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다시 온 부엉이 집배원
"해리!"
헤르미온느가 손목시계를 들여가보며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정확히 10분
뒤엔 우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병동으로 다시 내려가 있어야 해-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잠그기 전에-"
"알았어." 해리가 하늘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가자..."
그들은 뒤에 있는 문간으로 살짝 빠져나가 나선형으로 돌돌 말려져 있는 돌계단을
내려갔다. 밑에 도착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벽에 바짝 기대어 서서 귀를 기
울였다. 퍼지 장관과 스네이프 교수인 것 같았다. 그들은 층계참에 있는 복도를 따라
급히 걷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성가신 불평을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스네이프 교수가
말하고 있었다. "입맞춤이 즉시 실시될 건가요?"
"멕네어가 디멘터들을 데려오기만 하면 바로 시작할 거라네. 이 시리우스 블랙 사건
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것이었네. 우리가 마침내 그를 잡았다는 걸 '예언자 일보'에 보고
할 수 있게 되길 내가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 자넨 아마 모를 걸세... 그들이 자네를
인터뷰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군, 스네이프... 그리고 일단 해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자네가 그 애를 정확히 어떻게 구했는지 '예언자 일보'에 싣고 싶어할 거네..."
해리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들이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숨어있는 곳을 지나칠 때 그
는 스네이프 교수의 능글맞은 웃음을 보았다. 그들의 발짝 소리가 멀어져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그들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
했다. 한 계단을 내려가자 또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복도를 따라 걸어가
고 있을 때 앞으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피브스야!"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손목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리 들어와!"
그들은 아슬아슬한 순간에 왼쪽에 있는 텅 빈 교실로 달려 들어갔다. 피브스가 유쾌
하게 소리내며 웃으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으, 저 놈의 요정을 그냥..." 헤르미온느가 귀를 문에 바짝 갖다대며 속삭였다. "디멘
터들이 시리우스를 끝장내려 오는 걸 알고 저렇게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그녀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분 남았어, 해리!"
그들은 피브스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멀리 사리질 때까지 기다린 뒤, 살짝 교실에서
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면- 더블도어 교수가
문을 잠그기 전에 말야?" 해리가 헐떡이며 물었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헤르미온느가 다시 시계를 살피며 신음했다. "1분 남
았어!"
그들은 병동 입구가 있는 복도 끝에 도달했다. "좋았어- 덤블도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 헤르미온느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해리!"
그들은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갔다. 문이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의 등이 나타났다.
"이제 난 너희들을 가두어 놓을 게다. 그건-" 덤블도어 교수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
다. "자정까지 5분밖에 안 남았구나. 그레인저, 세 번 돌려야 할게다. 행운을 빈다."
덤블도어 교수가 뒷걸음질 쳐서 방에서 나와 문을 닫더니 마법으로 문을 잠그기 위
해 지팡이를 꺼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전전긍긍하며 앞으로 달렸다. 덤블도어 교수
가 고개를 들었다. 긴 은빛 수염 밑으로 미소가 번졌다. "뭐지?" 그가 조용히 말했다.
"저희가 해앴어요!" 해리가 숨을 죽이고 말했다. "시리우스가 가버렸어요, 벅빅을 타
고..."
덤블도어 교수가 그들에게 환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잘했다. 내 생각에-" 그가 병동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너희들이 -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거라- 너희들을 가둬야겠구나-"
해리놔 헤르미온느는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론 밖에 없었다. 그는 여전
히 침대 끝에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뒤에서 자물쇠가 짤깔 하는 소리가 나자,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헤르미온느는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
를 다시 망토 속으로 밀어 널었다. 잠시 뒤, 폼프리 부이이 다시 성큼성큼 걸어왔다.
"교장선생님이 떠나시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이제 내 환자들을 돌봐도 되겠지?"
