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4)

      냉옥한 패배

  덤블도어 교수는 그리핀도르 아이들을 모두 다시 연회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10분 뒤

엔 후플푸프, 래번클로, 슬리데린 아이들도 왔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여러 선생님들과 난 성을 철저히 수색해야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와 플리트윅 교수

가 연회장 출입문을 모두 닫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안전을 위해 오늘 

밤 모두 이곳에서 자야 할 것 같군요. 반장들은 연회장 입구에서 보초를 서주길 바랍니

다. 모든 건 전교 회장에게 맡겨두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발견되면 내게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그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으스대고 있는  퍼시에게 덧붙였다. "아무 

때라도 유령들에게 전해주면 내게 곧장 연락이 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마치고, 연회장을 떠나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다시 말했다. 

"아, 그렇지, 이게 필요하겠군요...."

  그가 요술지팡이를 아무렇게나 한번 휘두르자 긴 테이블들이  연회장 가장자리로 날

아가 벽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 또 한번 휘두르자 마룻바닥에 수백 개의 푹신한 보랏빛 

침낭들이 가득 찼다.

  "잘들 자요."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닫고 나가며 말했다.

  연회장이 금방 흥분으로 우성대기 시작했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막 일어났던  일을 

다른 기숙사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모두들 침낭 속으로!" 퍼시가 소리쳤다. "자.  이제,더 이상 잡담 말고!10분 뒤  불을 

끈다!"

  "어서."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들은 침낭 세 개를  한쪽 으로 끌고 

갔다.

  "블랙이 아직도 성안에 있을까?"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론이 말했다.

  "그가 오늘 밤을 택한 게 천만 다행이었어." 그들이 옷을 입은 채로  침낭 속으로 기

어 들어가 턱을 괴고 눕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가 탑에 없었던 밤이었잖아...."

  "도망 다니느라 날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나봐." 론이 말했다. "오늘이 할로

윈 데 ㅣ라는 것도 모르고 말야. 만약 오늘이 할로윈이라는 걸 알았다면 여기 연회장

에 나타났을 거아냐."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 주위에 있는 아이들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들어왔을까?"

  "축지법을 쓸 줄 아는지도 모르지." 조금  떨어져 있는 래번클로 아이가 말했다. "그

냥 뿅하고 나타나는 거 말야."

  "변장했을지도 몰라." 후플푸프의 5학년생이 말했다.

  "날아 들어왔을 수도 있어." 딘 토마스가 넌지시 말했다.

  "아이 답답해. 정말이지 '호그와트의  역사' 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거

니?" 헤르미온느가 듣다 못해 뿌루퉁해서 해리와 론에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론이 말했다. "왜?"

  "이 성벽은 그저 단순한 벽이 아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성벽에는 사람들이 몰래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온갖 종류의  마법을 걸어놨어. 이곳에서는 축지법을 쓸 수  없

어.. 그리고 디멘터들을 속일 수 있는 변장술도 없구. 더욱이 그들은 정원으로 들어오는 

입구마다 보초를 서고 있으니까 행여 블랙이  날아 들어왔대도 볼 수 있었을 거야.  또 

필치는 모든 비밀 통로들을 다 알고 있어. 그곳에도 물론 디멘터들이 있구 말야...."

  "이제 불을 끈다!"  퍼시가 소리쳤다. "모두  침낭 속으로 들어가고  더 이상 말하지 

마!"

  촛불이 한번에 다 꺼졌다. 이제 불빛이라곤 반장들에게 심각하게 말하며 떠나니고 있

는 은빛 유령들과 바깥의 하늘처럼 별들이 빛나고 있는  마법의 천장에서 나오는 불빛

이 전부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소곤대는 속삭임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꼭 바람이 솔솔 부는 야외에서 잠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연회장을 살피고 돌아갔다. 많은 학   ㅣ  마침내 

곯아떨어진 새벽 3시쯤에 덤블도어 교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해리는 그가 퍼시를 찾아 

주위를 휘 둘러보는 걸  지켜보았다. 퍼시는 침낭들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며, 속닥대고 

있는 아이들을 나무라고 있었다.

  퍼시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덤블도어 교수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그들은 얼른 잠자는 척했다.

  "어떤 흔적이라도 있나요,교수님?" 퍼시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없단다. 여기는 모두 괜찮니?"

  "모든 게 잘되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나. 지금 애들을 굳이 옮길 필요는 없구, 그리핀도르 초상화 구멍을 지키는 

임시 경비원을 구해 두었으니 내일은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뚱보 여인은요?"

