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 뚱보 여인
어둠의 마법 방어법은 순식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다. 루
핀 교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아이는 슬리데린의 드레이코 말포이 패거리뿐이었다.
"저 망토 꼴 좀 봐." 루핀 교수가 지나가면 말포이는 큰소리로 대놓고 이렇게 비웃곤
했다. "옷 입은 꼴이 꼭 우리 집에 있는 늙은 하녀 요정 같단 말야."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여기저기 기우고 해진 루핀 교수의 망토에 대해 이러
쿵저러쿵하지 않았다. 그의 다음 수업들도 첫 수업만큼이나 재미있었다. 보가트에 이어,
그들은 성의 지하 감옥이든 황량한 싸움터의 후미진 곳이든 어두운 곳에 숨어서 길 잃
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레드 캡이라는 도깨비를 공부했다. 그리고 레드 캡 다음엔 카파
였다. 그건 연못에 서 살면서 물 속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목 졸라 죽이는, 바늘과 물
갈퀴가 있는 원숭이처럼 생긴 소름 끼치는 유령이었다.
그러나 다른 수업들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해리가 가장 싫어하는 건 마법의 약
수업이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요즘들어서 특히 더 심술을 부렸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보가트가 스네이프 교수의 모습으로 변했으며, 네빌이 그 보가트에게 할머니의
옷을 입혔다는 우스쾅스런 이야기는 학교 안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스네이프 교수는
그것을 대단히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루핀 교수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눈을
무섭게 번득였으며, 네빌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괴롭혔다.
해리는 또 탑 꼭대기에 있는 숨막힐 듯한 방에서 이상하게 생긴 모양과 기호들을 해
독하며 보내야 하는 점술 수업 시간도 점점 더 두려워지고 있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언
제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므로, 그녀가 아무리 그 학급의 많은 학
생들에게 존경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받고 있다고 해도, 그는 그녀를 결코 좋아할 수가
없었다. 패르바티 패틸과 라벤더 브라운은 점심 시간에도 노상 트릴로니 교수의 탑 방
으로 드나들며 마치 다른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기라도 한 듯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다니곤 했다. 그애들은 또 해리에게 말할 때마다. 그가 죽기라도 한 듯 엄
숙한 목소리로 말하기까지 했다.
한편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건
히포그리프에게 인사만 해야 했던 첫 수업 이후 몹시 지루해졌기 때문이었다. 해그리드
는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들은 이제 수업 시간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동물
일 것 같은 폴로버웜이라는 벌레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귀찮게 그런 동물들을 돌보려는 거지?" 론이 한 시간 내내 쪽쪽 찢은
양상추를 플로버웜의 끈적끈적한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을 하고 나서 이렇게 투
덜거렸다.
그러나 10월이 되자 해리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수업들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아
주 재미있는 일과가 생겼다. 퀴디치시즌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어느 목요일 저녁에
그리핀도르팀의 주장인 올리버 우드가 새 시즌의 전략들을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소집
한 것이다.
퀴디치 팀에는 총 일곱 명의 선수가 있었다. 세 명의 추격꾼 이 하는 일은 경기장 양
쪽에 있는 15미터 높이의 골대들 중 하나에 퀘이플(축구공 만한 빨간색 공)을 넣어 득
점을 하는 것이었고, 두 명의 몰이꾼은 무거운 배트를 들고 블러저(붕 소만색 공)들을
쳐내는 일을 했다. 그리고 파수꾼은 골대를 방어하는 선수이고, 수색꾼은 날개가 달린
호두만한 크기의 스니치라는 황금빛 공을 잡아야 하는 아주 힘든 임무를 맡은 선수였
다. 스니치를 잡은 수색꾼의 팀은 150점을 얻는 동시에 그경기의 승자가 되었다.
올리버 우드는 몸이 억센 7학년생으로, 이제 호그와트에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
었다. 어두워지는 퀴디치 경기장 언저리에 있는 냉랭한 라커룸에서 여섯 명의 돌료 선
수들에게 연설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왠지 절망 같은 게 느껴졌다.
"이번이 퀴디치 우승컵을 탈 우리의 마지막 기회야. 아니 나의 마지막 기회지" 그가
그들 앞에서 큰 걸음으로 왔다갔다 하며 말했다. "금년 말이면 난 졸업해. 난 다시는
기회가 없어, 그리핀도르는 지난 7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어. 그래,운이 지겹게도 따라주
지 않았어- 부상도 당했고 - 작년엔 경기가 연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지...." 그 기억
을 떠올리면 여전히 목이 메는 듯 우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우린 분명 학교 -
에서 - 가장 - 막강한 -팀이야." 그가 자기 손에다 주먹질을 하면서 눈을 번득였다.