그녀의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군말 없이 초콜릿을 받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폼프리 부인이 다가와 그들이 먹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해리는
삼킬 수가 없었다. 그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가슴을 졸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리고 둘 다 폼프리 부인이 준 네 번째 초콜릿을 먹고 있을 때, 위쪽 어딘가에서 성이
나서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폼프리 부인이 놀라서 말했다.
이제 성난 목소리들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폼프리 부인이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모든 사람들 다 깨우겠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 거지?"
해리는 그 목소리들이 하는 말을 들으려고 애썼다. 목소리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가 축지법을 써서 달아난 게 틀림없네!" 세베루스, 그를 혼자 놔두는 게 아니었는
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는 축지법을 쓴게 아니에요!" 스네이프 교수가 고함을 질렀다. 이제 아주 가까이
있었다. "이 성안에서는 축지법을 쓸 수 없단 말입니다! 이건- 포터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세베루스-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해리는 갇혀 있었네-"
쾅.
병동 문이 느닷없이 확 열렸다.
퍼지 장관과 스네이프 교수와 덤블도어 교수가 병동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차분해 보이는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사실, 그는 아주 재미있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퍼지 장관은 성난 것 같았고 스네이프 교수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말해라, 포터!" 그가 으르렁 거렸다. "무슨 짓을 했지?"
"스네이프 교수님!" 폼프리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자제하세요!"
"이것 보게, 스네이프. 자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퍼지 장관이 나무라듯
말했다. "이 문은 잠겨 있었네. 우리가 방금 보았잖나-"
"저 애들이 그가 달아나도록 도와준 거예요. 전 알아요!"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와 헤
르미온느를 가리키며 악을 썼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침이 튀고 있었다.
"진정하게. 이 사람아!" 퍼지 장관이 크게 호통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구!"
"장관님은 포터를 모르세요!" 스네이프 교수가 날카롭게 말했다, "저 애가 한 짓이에
요. 전 저 애가 그랬다는 걸 알아요-"
"그만하면 됐네, 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내가 10분전 병동을 나간 이후 이 문은 잠겨 있었네. 폼프리
부인, 이 아이들이 침대에서 나왔었나요?"
"물론 아니죠!" 폼프리 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랬다면 제가 그 애들이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그것 보게, 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햇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같
은 시간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그 애들을 괴
롭힐 이유가 없을 것 같네."
스네이프 교수는 부글부글 끊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자리에 선 채, 그의 터무
니없는 행동에 충격 받은 것 같은 퍼지 장관과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덤블
도어 교수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홱 돌아서더니 망토를 휘날리며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서가 꽤나 불안정한 것 같군." 퍼지 장관이 그의 뒷모습을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
며 말했다. "앞으로 그를 가가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 덤블도어."
"아, 정서가 불안정한 게 아니에요."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그저 대단히
실망한 것뿐이죠."
"실망한 게 어디 그 사람분이겠나!" 퍼지 장관이 코웃음을 폈다. "'예언자 일부'는 또
한바탕 크게 떠들어댈 게 분명하네! 블랙을 다 잡았다가 다시 놓쳤으니 말이네! 이제
저 히포그리프의 탈출 이야기가 알려지는 일만 남았군. 그러면 난 틀림없이 웃음거리가
되겠지! 글쎄... 난 가서 마법부에 알리는 게 좋겠네..."
"그러면 디멘터들은요?" 덤블도어 교수가 물었다. "그들은 이제 학교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겠죠?"
"아, 그야 여부가 있겠나. 당연히 돌아가야 하겠지." 퍼지 장관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들이 순진한 아이에게 죽음의 입맞춤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목했네...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 오늘밤 당장 짐을 싸서 아즈카반으로 돌아
가도록 조치를 취하겠네... 대신 학교 입구에 용들을 세워두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네..."
"해그리드가 좋아하겠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퍼지 장관과 함께 나가자, 폼프리 부인이 급히 걸어가 문을 다시 잠갔다.
