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트
해리는 자신이 어떻게 허니듀크 지하실로 들어가 터널을 지나 성으로 되돌아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순식간에 돌아온 것 같다는 것과,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
지 도 전혀 모랐다는 것 외엔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그가 막 들은
대화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아무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덤블도어 교수도, 해그리드도, 위즐리 씨도,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도... 왜 누구도 해리의 부모가 단짝 친구의 배신으로 돌아가셨다
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론과 헤르미온느는 퍼지 장관이 가까이 앉아있었으므로 그들이 엿들은 것에 대해 감
히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저녁을 먹는 동안 내내 해리의 눈치를 사폈다. 그들이 이층으
로 올라가 사람들로 꽉 찬 학생 휴게실로 가자, 프레드와 조지가 학기 말 이라고 프레
드와 조지가 자신에게 호그스미드에 갔었는지 묻는 걸 바라지 않았으므로, 조용히 빈
기숙사 방으로 올라가 곧장 침대 옆 벽장으로 향했다. 그는 벽장에 쌓여있는 책들을 옆
으로 밀치고 금세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하나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2년 전 해그리드가
그에게 주었던 표지가 가죽으로 된 사진 액범이었다. 그 앨범은 그의 엄마와 아빠의 사
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침대 주위에 있는 커튼을 치고 앨범을 넘기
기 시작했다....
그는 부모의 결혼일 사진에서 멈췄다. 해리의 아버지가 그와 똑같이 사방으로 뻗친
헝클어진 까만 머리를 하고 그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행복에 찬 얼굴로 그의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사람인 게 틀
림없었다. 그들의 들러리... 해리는 그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동일한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면, 해리는 이 낡은 사진속에 있는 사람이 그 무시
무시한 블랙이라는 건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신문 지면에 실린 것과는 달리 그의 얼굴
은 홀쭉하지도 창백하지도 않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활짝 웃고 있기까지 했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 그는 이미 볼드모트를 위해 일하고 있었을까? 그는 이미 자신 옆에
있는 두 사람의 죽음을 계획하고 있었을까? 그는 12년간을 자신을 전혀 몰라보게 만든
아즘카반에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하지만 디멘터들은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해. 그는 웃고 있는 그 잘생긴 얼굴을 뚫
어지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것들이 바짝 다가와도 그는 우리 엄마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지못할 거야 -
해리는 앨범을 탁 덮고 다시 벽장 속에 밀어 넣고는 망토와 안경을 벗고 밖에서 보
이지 않도록 커튼을 확실하게 친 뒤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기숙사 방문이 열렸다.
"해리!" 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해리는 잠들은 척하며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는 론이 다시 나가는 소리를 듣
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반듯이 누웠다.
전에는 전혀 몰랐던 증오가 마치 독약처럼 해리의 몸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는 마
치 누군가가 앨범에 있는 사진을 눈에 붙이기라도 한 듯, 어둠 속에서 그를 보고 웃고
있는 블랙의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시리우
스 블랙이 피터 페티그루(네빌 롱바텀과 닮은)를 산산조각으로 폭파시켜버리는 녹화
필름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블랙의 목소리가 어떤 건지 전혀 모르긴 했지만 흥분
한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들렸다. "마침내 바라던 대로 되었습니다, 두목.... 포터 부부가
저를 그들의 비밀 파수꾼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날카롭게 높은 목소리로 웃어대는
또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디멘터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해리의 머릿속에서 들렸던
것과 똑같은 웃음소리였
다....
"해리,너 - 너 얼굴이 왜 그러니?"
해리는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었다. 깨어보니 기숙사 방엔 아무도 없었다. 그
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학생 휴게실로 갔다. 그런데 그곳엔 두꺼비 모양의 페퍼민트
크림을 먹으며 배를 문지르고 있는 론과 책상 세 개에 걸쳐 숙제를 늘어놓고 있는 헤
르미온느뿐이었다.
"다들 어디 있니?" 해리가 물었다.
"갔어!오늘이 방학 첫날이잖아, 잊었니?" 론이 해리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거의
점심 시간이라 조금 있다 가서 널 깨우려던 참이었어."
해리는 벽난로 옆에 있는 의자에 무너지듯이 앉았다. 창 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흩날
리고 있었다. 크룩생크가 마치 커다란 황갈색 모피처럼 벽난로 앞에 사지를 쭉 뻗고 누
워 있었다.
"너 정말로 안색이 안 좋다."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
다.
"난 괜찮아." 해리가 말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론과 눈길을 교환하며 말했다. "어제 들은 말 때문에 정말로 당
황했을 거야. 하지만 중요한 건 어리석은 짓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예를 들면?"
