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5/24)

      제14장 스네이프 교수의 원한

  그날 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성운 또다시 수색되고 있었고, 기

숙사 아이들은 모두 학생 휴게실에 모여 블랙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기만 기다리고 있

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새벽에 다시 와서는 이번에도 그가 이미 성을 빠져 나가고 없다

고 말해주었다.

  그날 내내 가는 곳마다 경비는 더 삼엄해져 있었다. 플리트윅 교수는 시리우스 블랙

의 커다란 사진을 정문으로 가져가 그의 인상 착의를 인식시키고 있었고, 필치는 갑자

기 부산스럽게 복도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벽에 생긴 아주  작은 틈새에서부터 쥐구멍

에 이르기까지 틈이 보이는 곳이면 모조리 판자를 치고 있었다. 또 캐도간 경은 해고되

었다. 그의 초상화는 다시 7층의 인적이 드문 층계참으로 돌려보내졌고 뚱보 여인이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거의 완벽하게 복구되긴 했지만 여전히 겁을 먹고 있었으므로 

특별 보호를 받는 다는 조건하에서만 그일을 다시 하는 데 동의했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험악한 되물 트롤 경비원들이 고용되었다. 그들은 툴툴거리며 이야기하거나  서로 

곤봉 크기를 비교하며 떼를 지어 위협적인 모습으로 걸어다녔다.

  그러나 해리는 3층에 있는 외눈박이 마녀 석상에는 경비원이 서  있지 않다는 걸 알

아챘다. 프레드와 조지가 그 안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자신들 뿐- 물

론 이제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도  알고 있었지만- 이라고 했던 말이  정말로 맞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해리가 론에게 물었다.

  "그가 허니듀크를 통해 들어온 건  절대 아닐거야." 론이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 가게에 누가 침입했다는 말도 없었잖아."

  해리는 론이 이렇게 생각하는 게 기뻤다. 만일 외눈박이 마녀 석상 앛에도 판자가 쳐

진다면 다시 호그스미드에 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론은 간밤의 일로 잠시나마 유명 인사가 되었다. 론은 생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해리

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자 우쭐해졌다. 그날 밤의 사건 때문에 여전히 공포

에 떨기는 했지만, 론은 누구든지 어떤 일이 있어느냐고 묻기만 하면 살까지 붙여가며 

신이 나서 말해주었다.

  "...자고 있었는데, 글쎄 북하고 뭐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잖아. 난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그때 바람이 휫  들어오는 거야... 깨어보니 내 침대  옆에 서 있지 

뭐야... 꼭 지저분한 털로 뒤덮인 해골 rkxdklTdj... 굉장히 긴 칼을 들고 있어. 나도 그

를 바라보았지. 그런데 내가 비명을 지르자 그가 재빨리 달아났던 거야."

  론의 으스스한 말을 듣고 있던 2학년 여자아이들이  가버리자 그가 해리에게 덧붙였

다. "그런데 왜일까? 그가 왜 달이났을까?"

  해리도 바로 그 점을 궁금해하고 있던 차였다. 엉뚱한 침대로 들어간 것이었다면, 븍

랙은 왜 론을 조용히 시키고 해리에게로 가지 않았던 걸까? 블랙은 12년 전에 이미 무

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였건 사람이었다.  이번엔 아무 무기도 갖고 있지  낭ㅎ은 

다섯 명의 소년 바껭 없지 않았던가. 더욱이 그 중 네명은 잠을 자고 있었다.

  "네가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을 깨우게 되면 성에서 빨리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고 판

단했기 때문일 거야." 해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들겼다간 초상화 구멍으로 다기 나

가기 위해서는 기숙사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 했을 테니까 말야... 그러면 선생님들을 만

났을 테고..."

  네빌은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그에게 다시는 호그스미드에 갈 생각도 말라며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부터 

누구라도 그에게 탑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가르쳐주었다가는 함께 징계를 받을 줄 알라

고 못박았다. 가엾은 네빌은 매일 밤 학생 휴게싱 밖에서 다른 아이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 때마가 트롤 경비원들은 그를  심술궂은 눈으로 흘겨보았다. 그러나 

이런 벌들은 네빌의 할머니가 보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블랙의 침입 사건

이 있고 이틀 뒤 아침 식사  시간에 그녀는 네빌에게 호울러 보냈다. 그건  호그와트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학교 부엉이들은 평상시처럼 우편물을 들고  연회장으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커다란 

외양간 부엉이가 부리로 물고 있던 진홍색 봉투 하나를 네빌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보자 그는 숨이 막히는 듯 꼼빡도 하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해리와 론은 그 편

지가 호울러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론도 일년 전에 그의 엄마오부터 그걸 받은 적

이 있었다.