그녀는 화가 나서 투덜거리며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병실 끝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론이 깨어난 것이었다. 그가 일어나 앉아 머
리를 문지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니?" 그가 신음하며 말했다. "해리,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 거
지? 시리우스는 어디에 있어? 루핀 교수는 어디에 있지? 무슨 일이야?"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서로 바라보았다.
"에가 설명해." 해리가 초코릿을 한입 더 배어먹으려 말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음날 정오에 병동을 나왔다. 성은 거의 비어 있었다. 날
씨가 찌는 듯이 더운 데다 시험까지 끝났으니 학생들은 모두 또 한번 호그스미드로 갔
다.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 둘 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해리와 함께 그냥 성
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정원을 거닐며 전날 밤에 있었던 놀라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리우스와 벅빅이 어디에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호숫가에 앉아서 커다란 오징
어가 물위로 더듬이를 빈들빈들 흔드는 걸 지켜보던 해리는 맞은편 둑을 바라보다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숫사슴이 꼭 어젯밤처럼 그곳에서 그에게로 달려왔던 것이다...
그들에게로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흐리멍덩한 눈이 해그리드가 식
탁보만한 손수건으로 땀으로 흠뻣 젖은 얼굴을 닦으면서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기뻐해서는 안된다는 거 알아. 어젯밤 그렇일이 일어났으니 말야." 그가 말했다. "내
말은, 블랙도 다시 달아나고 모든 게 다 말야- 하지만 무슨일인지 알아맞혀 볼래?"
"무슨 일인데요?" 그들은 시치미를 뚝 떼고 몹시 알고 싶어하는 척하며 물었다.
"벅빅 말야! 녀석이 탈출했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구! 기분이 좋아서 밤새도록 마셨
어!"
"정말 잘됐군요!" 헤르미온느가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론을 나무라듯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녀석을 제대로 매어두지 않았었나봐." 해그리드가 행복하게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오늘 아침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녀석이 정원에서 혹시 루핀 교수를
만났을까봐 말야. 하지만 루핀 교수가 그러는데 지난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대..."
"뭐라구요?" 해리가 얼른 물었다.
"아차, 너릐들 못들었니?"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약간 사라졌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 스네이프 교수가 오늘 아침에 모
든 슬리데린 아이들에게 말했어... 지금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거야... 루핀교
수가 늑대인간이라는 걸 말야. 그리고 그가 어젯밤에 정원에 돌아다녔다는 것도... 그는
물론 지금 짐을 싸고 있어."
"짐을 싸신다구요?" 해리가 놀라서 물었다. "왜요?"
"떠나는 거지, 뭐." 해그리드는 해리가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사임했어. 그런 위험한 일이 또다시 일어나선 안된다고 하면서 말야."
해리는 급히 일어섰다.
"교수님을 만나야 겠어." 그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사임하셨다면-"
"-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상관없어. 그래도 교수님을 만나 뵙고 싶어. 여기서 다시 만나자."
루핀 교수의 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는 이미 짐을 거의 다 싸두었다. 그리인딜
로우의 빈 수조는 그의 낡은 여행 가방 옆에 놓여 있었다. 가방은 거의 꽉 차 있었다.
루핀 교수가 책상에 있는 무언가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해리가 문을 두드렸다.
"네가 오는 걸 보았단다."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열심히 들여다보
고 있던 양피지를 가리켰다. 호그와트의 비밀지도였다.
"방금 해그리드를 만났어요." 해리가 다소 침울하게 말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사임
하셨다고 했어요. 사실이 아니죠, 그렇죠?"
"미안하지만 사실이란다." 루핀교수가 말했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내용물들을 꺼
내기 시작했다.
"왜죠?" 해리가 물었다. "마법부 장관은 교수님이 시리우스를 도왔다고 생각하지 않
잖아요, 안그래요?"
루핀 교수가 걸어가 문을 닫았다.
