 소리쳤는지 스네이프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대충 그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스네이프는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핀도르에게 50점 감점이다. 그리고 포터와 위즐리는 한 시간 더 나머지 공부를 해라.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벌을 받게 될 거야."
해리의 귓속이 윙윙 울렸다. 스네이프의 판결이 몹시 부당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갈가리 찢어지라고 저주를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앞을 지나서 론과 함께 어두운 지하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책상 위에 가방을 쾅 내려 놓았다.
론도 너무나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잠시 동안 두 사람 사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론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더니 해리를 혼자 남겨둔 채, 딘과 시무스 옆에 앉았다. 교실 반대편에서는 말포이가 스네이프 몰래 배지를 눌러서 또다시 포터는 야비하다! 라는 글씨를 내보이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해리는 스네이프를 노려보면서 그에게 무엇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상상에 잠겼다. 만약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내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스네이프를 거미처럼 벌렁 나자빠지게 한 뒤 경련을 일으키게 할 텐데...
"해독제!"
스네이프가 반 아이들을 모두 둘러보면서 말했다. 스네이프의 차가운 검은 눈동자가 기분 나쁘게 번쩍거렸다.
"이제 너희들은 제각기 해독제를 제조할 준비를 하거라. 그리고 아주 조심해서 만들기를 바란다. 그 해독제를 실험해볼 사람을 고를 테니까... "
그러다가 스네이프의 눈길이 해리와 부딪혔다. 해리는 곧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 깨달았다. 스네이프는 해리에게 독을 먹일 작정이었다. 해리는 머리 속으로 솥단지를 번쩍 집어들고 교실 앞으로 달려나가서 스네이프의 기름진 머리 위에 쏟아붓는 상상을 했다.
그 순간 지하 교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 바람에 해리는 더 이상 공상을 할 수가 없었다.
지하 교실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콜린 크리비였다. 콜린 크리비는 교실로 들어오면서 해리를 향해 환한 미소를 던졌다. 그리고 곧장 스네이프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스네이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해리 포터를 위층으로 데려가야 하겠습니다."
스네이프는 구부러진 코를 내리깔면서 콜린을 노려보았다. 싱글벙글하던 콜린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포터는 한 시간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수업이 다 끝나면 올려보내주마."
스네이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콜린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선생님, 베그만 씨가 포터를 불렀어요." 콜린은 초조한 듯이 말했다. "챔피언들은 모두 가야만 한답니다. 제 생각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것 같아요..."
해리는 콜린의 마지막 말을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주었을 것이다. 해리는 재빨리 론을 슬쩍 쳐다보았다. 하지만 론은 단호한 자세로 천장만 노려보고 있었다.
"잘 하는군. 아주 잘 해." 스네이프가 톡 쏘아붙였다. "포터, 네 소지품들은 그대로 두고 가거라. 다시 돌아오면 네가 만든 해독제를 꼭 시험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선생님, 해리는 소지품을 다 가져가야만 하는데요. 챔피언들은 모두 다..."
콜린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잘 하는 짓이다! 포터, 가방을 싸서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스네이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해리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가를 향해 걸어갔다. 슬리데린들의 책상 앞으로 지나가자, 사방에서 포터는 야비하다! 라는 글씨가 해리를 향해 반짝거렸다.
"정말 굉장하지 않아, 해리?" 해리가 지하 교실의 문을 닫자마자 콜린이 성급히 말을 걸었다. "그렇잖아? 챔피언이 되는 것 말이야!"
"그래, 정말 굉장해."
해리는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 사진을 찍는 거니, 콜린?"
"아마도 <예언자 일보>에 실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잘됐구나."
해리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좀더 커다란 명성을 얻는 일."
"행운을 빌어!"
오른쪽 교실 앞에 도착하자 콜린이 말했다. 해리는 문을 두드리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아주 작은 교실이었다. 대부분의 책상들이 교실 뒤쪽으로 치워져 있었으며 교실의 중앙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칠판 앞에는 책상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기다란 벨벳천으로 덮여 있었다. 벨벳이 씌워진 책상 뒤에는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베그만이 그 중의 한 의자에 앉아서 어떤 마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해리가 생전 처음 보는 그 마녀는 선명한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빅터 크룸은 평소처럼 한쪽 구석에 우울하게 서 있었다. 빅터 크룸은 좀처럼 다른 사람과 말을 하지 않았다. 케드릭과 플뢰르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플뢰르는 해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보였다. 플뢰르는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이 반짝이면서 빛을 내도록 연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커다란 검은색 카메라를 든 채 입에 담배를 물고있던 배불뚝이 남자는 곁눈질로 플뢰르를 훔쳐보기에 바빴다.