"블랙을 찾아 나선다던지 하는 것 말야."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해리는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이 이 대화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 할 거지, 그렇지,해리?"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블랙 때문에 죽는다는 건 말도 안돼." 론이 말했다.
해리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았다.
"디멘터가 내게 가까이 올 때마다 내가 무엇을 보고 무슨소리를 듣는지 너희들 알기
나 해?" 론과 헤르미온니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조 저었다. "난 우리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볼 드모트에게 간절히 비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마 너희들도 너희
엄마가 그렇게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걸 쉽사리 잊지는 못할 거야. 너희들이
만약 네 엄마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녀를 배신하고 볼드모트에게 잡히도록 했
다는 걸 알았다면 -"
"하지만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잖아." 헤르미온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디멘터들이 블랙을 잡으면 그는 다시 아즈카반으로 돌아갈 거고 - 그리고 그
는 마땅한 형벌을 받게 될 거야!"
"너희들도 퍼지 장관이 하는 말 들었잖아.블랙은 보통 사람들처럼 아즈카반의 영향을
받지 않아. 따라서 다른 사람에넨 그게 형벌일지 몰라도, 그에겐 아냐."
"그러니까 네가 말하려는 건 뭐야?" 론이 매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블랙을 죽이
거나 뭐 - 그런 걸 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바보 같은 소리 마."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아무도 죽
이고 싶어하지 않아, 그렇지,해리?"
이번에도, 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블랙이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니는데, 아무 것도 못하고 손놓고 있어야 한다
는 게 견딜 수 없을 뿐이었다.
"말포이는 알고 있었어." 그가 불쑥 말했다. "그 애가 마법의 약 시간에 내게 했던
말 기억해? 나라면, 직접 그를 추적해서 잡을 거야... 난 복수를 하고 싶을 거야'라고
했던 말 말야."
"그래서 우리의 충고 대신 말포이의 충고를 따르겠다는 거야?" 론이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말했다. "잘 들어.... 블랙이 페티그루를 죽인 뒤 그의 어머니는 무얼 되찾았는지
알아? 아빠가 말씀해 주셨어 - 1급 멀린 훈장, 그리고 상자에 든 페티그루의 손가락이
었어. 그게 그나마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조각이었대. 블랙은 미친 사람이
야, 해리. 그리고 그는 위험해 - "
"말포이의 아버지는 그 애에게 틀림없이 말했을 거야," 해리가 론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말했다. "그가 볼드모트의 측근이었다고 말야 - "
"너 그사람이라고 했니?"
" - 말포이는 블랙이 볼드모트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던 게 분명해 -"
"- 그리고 말포이는 네가 산산조각 나는 것도 보고 싶었을 거야, 페티그루처럼 말야!
상황을 똑바로 봐. 말포이는 퀴디치에서 너와 맞붙기 전에 네가 죽어주길 바라고 있는
것분이야."
"해리,제발."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블랙은
끔찍한, 아주 끔찍한 짓을 했어. 하지만 위험에 스스로 뛰어들려고 하지 마. 그게 바로
블랙이 바라는 거야.... 오,해리, 그를 찾아 나선다면 넌 블랙의 술수에 넘어가는 거야.
네 엄마와 아빠는 네가 다치길 바라지 않으실 거야. 그들은 절대로 네가 블랙을 찾아
나서는 걸 바라지 않으실거야!"
"난 그분들이 뭘 원하는지 영영 알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블랙 덕분에, 그분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니까 말야." 해리가 쌀쌀하게 말했다.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 크룩생크가 발톱을 움직이며 아주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론의 주머니가 떨리듯 흔들렸다.
"야." 론이 화제를 바꿀 궁리를 하며 말했다. "이제 방학이야!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
스야. 우리 - 우리 해그리드 보러 가자. 한참 동안 찾아가지 못했잖아!"
"안돼!" 헤르미온느가 얼른 말했다. "해리는 성을 떠나면 안되잖아, 론 - "
"그래,가자." 해리가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어떻게 우리 부모님에 대해 다 말하면서
도 블랙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않는지 물어봐야겠어!"
론이 그 말을 꺼냈던 건 명백히 시리우스 블랙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고 싶지 않아
서 였지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아니면 체스 게임 하는 것도 괜찮겠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니면 퍼시 형이 놔두
고 간 곱스톤 게임을 하던지 - "
"싫어, 해그리드한테 가자."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망토를 입고 초상화 구멍을 지나("참고 싸워,이 겁쟁이야!"), 텅 빈 성
을 내려가 현관의 오크 문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가루 같은 반짝이는 눈에 발자국을 남기며 천천히 잔디밭으로 향했다. 양말과
망토 자락이 푹푹 빠져서 발이 시렸다. 금지된 숲은 꼭 마법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나
무마다 은빛으로 빛났고, 해그리드의 오두막은 설탕을 입힌 케이크 같았다.