  "도망 쳐, 네빌." 로닝 충고했다.

  그러자 네빌은 주저하지 않고 론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가 호울러를 잡고 마치 폭탕

을 들고 있기라도 한 듯 연회장에서 뛰쳐나가자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폭소가 터져 나

왔다. 잠시 후 호울러가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으로 

백 배나 커진 네빌의 할머니 목소리가 홀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녀는 네빌 때

무에 온 가족이 망신을 당했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해리는 네빌이 아노댔다는 생각을 하느라 자신 앞으로도 편지 한 통이 와 있다는 사

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헤드위그가 그의 팔목을 남카롭게 물어 편지가 왔음을 알

려주었다. 

  "아야! 아- 고마워, 헤드위그."

  해리가 봉투를 쪽 짖어 여는 동안 헤드위그는 네빌의 콘플에리크를 쪼아 먹었다. 그

안에 있는 편지 내용은 이랬다.

  해리와 론에게

  오후 6시쯤 나와 차 한잔 하는게 어떠니?

  내가 성으로 너희들을 데리러 갈게.

  현관 안의 홀에서 기다려.

  너희들끼리만 나오면 안되니까 말야.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해그리드

  "아마 블랙에 대해 듣고 싶어서 그럴 거야!" 론이 으스대며 말했다.

  오후 6시가 되자 해리와 론은 그리핀도르 탑에서 나와 트롤  경비들을 지나 현관 안

의 홀로 향했다.

  해그리드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론이 반갑게 인사했다. "토요일 밤에 대해서 듣고 싶으신 거

죠, 그렇죠?"

  "그 얘긴 이미 들었어." 해그리드가 정문을 열어 그들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

다.

  "아." 론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언건 벅빅이었다. 그 히포그

리프는 커다란 날개들을 몸에 착 붙이고 해그리드의 누비이불  위에 누워 죽은 흰족제

비를 씹어먹고 있었다. 이 불쾌한  광경에서 눈을 돌리자 해그리드의 옷장문에  굉장히 

커다란 갈색 양복 한 벌과 오렌지색 넥타이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저것들은 다 뭐죠, 해그리드?" 해리가 물었다.

  "벅빅 문제로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와 벌이게 될 소송  때 입으려구." 해그리드가 

말했다. "이번 주 금요일이야. 벅빅과 함께 런던에 갈 거야. 구조 버스에 침대  두 개를 

예약해 두었어..."

  해리는 무거운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벅빅의 소송 날짜가 벌써 그렇게 가까워졌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론의 얼굴에 나타난 불편한 표정으로 볼 때 그 역시 같은 생각

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또한 벅빅의 변호 준비를 돕겠다고 한 약속도 잊고 있

었다. 그동안 파이어볼트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해그리드는 그들에게 차를 따라주고 둥그렇게 생긴 과자를 먹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해그리드가 만든  과자들을 먹고 몇 번 골탕을 먹었건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너희 둘과 의논할 게 있어." 해그리드가 그들 사이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뭔데요?" 해리가 물었다.

  "헤르미온느 얘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 애가 어때서요?" 론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 애는 요즘 몹시 우울해하고 있어. 그 애는 크리스마스 이후 날 여러 번 찾아왔었

다. 외로워하는 것 같더라. 처음에는 너희들이 파이어볼트 때문에 말을 걸지 않더니 이

젠 그 애의 고양이 때문에-"

  "-스캐버스를 잡아먹었어요!" 론이 그 생각만 하면 화가 치민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

며 말했다.

  "그 애의 고양이는 모든 고양이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야." 해그리드가  끈덕지게 말

했다. "그 앤 몇 번이나 울었어. 감당하기 어려웠던 게지. 힘에 겨운 일을  계획했던 것 

같아. 한꺼번에 모든 걸 다하려 했으니 말야. 그런데도 짬을  내서 벅빅의 소송을 도와

주었어... 그애가 정말로  좋은 자요들을 찾아주었지...  벅빅은 이제 충분히  승산이 있

어..."

  "해그리드, 저의도 도와드렸어야 하는 건데- 죄송해요-" 해리가 어색하게 말을 꺼냈

다.

  "너희들을 탓하려는 게 아냐!" 해그리드가 해리의 사죄를 마다하며 말했다. "너도 할 

일이 많았잖아. 네가 밤낮으로 한시간씩 퀴디치 여습하는 거 다 봤어- 하지만 난 너희 

둘 다 빗자루나 쥐보다는 친구를 더 소중히 여길 줄 알았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

뿐이야."