"물론 그랬지. 덤블도어 교수님은 퍼지 장관에게 너희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했던 사
람이 스네이프 교수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고 말했단다." 그가 한숨을 지었다. "그렇게
되자 세베루스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버렸지. 멀린 훈장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심한 정신적 타격을 주었던 것 같더구나. 그래서 그가- 뭐랄까- 실수로
오늘 아침 식사시간에 내가 늑대인간이라는 말을 무심코 해버리고 말았단다."
"단지 그런 이유로 떠나시다니, 말도 안돼요!" 해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내일 이 시간 쯤이면 부모들이 보낸 부엉이가 도착하기 시작할 게다.. 그들은 늑대
인간이 자신들의 자녀를 가르치는 걸 원치 않는단다, 해리. 그리고 어젯밤 이후, 난 그
들이 왜 그러는지 알게 되었단다. 난 너희들을 물어뜯을 수도 있었단다... 그런 일은 절
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돼."
"교수님은 지금까지 저희들을 가르치셨던 선생님 중에서 가장 훌륭한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이셨어요!" 해리가 간절하게 말했다. "가지 마세요!"
루핀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서랍들을 비웠다. 그 뒤 해리가 어떻게 해야 그를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
고 있는 사이, 루핀 교수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오늘 아침에 내게 하신 말씀으로
미루어 보아. 너희들이 어젯밤 많은 생명을 구한 것 같더구나, 해리. 내가 만약 금년에
했건 일 가운데 가장 자랑 스럽게 여기는 게 있다면, 너를 가르쳤다는 것이란다... 너릐
패트로누스에 대해 말해보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아세요?" 해리가 깜짝 놀라 물었다.
"디멘터들을 물러가게 할 게 그것 말고 또 뭐가 있겠니?"
해리가 루핀 교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죄다 말해주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루핀
교수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아버지는 변신했을 때 항상 숫사슴이었지." 그가 말했다. "네 추측히 맞단
다... 그를 프롱스라고 부른 건 바로 그 때문이란다."
루핀 교수는 마지막 책 몇 권을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책상 서랍들을 닫고는 해리에
게로 돌아섰다.
"옜다- 어젯밤 내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가져 왔단다." 그가 해리에게 다시 투
명망토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망설이다가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를 건네주
었다. "난 이제 더 이상 이곳 선생이 아니니, 가책 없이 이걸 되돌려 줄수 있겠구나. 내
개는 아무 소용이 없짐나, 너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는 유용할지고 모르겠다."
해리는 지도를 받아들고 씩 웃었다.
"교수님은 제게 무니와 웜테일과 패드풋과 프롱스가 절 학교 밖으로 불러내고 싶어
했을 거라고 말씀하셨죠... 그들은 그걸 재미있어할 거라면서 말예요."
"물론 그랬지." 루핀 교수가 손을 뻗어 가방을 닫으며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성 밖
으로 나가는 비밀통로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면 네 아버지 제임스는 틀림없이 대단히
실망했을 거라는 말이었단다."
문에 노크 소리가 났다. 해리는 비밀 지도와 투명 망토를 얼른 주머니 속에 쑤셔 넣
었다.
덤블도어 교수였다. 그는 해리가 그곳에 있는 걸 보고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이 없었
다.
"자네가 타고 갈 차가 입구에 와 있네, 리무스." 그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교장선생님."
루핀 교수는 낡은 여행 가방과 텅 빈 그리인딜로우 수조를 집어들었다.
"그럼- 잘 있거라, 해리."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널 가르쳐서 정말로 기뻤단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교장선생님, 입구까지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저 혼자서도 갈 수..."
해리는 루핀 교수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떠나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 잘 가게, 리무스." 덤블도어 교수가 진진하게 말했다. 루핀 교수는 그라인딜로
우 수조를 잠깐 내려 놓고 덤블도어 교수와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는 해리에게 마지막
으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사무실에서 나갔
다.