  "2층에 있는 지도에 숨어있단다. 암호를 말하지 않는 블랙을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자 

그가 공격을 한 것 같더구나. 여전히  몹시 괴로워하고 있지만 좀 진정되면 필치  씨를 

시켜 초상화를 원래대로 복구시킬 계획이란다."

  그때 연회장 문이 삐걱 하고 다시 열리는 소리와 더 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 그건 스네이프 교수의 목소리였다. 해리는 숨을 죽이고 열심히 귀기울

였다. "3층을 다 수색했는데 없었어요. 그리고 필치는  지하 감옥들을 살펴보았는데 역

시 아무 것도 없었답니다."

  "천문 탑은요? 트릴로니 교수의 방은요? 부엉이들 방은요?"

  "모두 다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수고했어요, 세베루스. 블랙이 아직까지 어정대고 있을 리가 없겠죠."

  "그런데 그가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교수님?" 스네이프 교수가 물었다.

  해리는 더 잘 들으려고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여러 가지 생각해 보았지만 모두 다 가능성이 희박해요."

  해리는 샛눈을 뜨고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에

게 등을 대고 서 있었지만 열심히 듣고 있는  퍼시의 얼굴과 화난 것처럼 보이는 스네

이프의 옆모습은 볼 수 있었다.

  "일전에 저와 나누셨던 말 기억하세요, 교장선생님? 학기 초에 말씀입니다."

  스네이프 교수가 마치 퍼시 때문에 말하길 꺼리기라도 하는 듯 입술을 거의 떼지 않

고 말했다.

  "그렇고,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왠지 심상치 않게  들렸

다.

  "그러니까 -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 블랙이 내부의 도움  없이 학교로 들어왔다

는 게 말입니다. 제가 분명히 염려스럽다고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

  "난 이 성안에 있는 어떤 사람도 블랙이 들어오는  걸 도왔들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요." 덤블도어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 속에  '그 얘기는 이미 끝났다'는 뜻

이 역력했기 때문인지 스네이프 교수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난 이만 디멘터들에게 내려가 봐야겠소."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수색이 끝나면 

알려주겠다고 해서 말이오."

  "디멘터들이 수색을 돕고 싶어하지 않았나요?" 퍼시가 물었다.

  "물론 그랬지." 덤블도어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가 교장으로 

있는 동안은 이 성안에 디멘터들이 들어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단다."

  퍼시는 다소 무안해한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빨리 그리고 조용히  연회장을 

나갔다. 스네이프 교수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잠시 서서 교장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곤 그도 역시 나갔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슬쩍 바라보았다. 둘 다 눈을 뜨고 있었다.

  "저게 다 무슨 소리니?" 론이 입을 열었다.

  그 다음 며칠 동안 아이들은 온통 시리우스 블랙에 대한 얘기만 했다. 그가 성에 어

떻게 돌어왔는가에 대한 추측들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후플푸프의 한나 아보트는  다음 

약초학 수업 시간 내내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블랙이 꽃  피는 키 작은 나무로 변했을

지도 모른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뚱보 여인의 찢겨진 캔버스는 벽에서 떼어지고 캐도간 경과그의  살찐 회색 말 그림이 

대신 걸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것을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았다. 캐도간 경은 시도때

도 없이 아이들에게 결투 신청을 해 귀찮게 구는가 하면, 아주 이상하고 복잡한 암호를 

궁리해 내서 하루에도 두 번씩 바꾸어 아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가 일쑤였다.

  "그는 완전히 정신 이상자야." 시무스 피니간이 성내며 퍼시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 

사진 걸어두면 안될까?"

  "다른 그림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곳에  있고 싶어하지 않아." 퍼시가 말했다. "

뚱보 여인에게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들 겁에 질렸거든. 그래도 캐도간 경이니까 용감

하게 그 일을 하겠다고 자원한 거야."

  그러내 해리에게 생긴 다른 걱정거리들에 비하면 캐도간 경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

었다. 그의 행동은 이제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 받고 있었다.  복도를 걸어갈 땐 선생

님들이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그와 동행했고, 퍼시 위즐리(해리가 생각할 때는 그의 어

머니의 명령에 따른 행동인 것 같았다) 는 그가 어디를 가든 거드름을 피우며 꼭 경호

해주는 개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침내는 맥고나걸 교수까지 꼭 누군가가 죽은 

것 같은 침울한 얼굴로 해리를 그녀의 사무실로 데려갔다.