"우리에겐 세 명의 최고 추격꾼이 있어."
우드는 앨리샤 스피넷과 안젤리나 존슨과 케이티 벨을 가리켰다.
"몰이꾼 두 명도 실력이 아주 뛰어나."
"그만 해, 올리버. 무안하게 하긴."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가 부끄러워하는 척하
며 말했다.
"그리고 단 한 시합도 내주지 않았던 수색꾼도 있어!" 우드가 득의 양양한 얼굴로 눈
을 부릅뜨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그가 추가로 덧붙였다.
"너도 아주 잘해,올리버." 조지가 얼른 끼어들었다.
"기막히게 좋은 파수꾼이지." 프레드가 옆에서 거들었다.
"요점은." 우드가 다시 왔다갔다 하기 시작하며 계속했다. "지난 2년 동안은 퀴디치
우승컵에 우리의 이름이 쓰일 수도 있었는데 아깝게 놓쳤다는 거야. 해리가 팀에 들어
온 이후, 난 우리 팀이 우승컵을 따낼 수 있다고 확신했었어. 하지만 우리는 해내지 못
했어. 금년이 바로 그 우승컵에 새겨진 우리의 이름을 보게 될 마지막 기회야...."
우드가 어찌나 맥없이 말했던지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까지 동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올리버, 금변은 우리의 해야." 프레드가 격려해 주었다.
"우린 해낼 거야,올리버!" 안젤리나가 말했다.
"물론이야." 해리가 말했다.
팀원들은 모두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일주일에 사흘 저녁을 할애하는 맹훈련에 들
어갔다. 날씨는 점점더 춥고 축축해졌으며 해는 점점 더 짧아 젔지만 땅이 아무리 질퍽
질퍽하고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고 비가 아무리 퍼부어대도 이번에야 말로 대형 은
빛 퀴디치 우승컵을 거머쥐고야 말겠다는 해리의 다부진 결심을 퇴색시키지는 못했다.
어느 날 저녁 해리는 훈련을 마치고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로 갔다. 으슬으슬 춥
고 온몸이 뻐근했지만 연습이 잘되어서인지 기분은 그만이었다. 그런데 학생 휴게실 분
위기가 이상하게 술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그가 난롯가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별자리표를 만드는 천문학
숙제를 하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호그스미드에 간대." 론이 낡은 대로 낡은 게시판에 붙어있는 공고문을 가리키며 말
했다. "10월 말일,할로윈 데이에."
"좋았어." 해리에 이어 초상화 구멍으로 들어온 프레드가 말했다. "난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가야 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총알이 거의 다 떨어졌거든."
해리는 한없이 좋았던 기분이 단번에 스러지는 걸 느끼며 옆에 있는 의자에 푹 주저
앉았다. 헤르미온느가 그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해리,다음 번에는 틀림없이 갈 수 있을 거야." 그녀가 해리를 위로해 주었다. "블랙
은 곧 잡힐 거야. 이미 한 차레 발견되었잖아."
"블랙은 호그스미드에서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이 아냐." 론이 옆에서 충동질을 했
다. "이번에 갈 수 있는지 맥고나걸 교수에게 한번 여쭤봐, 해리. 다음 번이라는 게 언
제일지도 모르잖아-"
"론!"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해리는 학교에 머물러 있어야 해-"
"3학년 중에서 가지 않는 애는 아마 해리밖에 없을 거야." 론이 퉁명스럽게 내빝었
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부탁해봐. 어서 해리-"
"그래,그래야겠어." 해리가 결심을 한 듯 말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크룩생크가 그녀의
무릎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그 고양이의 입에는 커다란 죽은 거미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디.
"이 녀석은 그걸 꼭 우리 앞에서 먹어야 하니?" 론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크룩생크, 그걸 너 혼자 잡았니?" 헤르미온느가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크룩생크는 노란 눈으로 오만하게 론을 쳐다보며, 거미를 천천히 씹어먹었다.
"그 녀석 좀 저쪽으로 치워." 론이 다시 천문학 숙제를 하면서 화를 내며 말했다. "
내 쥐 스캐버스가 가방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단 알야."