론이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밖에 나가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론이 문에다 귀를 갖다댔다.
"이상한 소리가 나." 그가 말했다. "들어 봐 - 팽인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도 문에다 귀를 갖다댔다. 오두막 안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계
속해서 들렸다.
"가서 누군가를 데려와야 할까봐." 론이 초조하게 말했다/
"해그리드!" 해리가 문을 쾅쾅 두드리며 불렀다. "해그리드, 안에 계세요?"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삐걱거리며 문 이 열렸다. 해그리드간 눈이 빨갛게 충
혈되고 퉁퉁 부은 채로 서 있었다. 그의 가죽 조끼 앞에는 눈물 자국이 군데군데 배어
있었다.
"들었니?" 몸집이 보통 사람의 두 배나 되는 그가 큰소리로 울며 해리에게 매달렸다.
해리가 해그리드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려고 하는 찰나,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그리
의 겨드랑이를 한쪽씩 잡고 다시 오두막 안으로 끌어당겼으므로 그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해그리드는 탁자 앞의 의자로 걸어가 무너지듯이 주져앉더니 걷잡을
수 없이 흐느껴 울었다. 그의 얼굴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번들거렸다.
"해그리드, 왜 그러세요?"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물었다.
해리는 탁자 위에 펼쳐진 채 놓여있는, 공문처럼 보이는 편지를 발견했다.
"이게 뭐예요, 해그리드?"
해그리드가 더 큰소리로 엉엉 울며 그 편지를 해리 쪽으로 밀었다. 해리는 그것을 집
어들고 소리내어 읽었다.
해그리드 씨에게,
히포그리프가 귀하의 학급 학생 하나를 공격한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 우린 귀
하가 그 유감스러운 사건에 아무 책임도 없다는 덤블도어 교수의 보증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럼, 이제 괜찮은 거잖아요, 해그리드!" 론이 해그리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계속 흐느껴 울면서 거대한 손을 흔들며 해리에게 계속 읽
으라고 했다.
그러나 우린 문제의 히포그리프에 대하여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루
시우스 말포이 씨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받아들였으며, 이 문제는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로 넘어갈 것입니다. 청문회가 4월 20일에 열릴 예정이오니, 귀하는 귀하의 히포
그리프를 데리고 런던의 위원회 사무실로 출두하시기 바랍니다. 그때까지 문제의 히포
그리프는 반드시 잡아매어 격리시키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뒤이어 학교 이사들의 목록이 나왔다.
"오," 론이 말했다. "하지만 벅빅은 나쁜 히포그리프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해그리
드. 분명히 큰 문제 없이 잘 해결될 거예요 - "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 놈들을 너희가 몰라서 그래!" 해그리드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목이 메어 말했다. "그 놈들은 온갖 흥미로운 동물들을 다 잡아 죽이려고 하고
있어!"
해그리드의 오두막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홱
돌아보았다. 히포그리프 벅빅이 구석에 누워, 마룻바닥으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어
적어적 씹어 먹고 있었다.
"난 녀석을 저 밖 눈 속에 매어둘 수 없었어!" 해그리드는 목이 메었다. "완전히 혼
자서 말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해그리드의 '흥미로운 동물'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시무시한 괴물'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해그리드에게 직접적으
로 말한 적이 없었다. 특히 해그리드의 기준으로 본다면 확실히 귀여운 축에 속했다.
"그러려면 상당히 강력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할 거예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해
그리드의 커다란 팔뚝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지만 벅빅이 안전하다는 걸 분명히 입
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봤자 아무 소용 없을 거야!" 해그리드가 흐느껴 울었다. "그 처리위원회의 극악
한 놈들은 모두 루시우스 말포이의 손아귀에 있단 말야! 그를 두려워한다구! 그리고 내
가 만약그 소송에서 지면, 벅빅은 - "
해그리드는 한번 크게 통곡하는 소리를 내고는 몸을 앞으로 숙여 얼굴을 감싸 안았
다.
"덤블도어 교수는 어때요, 해그리드?" 해리가 말했다.
"그분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어." 해그리드가 괴로워하며 말했다. "디멘터들
을 성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문제며, 시리우스 블랙이 돌아다니고 있는 문제며,
그분에겐 그것 말고도 할 일이 산더미 같아 -"
론과 헤르미온느는 마치 해리가 해그리드에게 블랙에 대해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고 책망하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듯, 그를 얼른 쳐다보았다. 그러나 해리는
해그리드가 그렇게 가엾게 겁을 집어먹고 있는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낼 수 가 없었다.