문득 해리를 발견한 베그만이 벌떡 일어나더니 앞으로 달려 나왔다.
"오, 왔구나! 네 번째 챔피언! 이리 오너라.해리, 이리 와.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거라. 이건 단지 지팡이를 검사하는 절차일 뿐이니까. 다른 심판관들도 곧 도착하실... "
"지팡이를 검사한다구요?"
해리가 불안한 듯이 되물었다.
"우리는 너의 지팡이가 아무런 이상 없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조사해야만 한단다. 너도 알다시피 시험에서는 지팡이가 가장 중요한 도구이니까 말이야." 베그만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지금 전문가들이 덤블도어와 함께 위층에 있단다. 그런 다음에 잠깐 사진을 찍을 거야. 이쪽은 리타 스키터란다. 트리위저드 시합 기간에 <예언자 일보>를 위해 몇 가지 사소한 일을 할거란다."
베그만이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 마녀를 가리켰다.
"그렇게 사소한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루도."
리타 스키터가 해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교하게 손질한 리타 스키터의 머리카락은 신기할 정도로 구불거렸는데 삐죽 튀어나온 턱과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리타 스키터는 보석이 박힌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악어 가죽 핸드백을 꼭 잡고 있는 굵은 손가락 끝에는 진홍색으로 칠해진 손톱이 거의 5센티미터나 길게 자라나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잠시 해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리타 스키터는 줄곧 해리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연소챔피언이라... 너를 좀 강조해도 되겠지?
"당연하지! 해리도 반대하지 않겠지?"
베그만이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소리쳤다.
"뭐... "
해리가 약간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했다.
"아주 좋아."
리타 스키터는 순수식간에 길고 빨간 손톱이 나 있는 손가락으로 해리의 팔뚝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교실 밖으로 끌어내더니 옆방 문을 열었다.
"저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너랑 있고 싶지는 않구나." 리타 스키터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어디보자... 그래, 아주 아늑하고 멋진 장소로구나."
그곳은 빗자루를 넣어두는 창고였다. 해리는 멍하니 리타 스키터를 바라보았다.
"자, 이리 와라. 바로 그거야. 멋져."
리타 스키터는 뒤집어 놓은 양동이 위에 아슬아슬하게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해리에게 종이 상자 위에 앉으라고 말했다. 문을 닫자, 깜깜한 어둠 속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어디 보자... "
리타 스키터는 악어 가죽 핸드백을 열어서 양초를 한 무더기 꺼냈다. 그리고 지팡이를 흔들어서 불을 붙인 다음 허공으로 떠올리자, 간신히 서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해리, 속기 깃펜을 사용해도 괜찮겠지? 그걸 사용하면 평소처럼 너에게 자유롭게 말을 걸 수 있거든... "
"그게 뭐죠?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리타 스키터의 미소가 더욱 커지면서 반짝이는 세 개의 금니가 보였다. 리타 스키터는 다시 악어 가죽 핸드백에 손을 집어넣더니 길고 선명한 초록색 깃펜과 양피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두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다목적 마법 지우개의 상자 위에 펼쳐놓았다.
리타 스키터는 깃펜의 한쪽 끝을 입에 물고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도 되는 듯이 한참 동안이나 쭉쭉 빨았다. 그런 다음에 양피지 위에 똑바로 세워 놓자, 깃펜은 저절로 중심을 잡고 서더니 조금씩 흔들렸다.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내 이름은 리타 스키터. <예언자일보>의 기자다."
해리는 재빨리 깃펜을 내려다보았다. 리타 스키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초록색 깃펜은 양피지 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글씨를 휘갈기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금발의 리타 스키터. 나이는 마흔 셋. 그녀의 잔인한 펜은 수많은 엉터리 유명인사들을 작살내고 말았다...
"훌륭해!"
리타 스키터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리타 스키터는 양피지의 윗부분을 찢어서 구기더니 핸드백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래, 해리... 도대체 무엇 때문에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갈 결심을 하게 되었지?"
리타 스키터는 해리를 향해 몸을 숙였다.
"어... "
해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깃펜에 완전히 정신을 팔려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깃펜은 혼자서 양피지 위를 쏜살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깃펜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글씨가 적혀 있었다.