해리는 빈 의자에 앉아 시무룩하게 마룻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
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니, 해리?" 그가 조용히 물었다. "어젯밤 일로 기분
이 아주 좋아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해리가 씁쓸하게 말했다. "페티그루가 도망쳤
잖아요."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구?"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한 일은 세상
의 모든 걸 달라지게 했단다, 해리. 넌 진실을 밝히는 걸 도왔잖니, js 죄 없는 무고한
사람을 끔찍한 운명에서 구했잖니."
끔찍하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해리의 뇌리에 스쳤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더 끔찍한...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이 었다!
"덤블도어 교수님- 어제 제가 점술 시험을 치고 있을 때, 트릴로니 교수가 아주- 아
주 이상해졌었어요."
"그랬니?"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평상시보다 더 이상했단 말이니?"
"네... 교수님의 목소리는 굵고 낮았고 눈알이 빙글빙들 돌았어요. 교수님은 볼드모트
의 추종자가 자정 전에 그에게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 추종자가 그가
힘을 회복하는 걸 도울 거라고 했어요." 해리는 덤브도어 교수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뒤 다시 정상이 되었는데, 트릴로니 교수님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
혀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분이- 진자 예언을 한 걸까요?"
덤블도어 교수는 약간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해리, 그랬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
그리고 보니까 트릴로니 교수가 이제 진자 예언을 한 게 총 두 개가 되었구나. 봉급이
라도 올려주어야겠구나..."
"하지만-" 해리가 깜짝 놀라 그를 바로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이 사실을 어떻게 그
렇게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전 시리우스와 루핀 교수가 페티그루를 죽이지 못하게 막았어요! 볼드모트
가 돌아온다면 그건 제 잘못이에요!"
"그렇지 않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를
이용해 과거로 돌아간 경험을 하면서 뭘 배웠니, 해리? 우리 행동의 결과는 항상 너무
복잡라고 다양하단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한다느 건 사실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 안됐
지만 트릴로니 교수가 바로 산 증거란다... 페티그루의생명을 구해준 건 매우 훌륭한 일
을 한 거란다.
"하지만 그가 만약 볼드모트가 힘을 회복하는 걸 돕는다면-"
"페티그루는 네 덕택에 생명을 구했단다. 넌 볼드모트에게 네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
을 보낸거야... 어떤 마법사가 다른 마법사의 생명을 구하게 되면, 그들 간에는 깊은 유
대가 만들어진단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해리 포토에게 빚을 지고 있는 추종자를 좋아
할 것 같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지."
"전 페티그루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아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제 부모님을
배신했어요!"
"그게 바로 가장 심오하고 가장 헤아릴 수 없는 마법이란다. 해리. 하지만 날 믿거
라... 네가 페티그루의 생명을 구해준 걸 아주 기뻐하게 될 때가 분명히 올 게다."
해리는 하지만 그게 언제 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
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헤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은 것 같았다.
"네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단다. 해리. 호그와트 학생시절 그 이후 모두에 대
해 말이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 아버지였더라도 페티그루를 구했을 게다. 틀림
없단다."
해리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말을 들어도 뭇지 않을 것이다- 덤
블도어 교수에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제 패트로누스를 불러낸 게 아버지였다고 생각했어요. 제 말은 호수 건너편에 있
는 제 자신을 보았을 때 말예요... 전 아버지를 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만도 하지." 덤블도어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런 말 듣는 데 질렸을 지도
모르지만, 넌 네 아버지 제임스를 놀라울 정도로 쑥 빼어 닯았단다. 눈을 제외하고 말
이다... 눈은 네 어머니 눈을 닯았지."
해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버지라고 생각하다니 어리석었어요." 그가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말예요."
"죽으면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잘 생각해
보렴. 곤란에 처할 때마다 우린 그들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고 생각지 않니? 네 아버
지는 네 안에 살아있단다. 해리. 그리고 네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모습을 나타낸
단다. 그렇지 않다면 네가 어떻게 그런 특별한 패트로누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겠니?
어젯밤에는 네 아버지가 다시 나타난 거나 다름없단다."