"해그리드." 그가 말했다. "포기하지 마세요. 헤르미온느 말이 옳아요. 아저씬 그저 답
변만 잘하면 돼요. 저희들을 증인으로 부르셔도 돼요 -"
"전 어디선가 분명히 히포그리프를 곯려준 사례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요." 헤르미온
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 경우 에는 히포그리프가 형벌을 모면했어요. 제가 찾아
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드릴게요, 해그리드."
해그리드의 울음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좀 거들라며 론을 쳐다
보았다.
"저 - 차 좀 끓여올까요?" 론이 물었다.
해리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엄마는 누군가가 흥분할 때마다 그렇게 하셔." 론이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
다.
마침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머그 잔을 갖다 놓고 도와주겠는 무수한 확언들
을 한 뒤에야 해그리드는 식탁보 만 한 손수건으로 코를 휑 풀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
희들 말이 옳아. 이대로 굴복할 수는 없어. 냉정을 되찾아야 해...."
멧돼지 사냥용의 큰 개를 팽이 탁자 밑에서 머뭇머뭇 나와 머리를 해그리드의 무릎
위에 놓았다.
"요즘엔 통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어." 해그리드가 한 손으로 팽을 어루만지고 또
한손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 "벅빅도 걱정되구, 아무도 내 수업을 좋아하지 않구
-"
"저희들은 정말 좋아해요!" 헤르미온느가 즉시 거짓말을 했다.
"그래요, 정말 재미있어요!" 론이 탁자 밑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집게손가락에 포개어 행
운의 크로버를 만들며 말했다. "저 - 플러버윔들은 어때요?"
"죽었어!" 해그리드가 침울하게 말했다. "양상추를 너무 많이 먹였어."
"그럴 리가!" 론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디멘터들 때문에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아." 해그리드가 갑자기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스리 브룸스틱스에 술 한잔 하러 갈 때마다 그들을 지나쳐야만 하거든. 꼭 아
즈카반에 다시 들어간 것 -"
그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차를 쭉 들이켰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숨을 죽이
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해그리드가 과거에 잠시나마 아즈카반에 있었던 것에 대해
말하는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조금 뒤,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 안
은 끔찍해요. 해그리드?"
"너희들은 아마 상상도 못할 거야." 해그리드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 곳은 처음이야.
난 미치는 줄 알았어. 머릿속에 계속해서 끔찍한 일들만 떠올라.... 내가 호그와트에서
쫓겨난 날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노버트를 보내던 날...."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노버트는 해그리드가 언젠가 카드 게임에서 이겨서
얻은 아기 용이었다.
"조금만 있어도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할 수 없게 돼. 또 삶의 의미도 잃게 되지. 난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다시 나왔을 때 난 꼭 다시 태어난 것 같았어. 모든
게 새로웠지. 가슴이 벅찼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물론 디멘터들은 날놓아주고 싶
어하지 않았어."
"하지만 아저씬 죄가 없었잖아요!" 헤르미온낙 말했다.
해그리드가 코방귀를 뀌었다.
"그게 그들에게 중요할 것 같니? 그들은 상관하지 않아. 수백 명의 인간을 그곳에 같
혀있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들의 모든 행복을 빨아먹을 수 있기만 한다면, 누가
죄가 있는 없든 조금도 개의치 않아."
해그리드는 잠시 말없이 찻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벅빅
을 놔주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날 아가게 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하겠어? 그리고 -
그리고 난 법을 어기는 게 겁이 났어...." 그가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눈물
이 다시 흘러내리고 있었다. "난 아즈카반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갔던 일은 전혀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과 헤
르미온느가 바랐던 효과는 있었다. 해리는 물론 블랙에 대해 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와의 소송에서 해그리드가 이기도록 도우려며느, 도상
복수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다음날로 그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도서실
로 갔다가 벅빅 변호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잔뜩 들고 텅 빈 학생 휴게실로 돌아왔
다. 그들 셋은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 앉아 습격하는 짐승들의 유명한 소송들에 대
한 먼지투성이의 책을 천천히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기 좀 봐.... 1722년에 판레가 하나 있어.... 하지만 히포그리프가 유죄 선고를 받았
어 - 으, 그들이 그것에 한 짓좀 봐.정말 구역질 나 - "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봐 - 1926년에 맨티코어가 누군가를 맹렬하게
공격했는데, 그들이 그 맨티코어를 놓아주었어 - 어 - 이럴 수가, 하지만 그건 그저 모
두가 너무 겁을 먹어서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었어...."