  "너에게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겠구나,포터." 그녀가 아주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

이 말을 들으면 놀라겠지만, 시리우스 블랙이 - "

  "그가 절 찾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해리가 지쳐서 말했다. "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들었어요. 위즐리 아저씨는 마법부에서 일하시잖아요."

  맥고나걸 교수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해리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

었다. "그랬구나!글쎄다. 그렇다면 포터, 저녁에 퀴디치 연습하는 게 왜 좋지 않은지 이

해하겠구나. 너의 팀 선수들하고만 경기장에 나가 있다는 건 너무 위험하잖니-"

  "저흰 토요일에 첫 시합이  있어요!" 해리가 흥분해서 말했다.  "훈련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교수님!"

  맥고나걸 교수가 그를 골똘히 바라보았다. 해리는 그녀가 그리핀도르 팀의 우승에 깊

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애당초 그에게 수색꾼을 하도록 권유했던 사람

도 결국 그녀였지 않은가. 그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흠...." 맥고나걸 교수가 일어서서 창가로  걸어가더니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퀴디치 

경기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맹세코, 나도 우리 팀이  우승컵을 타는 걸 보고 싶단

다.... 그렇지만 포더...선생님이 곁에 계시다면 더 안심이 될 것 같구나. 내가 후치 부인

에게 너희들이 훈련하는 동안 감독해달라고 부탁드려보마."

  첫 퀴디치 시합날이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러나 그리핀도르 팀

은 후치 부인의 감독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그런데 토요일 

시합을 앞둔 마지막 훈련 때, 올리버 우드가 팀 선수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을 알려왔

다.

  "내일 시합은 슬리데린과 하지  않아!" 그가 대단히 화난  얼굴로 말했다. "플린트가 

막 날 찾아왔었어. 후플푸프와 하게 될 거야."

  "왜?"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플린트의 말에 따르면 그 팀의 수색꾼 팔이 아직 낫지 않았애." 우드가 이빨을 뿌드

득 갈며 말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그 속셈은  안 봐도 뻔해. 이런 

날씨 속에서 경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승산이 없다는 거겠지 뭐...."

  온종일 강한 바람과 폭우가 쏟아졌고, 우드가 말할 때는 희미하게 우르르 쾅쾅 하며 

천둥소리까지 들렸다.

  "말포이의 팔은 멀쩡해!" 해리가 사납게 말했다. "그  자식은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

라구!"

  "나도 알아.하지만 그걸 입증할 수가 없잖아." 우드가 따끔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우

린 슬리데린과의 경기를 대비해서 모든 전술을 연습해왔었는데, 상대 팀이  후플푸프로 

바뀌었으니 큰 문제야. 그 팀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니까 말야.그 팀엔 주장선수이자 수

색꾼으로 새로운 선수, 케드릭 디고리가 들어왔어-"

  안젤리나의 앨리샤와 케이티가 갑자기 낄낄거리며 웃었다. 

  "뭐야?" 우드가 이 태평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키 크고 잘생긴 애 말이지?" 안젤리나가 말했다.

  "건장하고 말이 없고." 케이티가 이렇게 덧붙였고,  그 애들은 다시 낄낄거리기 시작

했다.

  "그 애가 말이 없는 건 그저 앞뒤 단어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기 때

문일 뿐이야." 프레드가 성급하게 말했다. "난 네가 왜 걱정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어, 올

리버 후풀푸프는 손쉬운 팀이야. 지난번에 그 애들과 경기했을  때는, 해리가 5분도 되

지 않아서 스니치를 잡았잖아.기억 안나?"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 우드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디고리가 나섰다

는 걸 생각해야지! 그 앤 훌륭한 수색꾼이야! 너희들이 그걸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유감이야! 우린 마음을 놓아서는 안 돼! 절대 해이해지면 안 된다구! 슬리데린은 일

부러 우리가 잘못되게 하려고 이러흔 거란말야! 우린 꺽 이겨야만 해!"

  "올리버,진정해!" 프레드가 다소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후플푸프 팀을 매우 진

지하게 여기고 있어. 진지하게."

  시합 전날이 되자 바람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거세게 몰아쳤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다. 복도와 교실이 어찌나 어두웠던지 횟불과 초롱들을  더 밝혀두어야 했다. 이

런 날씨를 보면서 슬리데린 팀은 노골적으로 기분이 좋은 내색을 보였다. 말포이는 특

히 더 했다.