지난날 비극의 흔적으로 남은 보기 흉한 상처가, 분명히 매력적이었을 해리 포터의 외모를 망쳐 놓았다. 해리의 눈동자는...
"깃펜은 무시하거라, 해리."
리타 스키터가 단호하게 말했다. 해리는 마지못해 고개를 들고 리타 스키터를 바라보았다.
"자, 너는 어째서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지, 해리?"
"전 결심하지 않았어요. 저는 왜 제 이름이 불의 잔 속에 들어갔는지도 몰라요. 제가 넣지 않았거든요."
"이봐, 해리. 무슨 말썽이라도 일어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두 네가 절대로 거기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의 독자들은 반항아를 좋아하니까... "
리타 스키터는 아이 펜슬로 짙게 그려진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해리가 되풀이하면서 말했다. "도대체 누가 그랬는지도 몰라요... "
"시합을 앞둔 심정이 어떠니? 흥분되니? 초조하니?"
리타 스키터가 해리를 응시하면서 물었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글쎄요... 약간 초조한 것 같아요."
해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말을 할 때마다 어쩐지 뱃속이 불안하게 꿈틀거렸다.
"과거에 챔피언들이 죽은 적도 있었지? 그렇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니?"
리타 스키터가 명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올해 벌어지는 시합은 훨씬 더 안전할 거라고 했어요."
해리가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깃펜은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이 양피지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너는 오래 전에도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지? 그렇지 않니?" 리타 스키터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 일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니?"
"어... "
해리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네가 더욱더 네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것 같지 않니? 네 이름에 걸맞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쩌면 그 일 때문에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
"내가 그런 게 아니에요."
해리는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게 있니?"
리타 스키터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아뇨."
"만약 네가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가는 줄 알면 네 부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자랑스러워하실까? 아니면 걱정을 하실까? 화를 내실까?"
이제 해리는 정말로 고통스러운 심정이 되었다. 부모님들이 살아 계시면 지금 어떤 심정일지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리타 스키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리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리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리타 스키터의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자 깃펜이 방금 전에 휘갈겨 쓴 글씨가 보였다.
우리의 대화가 거의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이르자, 별처럼 반짝이는 해리의 초록색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요!"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리타 스키터가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빗자루 보관 창고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해리는 갑자기 쏟아지는 밝은 빛에 눈을 깜박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덤블도어!"
리타 스키터는 만면에 기쁨의 미소를 떠올리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는 리타 스키터의 깃펜과 양피지가 갑자기 마법의 지우개 상자 위에서 싹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손톱을 길게 기른 리타 스키터의 손이 황급히 악어 가죽 핸드백을 탁 닫았다.
"어떻게 지냈어요?" 리타 스키터는 남자처럼 크고 억센 손을 덤블도어에게 내밀었다. "혹시 지난 여름에 내가 국제 마법사 연맹 회의에 대해서 쓴 기사를 읽었나요?"
"아주 인상적일 만큼 심술궂은 기사였소. 특히 당신이 나를 퇴물이 된 멍청이라고 묘사한 대목이 재미있었소."
덤블도어가 눈을 찡끗거렸다.
"덤블도어, 나는 단지 당신의 생각 중에서 일부가 약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거리의 많은 마법사들은... "
리타 스키터는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리타, 나 또한 그런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듣고 싶소." 덤블도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작별의 뜻으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나중에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소. 이제 곧 지팡이 검사가 시작될 거요. 그런데 우리 챔피언 중에 한 명이 빗자루 보관 창고 안에 모습을 감추고 있으면, 검사를 시작할 수가 없소."
마침내 리타 스키터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면서 해리는 서둘러 교실로 돌아갔다. 다른 챔피언들은 문가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해리는 재빨리 캐드릭의 옆자리에 앉아서 벨벳이 씌워진 책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네 명의 심판들이 앉아 있었다. 카르카로프 교수와 맥심 부인, 크라우치 씨 그리고 루도 베그만이었다. 리타 스키터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해리는 리타 스키터가 또다시 핸드백에서 양피지를 슬쩍 꺼내더니 무릎 위에 펼쳐놓고 속기 깃펜의 끝을 쪽쪽 빠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타 스키터는 양피지 위에 깃펜을 살짝 올려놓았다.