  해리와 론은 서로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블랙이 널 찔러 죽일 뻔했을 때 그 앤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어, 론. 그 앤 본성이 

착하고 인정미가 있는 애야.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그런 그 애에게 너희들이 말도 걸

려하지 않다니-"

  "저 고양이만 없앤다면 전 당장이라도 다시  말할 수 있어요!" 론이 화를 내며  말했

다. "하지만 그애가 그 놈의 고양이를 없애기는 커녕 여전히 감싸고만 있잖아요! 그 앤 

그 미친 고양이에게 불리한 말은 한마디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구요!"

  "그래, 사람들은 때로 자신들의 애완 동물들에 대해선 조금 무감각해질 수 있어." 해

그리드가 현명하게 말했다. 그의 뒤에서  벅빅이 해그리드의 배게 위로 휜족제비  뼈를 

툭툭 뱉어냈다.

  그 뒤 그들은 그리핀도르가 퀴디치 우승컵을 탈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한참 동

안 얘기했다. 9시가 되어서야 해그리드는 그들을 다시 성까지 바라다주었다.

  학생 휴게실로 돌아가자 아이들이 게시판 주위에 잔뜩 모여 있었다.

  "호그스미드에 또 가는군. 다음 주에!" 론이 목을 쑥 내밀어 새롭게 게시된 공고문을 

훑으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니?" 자리에 앉으면서 그가 해리에게 조용히 덧붙였다.

  "글세, 필치가 허니듀크로 들어가는 통로에 아무 것도 해 놓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

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긴 한데..." 해리가 훨씬 더 작은 목소리로 마했다.

  "해리!" 오른쪽에서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그녀를 찾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그들 바로 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자신을 가리고 있던 책

들을 치우며 말했다.

  "해리, 또다시 호그스미드에 가면...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그지도에  대해 당장 말할 

테야!"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말했다.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들리니, 해리?" 론이 헤르미온느는 쳐다보지도 않고 딱딱거

렸다.

  "론, 넌 어떻게 된 애가 해리를 또다시 부추길 생각을 할 수 있니? 시리우스  블랙이 

하마터면 널 죽일 뻔 했는데도 말야! 나 농담하는 거 아냐, 정말로 말할 테니까 알아서 

해-"

  "그러니까 이제 해리를 쫓겨나게 하겠다.  이거로군!" 론이 볼멘 소리로  말했다. "너 

금년엔 정말 너부하는 거 아니니?"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뭐라고 맞받아치려는 순간 휙 하며 크룩생크가 그녀의 무릎 위

로 뛰어올랐다. 헤르미온느가 겁먹은 얼굴로 론의 표정을 살피더니 크룩생크를  끌어안

고 허둥지둥 여자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다.

  "어때?" 론이 마치 중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리에게 물었다. "지난 번에 갔

을 땐 하나도 보지 못했잖아. 넌 심지어 종코의 장난감 가게도 들어가보지 못했잖아!"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듣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좋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투명 망토를 가져갈 거야."

  토요일 아침 해리는 가방 속에 투명 망토를 집어 넣고 호그와트의 비밀 지고를 주머

니 속에 밀어 넣은 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헤르미온느는 계속

해서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의 눈길을 피

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다 정문으로  나아가는 사이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  있는 

대리석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는 척했다.

  "안녕!" 해리가 론에게 소리쳤다. "잘 갔다 와!"

  론이 씩 웃으며 눈짓을 해 보였다.

  해리는 허둥지둥 3층으로 올라가며 주머니에서 지도를 살짝 꺼냈다. 그리고 외눈박이 

마녀 석상 뒤에 쪼그리고 앉아 꼬깃꼬깃하게 접혀진 지도를 폈다. 그런데 아주 작은 점 

하나가 그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리는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 

옆에 네빌 롱바텀이라는 작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해리는 얼른 요술지팡이를 꺼내 '디센디움!'  이라고 중얼거리곤 가방을 석상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기어들어가기도 전에 모퉁이에 네빌이 나타났다.

  "해리! 너도 호그스미드에 가지 않앗는지는 몰랐어!"

  "안녕, 네빌." 해리가 석상에서 부리나케 나와  지도를 주머니속에 쑤셔 넣으며 말했

다. "너 뭐하는 거니?"

  "아무 것도." 네빌이 어깨를 으쓱했다. "카드 게임 할래?"

  "어- 나중에- 난 도서관에 가서 루핀 교수가 내주신 흡혈귀에 대한  논술 숙제를 해

야 하거든-"

  "나도 같이 가!" 네빌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나도 아직 하지 않았거든!"

  "어- 잠깐만- 맞아, 그건 어제 끝냈지. 내 정신 좀 봐!"

  "잘됐네. 그럼 나 좀 도와줘!" 네빌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난 마늘에  관한 건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 흡혈귀들이 그걸 먹어야 하는 거니, 아니면-"

  그가 해리의 어깨 너머를 보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스네이프 교수가 서 있었다. 네빌이 재빨리 해리 뒤로 가서 섰다.