한편 성의 다른 곳에서는 볼 학생들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크리스마스
장식이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다. 복도에는 성양호랑가시나무와 겨우살이의 두꺼운 장식
리본들이 늘어져 있었고, 갑옷마다 안에서 신비한 불빛이 비춰지고 있었으며, 연회장은
황금빛 별들이 반짝이는 열 두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다. 복도
에는 온통 강렬하고 맛있는 요리 냄새가 배어들었는데, 그리스마스 이브 즈음에는 그
냄새가 얼마나 진동을 했던지 스캐버스조차 피난처인 론의 주머니에서 코를 내밀고 킁
킁거렸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해리는 론이 던진 베개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
"어!선물들이네!"
해리는 안경을 쓰고, 아직 조금 어두운 침대 끝을 흘끗 바라보았다. 소포 꾸러미가
몇 개 쌓여 있었다. 론은 이미 자신의 선물 꾸러미들을 뜯고 있었다.
"엄마가 또 스웨터를 보내주셨어.... 또 밤색이야.... 너도 있는지 봐."
해리도 진홍색 스웨터와 집에서 구운 수십 개의 고기 파이와 크리스마스 케이크 조
금과 땅콩 한 상자를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것들을 다 옆으로 치우자 밑에 길다
랗고 가느다란 소포 하나가 놓여있었다.
"저게 뭐지?" 론이 금방 뜯은 밤색 양말을 들고 넘겨다보며 물었다.
"몰라...."
그런데 그 소포를 찢어 열었을 때 침대 위로 번쩍이는 멋진 빗자루가 굴러 나왔다.
해리는 깜짝 놀랐다. 론은 양말을 떨어뜨리고 더 자세히 보려고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
렸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해리가 다이애건 앨리에서 매일 보거 갔었던 그 꿈의 빗자루와 똑같은 파이어
볼트였다. 그가 집어들자 손잡이가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빗자루가 흔들리는 걸 느끼
고 얼른 놓아 버렸다. 그런데 그건 들고 있지 않은데도, 그가 놓은 자리에 그대로 둥둥
떠 있었다. 그의 눈이 손잡이 끝에 있는 황금빛 등록 번호에서 꼬리 부분이 매끄럽고
날씬한 자작나무 가지들로 옮겨갔다.
'누가 보냈을까?" 론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카드가 있나 봐." 해리가 말했다.
론이 파이어볼트를 싸고 있는 비닐 포장지를 북 뜯었다.
"아무 것도 없어! 와, 네게 그렇게 비싼 걸 사준 사람이 누구지?"
"글쎄," 해리가 어리벙벙한 기분으로 말했다. "더즐리 가족은 분명히 아닐 텐데."
"틀림없이 덤블도어 교수가 보냈을 거야." 론이 이제 파이어볼트 주위를 걸어다니면
서, 요모조모 뜯어보며 말했다. "예전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네게 투명 망토를 보냈
었잖아...."
"하지만, 그건 우리 아빠 거였어." 해리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저 그걸 내게
전해주었던 것 뿐이었어. 그분이 내게 이렇게 비싼 걸 주실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거지!" 론이 말했다. "말포이같은 멍텅구리가 편애한
다고 난리를 칠까봐 말먀.야,해리" - 론이 큰소리로 와 하고 웃었다 - "말포이 녀석이
네가 이걸 가진 걸 보면 어떻게 될까! 녀석의 기가 팍 죽을 거야! 이건 국제 표준 빗자
루잖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해리가 파이어볼트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론은 해리의 침
대에 푹 주저앉아 말포이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
"알았다." 론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알겠어 - 루핀 교수야!"
"뭐라구?" 해리는 론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 그냥 웃고 말았다. "루핀 교수? 야,
그분이 이걸 살 정도의 돈을 갖고 있다면, 망토를 벌써 몇 벌은 사 입었을 거야."
"그래,하지만 그 선생님은 널 좋아하잖아." 론이 말했다. "그리고 네 님부스가 산산조
각이 났을 때 그분이 없어졌잖아. 그는 그것에 대해 듣고 다이애건 앨리로 가서 이걸
샀을지도 몰라 -"
"무슨 말이야, 그가 없어졌다니?" 해리가 물었다. "내가 그시합을 하고 있을 때 그분
은 편찮으셨어."
"하지만,그는 병동에 있지는 않았어." 론이 말했다. "내가 거기에 갔었잖아. 스네이프
교수에게서 받은 벌로 변기를 청소하려고 말야, 기억나?"
해리가 론에게 얼굴을 찡그렸다.
"루핀 교수는 이런 걸 살 수 있는 돈이 없으셔."
"너희 둘 왜 그렇게 웃고 있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어느새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목에는 금실을
두른 채로 크룩생크를 들고 있었는데 아주 심술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녀석 데리고 들어오지 마!" 론이 부리나게 침대 밑에서 스캐버를 잡아 잠옷 주머
니 속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크
룩생크를 시무스의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파이어볼트를 뚫어지게 바
라보았다.