"이제 올리밴더 씨를 소개할까요?" 덤블도어가 심판 자리에 앉으며 챔피언들에게 말했다. "시합이 열리기 전에 여러분의 지팡이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주실 분입니다."
해리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은백색의 눈동자를 가진 늙은 마법사가 창가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해리는 오래 전에 이 노인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노인은 해리가 3년 전에 다이애건 앨리에 갔을 때, 지팡이를 구입했던 지팡이 제작자였다.
"마드모아젤 델라쿠르, 제일 먼저 봐도 될까?"
올리밴더가 교실의 중앙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플뢰르 델라쿠르는 올리밴더에게 가서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음... "
올리밴더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마치 지휘봉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지팡이에서 분홍색과 황금색의 불꽃이 튀어나왔다. 올리밴더는 지팡이를 눈앞에 바싹 갖다 대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렇구나". 올리밴더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24센티미터... 휘어지지도 않고... 장미목... 그리고 안에 넣은 것은...오, 이런..."
"벨라의 머리카락이에용. 할모니 거였지용."
플뢰르가 올리밴더를 쳐다보았다. 그렇구나. 플뢰르는 벨라의 혈통이였구나. 해리는 머리 속으로 론에게 이 사실을 전해주는 것을 상상했다. 하지만 곧 론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올리밴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 나는 물론 벨라의 머리카락을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단다. 그걸 쓰면 요술지팡이가 다소 변덕스럽게 되지... 그래도 너에게 맞기만 하다면..."
올리밴더는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더듬었다. 긁힌 자리나 파인 곳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에 올리밴더가 중얼거렸다.
"오르치데우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한 다발의 꽃이 튀어 나왔다.
"아주좋아. 아주 좋아. 훌륭하게 작동되는군" 올리밴더는 꽃다발을 들어서 플뢰르의 지팡이에 매달았다.
"자, 디고리 군. 다음 차례..."
자기 자리로 돌아가던 플뢰르는 케드릭의 곁을 지나가면서 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던졌다.
"아, 이건 내가 만든 지팡이야. 그렇지?" 올리밴더는 케드릭이 지팡이를 건네주자,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특별히 멋진 수컷 유니콘의 꼬리에서뽑은 털 한올을 넣었지... 그 유니콘은 17폭 정도 되는 놈이였어. 31센지미터... 물푸레나무... 탄력이 좋군. 아주상태가 좋아....규칙적으로 지팡이를 손질하고 있니?"
"지난밤에도 광을 내주었어요."
케드릭이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문득 자신의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사방에 손자국이 나있었다. 해리는 바지 자락을 끌어 당겨서 몰래 지팡이를 닦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황금색 불꽃이 튀어나왔다. 플뢰르는 몹시 딱하다는 듯이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지팡이를 닦는 것을 그만두었다.
올리밴더는 케드릭의 지팡이 끝에서 은빛 연기 고리가 솟아 오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감탄사를 내면서 말했다.
"자, 이제 크룸 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빅터 크룸은 둥근 어개를 구부정하게 늘어뜨린 채 팔자 걸음으로 올리밴더에게 다가갔다. 빅터 크룸은 지팡이를 휙 내밀더니 호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넣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음". 올리밴더가 입을 열었다. "이건 그레고로비치의 작품이군. 내 말이 맞지? 그레고로비치는 훌륭한 지팡이 제작자였지. 비록 그 스타일은 별로 내 마음에... 어쨌거나..."
올리밴더는 지팡이를 들고 몇 분 동안 이리저리 뒤집어보면서 시험을 해보았다.
"그래, 자작나무와 용의 심금인가?" 올리밴더는 빅터 크룸을 쳐다보았다. 빅터 크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보는 것보다 조금 두껍군... 아주 단단해... 26세티미터... 아비스!"
자작나무 지팡이는 총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짹짹거리는 작은 새들이 지팡이 끝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날아 가버렸다.
"좋아", 올리밴더는 크룸에게 지팡이를 돌려주었다. "자, 이제는 누가 남았나... 포터군."
해리는 벌떡일어나서 크룸 곁을 지나 올리밴더를 향해 다가갔다. 올리밴더는 해리의 지팡이를 건네받았다.
"아하, 그래". 올리밴더의 창백한 눈동자가 갑자기 빛을 발했다. "그래, 그래, 그래.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해리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지금으로부터 네 번을 거슬러 올라간 여름, 열한 번째 생일날에 해리는 해그리그와 함께 지팡이를 구입하기 위해 올리밴더의 상점을 찾아같었다. 올리밴더는 해리의 치수를 재고 지팡이를 시험해보도록 했다.