  "아, 내팔만 조금 더 나아졌더라면 좋았을걸!" 사나운 바람이 창문을 때리자 그가 한

숨을 쉬는 척했다.

  해리의 머릿속은 온통 내일 시합  걱정뿐이었다. 올리버 우드는 수업 시간  사이사이 

허둥지둥 그를 찾아와 조언을 해주었는데, 세  번째 왔을 때는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만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에 10분이나 늦고 말았다.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가는 그

의 뒤에 대고 우드가 소리쳤다. "디고리는 몸을 아주 빨리 휙휙 돌릴 수  있대,해리. 그

러니까 녀석을 정신없이 빙빙 돌게 해서 꽈배기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아마 괜찮은 방

법일 거야-"

  해리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실로 달려가 다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루핀 교수님. 전-"

  하지만 교탁에서 그를 올려다본 사람은 루핀 교수가 아니었다. 그건 스네이프 교수였

다.

  "이 수업은 10분 전에  시작했다,포터. 그러니 그리핀도르에 서  10점을 감점해야 할 

것 같구나. 앉아라."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루핀 교수님은 어디 계시죠?" 그가 물었다. 

  "오늘 몸이 좀 좋지 않으셔서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스네이프 교수가 일

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앉으라고 말한 것 같은데?"

  하지만 해리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떻게 안 좋으신대요?"

  스네이프 교수의 까만 눈이 반짝거렸다.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그는 마치 그러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은 표정으

로 말했다. "그리핀도르에서 5점 더 감점하겠다. 그리고 앉으라는  말을 한 번만 더 하

게 했다간 50점감점될 줄 알아라."

  해리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학급 아이들을 죽 둘

러보았다.

  "포터가 들어오기 전에 말했던 것처럼, 루핀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분이  다루었던 주

제들에 대해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으셨어요-"

  "선생님,저희들은 보가트와 레드 캡과 카파와 그라인딜로우들을 배웠는데요," 헤르미

온느가 얼른 말했다. "그리고 저희들은 막 -"

  "조용히 해요."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난 그런 걸 말해달라고 하지 않았

어요. 난 그저 루핀 교수의 수업 구성 능력 결여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분은 지금까지 저희를 가르쳤던 선생님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어둠의 마법 방어

법 선생님이세요." 딘 토마스가 용감하게 말하자,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동의를 표시했

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들은 아주 만족하고 있군요. 하긴 루핀 교수는 여러분들을 결코  힘들게 하지 

않으니까 그럴 만도 하죠 - 내가 볼때 레드 캡이나  그라인딜로우는 1학년생들도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이에요. 오늘 우리는 -"

그는 교과서를 손가락 끝으로 휙휙 넘기더니, 그들이 다루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알 텐

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펼쳤다.

  "- 늑대인간."

  "하지만, 선생님." 헤르미온느가 참을수 없는 듯 그가 말하는 중에 끼어들었다. "저희

들은 늑대인간을 배우려면 아직멀었는데요. 오늘  저희들은 힝키펑크를 배우기로 되어 

있어요 -"

  "그레인저." 스네이프 교수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수업을 가르치고 있

는 사람은 나지, 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번 말하는데 모두들 394쪽을 펴요." 

그가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당장!"

  아이들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슬쩍슬쩍 옆사람을 보는가 하면 뿌루퉁하게 투덜거리며 

책을 펼쳤다. 

  "는대인간과 진짜 늑대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누가 말해볼수 있을까?" 스네이프 교수

가 물었다. 

  모두들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예외였다. 늘 그렇듯이 그

녀의 손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아무도 없나?" 스네이프 교수가 헤르미온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가 다시 

심술궂게 미소 지었다. "루핀 교수가 그 기본적 차이도 아직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말씀드렸잖아요." 패르바치가 느닷없이 말했다.  "저희들은 아직 늑대인간까지 진도

를 나가지 않았어요. 저희들은 그저 -"

  "조용히 해!" 스네이프 교수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난 늑대인간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런 멍청한 3학년 학급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덤블도어 교수에

게 너희들 의 진도가 얼마나 늦어 있는지 말씀드려야겠다..."