  "너희 둘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스니이프 교수가 다가와서 해리와 네빌을 의심

스런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았다. "참 이상한 곳에서 만나고 있구나-"

  스네이프 교수의 까만 눈이 걱정스럽게도 그들 맞은편에 있는 문간으로 홱 움직였다

가 외눈박이 마녀 석상 쪽으로 쏠렸다.

  "저흰-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게 아니에요." 해리가 얼른 대꾸했다. "그냥 여기서 우연

히 만난 것 뿐이에요."

  "그래?"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넌 전혀 뜻밖의 장소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상한 

버릇이 있구나, 포터.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있지는 않았을 텐데... 둘 다  당장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거라."

  해리와 네빌은 두말 없이 그곳에서 나왔다. 모퉁이를 돌았을 때 해리는 뒤를 돌아보

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한 손으로 외눈 박이 마녀 석상의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조

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해리는 뚱보 여인 초상화 앞에서 암호를 가르쳐주고 깜빡잊고 흡혈귀에 개해 숙제하

던 걸 도서실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해서 네빌을 따돌리고는 다시 돌아 나왔다. 일단 

트롤 경비원들이 보이지 않자 그는 지도를 다시 꺼냈다.

  3층 복도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지도를 유심히 살피던 그는 세베루스 스

네이프라는 꼬리표가 붙은 작은 점이 이제 그의 사무실로 돌아가 있는 걸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는 외눈박이 마녀 석상에게로 다시 달려가  곱사들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양피지에서 지도가 사라지게 한 뒤 출발했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푹 뒤집어 쓴 채로 허니듀크 밖으로 나와 론의 등을 쿡 찌렀다.

  "나야." 그가 비밀히 말했다.

  "왜 이렇게 늦은 거니?" 론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에게 걸렸었어..."

  그들은 거기로 걸어나갔다.

  "너 어디에 있니?" 론이 계속해서  비밀히 말했다. "여전히 거기 있니?  기분이 정말 

이상해..."

  그들은 우체국으로 갔다. 론은 해리가 잘 둘러볼 수 있도록 이집트에 있는 빌 형에게 

부엉이를 보내는 값을 알아보는 척 했다. 커다란 회색 부엉이에서부터 해리의 손바닥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부엉이('시내 배달만 담당')까지 산백 마리는 족히  될 

것 같은 부엉이들이 죽 앉아서 부드럽게 부엉부엉 울어대고 있었다.

  그 뒤 그들은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들렀다. 그곳엔 학생들이 어찌나 꽉 들어차 있던

지 해리는 실수로 다른 사람들의 발을 밟아 공연스레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굉장

히 조심해야 했다. 그곳에는 프레드와 조지의 얼토당토않은 공상들조차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재미난  장난감들로 가득했다. 해리는 론에게 망토 밑으로  금화를 

조금 건네주며 그것들을 사달라고 작은 소리로 부탁했다. 종코의 장난감 가게를 나왔을 

때 지갑은 들어갈 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 있었지만, 주머니는 똥 폭탄과 딸꾹질 사탕과 

개구리 알 비누와 코를 무는 찻잔으로 불룩해져 있었다. 그 날은 날씨가 화창하고 상쾌

해서 실내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들은 스리 브룸스틱를 지나 영국에서 유령

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 으로 올라갔다. 그 흉가는 다른 지

역들보다 약간 높은 지대에 서 있는 데다 창문마다 널빤지가 둘러쳐져 있고 정원에 잡

초가 우거져 있어서인지 대낮인데도 으스스해 보였다.

  "호그와트의 유령들초차도 그 집엔 가길 꺼린대." 론이 울타리에 기대러 서서 오두막

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그러는데...  이곳엔 굉장히 거친 유령들

이 있다고 들었대.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야. 프레드와  조지 형도 물론 들어가 

보려고 했었지. 하지만 모든 입구가 다 막혀 있었대..."

  비탈길을 올라오느라 너무 더웠으므로 해리가 잠시나마 투명  망토를 벗을까 생각하

고 있을 때 근처에서 목소리들이 들렸다. 누군가가 오두막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조

금 뒤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나타났다. 말포이가 말하고 있었다.

  "...조만간 아빠가 부엉이를 보내실 거야. 아빠가 청문회에 가셔서 내 팔에 대해 말씀

하셨거든. 내가 석 달 동안 팔을 쓰기 못했다고 말야..."

  크레이브와 고일이 낄낄거렸다.

  "저 털보 멍청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변호하는 모습을 꼭 봤어야 하는 건데  말야... 

'히포그리프는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저 히포이크는 이제 죽은 거나 다

름없어-"

  그때 말포이가 론을 발견했다. 그의 핏기 없는 얼굴이 심술궂게 일그러졌다.

