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톰은 평상시처럼 차 한잔을 들고 싱글거리며 들어와 해리를 깨웠다. 해
리가 옷을 입고 뿌루퉁한 헤드위그를 달래 다시 새장 속으로 들여보냈을 때 론이 스웨
터를 입다 말고 성난 표정으로 문을 쾅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빨리 기차 타고 떠나야지, 정말 더 이상 못 참겠어." 그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투
덜거렸다. "적어도 호그와트에서는 퍼시에게 들볶이지 않을 거 아냐. 이제는 또 내가
피네로프 클리어워터의 사진에 차를 좀 흘렸다고 야단이야." 론이 우거지상을 했다. "
퍼시 형 여자친구 말야. 그 앤 코에 온통 부스럼이 나서 액자 뒤로 얼굴을 감추고 있던
데 말야...."
"네게 할말이 있어." 그러나 해리가 막 말하려는 순간, 프레드와 조지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론이 퍼시를 다시 한번 화나게 한 것을 축하해 주려고 들른 것이었다.
그들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자, 위즐리 씨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예언자 일보'의 1
면 기사를 읽고 있었고, 위즐리 부인은 헤르미온느와 지니에게 자신이 소녀 시절 만들
었던 사랑의 묘약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너,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었니?" 갑자기 생각난 듯 론이 자리에 앉으며 해리에게
물었다.
"너중에." 퍼시가 잔뜩 화가 나서 들어오자 해리가 비밀히말했다.
그러나 출발할 떼ㅐ 어찌나 혼란스러웠던지 해리는 론이나 헤르미온느에게 말할 기
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가방들과 각자의 새장 위에 앉아있는 헤드위그와 퍼
시의 부엉이 헤르메스를 리키 콜드런의 좁은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문 앞에 쌓아놓느
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방 더미 옆에 놓인 버들개지로 만든 작은 우리에서 시
끄럽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났다.
"괜찮아,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버들개지 사이로 정답게 소곤거렸다. "기차 타면
내보내줄게."
"안돼."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가엾은 스캐버스는 어떡해?"
그가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그곳이 불록한 걸로 봐서 스캐버스가 그의 주머니에
서 웅크리고 자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바깥에서 마법부 차를 기다리고 있던 위즐리 씨가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도착했다." 그가 말했다. "해리, 어서 타거라."
위즐리 씨가 해리를 짧은 보도를 지나 두 대의 초록색 구식 자동차 중 첫 번째 차
쪽으로 걸어가게 했다. 차를 몰고 온 마법사들은 에메랄드빛 우단 신사복을 입고 있었
는데 주위를 슬쩍슬쩍 엿보며 왠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에 타거라, 해리." 위즐리 씨가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리를 이쪽저쪽 흘끗 쳐다보
았다.
해리가 차 뒷자리로 들어가자마자, 헤르미온느와 론, 그리고 론이 질색하는 퍼시가
올라탔다.
킹스 크로스로 가는 여행은 해리가 구조 버스를 탔을 때보다 굉장히 덜커덩거렸다.
마법부의 차들은 겉보기는 평범해 보였지만, 해리는 그것들이 버논 이모부의 새로운 회
사 차였다면 확실히 지나갈 수 없었을 틈새로 미끄러지듯 술술 잘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아아챘다.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기 20분쯤전에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했다. 차가 멈
춰서자마자 마법부의 운전사들은 직접 손수레를 가져와 가방들을 실어주고는 위즐리
씨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신기하게도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
의 긴 행렬 제일 앞으로 끼어 들어가 멀어져 갔다.
위즐리 씨는 역으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해리에게 바짝 붙어서 있었다.
"자, 그럼."그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둘씩 짝지어서 들어
가도록 하자. 난 해리와 먼저 가도록 하마."
위즐리 씨는 해리의 손수레를 밀고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 쪽으로 성큼성
큼 걸어가면서도 때마침9번 승강장에 도착한 머글들의 기차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해리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개찰고에 기대
섰다. 해리도 똑같이 했다.
잠시 뒤, 그들은 단단한 금속을 뚫고 지나가 9와 3/4번 승강장 위로 나왔다. 고개를
들자 진홍색 증기기관차인 호그와트급행 열차가 아이들을 배웅하려고 나온 마녀와 마
법사들로 가득 찬 승강장 위로 연신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때 해리 뒤에 있는 벽을 뚫고 퍼시와 지니가 나타났다. 그들은 개찰구까지 뛰어서
왔던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피네로프다!" 머리를 매만지는 퍼시의 얼굴이 금세 핑크빛으로 불들었다. 지니와
해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퍼시가 빛나는 배지가 잘 보이도록 가슴을 쑥 내밀고 구
불구불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아이에게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둘 다 돌
아서서 킥킥대며 웃었다.
나머지 위즐리 가족과 헤르미온느마저 다 도착하자, 해리와론은 사람들이 꽉꽉 들어
찬 객실들을 지나 기차 맨 끝에 있는 텅 빈 것 같은 객차로 갔다. 그들은 그 위로 가방
들을 싣고 헤드위그와 크룩생크를 그물 선반에 올려놓은 뒤 위즐리 부부에게 작별 인
사를 하러 다시 밖으로 나갔다.