  "선생님."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손을 들어올린  채 말했다. "늑대인간은 몇가지 사소

한 면에서 진짜 늑대와 다릅니다. 늑대인간의 주둥이는 -"

  "그것으로 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한 게  두 번째다. 그레인저." 스네이프 

교수가 냉담하게 말했다. "비위에 거슬리게  아는 체한 벌로 그리핀도르에서 5점을  더 

감점하겠다."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을  내리고 눈물이 가득고인  눈이로 마룻바닥만 

내려다보았다. 학급 아이들은 모두 스네이프 교수를 노려보았다.  그건 그들이 그럴 얼

마나 싫어하나를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적어도 한  번쯤은 

헤르미온느를 잘난 체하는 아이라고 놀려댄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일주일에

도 몇 번씩 잘난 체한다고 헤르미온느를 놀려댔던 론까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소리

로 대들었다. "질문을 하셨으면 답변을 들으셔야죠!"

  학급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그나 너무 지나쳤다는 걸 알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론에게

로 천천히 다가가자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징계다,위즐리." 스네이프 교수가 얼굴을 론에게 바짝 갖다 대고 능글맞게 말했다. "

그리고 다시 한번만 더 내 수업 방식을 비난했다간, 평생 후회하도록 만들어줄 테다."

  그 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누구 하나 찍 소리도 못했다. 그들이 앉아서 교과서에 있

는 늑대인간에 대한 내용을 노트에 쓰는 동안, 스네이프 교수는 책상들 사이를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며 그들이 루핀 교수와 함께 공부했던 내용들을 들추어 보았다.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가 않군.... 그건 옳지 않아,카파는 몽골리아에서 더  흔히 발견

되지.... 루핀 교수가 이걸 10점 만점에 8점을 주었단 말이니?  나라면 3점밖에 주지 않

았을 게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스네이프 교수가 그들이 쓴 것을 거둬 들였다.

  "늑대인간을 구별해거 죽이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써서 제출하도록 해요.  양피지마리 

두 개 분량으로 작성해서 월요일 아침까지 내세요. 이 학급은 기합이 빠져서 좀 단련이 

필요할 것 같군요. 위즐리,넌 남아있거라. 언제 어떤 벌을 줄지 결정해야 하니까."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나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리와 헤르

미온느는 스네이프 교수를 격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스네이프 교수는 다른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

었어. 그가 아무리 그 지위를 탐낸다 해도 말야."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런

데 루핀 교수에게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이게 다 그 보가트 때문 아닐까?"

  "몰라." 헤르미온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하지만 루핀 교수가 정말로 빨리 회복되

셨으면 좋겠어...."

  론이 5분쯤 뒤 골이 잔뜩 난 얼굴로 그들에게 왔다.

  "저게 글쎄 -" (그가 스네이프 교수를  그런 식으로 부르자 헤르미온느가 주의를 주

었다) -"내게 무얼 시켰는지 알아? 나더러 글쎄 병동에 있는  변기들을 닦으라지 뭐야. 

마법도 쓰지 않구 말야!"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한숨을 푹 쉬었다. "블랙은 왜 스

네이프의 사무실에 숨어있지 않은 거지? 블랙이라면 우리를 위해 그를 끝장내 줄 수도 

있을 텐데 말야!"

  해리는 다음날 아침 아주 일찍  잠에서 깨었다. 바깥은 여전히  어두웠다. 잠시 그는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목덜미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걸 느끼고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 소리의 요정 퍼브스가 바

로 옆에서 둥둥 떠다니며 그의 귀에다 입김을 세게 불어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해리가 버럭 짜증을 냈다.

  그러나 피브스는 양볼을 부플리더니 세게 훅 불고는 깔깔거리며 사라졌다.

  해리는 더듬더듬 자명종 시계를 찾아 시간을 보았다. 새벽 네시 반이었다. 그는 피브

스에게 한바탕 욕지거리를 하며 잠을  다시 자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여  보았지만 일단 

잠이 깨고 나니, 머리 위에서 우르르거리는 천둥소리와 성벽을 세게 치는 바람 소리와 

금지된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후

면 그는 퀴디치 경기장에 나가 저 사나운 바람을 헤치고 날아다니며 경기하고 있을 것

이다. 마침내 그는 더 자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님브스2000을 

집어들고 기숙사 방에서 조용히 걸어나갔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자마자 무언가가 그의 다리를 휙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크룩생

크의 숱 많은 꼬리를 간신히 잡고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녀석아, 론이 근처에 있단 말야." 해리가 크룩생크에게 수상쩍은 얼굴로 말했다. "하

고 많은 쥐들 중에 왜 하필 그 쥐를 쫓아다니는 거야. 다른 쥐들이나 잡으러 가. 어서." 

그가 크룩생크를 발로 조금씩 밀어 나선형 계단 밑으로 보내며  덧붙였다. "스캐버스는 

가만 내버려 둬."