  "여긴 왠일이야, 위즐리?"

  그러더니 말포이는 론 뒤편에 서 있는 다 쓰어져 가는 집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에서 살고 싶어서 그러니, 위즐리? 네방을 갖고 싶어서? 네 가족은 모두 한방에

서 잔다며?"

  해리가 말포이에게 덤벼들려는 론의 망토 자락을 잡았다.

  "내게 맡겨둬." 그가 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말포이를 곯려주지엔 더없이 좋은 기외였다.  해리는 살금살금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 뒤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길에서 진흙을 한줌 퍼올렸다.

  "우린 방금 네 친구 해그리드에 대해 말하고 있던 중이었어."  말포이가 론에게 말했

다. "그가 위험한 동물처리 위원회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지. 

그들이 그 히포이그리프의 목을 베면 그가 울까-"

  철벅.

  진흙이 말포이의 뒤통수를 치자 그의  고개가 앞으로 숙여졌다. 그의 은빛  머리에서 

진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얼빠진 얼굴로 뺑글뺑글 돌며 주위를 둘러보자 론은 우

스워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뭐야? 누가 그런 거지?"

  "여긴 유령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잖아, 안그래?" 론이 시치미를 뚝 떼고 너무도 당연

하다는 듯 말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겁을 집어먹은 것 같았다. 튼튼한 근육 유령들 앞에서는 아무 쓸

모가 없었다. 말포이는 아무도 없는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보고 있었다. 

  해리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오물이 고여있는 특히 질척한 진창길로 살금살금 걸어갔

다.

  철벅.

  이번에는 크레이브와 고일이 진흙을 뒤집어썼다. 고일이 미친 듯이 날 뛰며 작고 흐

리멍덩한 눈에 퉌 진흙을 쓱 문질러 닦아냈다.

  "저쪽에서 튀었어!" 말포이가 얼굴을 닦으며 해리늬 왼쪽에서 2미터 가량 떨어진  지

점을 빤히 바라보았다.

  크레이브는 꼭 좀비(죽은 자를 되살아나게 한다는 영력으로 되살아난 무의지의 인간 

: 옮긴이)처럼 긴 팔을 쭉 내밀고 머뭇머뭇 앞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그의 옆으로 살짝 

비켜서서 막대기를 하나 집어들고 크레이브의 등에다 던졌다. 크레이브가 주가  던졌는

지 보려고 빙그르르 돌자 해리는 소리를 죽이고 배를 잡고 웃었다. 크레이브는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론밖에 없다는 걸 알고 그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해

리가 발을 걸어 크레이브를 넘어뜨렸다. 그런데 그의 커다랗고 납작한 발이 해리의 망

토 자락에 걸리고 말았다. 그 순간 힘껏 잡아당겨지는 게 느껴지더니 해리의 얼굴에서 

망토가 스르르 미끄러졌다.

  잠시 말포이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으으으!" 그가 해리의 머리를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그 뒤 그는 크레이브와 고

일과 함께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언덕 아래로 줄행랑을 놓았다.

  해리가 망토를 다시 위로 끌어당겼지만 일이 이미 크게 벌어진 뒤였다.

  "해리!" 론이 해리가 사라진 지점을 절망적인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달아나는 

게 좋겠어! 말포이가 누구에게든 말하기라도 하면-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빨

리-"

  "그럼 나중에 보자." 해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두말고 없이 언덕을 내려갔다.

  말포이틑 자신이 본 것을 믿을까? 누구든 말포이의 말을  믿을까? 투명 망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고 있는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포이가 어떤 말이든 한다면 덤블도어 쇼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지 금방 알아챌 것이다-

  해리는 허니듀크로 돌아와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돌계단을 지나 지하실 문

으로 나간 뒤 망토를 벗어 겨드랑이에 낀 채 전속력으로 달렸다... 말포이가 먼저 도착

했을 것이다... 그가 선생님을 찾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옆구리가 걸렸지만 해리는 

동 미끄럼대에 도달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망토를 여기에 두고 가야만 했다. 

말포이가 선생님께 일러바치기라도 했다면 너무 위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느 

어두운 구석에 망토를 숨긴 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기어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손에

서 땀이 나 자꾸 미끄러졌다. 그는 마녀의 곱사등 안쪽에 도달해 지팡이로 살짝 두드리

고 머리를 쭉 내민 뒤 몸을 위로 끌어당겼다. 그런데 곱사등이 닫히고 해리가 석상 뒤

로 펄쩍 뛰어내리자마자 급히 걸어오는 방짝 소리가 들렸다. 

  스네이프 교수였다. 그는 깨만 망토를 휘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와 해리 앞에 

멈춰 섰다.