위즐리 부인이 모든 자녀들에 이어 헤르미온느와 해리에게 도 입을 맞추었다. 그는
좀 당황했지만 그녀가 꼭 안아주기까지 하자 너무 기뻤다.
"몸조심해라. 알았지, 해리?" 그녀가 똑바로 서며 말했다. 그녀의 눈이 이상하게 반짝
거렸다. 그녀가 커다란 핸드백을 열며 말했다. "내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단다.... 옜다,
론.... 아니, 이번엔 소금에 절인 쇠고기 샌드위치가 아니란다.... 프레드? 프레드 어딨니?
옜다, 얘야...."
"해리." 위즐리 씨가 그를 조용히 불렀다. "잠깐 이리로 오너라."
그가 고개로 기둥을 가리키자, 해리가 위즐리 부인 주위에 모여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서 슬쩍 빠져 나와 그를 따라 기둥뒤로 갔다.
"떠나기 전에 네게 꼭 할말이 있단다-" 위즐리 씨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 안하셔도 돼요, 아저씨." 해리가 말했다. "이미 알고 있어요."
"안다구? 어떻게 말이니?"
"저-어- 어젯밤에 아줌마와 하시는 얘기 다 들었어요. 듣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해
리가 얼른 덧붙였다. "죄송해요-"
"그런 식으로 알게 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하구나." 위즐리씨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
며 말했다.
"아니에요- 솔직히, 저는 괜찮아요. 이렇게 된 게 차라리 잘되었어요. 아저씬 퍼지 장
관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셨고, 전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잖아요."
"해리, 많이 놀랐겠구나-"
"아니에요." 해리가 진정으로 말했다. "정말이에요." 위즐리씨가 믿지 않는 것 같아
보였으므로 그가 얼른 덧붙였다. "영웅이 되려는 게 아니라, 전 시리우스 블랙이 볼드
모트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런가요?"
위즐리 씨는 그 이름을 듣고 움찔했지만 무시해버렸다.
"해리, 난 네가 퍼지 장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
만, 네가 겁을 먹지 않았다니 어쨌든 정말 다행이구나. 하지만-"
"아서!" 위즐리 부인이 아이들을 기차에 태우면서 소리쳤다.
"아서,뭐하세요? 기차가 출발하려고 해요!"
"곧 가리다, 몰리!" 위즐리 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해리에게 돌아서서 더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잘 듣거라.네가 이것만은 약속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말 잘 듣고 성에 얌전히 있으라구요?"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위즐리 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해리, 블랙을 찾아 나서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하거라."
해리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시끄러운 휘파람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차장들이 기차를 따라 걸어가며 문들을 쾅
쾅 닫고 있었다.
"약속해라, 해리." 위즐리 씨가 여전히 다급히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이다-"
"절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을 제가 무엇 때문에 찾아 나서겠어요?"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무슨 소릴 들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아서, 빨리요!" 위즐리 부인이 소리쳤다.
기차에서 나온 증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기차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해리가 객실 문으로 달려가자 론이 문을 휙 열어제끼고 그가 올라타도록 뒤로 물러섰
다.
그들은 상체를 굽혀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기차가 모퉁이를 돌아 위즐리 부부가 보
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에게만 할말이 있어." 기차가 속도를 내자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비밀
히 말했다.
"저리 가, 지니." 론이 야멸차게 말했다.
"잘났어, 정말."지니가 골이 나서 이렇게 말하고는 저쪽으로 걸어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복도로 나가 빈 객실을 찾아보았지만 기차 맨 끝에 있는
딱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만원이었다.
그 객실엔 창가에 앉아 쿨쿨 자고 있는 남자 한 명밖에 없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
온느는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문턱에서 우뚝 섰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대개 학생
들만 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여지껏 수레를 밀고 다니며 음식을 파는 마녀
말고는 어른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낯선 사람은 여기저기 기운 매우 허름한 마법사 망토를입고 있었다. 아주 젊었지
만 연갈색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다.
"누군 거 같니?" 론이 창가에서 가장 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문을 닫으며 물었다.
"R.J. 루핀 교수야." 론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알아?"
"그의 가방에 써 있잖아." 그녀가 그 남자의 머리 위쪽에 있는 선반을 가리키며 대답
했다. 그곳엔 끈으로 여러 겹 교묘하게 꽁꽁 묶은 낡고 자그마한 여행 가방이 하나 있
었는데 한쪽 귀퉁이에 다 벗겨진 글자로 R.J.루핀 교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무슨 과목을 가르칠까?" 론이 루핀 교수의 창백한 옆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야 뻔하지."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빈자리는 딱 하나밖에 없잖아, 안 그래?
어둠의 마법 방어법."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이 두 명이나 있었지만, 둘
다 한 해를 겨우 채웠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일자리를 맡으면 불운이 찾아온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 사람은 잘해낼 수 있을까?" 론이 못 미더운 듯 말했다. "웬만한 마녀 하나도 당
해내지 못할 것처럼 생겼잖아, 안 그러니? 그건 그렇구...." 그가 해리에게 고개를 돌렸
다. "네가 우리에게 하려는 말은 뭐니?"