상점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지팡이를 다 휘둘러보았던 해리는 마침내 자신에게 꼭 맞는 지팡이를 찾아내었다. 그것이 바로 서양호랑가시나무로 만들었고 불사조의 깃털이 들어간 28센티미터 길이의 지팡이였다. 올리밴더는 해리가 이지팡이와 그렇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이상해." 올리밴더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해." 그리고 해리가 무엇이 그렇게 이상한지 물었을 때, 올리밴더는 해리의 지팡이가 불사조의 깃털이 볼드모트 경의 지팡이에 들어 간 것과 같은 불사조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해리는 이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해리는 이지팡이를 무척 아꼈기 때문에 비록 볼드모트의 지팡이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와 어쩔 수 없이 친척관계인것과 마찬가지였다. 해리는 올리밴더가 교실 안에서 그 사실을 누설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리타 스터키의 속기 깃펜이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터져버릴지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밴더는 해리의 지팡이를 오랫동안 살펴보았다. 마침내 올리밴더는 지팡이 끝에 포도주가 솟아나도록 만든 다음에 지팡이가 완벽한 상태라고 선언하면서 해리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모두 고맙습니다." 덤블도어가 심판 책상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제 여러분들은 다시 수업에 들어가도 좋습니다. 아마도 곧바로 식당으로 가는 편이 좋을 겁니다. 서둘러요. 식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까요."
마침내 오늘 일이 무사히 끝났구나 생각하면서 해리가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검은색 카메라를 든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헛기침을 했다.
"사진이오, 덤블도어. 사진!" 베그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래요. 먼저 전체 사진을 찍죠. 그런 다음에 각자의 사진을 찍도록 해요."
리타 스터키의 눈길은 다시 해리를 뒤쫓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심 부인은 어느 쪽에서든지 간에 모든 사람이의 머리위로 그늘을 드리웠다. 게다가 사진가가 아무리 뒤로 물러서도 맥심 부인은 전부 다 나오도록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맥심 부인은 의자에 앉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주위에 서있기로 했다. 카르카로프는 손가락으로 연신 콧수염을 고면서 수염이 멋지게 말리도록 했다. 이런 일에 아주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빅터 크룸은 오히려 사람들의 뒤 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사진사는 플뢰르를 제일 앞에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였다. 하지만 리타 스터키가 서둘러 달려오더니 해리를 제일 잘보이는 곳으로 끌어내었다. 그런 다음에 모든 챔피언들이 제각기 독사진을 찍었다. 마침내 챔피언들은 해방될 수 있었다.
해리는 서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헤르미온느는 그곳에 없었다. 아마도 앞니를 고치기 위해 아직 까지도 병동에 있는것 같았다. 식탁 끝에 앉아서 혼자 식사를 마친 해리는 해야할 소환 마법 숙제를 생각하면서 그리핀도르의 탑으로 돌아갔다.
"너에게 부엉이가 왔어."
해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론이 불쑥 말을 걸었다. 론은 손을 들어서 해리의 베개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학교의 외양간 부엉이가 해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그래."
해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수업을 받아야만 해."
이렇게 말한 론은 한번도 해리를 돌아보지 않고 곧장 방에서 나가 버렸다. 잠시 동안에 해리는 론의 뒤를 따라갈까 망설였다. 아직도 론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자신을 한방 갈기고 싶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시리우스의 답장을 읽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해리는 외양간 부엉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부엉이의 다리에서 편지를 떼어내어 펼쳐 보았다.
해리
편지를 통해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가 없구나. 만약 누군가 도중에 부엉이를 가로 체기라도 한다면 너무나 위험해. 그러니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겠다. 11월 22일 새벽1시에 그린핀도르 탑 벽난로 옆에 혼자 나와 있을 수 있겠니?
네가 혼자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어느 누구 보다더 잘 알고 있단다. 또 덤블도어와 무디가 네곁에 있는 한, 아무도 너를 해칠 수는 없을 꺼야. 하지만 누군가가 계속 시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너를 시합에 참가하도록 한 것은 아주 위험한 모험이었었어. 더구나 덤블도어의 코앞에 서 말이야.
조심하거라, 해리 이 이상한 일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듣고 싶구나. 가능한 빨리 11월 22일에 만날 수 있는지 알려주거라.
시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