"오,해리!누가 그걸 보낸 거니?"
"몰라." 해리가 말했다. "카드도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놀랍게도 헤르미온느는 그 말에 흥분하지도, 흥미를 갖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렇기는 커녕 어두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러니?" 론이 물었다.
"나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그지? 내 말은, 이건
굉장히 좋은 빗자루잖아,안 그래?"
론이 홧김에 한숨을 지었다.
"최고의 빗자루지 물론,헤르미온느." 그가 말했다.
"그러면 틀림없이 굉장히 비쌀 거 아냐...."
"아마 슬리데린 팀의 빗자루를 다 합한 것보다도 더 비쌀거야." 론이 유쾌하게 말했
다.
"그런데... 누가 해리에게 그렇게 비싼 걸 보냈을까, 심지어 이름도 밝히지 않고 말
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알게 뭐야?" 론이 성급하게 말했다. "야,해리.나 한번 타봐도 되니?응?"
"내가 볼 땐 아무도 저 빗자루를 타선 안 될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
다.
해리와 론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걸로 뭘 하라는 거니 - 마룻바닥이나 쓸란 말야?" 론이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크룩생크가 시무스의 침대에 펄쩍뛰어올
라 론의 가슴팍으로 달려들었다.
"그 녀석 - 좀 - 여기서 - 내보내!" 크룩생크의 발톱이 잠옷을 잡아 찢어 스캐버스
가 어깨 너머로 미친 듯이 달아나려고 하자 론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스캐버스의 꼬
리를 잡고는 발로 크룩생크를 차버린다는 게 그만 잘못해서 해리의 침대 끝에 있는 가
방을 쳐서 넘어뜨리고 말았다. 론은 아파서 깡충깡충 뛰며 악을 썼다.
크룩생크의 털이 갑자기 곤두섰다.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포켓
스니코스코프가 버논 이모부의 낡은 양말 속에서 나와 마룻바닥에서 핑핑 돌며 번쩍이
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잊고 있었군!" 핼리가 굽혀 스니코스코프를 집어들며 말했다. "웬만하
면 그 양말을 신지 않으니까말야...."
스니코스코프가 그의 손바닥에서 핑핑 돌고 또 돌았다. 크룩생크가 그것을 보고 쉿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저 고양이 여기서 갖고 나가는 게 좋을 거야, 헤르미온느." 론이 해리의 침대에 앉
아서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며 화를 냈다. "넌 그것 좀 조용히 시킬 수 없니?" 헤르미온
느가 여전히 악의에 찬 노란 눈으로 론을 노려보고 있는 크룩생크를 안고 방에서 성큼
성큼 걸어나가자 그가 해리에게 덧붙였다.
해리는 스니코스코프를 다시 양말 속에 쑤셔 넣고 가방 속으로 던져버렸다. 이제 들
리는 거라곤 통증과 분노를 꾹 참고 있는 론의 신음 소리뿐이었다. 스캐버는 론의 손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녀석이 론의 주머니 바깥에 나와 있는 걸 보는 건 꽤 오랜만이었
다. 해리는 깜짝 놀랐다. 한때는 그렇게 통통하게 살이 쪘던 스캐버스가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털도 듬성듬서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 녀석 안색이 굉장히 좋지 않아 보인다, 그지?" 해리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래!" 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 커다란 멍청한 고양이가 가
만 내버려두기만 하면 녀석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해리는 신비한 동물들을 파는 가게의 여주인이 쥐는 3년정도밖에 살지 못한
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스캐버스가 만약 아직 드러낸 적이 없는 어떤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쥐는 생명이 다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캐버스가 따분하
고 쓸모 없다며 자주 불평하기는 했지만, 만약 스캐버스가 죽는다면 론은 틀림없이 몹
시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아침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에는 확실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
로 냉기가 감돌았다. 헤르미온느는 크룩생크를 자신의 기숙사 방 속에 가두어 두었지만
론이 그고양이를 발로 차려고 했던 것 때문에 몹시 화가 나 있었고,론도 크룩생크가 또
다시 스캐버스를 공격하려고 했던 것 때문에 여전히 성이 나 있었다. 해리는 그들을 화
해시키는 걸 포기하고 학생 휴게실로 가져온 파이어볼트만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어
떤 이유인지 이것도 헤르미온느를 화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
지만 마치 그 빗자루가 자신의 고양이를 비난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계속 험악한 얼굴
로 바라보았다.