해리는 위즐리 부부의 언쟁과 위즐리 씨가 그에게 막 주의를 주었던 일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론은 굉장히 놀란 것 같았고 헤르미온느는 양손을 입에다
갖다댔다. 그녀가 마침내 손을 내리고 말했다. "시리우스 블랙이 널 잡으려고 탈옥했단
말야? 오, 해리...너 정말정말 조심해야겠다. 블랙을 잡는답시고 공연히 재난을 자초하지
말구 말야. 해리-"
"뭐라구? 내가 바보니? 재난을 자초하게?" 해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재난이 날 찾
아다닌다면 모를까."
그들은 해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소식을 더 나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론과 헤르
미온느 모두 그보다 블랙을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아즈카반에서 어떻게 탈옥했는지 아무도 몰라." 론이 불안한 듯 말했다. "과거
엔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었대. 더군다나 그는 경비가 가장 철저히 적용된 죄
수였잖아."
"하지만 마법부가 반드시 그를 잡을 거야, 안 그러니?"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
다. "내 말은, 마법부가 모든 머글들에게도 그를 경계하도록 주의시켰으니까 말야...."
"저 소리는 뭐지?" 론이 갑자기 말했다.
어디선가 어렴풋하게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객실을 빙 둘러보았다.
"네 가방에서 나는 소리야,해리." 론이 일어서서 선반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그는 해
리의 짐 속에서 포켓 스니코스코프를 꺼냈다. 그것은 론의 손바닥에서 아주 빠르게 뱅
글뱅글 돌며 찬연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거 스니코스코프니?" 헤르미온느가 흥미로운 듯 더 잘보려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하지만 이건 아주 싸구려야." 론이 말했다. "내가 이걸 해리에게 보내려고 에
롤의 다리에 묶고 있을 때도 정신없이 돌아갔었어."
"그때 너 못된 짓 하고 있었던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영리하게 물었다.
"아니!글쎄... 난 에롤에게 그런 일을 시키면 안 되긴 했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녀
석은 장거리 여행은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에롤 말고는 내가 해리에게 선물을 보낵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 말야."
"그걸 가방 속에 다시 넣어버려." 스니코스코프가 휙 하고 귀를 찢을 듯한 소리를 내
자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분이 깰 거야."
그가 고개로 루핀 교수 쪽을 가리켰다. 론이 스니코스코프를 버논 이모부의 소름 끼
치는 낡은 양말 속으로 쑤셔 넣어 일단 소리를 좀 죽인 뒤 가방을 닫았다.
"호그스미드에 가면 그걸 점검해볼 수 있을 텐데." 론이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신비한 악기 같은 걸 파는 더비시와 뱅스라는 가게에서도 그런 거 팔거든. 프레드와
조지 형이 말해줬어."
"너 호그스미드에 대해서 알기나 아니?" 헤르미온느가 핀잔주듯 날카롭게 물었다. "
난 책에서 읽었는데 영국에서 머글이 단 한 명도 없는 마을은 그곳밖에 없대-"
"그래, 그럴 거야." 론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어하는
건 그것 때문이 아냐. 난 그저 허니듀크에 들어가 보고 싶은 것뿐이야!"
"그게 뭔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과자가게야." 론이 환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 가게엔 없는 거 없이
모두 다 있어.... 먹으면 입에서 연기가 나는 고추 꼬마도깨비도 있고, 딸기 무스(거품이
인 크림에 젤라틴,설탕,향료 등을 섞은 냉동 디저트:옮긴이)와 응고된 크림이 들어있는
커다란 초코볼도 있고, 수업 시간에 빨아먹고 있어도 그저 다음엔 물 쓸까 생각하고 있
는 것처럼 보이는,정말 로 맛좋은 깃펜 사탕도 있어-"
"더구나 호그스미드는 대단히 흥미로운 곳이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열심히
자신의 갱각을 밀어붙였다. "역사적 마법 사적지라는 책에서는 그곳이 1612년의 도깨비
반란 본부였으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은 영국에서 유령이 가장 많이 나오는 흉가로
알려져 있어-"
"-그리고 빨아먹고 있는 동안 땅 위로 몇 센티미터쯤 둥둥 떠오르게 하는 커다란 샤
베트볼도 있어." 론이 헤르미온느의 말에는 단 한마디도 귀기울이지 않다가 불쑥 말했
다.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얼굴을 살폈다.
"학교에서 벗어나 호그스미드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겠지."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잘 보고 와서 내게 말이나 해줘."
"무슨 뜻이니?" 론이 말했다.
"난 갈 수 없어. 이모와 이모부가 허가서에 사인을 해주지 않았어. 그리고 퍼지 장관
도 사인해주려고 하지 않았고 말야."
론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네가 못 가다니? 하지만- 절대 안 되지- 맥고나걸 교수나 누군가가 허락해 줄 거야
-"
해리는 공연하게 웃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 교수인 맥고나걸 교수는 매우 엄
격했다.