해리는 길게 하품을 했다. 그는 정말로 자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지만, 천문학 숙제는
마저 해야 했다. 그는 가방을 끌어당기고 양피지와 잉크와 깃펜을 꺼내 숙제를 시작했
다.
"원하면 내 거 보고 해도돼." 론이 자신이 만든 화려한 별자르표에 마지막 별을 붙인
뒤 해리에게 밀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숙제 베끼는 건 질색했으므로, 입술을 오므리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
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룩생크는 숱많은 꼬리를 가볍게 휙휙 휘두르며 여전히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고양이가 와락 덤벼들
었다.
"어!" 크룩생크가 가방 속 깊숙이 네 발을 집어넣고 사납게 북북 찢기 시작하자 론이
가방을 움켜쥐며 고함을 질렀다. "저리가, 이 멍청한 고양이야!"
론이 크룩생크에게서 가방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크룩생크는 착 달라붙어서 으르렁거
리며 닥치는 대로 물어뜯었다.
"론, 고양이를 다치게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우는 소르를 냈다. 학생 휴게실에 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론이 크룩생크가 착 달라붙어 있는 가방
을 핑핑 돌리자 스캐버스가 가방 밖으로 퉁겨져 나갔다.
"저 고양이를 잡아!" 크룩생크가 가방에서 빠져 나와 탁자위로 튀어 오르며 겁에 질
린 스캐버를 쫓아가자 론이 소리쳧다.
조지 위즐리가 재빨리 크룩생크를 잡으려고 달려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스캐버스가
사람들의 다라 사이로 쏜살같이 달아나 낡은 서랍장 밑으로 들어가 버리자 크룩생크가
그 앞에 안짱다리를 구부리고 쪼그리고 앉아 앞발로 사납게 치기 시작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크룩생크의 몸통을 잡아
번쩍 들어올린 뒤에야 겨우 바닥에 바짝 엎드려 스캐버스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 녀석 좀 봐!"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가죽하고 뼈뿐이야! 제발
저 고양이가 이 녀석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해줘!"
"크룩생크는 그게 나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
다. "고양이가 쥐를 쫓는 건 당연하잖아,론!"
"저 고양이는 좀 이상한 데가 있어!" 론이 미친 듯이 몸을 떨고 있는 스캐버스를 달
래어 주머니 속에 넣으며 말했다. "저녀석은 분명히 내가 스캐버스가 가방 속에 있다고
한 말을 들은 거야!"
"허튼 소리 좀 작작해." 헤르미온느가 성급하게 말했다. "크룩생크는 스캐버스의 냄
새를 맡을 수 있는 거야,론. 넌 어떻게 된 애가-"
"그 놈은 스캐버스를 잡아먹고야 말 거야!" 론이 주위 사람들이 낄낄거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스캐버스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줄 알기나 하니? 더
군다나 녀석은 지금 아프기까지 하단 말야!"
그러더니 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학생 휴게실에서 나가 남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론은 다음날에도 여전히 헤르미온느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같은 조에서 강낭콩으로 실습하는 약초학 시간에도 내내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
다.
"스캐버스는 어떠니?" 헤르미온느가 콩나무에서 진이 많은 핑크빛 꼬투리를 까서 나
무 들통에 반짝이는 콩들을 털어 넣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녀석은 벌벌 떨면서 내 침대 밑에 숨어있어." 론이 홧김에 휙 던지자 콩들이 들통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온실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조심해라,위즐리,조심해!" 콩들이 그들 앞에 흩어져 있는 걸 보고 스프라우트 교수가
소리쳤다./
이 시간이 끝나면 바로 변신술 수업이 있었다. 해리는 수업이 끝나면 맥고나걸 교수
에게 호그스미드 답사하는 데 함께가도 되는지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있었으므로, 교실
바깥에 늘어선 아이들 틈에 끼어 자기 주장을 어떻게 펼칠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줄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으므로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라벤더 브라운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패르바티가 그녀를 감싸안고 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에게 뭐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애들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라벤더?"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과 함께 그쪽으로 걸어가 물었다.
"오늘 아침에 집에서 편지가 왔는데," 패르바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라벤더의 토
끼 빙키가 여우에게 물려 죽었대나봐."
"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안 됐구나, 라벤더."
"그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어야 했어!" 라벤더가 비참하게 말했다. "오늘이 며칠인지
아니?"