  "역시 그랬군." 그가 말했다.

  애써 감추려 했지만 스네이프 교수의  얼굴엔 득의 양양한 표정이 역력했다.  해리는 

땀에 젖은 얼굴이며 진흙투성이의 손이 걱정되었지만, 결백한 표정을 지으려 래쓰며 손

을 얼른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같이 좀 가자,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망토 안쪽

에 손을 닦았다. 그들은 지하 감옥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간 뒤 스네이프 교수의 사

무실로 들어갔다.

  해리는 전에 딱 한번 이속에 와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굉장히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책상 뒤편 선반에서 지난번에 없었던 끔찍하게 생긴 것들이 몇 개 더 병에 담

져 죽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난로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더욱 더 무시무시한 분위

기를 자아냈다.

  " 앉아라."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나 스네이프 교수는 앉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말포이가 방금 내게 와서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아무 말고 하지 않았다.

  "그 애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우연히 위즐리를 만났다고 하더구나- 분명히 그 

애뿐이었다고 말이더."

  해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포이 말로는 위즐리와 마주서서 말하고 있었는데 진흙이 뒤통수를 쳤다고 하더구

나.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해리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모르겠는데요, 교수님."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꼭 히포그리프를 노려보아  꼼짝 

못하게 하는 눈빛 같았다. 해리는 눈을 깜작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말포이 군은 그 뒤 이상한 유령을 보았다고 하더구나. 그게 무엇이었을 것 같니, 포

터?"

  "모르겠는데요." 해리가 애써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의 머리였단다, 포터.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는구나." 긴 침묵이 흘렀다.

  "그 애는 폼프리 부인께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해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런 걸 보았다면 말이에요-"

  "너의 머리가 호그스미드에서 무얼 하고 있었겠니,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너의 머리는 호그스미드에 가면 안 되는데 말이지. 네 몸의 어떤 부분도 호그

스미드엔 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잖이."

  "그러게나 말이에요." 해리가 얼굴에서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없애려고 계속  애쓰며 

말했다. "말포이가 헉것을 본 것 같네요-"

  "말포이가 헛것을 본 게 아냐." 스네이프 교수가 무서운 어조로  말하며 허리를 굽혀 

양손으로 해리가 앉아있는 의자 팔걸이를 잡고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네 머리가 호그

스미드에 있었다면 네 몸도 그곳에 있었겠지."

  "전 그리핀도르 탑에 있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해줄 사람이라도 있니?"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네이프 교수의 가느다란 입술이 비틀려 올라갔다.

  "마법부 사람들은 모두," 그가 몸을 다시  똑바로 세우며 말했다. "유명한 해리 포터

님을 시리우스 블랙에서 보호하려고 그렇게 애쓰고 있는데 막상 당사자인 유명한 해리 

포터께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다니다니. 보통 사람들에게 그의 안전이나 걱정케  하면

서 말야! 유명한 해리 포터께서는 결과는 어떻게 되든 말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돌

아다닌다 이 말이지."

  해리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스네이프 교수는 진실을 말하게 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그는 그 수작에 말려들지  않을 작정이었다. 스네이프 교수에겐  아무 증거가 없었다- 

아직은.

  "어쩌면 네 아버지와 그렇게도 똑같니,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눈을 반짝이며 불쑥 

그의 아버지를 들먹였다. "네 아버지도 굉장히 오만했지. 퀴디치를 조금 잘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아주 깔보았단다. 친구들이나 숭배자들과  함께 거들먹거리기나 하면서 말이

다... 둘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니."

  "우리 아버지는 거들먹거리지  않았어요." 해리가 자제하지  못하고 대들었다. "저도 

물론 그렇구요."

  "네 아버지도 역시 규칙들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지." 스네이프 교수가 이때다 싶

었는지 악의에 찬 얼굴로 계속했다. "퀴디치 우승컵 수상자인 네 아버지에겐 규칙은 하

찮은 사람들이나 지키는 것에 불과했단다. 얼마다 뻐기고 다녔던지-"

  "그만하세요!"

  해리는 벌떡 일어섰다. 프리벳가에서늬 마지막 날 밤 이후 그렇게 분노를 느꼈던 적

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스네이프 교수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의 까만 눈이 위험하게 번득거렸다.

  "지금 뭐하고 했니, 포터?"

  "우리 아버지에 대해 그만  말하라고 했어요!" 해리가 소리를  질렀다. "전 다알아요 

아버지가 교수님의 생명을 구해주셨죠!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 아버

지가 아니었다면 교수님은 이곳에 계시지 못했을 거예요!"

  스네이프 교수의 누런 피부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러면 교장선생님이 네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네  생명을 구하게 되었는지도 말해

주셨니?"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귀중한 포터가 듣기 거북한 것들은 골라

내고 말씀하신 모양이로구나."