"- 아니면 프레드와 조지에게 부탁할 수도 있어. 그 형들은 성에서 나가는 비밀 통로
들을 다 알고 있잖아-"
"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내 생각엔 블랙
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동안에 는 해리는 학교에서 몰래 빠져 나가면 안 될 것
같아-"
"그래, 내가 허락해달라고 하면 맥고나걸 교수도 바로 그렇게 말할 거야." 해리가 씁
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해리랑 같이 있으면,"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힘차게 말했다. "블랙이
감히-"
"오,론, 헛소리 좀 그만 해."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말을 가로 막았다. "블랙은 혼잡한
거리 한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사람이야. 하물며 우리 같은 꼬마들이 있다
고 그가 해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 같니?"
그녀는 말하면서 크룩생크의 바구니 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거 내보내지 마!" 론이 다급히 말했지만 이미 늦고 말앗다. 크룩생크가 바구니에
서 가볍게 뛰어나와 몸을 쭉 펴고 하품을 하고는 론의 무릅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그
순간 주머니에 있는 불룩한 것이 후들후들 떨자 그는 화가 나서 크룩생크를 난폭하게
밀어냈다.
"저리 가!"
"론,그러지 마!" 헤르미온느가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론이 대답하려는 찰나 루핀 교수가 움직였다. 그들은 그가깰까봐 걱정하며 지켜보았
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는 입을 약간 벌린 채 계속 잠을 잤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렸고, 창 밖의 풍경은 점점더 황량해졌
다. 머리 위로 잔뜩 구름들이 몰려오면서 주위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학생들은 그들이
앉아 있는 객실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니고 있었고, 크룩생크는 이제 빈자리에 앉아 짓눌
린 얼굴을 론 쪽으로 돌리고, 노란 눈으로 론의 셔츠 주머니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
다.
오후 1시에 음식을 파는 똥똥한 마녀가 수레를 밀고 그들의 객실 문 앞에 나타났다.
"저분을 깨워야 할까?" 론이 고개로 루핀 교수를 가리키며 어색하게 물었다. "뭘 좀
먹어야 할 것처럼 생겼잖아."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에게로 다가갔다.
"저- 교수님?" 그녀가 나직이 불렀다. "죄송한데요- 교수님?"
그러나 그는 여전히 꼼짝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걱정 마라, 얘야." 그 마녀가 해리에게 커다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건네며 말했다.
"그분이 깨어났을 때 시장하다고 하면, 난 기관사와 함께 저 앞에 있을 테니까 걱정 말
고 와서 말하렴."
"잠자는 거 맞아?" 마녀가 객실 문을 스르르 닫자 론이 조용히 물었다. "내 말은 -
그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아냐,아냐, 숨쉬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가 넘겨 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받
으며 속삭였다.
동석하기에 썩 좋은 상대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객실에 루핀 교수가 있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유용하기도 했다. 어느덧 오후가 반쯤 지나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서 창 밖의 완만한 야산들이 시야에 흐릿하게 보였을 때, 복도에서 다시 발짝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 세 사람 모두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녀석들이 문 앞에 나타났다. 드레
이코 말포가 단짝 친구들인 빈센트 크레이브와 그레고리 고일을 양쪽에 하나씩 끼고
들이닥쳤다.
드레이코 말포이와 해리는 호그와 트로 가는 첫 기찻간에서 만난 이후 죽 사이가 좋
지 않았다. 말포이는 핏기가 하나도 없는 뾰족한 얼굴에 늘 냉소적인 아이로 슬리데린
기숙사에 있었다. 그는 슬리데린의 퀴디치 팀에서 해리가 그리핀도르 팀에서 맡고 있는
것과 똑같은 위치인 수색꾼을 맡고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말포이가 시키는 건 무
엇이든 하는 아이들로 둘 다 체격이 크고 근육질이었다. 크레이브는 키가 더 컸으며 아
주 굵은 목에 푸딩 그릇처럼 생긴 헤어스타일을 반 반면, 고일은 짧고 곤두선 머리카락
에 고릴라처럼 긴 팔을 갖고 있었다.
"이게 누구야." 말포이가 객실 문을 잡아당겨 열며, 언제나처럼 느릿느릿한 말투로
아는 체를 했다. "포터와 위즐리로군."
크리이브와 고일이 괴물 트롤처럼 킥킥거렸다.
"네 아버지가 마침내 이번 여름에 금을 조금 받았다면서, 위즐리?" 말포이가 빈정거
렸다. "네 엄마는 혹시 충격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니?"
론이 어찌나 빨리 일어났던지 그만 크룩생크의 바구니를 쳐서 바닥으로 넘어뜨리고
말았다. 루핀 교수가 콧김을 내붐었다.
"누구니?" 말포이가 루핀 교수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물었
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셔." 해리가 론을 거들 필요가 있을 경우를 생각해 역시 일어서
며 말했다. "그런데 좀전에 너 뭐라고 말했니,말포이?"
말포이의 흐리멍덩한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그는 선생님을 바로 코앞에 두고 싸움
을 걸 정도로 우둔한 아이는 아니었다.