"저-"
"10월16일이야! '네가 두려워하고 있는 일, 그것은 10월16일에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 생각나니? 선생님 말이 맞았어, 선생님 말이 맞았다구!"
이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라벤더 주위에 모여 있었다. 시무스는 심각하게 고개를 절
레절레 흔들었다. 헤르미온느는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네가 -네
게 방키가 여우에게 물려 죽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단 말이니?"
"글쎄, 꼭 여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라벤더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헤르미온느
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난 확실히 빙키가 죽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어."
"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 그뒤-
"빙키는 늙은 토끼니?"
"아-아니?" 라벤더가 훌쩍였다. "빙-빙키는 그저 아기 토끼일 뿐이야!"
패르바티가 라벤더의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그러면,넌 홰 빙키가 죽는 걸 두려워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따지듯 물었다.
패르바티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글쎄, 상황을 좀 논리적으로 봐." 헤르미온느가 다른 아이들 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내 말은 빙키가 심지어 오늘 죽은 것도 아니라는 뜻이야, 그렇지? 오늘 그 소식을 들
은 것뿐이잖아-" 라벤더가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 그리고 라벤더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두려워하고 있었을 리가 없어. 전혀 예상 못했던 일 아냐- "
"헤르미온느 말은 신경 쓰지 마,라벤더." 론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 앤 다른 사람들
의 애완 동물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바로 그 순간에 맥고나걸 교수가 교실로 들어온 건 천만 다행이었다. 헤르미온느와
론이 서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그들은 해리를 가운
데 두고 양쪽에 앉았고 수업 시간 내내 서로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런데 해리가 아직 맥고나걸 교수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결정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호그스미드 이
야기를 꺼냈다.
"잠깐만요!" 학급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가려 하자 그녀가 외쳤다. "여러분들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기숙사에 있으니까, 호그스미드 허가서는 할로윈 데이 전까지 내게 제출
하 도록 하세요. 허가서가 없으면 그 마을을 방문할 수 없으니 잊지 마세요!"
네빌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교수님, 전-전 잃어버린 것 같은데요-"
"네 허가서는 할머니께서 직접 보내주셨단다,롱바텀."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더구나. 자, 이게 다예요, 이제 가도 좋아요."
"지금 물어봐." 론이 해리에게 말했다.
"어,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말을 꺼냈다.
"어서,해리." 론이 완강히 말했다.
해리는 다른 아이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초조하게 맥고나걸 교수의 책상으
로 향했다.
"왜 그러니,포터?"
해리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교수님, 제 이모와 이모부께서 - 저 - 제 허가서에 사인해 주는 걸 잊으셨어요." 그
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맥고나걸 교수는 사각 안경 너머로 그를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
았다.
"그래서 그러는데 - 저 - 괜찮을까요 - 제 말은, 제가 - 제가 호그스미드에 가도 -
괜찮을까요?"
맥고나걸 교수가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에 있는 종이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구나,포터." 그녀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 말 들었잖니. 허가
서가 없으면 그 마을을 방문할 수 없단다. 규칙이야."
"하지만 - 교수님, 제 이모와 이모부는 - 아시겠지만, 그들은 머글이라, 전혀 이해하
지 못해요 - 호그와트의 서류나 뭐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예요." 해리가 말하는 동안,
론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그를 격려해주었다. "교수님께서 제가 가도좋다고 말씀하신
다면 -"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일어서서 서류들을 깔끔하게
모아서 서랍 속에 넣으며 말했다. "그 허가서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허락만이 유효하다
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단다." 그녀가 기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동정이었을까?
"미안하구나,포터.하지만 그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단다. 서두르는 게 좋겠다. 다음 수
업을 즞겠구나."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의 험담을 있는 대로 늘어놓아서 헤
르미온느를 매우 약오르게 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모두가 다 하느님의 뜻이다' 라
는 태평한 표정을 지어 론을 훨씬 더 화나게 만들었다. 해리는 학급 아이들이 호그스미
드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시끄럽고 유쾌하게 떠들어대고 있는 동안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연회는 늘 있잖아." 론이 해리의 기분을 돋우어 주려고 애쓰며 말했다. "할로윈 연
회. 저녁에 말야."
"그래."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맛있지."