  학생 휴게실에 가자 바람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다. 그러나 시합은 취소되지 않을 

것이다. 퀴디치 시합은 천둥이 친다는 것과 같은 하찮은 이유로 연기되지는 않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드가 복도에서  그에게 

케드릭 디고리가 누구인지 손가락으로 가리켜준 적이 있었다. 디고리는 5학년생으로 몸

집이 해리보다 훨씬 더 컸다. 수색꾼들은 보통 가볍고 날쌨지만, 이런 날씨에서는 바람

에 잘 날리지 않는 디고리의 육중한 몸이 오히려 이로울 것이다. 

  해리는 크룩생크가 다시 남자 기숙사 계단으로 몰래 올라가지 않는지 가끔씩 일어서

서 살펴보며 동이 틀 때까지 몇 시간 을 난로 앞에서 빈둥빈둥 보냈다. 한참 뒤 해리는 

이제 아침먹을 시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혼자 초상화 구멍 쪽으로 향했다.

  "버티고 싸워, 이 바보 같은 겁쟁이야." 캐도간 경이 그에게 냅다 소리쳤다.

  "조용히 하세요." 해리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가 포리지를 한 그릇 먹고 조금 기운을 차린 뒤 다시 토스트를 먹으려고 할 때 그

의 팀 선수들이 나타났다.

  "힘든 경기가 되겠어." 우드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말했다.

  "걱정 좀 그만 해,올리버." 앨리샤가  위로하며 말했다. "약간의 비  정도에 힘들어할 

우리가 아냐."

  하지만 약간의 비 정도가 아니었다. 평상시처럼 전교 학생이 시합을 보러 나올 정도

로 퀴디치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우산마저 날아가 버리자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퀴디치 경기장을 향해 잔디밭을 달려가야 했다. 라카룸에 들

어가기 직전 해리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커다란 우산을 쓰고 경기장으로 가다

가 그를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았다.

  팀 선수들은 진홍색 망토로 갈아입고 우드가 시합 전에  늘 하던 격려사를 기다렸지

만 이번엔 그 순서가 생략괴었다. 우드는 몇 번이고 말하려고 하다가 눈물을 삼키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만 내고는 가망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들에게 따라

오라고 손짓했다.

  바람이 어찌나 강했던지 경기장으로 걸어나가는 그들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또

한 천둥소리는 군중들의 환호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다. 빗물이 해리의 안경

에 튀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스니치를 볼 수 있을까?

  후플푸프 선수들이ㅏ 카나리아빛 노란색 망토를  입고, 경기장 맞은편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각 팀의 주장 선수들이 앞으로 걸어나가 서로 악수를 했다. 디고리는 우드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우드는 이제 입이 잘 움직이지도 않는 듯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해리

는 입 모양으로 보아 후치 부인이 "빗자루에 올라타세요" 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

다. 그는 진창 속에서 철벅 하며 오른발을 끌어당겨 님부스  2000위로 휙 올렸다. 후치

부인이 입술에 호각을 갖다대고 날카롭고 희미한 호각 소리를  내자 그들 모두 공중으

로 날아올랐다. 

  해리는 빨리 올라가긴 했지만 바람 때문에 빗자루가 자꾸만 흔들렸다. 그는 빗자루를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게 잡고 고개를 돌려 빗속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채 5분도 되지 않아 해리는 살 속까지 푹 젖고 온몸이 얼어붙었으며 작은 스

니치는 말할 것도 없고 팀 돌료들의 얼굴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전혀 무른 채  진홍색과 노란색의 흐릿한 형체들  사이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바람 소리 때문에 경기 해설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사

람들은 모두 망토와 낡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해리는 블러저의 공격으로 빗

자루에서 두 번이나 떨어질 뻔했었다. 안경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그것들이 날아

오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안ㄹ 수 없었다. 빗자루를 똑바로 잡고 있기가 점점 더 힘들

어지고 있었다. 하늘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리는 자기  팀인지 상대 팀인지도 모르는 

어떤 선수와 거의 두 번이나 부딪힐 뻔했다. 이제는 모두가 흠뻑 젖어 있었고 빗줄기는 

굵어져서 누가 누군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번개가 처음으로 번쩍 했을 때 후치 부인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억수같이 쏱

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자신에게 지상으로 내려가라고 신호하는  우드의 윤곽을 어렴풋

이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이 모두 철벅거리며 질퍽질퍽한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내가 타임아웃을 요청했어!" 우드가 그의 팀에게 소리쳤다. "자,이 밑으로 와 -"

  그들은 경기장 가장자리의 커다란 우산 밑으로 모여들었다. 해리는 안경을 벗고 망토

로 급히 닦았다.