"가자," 그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화를 내며 투덜거린 뒤 그들과 함께 가버렸다.
해리와 론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론이 손마디를 문질렀다.
"금년에도 허튼 소리를 자꾸 했다간 말포이 녀석을 가만 두지 않겠어." 그가 성난 얼
굴로 말했다. "정말이야. 녀석이 한번만 더 우리 가족을 비꼬는 말을 했다간 그냥 녀석
의 머리를 잡아서-"
론이 격렬한 몸짓을 해 보였다.
"론."헤르미온느가 루핀 교수를 가리키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조심해...."
하지만 루핀 교수는 여전히 곯아떨어져 있었다.
기차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창 밖은 짙은 잿빛으로 변했다.
바깥이 점점 어두컴컴해지자 기차 복도와 천장에 전등이 들어왔다. 기차가 흔들거리고
빗줄기가 창문을 세게 때리고 바람 소리도 요란했지만, 루핀 교수는 깊은 잠에서 깨어
나지 않았다.
"거의 다 왔나봐." 론이 루핀 교수 쪽으로 상체를 굽혀 이제는 완전히 새까매진 창문
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좋았어." 론이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 옆으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며 말했
다. "배고파 죽겠어. 연회에 빨리 가고 싶어...."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왜 멈추는 거지?"
기차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기적소리가 사라지자, 창문을 때리는 바람과 빗소
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다.
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해리가 일어서서 복도를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객실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었다.
별안간 기차기 덜커덩 하더니 멈춰 섰다. 멀리서 들리는 쿵,쾅 하는 소리로 보아 선
반에서 짐들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모든 전등들이 일제히 다 나가버렸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암흑 속에 빠져버렸다.
"무슨 일이지?" 해리 뒤에서 론의 목소리가 외쳤다.
"아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론, 그건 내 발이야!"
해리는 손으로 더듬어 간신히 그의 자리로 다시 가서 앉았다.
"엔진이 고장난 게 아닐까?"
"몰라...."
끽끽거리는 소리가 났다. 해리는 거무스름한 론의 윤곽이 창문을 조금 다까아내고 밖
을 내다보는 걸 보았다.
"밖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 론이 말했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있는 것 같
아...."
갑자기 객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해리의 다리로 픽 쓰러졌다.
"미안해- 너희들 무슨 일인지 아니?- 아야-미안해-"
"안녕,네빌." 해리가 어둠 속에서 더듬어 네빌의 망토를 잡고 끌어올리며 말했다.
"해리? 너니?무슨 일이니?"
"몰라- 앉아-"
시끄러운 쉿 소리와 아파서 깽깽 우는 소리가 들렸다. 네빌이 크룩생크 위에 앉으려
고 했던 것이다.
"내가 가서 기관사 아저씨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올게." 해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해리 옆으로 지나가는 가 싶더니, 문이 다시 스르르 열리는 소리가 난
뒤 쿵 하는 소리와 아파서 찡얼대는 소리가 두어 번 드렸다.
"거기 누구니?"
"거기 누구니?"
"지니?"
"헤르미온느?"
"너 뭐하고 있니?"
"론을 찾고 있어-"
"들어와서 앉아-"
"여기 말고!" 해리가 다금하게 말했다. "난 해리란 말야."
"아야!" 네빌이 말했다.
"조용히 해라!" 갑자기 어떤 쉰 목소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가 마침내 깨어난 것 같았다. 그가 있는 곳에서 움직임 소리가 들렸다. 아
무도 말이 없었다.
딸깍딸깍 하는 작은 소리가 나더니 기찻간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루핀 교수가 한줌
의 불꽃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불빛에 비친 얼굴은 잿빛이고 피곤해 보였지
만, 두 눈만은 주위를 경계하는 듯 번득이고 있었다.
"모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그가 역시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불을
앞으로 내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나 루핀 교수가 미처 다다르기도 전에 문이 천천히 스르르 열렸다.
천장까지 우뚝 솟은 망토를 입은 형상 하나가 루핀 교수의 손에 들린 흔들리는 불꽃
의 불빛을 받으며 문간에 서 있었다. 그것의 얼굴은 두건 밑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해리의 눈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망토에서 손 하나
가 쑥 삐어져 나와 있었는데 희끄무레하게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꼭 물 속에서 썩어 문
드러진 것처럼 불쾌한 모양에 딱지투성이였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시 동안만 보였을 뿐이었다.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형상이 해
리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손을 갑자기 까만 망토 속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두건을 뒤집어쓴 것이 마치 그 주위에서 공기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빨아
들이기라도 하려는 듯, 가르랑거리며 길고 청천히 숨을 쉬었다.
그들 위로 강렬한 냉기가 휙 스쳐 지나갔다. 해리는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냉기가 살갗 속으로 스며들었다. 가슴 속으로, 심장 속으로....
해리는 눈동자가 거꾸로 돌아갔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냉기 속
으로 빠져 들어가도 있는 것 같았다. 점점 더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귓속에
서는 폭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곤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겁에 질린 끔찍한 비명소리였다. 누군지는 몰라
도 돕고 싶었다. 그러나 팔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주위에, 그
의 몸 속에, 자욱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리!해리! 괜찮니?"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뭐-뭐야?"