할로윈 데이 음식은 항상 맛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일 다른 아이들과 호그스미드에
가게 된다면 훨씬 더 맛있을 것이었다. 그곳에 가지 못하는 해리에겐 누구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글씨 쓰는 재주가 있는 딘 토마스가 버논 이모부의 사인을 비슷하게 써주겠다고 했
지만, 해리가 이미 맥고나걸 교수에게 사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뒤였으므로 아무 소
용이 없었다. 론은 하다하다 못해 투명 망토를 쓰고 가라고 넌지시 말했지만, 그 즉시
헤르미온느는 투명 망토를 입어도 디멘터들을 속일 수는 없다던 덤블도어 교수의 말을
상기시켜주었다. 더욱이 퍼시가 위로랍시고 한 말은 오히려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
다.
"모두들 호그스미드에 대해 야단스럽게들 떠들어대지만, 해리, 사실 소문처럼 대단한
것은 아냐."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과자가게는 꽤 괜찮은 편이지. 하지만 종코
의 장난감 가게는 솔직히 좀 위험해.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도 꽤 가볼 만한
곳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해리, 그곳들 말고는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
할로윈 데이 아침이 되자, 해리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하지
만 평소대로 행동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음에도 기분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허니듀크 과자가게에서 과자 많이 사다 줄게."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몹시 미안한 표
정으로 말했다.
"그래,엄청 많이."론이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곤란에 처하게 되자 마침내
크룩생크에 대해 승강이를 벌였던 일을 잊고 넘어가게 되었다.
"내 걱정은 마." 해리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들리길 바라며 말했다. "연회에서
보자. 즐겁게 보내."
그가 그들과 함께 현관 안의 커다란 홀로 가자 필치가 정문안에 서서 수상쩍은 눈초
리로 긴 명단에 있는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혹시 나가서는 안될 사람이
몰래 빠져나가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넌 안 가니, 포터?"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나란히 서서 큰소리로 외쳤
다. "디멘터들 지나가기가 겁나서?"
해리는 그를 무시하고 혼자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
나 다시 그리핀도르 탑으로 갔다.
"암호?" 뚱뚱한 여인이 꾸벅꾸벅 졸다가 인기척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며 물었다.
"포르투나." 해리가 맥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초상화가 홱 열리자 그는 그 구멍을 통해 학생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1,2학년생들과, 호그스미드를 몇 번 가봐서 별로 신기함을 느끼지 못
하는 고학년생들만 몇몇 있을 뿐이었다.
"해리!해리!안녕,해리!"
그건 콜린 크리비였다. 그는 2학년생이었는데 해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림자처럼 졸
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구는 아이였다.
"호그스미드에 안 가, 해리? 왜? - 콜린이 자신의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 "원한다면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앉아도 돼, 해리!"
"저 - 괜찮아. 생각해줘서 고마워, 콜린." 해리는 자신의 이마에 난 흉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지가 않았다. "난 - 난 도서관에 가야 해. 할 일이 좀
있거든."
그러고 나서 그는 곧바로 돌아서서 초상화 구멍으로 다시 나갔다.
"무엇 때문에 날 자꾸 깨우는 거야?" 그가 걸어나가자 뚱보여인이 심술이 나서 소리
쳤다.
맥없이 도서실로 향하던 해리는 반쯤 가다가 마음을 바꿨다.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홱 돌아서자 필치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호그스미드를 방문할
학생들을 막보내고 온 게 틀림없었다.
"뭐하고 있는 거니?" 필치가 수상쩍다는 듯 딱딱거렸다.
"아무 것도요." 해리가 사실대로 말했다.
"아무 것도라니!" 필치아 아래턱을 심술궂게 파르르 떨며 내뱉듯이 말했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혼자서 살금살금 돌아다니고 있었잖아 - 호그스미드에 가서 성가
신 네 친구 녀석들처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총알이나 불꽃을 내뿜는 폭약이나 윙 소리
나는 벌레들이나 사고 있지 않고 왜 이렇게 어슬렁대고 있는 거야?"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 어서 너희 학생 휴게실로 돌아가!" 필치는 이렇게 윽박지르고는 해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노려보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학생 휴게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가 막연히 헤드위그를 보러 부엉이
방에나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가 또 다른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 어떤
방 안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해리?"
누구인지 보려고 돌아서자 루핀 교수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뭐하고 있니?" 루핀 교수가 필치와는 전혀 다른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론과 헤
르미온느는 어디에 있니?"