해리는 잠시 후에야 덤블도어 교수의 말뜻을 깨달았다.
"어젯밤에 시리우스가 내게 자신들이 어떻게 동물로 변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단한 성공이었지- 특히 내
게 비밀로 해둔 건 말이다. 그 뒤 난 네가 불러낸 패트로누스의 이상한 형태가 생각났
단다. 그게 아마 래번클로와의 퀴디치 시합 때 말포 군에게 돌진했었지. 해리. 어떤 면
에선 넌 어젯밤 네 아버지를 본 거라다... 네 마음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한 거지."
그리고 나서 덤블도어 교수는 조용히 사무실에서 나갔다. 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
로 앉아 있었다.
호그와트에서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덤블도어 교수를 제외하고는 시리우스와
벅빅과 페티그루가 사라진 날 밤에 진정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기 말이 다가오면서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무선한 소문들이 나 돌았지만
모두 다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포이는 벅빅에 대해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는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를 몰래 갖
고 나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자신과 아버지가 사냥터지기에게 속은 것을 분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한편 퍼시 위즐리는 시리우스의 탈출 사건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내가 만약 마법부에 들어간다면, 난 마법사 법률을 강화하자고 제안할 거야!"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는 여자 친구 피네로프에게 말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공기도 맑았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자유를 찾아주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루핀 교수가 학교를 떠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은 해리만이 아니었다. 어둠의 마
법 방어법 수업을 들었던 학급 아이들 모두 그의 사임을 슬프게 생각했다.
"내년네는 또 어떤 선생님이 오실까?" 시무스 피니간이 음산하게 물었다.
"흡혈귀쯤 되겠지." 딘 토마스가 희망을 가지고 말했다.
해리늬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건 그러나 루핀 교수가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페티그루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혹시 볼드모트와 합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무엇보
다도 해리의 기분을 무겁게 하는 건 또다시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이었다. 불과 30분정도였지만, 그는 이제 시리우스와 살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의 부
모의 가장 절친한 친구와 살게 될 거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건 아버지를 다시
갖게 되는 것 다음으로 행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리우스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다는 건 그가 무사히 은신처로 들어갔다는 의미였으므로 기뻐해야 했음에도 불구하
고, 해리는 이제 시리우스와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비참함 마저 들었다.
시험 결과는 학기 마지막 날에 나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전 과목을 통과했
다. 해리는 자신이 마법의 약을 통과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왠일인지 스네이
프 교수가 그에게 고의로 F를 주지 못하도록 덤블도어 교수가 간섭한 게 아닐까하는
수상쩍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에 스네이프 교수의 해리에 대한 행동은 아주 심상치
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스네이프 교수가 그를 극도로 미워한 탓에 더 이상 미워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새악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리에 대한 그의 행동은 훨
씬 더 심해졌었다. 해리를 볼 때마다 스네이프 교수의 가느다란 입술은 불쾌하고 비틀
려졌고, 마치 해리의 목을 조르고 싶어 못 견뎌하기라고 하는 듯 항상 손가라긍ㄹ 구부
리고 있었다.
퍼시는 최고 자격증 시험인 N.E.W.T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고, 프레드와조지는 모든
과목을 보통 마법사 수준인 O.W.L을 받고 간신히 통과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는 한편
기숙사 우승컵을 3년 연속 받게 되었다. 주로 퀴디치에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덕택이
었다. 학기말 연회는 온통 진홍색과 황금빛 장식이 이루어진 가운데에서 치러졌으며 그
리핀도르 테이블이 가장 떠들썩했다. 해리는 다른 아이들과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드느라
잠시나마 다음날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우울한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호그와트 급행 열타가 역을 빠져나가자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난 오늘 아침에 맥고나걸 교수를 만나러 갔었어. 아침 식사 직전에 말야. 머글 연구
수강을 그만두기로 했어."
"하지만 넌 320퍼센트로 시험을 통과했잖아!" 론이 말했다.