해리는 눈을 떴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다시 움직이고 있는지 바닥이 흔들거렸고
전등불은 다시 들어와 있었다. 그의 몸이 의자에서 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던
것 같았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옆에서 무릎을 끓고 앉아 있었고, 그들 뒤로 네빌과 루
핀 교수가 지켜보고 있는 게 보였다. 해리는 속이 울렁거렸다. 안경을 다시 잘 쓰려고
손을 올렸을 때, 얼굴에서 식은땀이 만져졌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를 다시 자리로 끌어올렸다.
"괜찮니?" 론이 초조하게 물었다.
"응." 해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얼른 문 쪽을 바라보았다. 두건을 쓴 생물은 사라지고
없었다. "무슨 일이었니? 그건 어디로- 그것 말야? 비명을 지른 건 누구였어?"
"아무도 비명 지르지 않았어." 론이 더 초조하게 말했다.
해리는 밝은 객실을 휘 둘러보았다. 지니와 네빌 둘 다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고고
있었다.
"하지만 난 비명 소리를 들었어-"
별안간 크게 툭 하는 소리가 들려와 그들 모두는 깜짝 놀랐다. 루핀 교수가 커다란
초콜릿 판을 조각조각으로 깨뜨리고 있었다.
"옛다." 그가 특히 큰 조각 하나를 해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거라. 그러면 좀 괜찮
아질 게다."
해리는 초콜릿을 받기는 했지만 먹지는 않았다.
"그게 뭐였죠?" 그가 루핀 교수에게 물었다.
"디멘터란다." 루핀이 이제 다른 아이들에게도 초콜릿을 나눠주며 말했다. "아즈카반
에 있은 간수들 가운데 하나지."
모두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루핀 교수는 초콜릿을 쌌던 종이를 구겨서 주머니 속
에 넣었다.
"먹거라." 그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러면 좀 괜찮아질 개다. 난 기관사에게 가서
말을 좀 해야겠다...."
그러더니 그는 해리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복도로 사라졌다.
"정말 괜찮니, 해리?"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물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무슨 일이었지?" 해리가 얼굴에서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글쎄- 그것이-디멘터가-저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어. 내 말은, 그러니까- 그런
것 같았다는 거야. 그것의 얼굴은 보지 못했어- 그리고 넌- 넌 -"
"네가 발작이나 무 그런 걸 일으켰던 것 같아." 론이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네가 뻣뻣하게 굳어지더니 자리에서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어-"
"그러자 루핀 교수가 그 디멘터 쪽으로 걸어가는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헤르미온
느가 말했다. "'우리는 망토 속에 시리우스 블랙을 숨기고 있지 않으니 가시오'라고 말
했어. 하지만 디멘터가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 루핀 교수가 뭐라고 중얼거렸더. 그리고
그의 지팡이에서 은빛 나는 것이 나와 그것을 쏘니까 그제서야 홱 돌아서서 사라져버
렸어...."
"정말 무시무시했어." 네빌이 평상시보다 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들어왔
을 때 몸이 오싹해지는 거 느겼니?"
"난 섬뜩한 기분이 들었더." 론이 불편하게 어깨를 움직이며 말했다. "다시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았어...."
해리만큼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얼굴로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지니가 훌쩍
훌쩍 울자 헤르미온느가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아무도-쓰러지지 않았니?" 해리가 어색하게 물었다.
"응."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해리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 "지니가 몹시 떨기
는 했지만...."
해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가 회복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고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그는 또 창피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
은 멀쩡한데 왜 자신만 그렇게 기절을 했던 걸까?
루핀 교수가 돌아왔다. 그는 객실로 들어서다가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초콜릿에 독약이라도 넣었을까봐 겁나니...."
해리가 한입을 베어먹자 놀랍게도 갑자기 손끝 발끝까지 온기가 좍 퍼졌다.
"이제 10분 후면 호그와트에 도착할 게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괜찮니,해리?"
해리는 루핀 교수가 그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묻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가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그들은 호그와트에 도착할 때까지 그다지 많이 말하지 않았다. 마침내 호그스미드 역
에서 기차가 멈춰 서자, 서로 먼저 나라겨고 난장판이 되었다. 부엉이들은 부엉부엉 울
어대고, 고양이들은 야옹야옹거렸으며, 네빌의 애완용 두꺼비는 그의 모자 밑에서 시끄
럽게 꽉꽉거렸다. 장대 같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어서인지 자그마한 승강장
은 몹시 추웠다.
"1학년생들은 이쪽으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외쳤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
느가 뒤돌아보니 승강장 저쪽 끝에 커다란 해그리드의 윤곽이 보였다. 그는 잔뜩 겁먹
고 있는 것같은 신입생들을 호수를 건너 호그와트 성까지 인솔해 가기위해 손짓을 해
서 불러모으고 있었다.