"호그스미드에 갔어요." 해리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가 해리를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들어올래? 난 막 다
음 수업 시간에 쓸 그라인딜로우를 배달 받았단다."
"뭐라고 말씀하셨죠?" 해리가 물었다.
루핀 교수는 대답 대신 그를 사무실 안으로 안내했다. 한쪽 구석에 아주 커다란 수조
가 놓여 있었는다. 작은 뿔들이 날카롭게 나 있는 창백한 동물 하나가 유리에 얼굴을
대고 침울한얼굴로 가늘고 긴 손가락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물귀신이란다." 루핀 교수가 그라인딜로우를 자상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
을 다루는 데는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이미 카파를 다루어봤으니까 말야. 잡
히지 않도록만 해라. 저 비정상적으로 긴 손가락들이 보이니?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부
러지기가 아주 쉽단다."
그라인딜로우는 초록빛 이빨을 드러내고 한쪽 구석에 뒤엉켜있는 해초들 속으로 숨
었다.
"차 한잔 할래?" 루핀 교수가 주전자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막 차를 끓이
려던 창이거든."
"네." 해리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루핀 교수가 요술지팡이로 주전자를 가볍게 두르리자 주둥이에서 갑자기 증기가 뿜
어져 나왔다.
"앉거라." 루핀 교수가 쓰레기통에서 뚜껑을 꺼내며 말했다. "내겐 차 봉지밖에 없는
것 같구나. 하지만 넌 찻잎이 충분하겠지?"
해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루핀 교수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해리가 놀라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해주셨단다." 루핀 교수가 이 빠진 머그잔을 거네며 말했다. "설
마 기분 나쁜 건 아니겠지?"
"네" 해리가 말했다.
그는 잠시 루핀 교수에게 매그놀리아 광장에서 보았던 개에 대해 말할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보가트를 감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루핀
교수에게 그런 말까지 한다면 겁쟁이로 낙인 찍힐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리의 생각이 얼굴에 나타났던지, 루핀 교수가 물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
니, 해리?"
"아뇨."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그라인딜로우가 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걸 지켜보았다. "사실은요." 그가 루핀교수의 책상에 찻잔을 내려놓으
며 불쑥 말했다. "저희들이 보가크와 싸웠던 날 기억하세요?"
"물론이지." 루핀 교수가 천천히 대꾸했다.
"왜 제가 보가트에게 대항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셨어요?" 해리가 무뚝뚝하게 물었
다.
루핀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게다, 해리," 그가 오히려 그질문에 놀란 것처럼 말했
다.
해리는 루핀 교수가 자기가 언제 그랬느냐며 펄쩍 뛸 거라고 예상했으므로, 깜짝 놀
랐다.
"왜죠?" 그가 다시 물었다.
"글세." 루핀 교수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난 그 보가트가 너와 맞서면 ,볼드모트
의 모습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해리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전혀 뜻밖의 대답이었을 뿐만아니라, 루핀 교수가 볼
드모트의 이름을 거침없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 이름을 큰소리로 말했던 사
람은 (볼드모트 자신 말고는)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물론, 내 생각은 틀렸지." 루핀 교수가 해리에게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난 볼드모트를 교무실에 나타나게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겼
단다. 아이들이 몹시 당황할 테니까 말야."
"전 볼드모트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해리가 솔질히 말했다. "전 -전 디멘터들을 떠
올렸어요."
"그랬그나." 루핀 교수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글세, 뭐랄까...감동받았는걸." 그가 해
리의 놀란 표정을 보고 살짝 미소지었다. "그 말은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 두려움
그 자체라는 거니까 말야. 현명한 대답이그나, 해리.'
해리는 그 말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차만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러니까 넌 여지껏 내가, 네가 보가트와 싸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여겼던
게로구나?" 루핀 교수가 정확하게 꼬집어 말했다.
"말하자면...그래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갑자기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걸 느꼈다.
"루핀 교수님, 디멘터들은 - "
그의 말은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때문에 중단되었다.
"들어오세요." 루핀 교수가 외쳤다.
문이 열리더니, 스네이프 교수가 들어왔다. 그는 신기하게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을
들고 있었는데, 해리를 보자 멈춰 서서 까만 눈을 가늘게 떴다.
"아,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정말 고맙네. 그걸 여기 내
책상 위에 놔주겠나?"
스네이프 교수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을 내려놓으며 해리와 루핀 교수를 번갈아 쳐
다보았다.