점심 시간에 연회장으로 내려가자 기숙사 테이블들은 다시 벽 쪽으로 옮겨져 있었고,
연회장 한가운데에는 열 두 명이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된 단 한 개의 테이블만 놓여
있었다. 그곳에는 덤블도어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와 스프라우트 교수
그리고 플리트윅 교수가 앉아 있었으며, 학교 관리인 필치도 평상시의 갈색 코트를 벗
고 매우 낡고 다소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연미복을 입고 함께 앉아 있었다. 또 굉장
히 긴장한 것 같은 1학년생 들과 부루퉁한 얼굴의 슬리데린의 5학년생 하나도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테이블로 다가가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기숙사 테이블들을 다 쓰는 게 좀 미련해 보여서 말이
다.... 앉거라, 앉아!"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테이블 끝에 나란히 앉았다.
"폭죽!" 덤블도어 교수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커다란 은빛 폭죽을 주며 열광적으로 말
했다. 그는 그것을 마지못해 받아들고는 잡아당겼다. 총소리처럼 빵 하며 커다랗고 뾰
족한 마녀 모자가 나타났다.
해리는 보가트를 떠올리며 론을 쳐다보았다. 눈길이 마주치자 그들은 둘 다 씩 웃었
다. 스네이프 교수가 입을 삐죽거리며 그 모자를 덤블도어 교수 쪽으로 밀자 그는 그걸
즉시 자신의 마법사 모자와 바꾸었다.
"듭시다!"그가 밝게 웃으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권했다.
해리가 구운 감자를 담고 있을 때 연회장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트릴로니 교수였
다. 그녀는 미끄러지듯 스르르 그들에게로 왔다. 그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 같
은 번쩍이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꼭 번쩍이는 특대 잠자리 같았다.
"사이빌,오셨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일어서며 말했다.
"제가 수정 구슬을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 교장선생님." 트릴로니 교수가 꿈꾸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놀랍게도 제가 혼자서 점심 먹는 걸 포기하고 이곳으로 오고 있
는 게 보이지 뭐겠어요. 그러니 운명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거부할 수 있나요? 그래서
즉시 서둘러 탑에서 내려왔어요. 늦은 걸 용서해 주세요...."
"물론이죠,물론이고 말고요." 덤블도어 교수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내가 저 위
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 드리리다 -"
그리고 그는 정말로 요술지팡이로 허공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렸고, 그건 잠시 빙그르
르 돈 뒤 쿵 하며 스네이프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 사이로 떨어졌다. 트릴로니 교수는
그러나 앉지 않았다. 그녀가 커다란 눈으로 테이블을 죽 둘러보더니 갑지가 약한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앉지 않은 게 좋겠어요, 교장선생님! 제가 합석하면, 열 세 사람이 돼요! 그것보다
더 불길한 일은 없을 거예요! 열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면, 가장 먼저 일어선 사람
이 가장 먼저 죽는다는 걸 잊지 마세요!"
"정말 그렇게 되나 안 되나 보도록 하죠, 사이빌" 맥고나걸 교수가 조바심하며 말했
다. "앉으세요, 칠면조 고기 요리가 식고 있잖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망설이더니, 마치 테이블에 금방 벼락이 치기라도 할 듯 눈을 감고
입을 꼭 다문 채로 의자에 앉았다. 맥고나걸 교수가 커다란 숟가락을 가장 가까이 놓인
움푹한 그릇에 푹 집어넣었다.
"내장 드실래요,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다시 뜨고 주위를
한번 더 돌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루핀 교수는 어디에 계시죠?"
"다시 병이 나신 모양이에요." 덤블도어 교수가 몸짓으로 이제 모두들 먹어도 좋다고
하며 말했다. "하필 크리스마스날에 아프다니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알고 계셨겠죠, 사이빌?" 맥고나걸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
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맥고나걸 교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저는 물론 알고 있었죠, 미네르바.' 그녀가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모든 걸 알
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전 자주 영적인 눈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죠. 다른 사람들이 겁내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러시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톡 쏘며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아주 또렸해졌다.
"난 사실, 미네르바, 루핀 교수가 아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하실 거라는 걸
예견했어요. 그 자신도 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수정
구슬을 한번 들여다보자고 제안하자 도망가다시피 했거든요 - "
"눈에 선하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냉담하게 말했다.
"제가 볼 땐," 덤블도어 교수가 유쾌하지만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자, 맥고나걸
교수와 트릴로니 교수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루핀 교수는 지금 전혀 위독하지 않으세
요. 세베루스, 그분을 위해 마법의 약을 또 만들어주셨죠?"
"네, 교장선생님.'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잘하셨어요."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러면 그분은 곧 쾌차하실 겁니다.... 데릭,
이 작은 소시지 먹어본 적 있니? 정말 맛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직접 이름을 부르며 말하자, 그 1학년짜리 소년이 얼굴이 새빨개져
서 손으로 소시지 접시를 가져갔다.