"안녕, 니들 셋 다 잘 쟀니?" 해그리드가 모여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외쳤다. 그들
은 그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 때문에 몸이 자꾸 밀려났으므로
그에게 말할 기회는 없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른 학생들을 따라 승강장을
지나 질척질척한 작은 길로 나왔다. 그곳에는 100대는 돼어 보이는 역마차들이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해리의 상상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그
들이 마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자마자 마차들이 저절로 열을지어 출발한 것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말이 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차에서는 곰팡이와 지푸라기 냄새가 약간 났다. 해리는 초콜릿을 먹은 이후 좀 나
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가 또다시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겁나는지 계속해서 흘금흘금 쳐다보았다.
마차가 낼개 달린 멧돼지들이 조각된 돌기둥들이 세워져 있는 훌륭하게 꾸며진 성의
철문 쪽으로 굴러갈 때, 해리는 더커다란 두건을 쓴 디멘터 두 명이 문 양쪽에서 보초
를 서고 있는 걸 보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냉기가 다시 한번 그를 빨아들이는 것 같
았다. 그는 울퉁불퉁한 자리에 비스듬히 앉아 성문을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마차는 성까지 올라가는 긴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더 냈다. 헤르미온느는 작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많은 탑들이 점점 더 가까이 오는 걸 지켜보았다. 마침내 마차가 앞뒤로
한번 흔들 하며 멈춰 서자 헤르미온느와 론이 잽싸게 내렸다.
마차에서 내려서자,해리의 귓가에 질질 끄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 기절했었다며, 포터? 롱바텀이 한 말이 정말이니? 너 정말 기절했었니?"
말포이가 헤르미온느를 팔꿈치로 밀어 헤치고 성으로 올라가는 돌 계단 쪽으로 가려
지는 해리를 막아섰다.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으며 작은 눈은 심술궂게 반짝이고 있었
다.
"저리 꺼져,말포이." 론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도 기절했었니, 위즐리?" 말포이가 큰소리로 물었다."그 무시무시한 늙은 디멘터
가 너도 노래켰니,위즐리?"
"무슨 문제 있니?"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마차에서 루핀 교수가 막 내린 것
이었다.
말포이가 누덕누덕 기운 망토를 입고 찌그러진 가방을 들고 있는 루핀 교수릴 경멸
하는 눈초리로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 빈정거리는 말투로 "아,아니에요-저-교수님
" 이라고 말하고 나서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능글맞게 웃어 보인 뒤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가 성으로 들어갔다.
헤르미온느가 론의 뒤에서 얼른 올라가라고 쿡쿡 찔렀으므로, 그들 셋은 떼지어 계단
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커다란 오크 문을 지나 동굴 같은 현관 안의 홀로 들
어갔다. 홀에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들로 밝혀져 있었고 이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대리
석 계단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져 있었다. 해리는 사람들을 따라 그곳으
로 향했다. 그들이 까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마법에 걸린 천장을 흘끗 보았
을 때 어떤 목소리가 외쳤다."포터! 그레인저! 정말 보고 싶었단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서 홱 돌아섰다. 변신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그리
핀도르 기숙사의 담당 교수인 맥고나걸 교수가 사람들 머리 위로 큰소리로 말하고 있
었다. 그녀는 머리를 돌돌 말아 올린 엄격해 보이는 마녀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에는
사각 안경이 끼어져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언제나 해리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
이 들게 했으므로 그는 왠지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로 나아갔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지을 필요 없다- 그저 내 사무실 에서 잠시 말을 나누고
싶은 것뿐이니까." 그녀가 그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위즐리는 가도 좋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데리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사람
들로부터 멀어지는 걸 빤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와 함께 현관 안의 홀을 가로질러가 대리석 계단을 올라간 뒤 복도를 따
라갔다.
따뜻한 난로가 피워져 있는 자그마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
르미온느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책상 뒤로 가서 앉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루핀 교수가 미리 부엉이를 보내 네가 기차에서 아팠다고 말해주었단다. 포터."
해리가 미처 답변하기도 전에,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더니 간호사인 폼프리 부인이
부산을 떨며 들어왔다.
해리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기절한 것도 창피한데, 여러 사람을 신경
쓰게 한 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전 괜찮아요." 그가 말했다. "전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아,너로구나?" 폼프리 부인이 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너 또 위험한 일 저지른 거 아니니?"
"디멘터 때문이에요, 폼프리 부인." 멕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주고받았다. 폼프리 부인이 못마땅한 듯 혀를 끌
끌 찼다.
"디멘터들을 학교 주변에 배치하다니." 그녀가 해리의 머리 뒤쪽을 누르고 이마를 짚
어보며 투덜거렸다. "앞으로 이런 일 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단다. 그래, 디멘터들
은 온통 차갑고 끈적끈적하지. 끔찍한 것들이야. 그런데 몸이 허약한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되면-"
"전 허약하지 않아요!" 해리가 뿌루퉁하게 말했다.
"물론 넌 그렇지 않지." 품프리 부인이 이제 그의 맥박을 짚으며 멍하니 말했다.
"어때요?" 맥고나걸 교수가 똑 부러지는 말씨로 물었다. "장기 요양을 해야 하나요?
오늘 밤은 병동에서 보내야 하나요?"