"해리에게 막 그라인딜로우를 보여주고 있던 참이었네." 루핀 교수가 수조를 가리키
며 쾌활하게 말했다.
"멋지군." 스네이프 교수가 그것은 쳐다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건 곧바로 마셔야
하네,루핀."
"암,암,그러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냄비 한가득 만들어 두었으니까," 스네이프 교수가 계속했다. "더 필요하면 말하게."
"내일쯤 조금 더 가져가겠네. 정말 고맙네,세베루스."
"고맙긴 뭘." 스네이프교수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눈빛은 해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바로 그 눈빛이었다. 그는 미소도 짓지 않고 뒷걸음질 쳐서 방에서 나갔다.
해리가 그 잔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자 루핀 교수가 엉성한 미소를 지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친절하게도 날 위해 마법의 약을 만들어 주셨단다." 그가 말했다.
"난 마법의 약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데다 이건 특히나 더 복잡해서 말야." 그가 잔을
들어올려 킁킁 냄새를 맡았다. "설탕을 넣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그가 한모금마시더
니 진저리를 치며 덧붙였다.
"왜 -?" 해리가 막 질문을 하려는 순간 루핀 교수가 그를 바라보며 미처 말을 맺지
도 못한 질문에 대답을 했다.
"내가 요즘 몸이 좀 좋지 않아서 말야." 그가 말했다. "그런데 꼭 이 약을 먹어야만
듣거든. 스네이프 교수의 옆에서 일하고 있었던 게 천만 다행이지. 이 약을 만들 수 있
는 마법사들은 그리 많지가 않단다."
루핀 교수가 또 한 모금 마시자 해리는 그의 손에서 잔을 쳐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스네이프 교수는 어둠의 마법에 대단히 관심이 많아요." 그가 엉겁결에 말했다.
"그러니?" 루핀 교수가 다소 흥미로운 표정으로 마법의 약을 한번 더 쭉 들이켜고
나서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 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앞 뒤 가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어둠의 마법 방어법을 가프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
든 할 거라고 생각해요."
루핀 교수가 마법의 약을 다 마시고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메스껍구나." 그가 말했다. "그런데,해리,난 이제 일을 좀 해야겠구나. 할 일이 많아
서 말야. 나중에 연회에서 보자."
"그렇게 하세요," 해리가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루핀 교수가 다 마신 빈 잔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것 봐," 론이 말했다.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다 가져왔어."
각종 빛깔의 과자들이 해리의 무릎으로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해질 무렵,론과 헤르
미온느가 찬바람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느 때보다도 신나게 지낸 듯한 표정으로
학생 휴게실에 나타난 것이었다.
"고마워." 해리가 아주 작고 까만 고추 꼬마 도깨비 다발을 집어들며 말했다. "호그
스미드는 어땠니? 어디어디 갔었니?"
해리가 느끼기엔 그들은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닌 것 같았다. 마법사들의 장비 가게인
더비시와 밴지스와 종코의 장난감 가게와 거품이 이는 뜨거운 버터맥주를 파는 스리
브룸스틱스와 그 밖의 많은 곳들을 다 말이다.
"우체국은 정말 멋진 곳이야, 해리! 2백 마리 정도의 부엉이들이 편지를 보통으로 보
내는지 속달로 보내는지에 따라 각종 색깔로 표시된 선반에 조르르 앉아있었어!"
"허니듀크에는 생전 처음 보는 케이크가 있더라구! 무료 시식 코너를 마련해두고 있
었는데, 조금밖에 못 먹었어-"
"우린 사람 잡아 먹는 도깨비를 본 것도 같아. 정말이지, 스리 브룸스틱스에는 온갖
게 다 있었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버터맥주를 사다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넌 뭐했니?"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공부했니?"
"아니." 해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 사무실에서 차 한잔 마셨어. 그런데 스네이프 교
수가 들어와서는...."
그는 그들에게 스네이프 교수가 들고 온 이상한 약에 대해 서 모두 말해주었다. 론의
입이 쩍 벌어졌다.
"루핀 교수가 그걸 마셨단 말야?" 그는 놀란 것 같았다. "정신 나간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우리 이제 그만 내려가는 게 좋겠어. 5시에 연회가 시작되잖아...." 그들은 계속해서
스네이프 교수에 대해 말하며 서둘러 초상화 구멍으로 나가 연회장으로 밀려가는 사람
들 속에 끼었다.