  해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것을 시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 젖어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포터." 그

가 심술궂게 씩 웃으며 말했다.  "넌 훌륭한 영웅적 행동을  상상하고 있었겠지, 물론? 

그렇다면 내가 바로잡아 주지- 너의 거룩하신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은 내게 대단히 위

험한 장난을 쳤단다. 네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에 겁을 먹지 않았다면 날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장난이었지. 네 아버진 내 생명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생명도 

구했던 거야. 만약 그 장난이 성공했다면 호그와트에서 쫓겨났을 테니까 말이다."

  스네이프 교수의 고르지 못한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꺼내라, 포터!" 그가 갑자기 명령하듯 말했다.

  해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귓가에 고함소리가 들렸다.

  "얼른 꺼내지 못해. 그렇지 않으면 당장 교장실로 데려갈 테다! 꺼내, 포터!"

  해리는 잔뜩 겁에 질려서 천천히 종코의 장난감 가게 봉투와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를 

꺼냈다.

  스네이프 교수가 종코의 장난감 가게 봉투를 집어들었다.

  "론이 준 것들이에요."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가 론을 만나기 전에  귀띔해 줄 기회가 

있길바라며 둘러댔다. "론이- 지나번에 호그스미드에서 사다 준 거에요-"

  "그래? 그러면 그 이후로 죽 갖고 다녔단 말이니? 정말로 감동적이구나... 그러면  이

건 뭐지?

  스네이프 교수가 지도를 집어들었다. 해리는 태연한 척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냥 혹시 쓸 데가 있을까봐 여분으로 갖고 다니는 양피지  조각이에요." 그가 어깨

를 으쓱하며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지도를 뒤집었다.

  "설마 이렇게 낡은 양피지 조각이 필요하진 않겠지?" 그가 말했다. "이건 그냥- 버리

는 게 어떨까?"

  그의 손이 불쪽으로 움직였다.

  "안돼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스네이프 교수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말했다. "이것도 위즐 리가 

사다 준 소중한 선물이니? 아니면 투명 잉크로 쓰여진 편지? 아니면- 디멘터들을 지나

지 않고 호그스미드로 들어가는 방법?"

  해리가 눈을 깜작였다. 스네이프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어디 보자. 어디 봐..." 그가 요술지팡이를 꺼내고 지도를 책상 위에 쫙 펼놓으며 중

얼거렸다. "비밀을 털어놔." 그가 요술지팡이를 양피지에 갖다대며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리는 손이 떨리지 않도록 꽉 움켜줘었다.

  "정체를 드러내!" 그러면서 스네이프 교수는 그 지도를 툭 건드렸다.

  여전히 헛수고였다. 해리는 침착하게 심호흡을 했다.

  "호그와트의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명령하노니,  감추고 있는 비밀을 당장  털어

놔!" 스네이프 교수가 지팡이로 지도를 치며 말했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쓰기라도 하는 듯 지도의 매끄러운 면에 글자들이 나

타났다.

  "무니 씨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군요. 그리고 다른 사람  일에는 쓸

데없이 참견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스네이프 교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리는 놀라서 말도 못하고 그 메시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지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밑에  더 많은 글들이 나타

나고 있었다.

  "프롱스 씨도 무늬 씨와 동갑이랍니다.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는 심술궂은 멍텅구리라

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는군요.

  만냑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  않았다면  그건 아주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패드풋씨는 그런 얼간이가 교수가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말을 하

고 싶다고 합니다."

  해리느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지도가 이미 마지막 말을 한 뒤였다.

  "웜테일 씨는 스네이프 교수에게 이만 작별을 고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 그에게 

머리 좀 감으라는군요."

  해리는 주멉이 날아오길 기다렸다.

  "그렇다면..." 스네이프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렇게 한번 해 보지..."

  그가 난롯가로 성큼 걸어가더니 난로  위에 있던 어떤 병에서 반짝이  가루 한 줌을 

집어 불꽃 속으로 던졌다.

  "루핀!" 스네이프 교수가 불에다 대고 도움을 청했다. "얘기 좀 해야 겠네!"

  해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불이 빙글빙글 돌더니 안에

서 커다란 형체 하나가 나타났다. 잠시 뒤 벽난호에서 루핀 교수가 기어올라와 초라한 

망토에서 재를 떨어냈다.

  "불렀나,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온화하게 말했다.

  "그렇네." 스네이프 교수가 화난 얼굴로 다시 책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포터가 막 

주머니들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하고 했더니 그 애가 이것을 갖고 있었네."