"알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또 이런 식으로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 때문에 골치가 딱딱 아파서 말야. 그래서 그것 다
시 돌려드렸어. 머글 연구와 점술만 빼면 다시 정상적인 시간표를 가질 수 있을 거야."
"난 네가 그 시계에 대해 우리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 론이 심술이 나서 말했다. "우린 네 친구들이잖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엄하게 말했다.
그녀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호그와트 성이 사이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
다. 두 달 동안 그는 그것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기운 애, 해리!" 헤르미온느가 애처로운 듯 말했다.
"난 괜찮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리가 얼른 말했다. "방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그래, 나도 생각해 봤는데." 론이 말했다. "해리,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지내는게 어
떠니? 내가 엄마와 아빠께 말씀드려보고 진화할게. 이제 진화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
니까-"
"진화가 아니라 전화야, 론." 헤르미온느가 얼른 지적해주었다. "솔직히. 머글 연구를
들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론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여름엔 퀴디치 월드컵이 있어! 어때, 해리? 우리 집에 와서 머물면, 함께 가서
볼 수 있을 거야! 아빠가 보통 직장에서 표를 구해어시건 했거든."
이런 제안은 해리의 기분을 돋우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래... 더즐리 가족은 내가 간다면 틀림없이 기뻐할 거야... 내가 지난번에 마지 아
줌마에게 그런 일까지 저질러 놓았으니 말야..."
해리는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론과 헤르미온느와 카드 게임을 몇 차례 했다. 간식거
리를 파는 마녀는 수레를 끌고 그들 옆으로 다가오자, 해리는 큼직막한 도시락을 샀다.
그러나 초콜릿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늦게 그를 정말로 기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의 어깨 너머로 바라보며 불쑥 말했다. "창 밖 저기에 있는
게 뭐지?"
해리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회색빛의 무언가가 잔디에서 위아래
로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더 자세히 보기 우해 일어섰다. 아주 작은 부엉이 한
마리가 자기 몸집보다도 훨씬 큰 편기를 물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작았던
지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의 뒷부분에 생기는 기류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쪽저
쪽으로 날리고 있었다. 해리는 얼른 창문을 내리고 찰을 뻗어 부엉이를 잡았다. 그 부
엉이는 아주 복슬복슬한 스니치 같았다. 부엉이는 해리의 의자 위에 편지를 떨어뜨리고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게 기뻣는지 붕 소리내며 객실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헤드위그
가 불만스러운 듯 부리로 딸깍딸깍 소리를 냈다. 크룩생크는 자리에 똑바로 낮은 채로
노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론이 이것을 알아채고 부엉이를 얼른
잡았다.
해리는 편지를 집어들었다. 수신인이 해리 앞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편지를
뜯어 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시리우스에게서 온 거야!"
"뭐라구?" 론과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말했다. "큰소리로 읽어봐!"
해리에게
이모와 이모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네가 이 편지를 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들이 부엉
이 집배원에게 익숙한지 어떤지 몰라서 말이다.
벅빅과 난 은신처에 잘 있단다. 어딘지는 말하지 않으마. 이 편지가 혹시 엉뚱한 손
에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실 그 부엉이를 믿어야 하는지 좀 의심스럽긴 하짐
나, 내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뿐이었단다. 또 그 부엉이가 일거리를 몹시
바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단다.
디멘터들은 여전히 날 찾고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한 절대 날 찾지 못할 게다. 난
곧 몇몇 머글들 앞에 내 모습을 잠시 드러낼 계획이란다. 선의 경비가 풀어지도록 호그
와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우리가 잠깐 만난 동안 네게 말하지 목한 게 있단다. 네게 파이어볼트를 보낸건 바로
나였단다-
"하!" 헤르미온느가 의기 양양하게 말했다. "거봐! 내가 그가 보낸 거라고 했지!"