  "점수는 어떻게 됐지?"

  "우리가 50점 많아."우드가 말했다. "하지만  스니치를 빨리 잡지 않는다면 밤새도록 

경기해야 할 거야."

  "난 이것 때문에 도무지 스니치를 찾을 수가 없어." 해리가  안경을 흔들면서 투덜거

렸다.

  바로 그 순간에 헤르미온느가 뒤에  나타났다. 그녀는 망토를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밝게 웃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 해리! 네 안경 좀 줘봐, 얼른!"

  그가 그녀에게 안경을 건네주자, 팀 선수들이 모두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

가 요술지팡이로 그것을 가볍게 치며 이렇게 소리쳤다. "임페르비우스!"

  "자!" 그녀가 안경을 다시 해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방수 안경이 됐어!"

  우드는 꼭 그녀에게 입이라도 맞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똑똑해!" 헤르미온느가 군중 속으로 사라지자  그가 그녀의 뒤에 대고 쉰  목소리로 

외쳤다. "좋아,우리 잘해 보자!"

  헤르미온느의 주문은 역시 효과가 있었다. 추위로 몸이 꽁꽁얼고 비에 푹 젖기는 매

한가지였지만 이제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새로운 각오로 가득 차서 빗자루를 몰

고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날아다니며 스니치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갈래진 번개가 번쩍하더니, 뒤이어 천둥이  또 한번 쳤다. 이제  경기하기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스니치를 빨리 잡아야 했다 -

  해리는 경기장 한가운데로 다시 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번개가 또 

한번 번쩍하며 관중석을 비췄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관중석  맨 위의 빈 

좌석에 털이 많은 커다란 검정개의 윤곽이 하늘을 배경으로 꼼짝도 않고 서 있는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얼어서 굳어버린 해리의 손이 빗자루 손잡이에서 스르르 미끄러졌다. 그는 눈을 가리

고 있는 앞머리카락을 흔들며 관중석 쪽을 흘끗 돌아보았다. 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해리!" 그리핀도르 골대에서  우드의 애타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해리,  뒤를 

봐!"

  래리는 홱 돌아보았다. 케드릭 디고리가 경기장 위로 돌진하고 있었다.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허공에 작은 황금빛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리는 깜짝 놀라 몸을 빗자루에 바짝 붙이고 스니치를 향해 붕 날아갔다. 

  "빨리!" 그는 빗방울들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는 걸 느끼며 빗자루를 재촉했다. "더 

빨리!"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장에 등골이 오싹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은 어느 때보다도 세찼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소리를 꺼

버렸던지, 아니면 그가 갑자기 귀머거리가 된 것 같았다 - 무슨 일일까?

  그 뒤 무언가 친숙한 무시무시한 냉기가 엄습해왔고, 그제야 그는 경기장 밑에서 무

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스니치에서 눈을 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백여 명이나 되는 디멘터들이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해리 쪽으로 올려다보고 있

었다. 마치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그의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와, 내장을 도려내고 있

는 것 같았다. 그 때 그는 그 소리를 다시 한번 들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

다.... 어떤 여자가....

  "해리는 안돼요. 해리는 안돼요. 제발 해리는 안돼요!"

  "비켜 서, 이 어리석은 여자야...비켜 서,당장...."

  "해리는 안돼요. 제발 안돼. 날 데려가요.대신 날 죽여요 -"

  정신을 멍하게 하고 어찔어찔하게 하는 하얀 안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왜 가만히 있어? 그녀를 도와야  해.... 안 그러면 그녀가 죽을 

거야.... 살해될 거라구....

  그는 차가운 안개를 뚫고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해리는 안돼요! 제발...제발...제발...."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웃고 있었고, 그 여인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해리가 알고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땅이 부드러웠길 천만 다행이야." 

  "난 그 애가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안경도 깨지지 않았잖아."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해리는 그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있게 되었는지, 이곳에 

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되게 두들겨 맞기라도 

한 듯 온몸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난 그렇게 무서운 건 난생 처음 봤어."

  무서운...가장 무서운 것... 두건을 쓴 까만 형상... 차갑고... 비명을 지르는.... 

  해리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병동에 누워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선수들이 머

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그의 침대 주위에 모여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마치 수영장에서 막 기어 나온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해리!" 프레드가 진흙 투성이가 된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기분이 어떠니?"