"하지만 그가 만약 - 있잖아" -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주위를 흘금흘금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 "그가 만약 루핀교수를 - 독살하려고 했다면 - 해리 앞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 도착해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해리
가 말햇다. 연회장은 촛불이 가득 들어있는 수천 수백 개의 호박과, 구름 떼처럼 몰려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살아있는 박쥐와,폭풍우가 올 듯한 천장에 매달려 화려한 물뱀들
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는 불타는 듯한 오렌지 빛깔의 장식 리본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허니듀크 과자가게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 온 헤르미온느와 론조
차도 차려진 음식들을 두 그릇씩 먹어치웠디. 해리는 계속해서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상
석을 흘끗흘끗 쳐다보았다. 루핀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는 마
법 선생님인 아주 작은 플리트윅 교수에게 활기 넘치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해리는 상석
테이블을 살피다가 스네이프 교수가 앉아있는 곳을 보았다. 그의 상상이었을까, 스네이
프 교수가 평상시보다 더 반짝이는 눈으로 루핀 교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회는 호그와트의 유령들이 준비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들은 벽과
테이블에서 튀어나와 활공 편대 비행 같은 걸 보여주었다. 그리핀도르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그 자신의 목이 서투르게 잘려지는 모습을 재연해 보여서 큰 박수를
받았다.
어찌나 유쾌했던지 해리는 연회장을 떠날 때 사람들 속에서 "디멘터들이 안부를 묻
더라,포터!" 라고 큰소리로 비아냥거리는 말포이의 심술궂은 행동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리핀도르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평상시의 길을 따라 그
리핀도르 탑으로 갔다. 그런데 뚱보여인의 초상화가 있는 북도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잔
뜩 몰려 웅성대고 있었다.
"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거지?" 론이 의아한 듯 말했다.
해리는 앞에 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를 살펴보았다. 초상화가 닫혀있는 것 같았다.
"좀 지나갑시다." 퍼시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거드름을 부리며 사람들 사이로
바쁘게 걸어 들어갔다. "왜 들어가지 않고 여기에 모여있는 거니? 설마 모두 암호를 까
먹었을 리는 없을 테고 - 미안하지만, 난 회장이야-"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앞줄에서부터 조용해지더니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퍼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누구 가서 덤블도더 교수님 좀 모셔와.빨리."
아이들의 고개가 돌려졌다. 뒤에 있는 아이들은 까치발을 들고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막 도착한 지니가 물었다.
잠시 후 덤블도어 교수가 도착해 초상화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바짝 붙어섰고,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지 보려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럴 수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팔을 잡았다.
뚱보 여인이 초상화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초상화가 마구 난도질되어 캔버스 조각들
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그림의 상당한 부분이 완전히 찢겨져 나가고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엉망이 되어 버린 그림을 한번 슬쩍 처다 보고는 침울한 얼굴로 돌
아섰을 때 맥고나걸 교수와 루핀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가 허둥지둥 다가갔다.
"그녀를 찾아야 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즉시 필
치 씨에게 가서 성안에 있는 그림들을 샅샅이 뒤져 뚱보 여인을 찾으라고 일러주세요."
"쉽지 않을걸요!" 주군가가 빈정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소리의 요정 피브스였다. 그는 파괴 장면이나 걱정스런 광경을 보았을 때는 언
제나 그렇듯이, 사람들 위에서 까불거리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피브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묻자, 피브스의 미소가 조금 사라졌
다. 그는 감히 덤블도어 교수를 비아냥거리지는 못했다. 대신 그의 목소리가 낄낄거리
는 것이나 다름없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유감스럽지만, 교장선생님, 그녀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요.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잖아요. 그녀가 4층에 있는 풍경화로 달려가 나무들 사이에 숨어있는 걸 보았어요.
뭔가 무시무시한 말을 외쳐대면서 말예요." 그가 유쾌히 말했다. "가엾게도 말이죠." 그
가 진의가 의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녀가 그 짓을 한 사람의 이름을 말했나?" 덤블도어가 조용히 물었다.
"그렇구말구요, 교장선생님." 피브스가 폭탄 선언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말했다.
"그녀가 안으로 들여보내려 하지 않자, 그가 굉장히 화를 냈어요." 피브스가 몸을 홱
뒤집어 양다리 사이로 덤블도어를 보며 씩 웃었다. "그는 성격이 좀 거칠잖아요. 시리
우스 블랙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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