"그래, 하지만 그는 그 빗자루에 나쁜 마법을 걸어 두지는 않았어, 그렇지?" 론이 즉
시 맞받아쳤다. "아야!" 이제 그의 손에서 유쾌하게 부엉거리고 있던 작은 부엉이가 애
정의 표시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그의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크룩생크가 날 위해 부엉이 우체국에 주문을 해주었단다. 네 이름을 사용하긴 했지만
금화는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에서 꺼내가라고 했단다. 그걸 너의 대부가 보낸 네 열
세 번째 생일 선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또 작년에 네가 이모부의 집을 나오던 날 밤에 널 놀라게 한 것도 사과하고 싶구나.
난 그저 북쪽으로 떠나기 전에 널 잠시나마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내 모습이 널 놀
라게 한 것 같더구나.
널 위해 또 란가지 동봉한다. 그게 있으면 내년에 호그와트에서의 생활이 더 즐거워
질 게다.
언제들 내가 필요하면 편지를 보내거라. 네 부엉이가 날 찾아올 테니까.
편지 다시 하마.
시리우스
해리는 편지 봉투 안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또 하나의 양피지 조각이 들
어있었다. 그것을 얼른 읽은 그는 마치 따뜻한 버터맥주를 한 모금 삼키기라도 한 듯
갑자기 몸에 온기가 돌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나, 해리 포터의 대부 시리우스 블랙은 그에게 주말에 호그스미스를 방문 할 것을 허
락한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게 다 잘될 거야!" 해리가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시리우스의 편
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잠깐만, 추신이 있어..."
네 친구 론이 혹시 이 부엉이를 갖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구나. 그 내가 뒤를 잃게 된
건 내 잘못이잖니.
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조그만 부엉이는 여전히 흥분해서 부엉대고 있었다.
"녀석을 가지라구?" 그가 확신이 없는 듯 말했다. 그는 그 부엉이를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론이 크룩생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부엉이를 내밀
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론이 고양이에게 물었다. "확실히 부엉이 맞지?"
크룩생크가 그르렁 거렸다.
"이 정도면 통과야." 론이 유쾌하게 말했다. "녀석은 내거야."
해리는 킹스 크로스 역까지 가는 동안 내내 시리우스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9와 3/4번 승강장 대찰구를 빠져나갈 때도 그는 편지를 여전히 손
에 꼭 쥐고 있었다. 해리는 버논 이모부를 단번에 발견했다. 이모부는 위즐리 부부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두 부부를 미심쩍은 눈으로 흘금흘금 바라보며 서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해리를 와락 껴안자 이모부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월드컵 시즌 즈음에서 전화할게!"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가방과 헤드위그의 새장을 실은 수레를 밀고 버논 이모부에게로 걸어가는 론이 해리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버논 이모부는 언제나 처럼 그를 시큰둥하게 맞았다.
"그건 뭐냐?" 그는 해리가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봉투를 빤히 바라보며 무서운 어조
로 말했다. "그게 만약 내가 서명해야 할 또다른 서류라면, 넌-"
"아니에요." 해리가 명랑하게 말했다. "이건 제 대부에게서 온 편지에요."
"대부라구?" 버논 이모부가 침을 튀기며 말햇다. "네게 그런게 어딨니!"
"아뇨, 있어요." 해리가 밝게 말했다. "저희 엄마와 아빠의 절친한 친구세요. 살인범
인데 마법사 감옥에서 탈출해서 지금 도망중이에요. 하지만 그분은 저와 계속 연락하고
싶어하세요. 제 소식을 계속 듣고 싶은 거죠... 제가 행복하게 잘 있는지 알아보려구
요..."
그리고 해리는 버논 이모부의 얼굴에 나타난 겁에 질린 표정을 보고 씩 웃으며 기차
역 출구 쪽으로 출발했다. 확실히 지난 여름보다는 훨씬 더 나은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던지, 걸어가는 동안 내내 헤드위그가 그의 앞에서 덜컥덜컥 움직이고 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