트릴로니 교수는 두 시간에 걸친 크리스마스 만찬이 끝날때까지 거의 정상적으로 행
동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음식을 잔뜩 먹은 해리와 론이 여전히 파티 모자를 쓴 채로
테이블에서 가장 먼저 일어서자 그녀가 큰소리로 비명을 꽥 질렀다.
"애들아!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니? 누가?"
"모르겠는데요."론이 불안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별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커다란 홀로 나오는 사
람을 죽이기 위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 말예요."
론조차 피식 웃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모욕을 당한 게 분한 것 같았다.
"갈래?"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난 맥고날걸 교수님과 잠깐 나눌 말이 있어."
"들을 만한 수업이 더 있는지 알아보려는 거겠지,뭐." 론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현관
안의 커다란 홀로 나갔지만 확실히 도끼를 든 미치광이는 없었다.
초상화 구멍에 도달하자, 캐도간 경이 수도사 두어 명과 호그와트의 과거 교장들 대
여섯 명과 그리고 그의 살찐 조랑말과 함께 트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가 투
구의 면갑을 밀어올리고 꿀술을 들며 그들에게 축배를 외쳤다.
"메리 - 긱 - 크리스마스! 암호?"
"야비한 겁쟁이." 론이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도 메리크리스마스!" 그림이 홱 열리자 그들을 들여보내며 캐도간 경
이 외쳤다.
해리는 곧장 기숙사 방으로 올라가, 파이어볼트와 헤르미온느가 그의 생일 때 사주었
던 빗자루 수리 장비 세트를 들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파이어볼트에 어디 손 볼
데가 없어서 굳이 다듬을 필요가 없으니까 찾아보았다. 하지만 작은 가지 하나 구부러
져 있는 게 없어서 굳이 다듬을 필요가 없었고, 손잡이는 어찌나 반짝반짝 윤이 났던지
광을 낸다는 게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가 그저 론과 함께 앉아서 감탄만 하고 있을 때
초상화 구멍이 열리더니 헤르미온느가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들어왔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 교수였지만, 그녀가 학생 휴게실에 들어
온 건 과거에 딱 한 번, 매우 중대한 발표를 하기 위해서뿐이었다. 해리와 론은 파이어
볼트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가 걸어가 앉더니, 가장 가까운 책을
집어들고 얼굴을 가렸다.
"그러니까 바로 그거로구나,그렇지?" 맥고나걸 교수가 난롯가로 걸어가 파이어볼트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그레인저가 네가 빗자루를 받았다고 말해주었단다, 포터."
해리와 론이 헤르미온느를 홱 돌아보았다. 그들은 뒤짐힌 책위로 올라온 그녀의 이마
가 새빨개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좀 봐도 되겠니?" 맥고나걸 교수는 이렇게 물었지만,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들
의 손에서 파이어볼트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그것을 손잡이에서부터 작은 가지들이 있
는 곳까지 조심스럽게 살폈다. "흠. 그런데 아무 편지도 없었단 말이지, 포너? 카드도
없고? 어떤 말도?"
"네." 해리가 딱 잘라서 말했다.
"알겠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럼,이건 내가 가져가야 할 것 같구나,포터.'
"뭐 - 무러구요?" 해리가 허둥지둥 일어서며 말했다. "왜요?"
"혹실 불운을 가져오는 마법이 걸려있는 건 아닌지 징크스테스트를 해 봐야 하기 때
문이란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물론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후치 부인과 플리트윅 교수가 아마 분해해서 알아보실
게다 - "
"분해한다구요?" 론이 마치 맥고나걸 교수가 정신이 나갔다는 듯 놀라서 말했다.
"몇 주면 될 게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불운을 가져오는 마법이 걸려있지 않
다는 게 밝혀지면 되돌려주마."
"그건 전혀 잘못된 게 없어요!" 해리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
"그건 모르는 거란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아주 상냥하게 말했다. "타고 날아보기
전에는 말이다. 그리고 손 댄 흔적이 전혀 없다는 걸 확신할 때까지는 그걸 타고 나는
건 절대 불가능할 것 같구나. 결과는 꼭 알려주도록 하마."
맥고나걸 교수가 홱 돌아서서 파이어볼트를 들고 초상화 구멍으로 나가자 구멍이 닫
혔다. 해리는 광택 약 뚜껑을 움켜쥔채 그녀가 나가는 걸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었
다.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홱 돌아섰다.
"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맥고나걸 교수에게 일러바친 거니?"
해리미온느가 책을 옆으로 팽개쳤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새빨갰다. 하지만 그녀는
일어서서 도전이라도 하듯 론과 마주섰다.
"왜냐하면 난 그 빗자루를 보낸 사람이 시리우스 블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야!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도 내말에 동의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