  스네이프 교수가 무니 씨와 웜테일 씨와 패드풋 씨와 프롱스 씨의 말들이 여전히 반

짝이고 있는 양피지를 가리켰다. 루핀 교수의  얼굴에 뭔가 알 수 없는 야릇한  표정이 

스쳤다.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가 말을 이었다.

  루핀 교수가 계속해서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해리는 루핀 교수가 무언가를 빨

리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가 다시 말했다. "이  양피지는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 차 있

는 게 틀림없네. 이건 자네의 전문 분야가  아닌가, 루핀. 포터가 그런 걸 어디서 구한 

것 같나?"

  루핀 교수가 고개를 들고 해리 쪽을 흘끗 쳐다보며  그에게 끼어들지 말라는 눈짓을 

했다.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니?"  그가 온화라게 말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

나, 세베루스? 네겐 그저 그걸 읽은 사람을 모욕하는  양피지 조각으로만 보이는데. 유

치하긴 해도 결코 위험하지는 않을걸세. 해리는 그저 장난감 가게에서 구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나?"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굳어졌다. "그 애

가 장난감 가게에서 그걸 구했다구? 그 애가 그걸 만든  사람에게서 직접 받은 거라고 

생각되지 않나?"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 루핀 교수의 말도 알아

듣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자네 말은 웜테일 씨나 이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그걸 이애에게 주었단 말인가?" 

그가 고개를 돌려 해리에게 물었다. "해리, 이 사람들 아니?"

  "아뇨."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것 보게,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스네이프 교수에게로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내

가 볼 때는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물건인 것 같군-"

  바로 그때 론이 사무실 안으로 불쑥 들이닥쳤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스네이프 교수

의 책상 앞으로 걸아가 결리는 옆구리를 움켜줘고 말했다. 

  "제가- 해리에게- 그걸- 주었어요." 그는 숨이 차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종코

의- 장난감 가게에서- 사다주었어요... 오래 전에요..."

  "그것 보게!" 루핀 교수가 손뼉을 치며 기분  좋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의심이 

풀린 것 같군! 세베루스, 이건 내가  가져가겠네." 그가 지도를 접어 망토 속에다  쑤셔 

넣었다. "해리, 론, 너희들도 함께 가자. 내가 내준 흡혈귀에 대한 논술 숙제에 대해 할

말이 있단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네, 세베루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방을 나왔다. 그와 론과 루핀 교수는 현

관 안의 홀로 다시 나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뒤 해리가 루핀 교수에게 돌

아섰다.

  "교수님, 전-"

  "설명은 듣고 싶지 않구나." 루핀 교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텅 빈 홀로 흘끗 

바라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 "이 지도는 몇 년 전 필치 씨가 압수한 것이지. 그래, 그게 

지도라는 걸 알고 있단다." 해리와 론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며 그가 계속 말했다. "그

게 어떻게 네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네가 그걸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는 게 좀 실망스럽구나. 아무튼 네게 되돌려 줄 수가 없겠구나, 해리."

  그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해리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볼 생각에 항의할 수도 

없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왜 제가 그걸 그 지도 제작자에게서 받았다고 생각한 거죠?"

  "왜냐하면..." 루핀 교수는 망설였다. "왜냐하면 이  지도 제작자들이 널 학교 밖으로 

불러애고 싶어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들은 그게 굉장히 재미있다고 여길 테

니까 말이다."

  "그들을 아세요?" 해리가 물었다.

  "우린 만난 적이 있지."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해리를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

게 바라보고 있었다.

  "널 또다시 두둔해 주리라고  기대하지는 마라, 해리. 네게  아무리 시리우스 블랙을 

조심하라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구나. 하지만 난 디멘터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들리

는 네 부모의 비명 소리가 널 깨닫게 해주었을 거라고 믿었단다. 네 부모는 널 살리기 

위해 돌아가셨잖이, 해리. 그런데  네가 그들의 희생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니."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의 사무실에서 보다도  훨씬 더 참담함을 느꼈다. 루핀  교수가 

가버리자 그는 론과 함께 천천히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외눈박이 마녀 석상을 지나

칠 때 해리는 문득 투명 망토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여전히 저 밑에 있었다. 하지만 

감히 가지러 갈 수가 없었다.

  "내 잘못이야." 론이 불쑥 말했다. "내가 가자고  했잖아. 루핀 교수의 말이 옳아. 그

건 어리석은 짓이었어. 우린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트롤 경비원들이 걸어다니고 있느 복도에 다다르자 헤르미

온느가 그들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들은 게 분명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녀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말

했을까?

  "고소하다고 말하려고 온거니?" 그녀가  그들 앞에 멈춰  서자 론이 사납게  물었다. 

"아니면 벌써 선생님에게 일러바치고 오는 길이니?"

  "아냐."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그저 너희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해그리드가 소송에서  졌어. 벅빅이 죽게 될 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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