  기억이 빨리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번개 - 검은 개 - 스니치 - 그리고 디멘터

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가 일어나 앉으며 이렇게 묻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네가 기절했었어." 프레드가 말했다. "아마 - 한 - 15미터쯤은 떨어졌을걸?"

  "우린 네가 죽는 줄 알았어." 앨리샤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

리로 훌쩍거렸다. 그녀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합은." 해리가 다소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됐어?" 우리 다시 경

기하는 거야?"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설마 - 졌어?"

  "디고리가 스니치를 잡았어." 조지가 말했다. "네가 떨어진 직후에.  그 애는 무슨 일

인지 알지 못했어. 뒤돌아보니까 네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대. 그 앤 경기를 연기하려

고 했어. 재시합을 원했지. 하지만 그 애들은 공평하게 이긴 거야... 심지어 우드도 그걸 

인정했어."

  "우드는 어디에 있어?" 해리가 문득 그가 그곳에 없다는 걸 깨달으며 물었다.

  "여전히 빗속에 있어." 프레드가 다소 풀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죽기라도 하려나봐."

해리가 얼굴을 무릎에 갖다대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프레드가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거

칠게 흔들었다. 

  "제발,해리.전에는 스니치를 놓친 적이 없었잖아.

  "딱 한번 놓친 건데 뭐." 조지가 말했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냐." 프레드가 말했다. "우린 100점 차이로 졌어, 그렇지? 그렇니

까 만약 후플프가 레번클로에게 지고 우리가 래번클로와 슬리데린을 이긴다면...."

  "후플푸프가 적어도 200점 차이로 져야만 할걸." 조지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 애들이 래번클로를 이긴다면..."

  "그럴 리가 없어, 래번클로는 아주 잘하니까.  하지만 만약 슬리데린이 후플푸프와의 

경기에서 진다면...."

  "모두 다 점수에 달려있어 - 어느 쪽이든 100점 정도의 점수 차이가 있어야해...."

  해리는 한마디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들은 졌다.... 처음으로 그가 퀴디치  시

합을 진 것이다.

  10분쯤 뒤 폼프리 부인이 와서 선수들에게 이제 그가  쉬어야 하니 나가달라고 말했

다.

  "다시 올게." 프레드가 그에게 말했다. "너무  마음 쓰지 마, 해리. 넌 여전히  우리의 

최고 수색꾼이니까."

  팀 선수들이 진흙 발자국을 남기며  떼지어 나갔다. 폼프리부인이 못마땅한 듯  문을 

쾅 닫았다. 론과 헤르미온ㄴ가 해리의 침대로 가까이 다가왔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굉장히 화내셨어."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

이 그렇게 화내시는 건 처음 봤어. 네가 떨어질 때 그분이 경기장으로 달려와 요술지팡

이를 휘두르자 네가 땅에 천천히  내려왔어. 그 뒤 그분이 요술지팡이를  디멘터들에게 

휘두르자 그들에게 은빛 물질이 튀어나갔고 그들은  곧바로 경지장을 떠났어.... 그분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온 걸 알고 펄펄 뛰셨어. 그분이 글쎄 -"

  "그 뒤 교장선생님이 마법으로 널 들것  위에 올려놓으셨어." 론이 이어서 말했다. "

그리고 그 위에 둥둥 떠 있는 널 데리고 학교로 걸어가셨어. 모두들 네가...."

  그러나 해리는 더 이상 이뭇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디멘터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던 목소리에 대해서

도.올려다보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내 빗자루는 누가 갖고 있니?"

  론과 헤르미온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 "

  "뭐야?" 해리가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기절했을 때, 그게 바람에 날아가 버렸어." 헤르미온느가 잠시 해리

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 그것이 - 있잖아, 해리 - 그게 커다란 버드나무에 부딪혔어."

  해리는 가슴이 철렁 했다. 커다란 버드나무는 정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매우 난폭

한 나무였다.

  "그래서?" 그는 그 대답을 듣는 개 두려웠다.

  "어, 너도 커다란 버드나무는 알잖아." 론이 말했다. "그건 -  그건 맞는 걸 좋아하지 

않잖아."

  "폴리트윅 교수가 네가 깨어나기 직전에 지팡이를 주워  갖고 돌아오셨어." 헤르미온

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천천히 발치에 있는 가방을 들더니 침대 위에  수십개의 부서진 나무 조각과 

작은 가지들을 꺼내놓았다. 해리의 충실한 빗자루가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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