"전 괜찮아요!" 해리가 펄쩍 뛰며 말했다. 그가 병동에 입원 해야만 한다는 걸 드레
이코 말포이가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 생각하자 몹시 괴로웠다.
"글쎄, 하다 못하면 초콜릿이라도 좀 먹어야 할 거예요." 품프리 부인이 말했다. 그녀
는 이제 해리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미 조금 먹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님이 주셨거든요. 저희들 모두에게
주셨어요."
"그랬니?" 폼프리 부인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마침내 치료법을 제대로 알
고 있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근요?"
"정말 괜찮니,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확인하듯 물었다.
"네."해리가 대답했다.
"좋다. 그럼 난 그레인저와 시간표에 대해 몇 마디 나눌 말이 있으니 잠깐 밖에서 기
다리거라. 그리고 함께 연회장에 가도록 하자."
해리는 품프리 부인과 다시 복도로 나갔다. 그녀는 혼자말로 무라 중얼거리며 병동을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매우 기쁜 표정으로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나타
났고, 그들 셋은 다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 연회장으로 갔다.
연회장에는 끈이 뾰족한 까만 모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길다란 기숙사 테이블마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불빛을 받으며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엉클어
진 하얀머리의 키작은 마법사인 플리트윅 교수가 아주 오래된 모자와 다리가 세 개 달
린 의자를 들고 홀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숙사 배정식이 벌써 끝났나봐!"
호그와트의 신입생들은 마법의 분류 모자를 쓰고 앉으면, 모자가 그리핀도르, 래번클
로, 후플푸프, 혹은 슬리데린 중에서 그 애에게 가장 접합한 기숙사를 큰소리로 알려주
게 되어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상석의 빈자리로 성큼성큼 걸어
갔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있는 반대 방
향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연회장 뒤로 지나가자 아이들 대부분이 그들을 바라보았
고, 몇 명은 손가락으로 해리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가 디멘터 앞에서 기절했다는 얘기
가 그렇게 빨리 퍼진 걸까?
그와 헤르미온느는 그들의 자리를 맡아둔 론의 양쪽에 앉았다.
"무슨 일이니?" 그가 해리에게 비밀히 물었다.
해리가 작은 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하려는 순간 교장선생님이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
섰으므로 그는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매우 늙었지만 항상 힘이 넘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수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긴 은빛 머리와 수염에다 반달 모양의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코는
아주 심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가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마법사라는 생각은 해리가
그를 매우 존경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알버스 덤블도어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환히 미소 짓는 모습을 보자, 해리는 기차 객실로 디멘터가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진정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느꼈다.
"환영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수염이 촛불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
호그와트에서 또 한 해를 보내게 된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몇 마디 할까
합니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는 매우 심각한 일이므로, 여러분들이 맛있는 음식에 정신
을 팔기 전에 빨리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목을 가다듬더니 계속했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수색당한 뒤 여
러분들 모두 눈치 챘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마법부의 일로 현재 아즈카반의 디멘터 몇
명이 와 있습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자,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가 디멘터들이 학교를 지키는 것에 대
해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는 위즐리 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정원의 입구마다 배치되어 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은 누구도 허락 없이 학교에서 나가선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해두고 자 합니다. 디멘터들은 속임수나 변장에 속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투
명 망토에도 말입니다." 그가 차분하게 덧붙이자, 해리와 론은 서로 흘끗 바라보았다. "
디멘터는 탄원이나 변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여러분들을 해칠
동기를 제공하지 말 것을 모두에게 경고해두고 싶습니다. 반장들과 새 전교 회장은 어
떤 학생도 디멘터들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해리와 몇 자리 떨어져 앉아있던 퍼시가 가슴을 쫙 펴고 인상적으로 주위를 휘 둘러
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도 다시 한번 말을 멈추더니 아주 진지하게 홀을 둘러보았다. 움
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좀더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려야겠군요." 그가 계속했다. "금년에 우리 학교에 두 분
의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우선 루핀 교수님은 어둠의 마법 방어법 과목
을 맡아주시는 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해리를 포함해 루핀 교수와 기차 객실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만이 열성적으로 박수를
쳤을 뿐, 여기저기서 다소 마지못해 하는 박소 소리가 산발적으로 토져 나왔다. 루핀
교수는 말쑥한 망토를 입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 옆에 있어서인지 더욱더 초라해 보였
다.
"스네이프 교수 좀 봐!" 론이 해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법의 약 선생님인 스네이프 교수는 루핀 교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어둠의 마법 방어법 과목을 맡고 싶어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
지만, 스네이프 교수를 굉장히 싫어하는 해리조차도 그의 갸름하고 누르스름한 얼굴이
심하게 찡그려지는 걸 보자 깜짝 놀랐다. 그 표정이 분노를 넘어 혐오에 가까웠기 때문
이었다. 해리는 그 표정만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를 볼 때마
다 늘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새로 오신 또 한분의 선생님을 소개해야겠군요." 루핀 교수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사라져갈 즈음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아, 그전에 한 가지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
습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의 선생님이신 케틀번 교수께서 유감스럽게도 그나마 남
아있는 여생을 좀더 편히 지내시기 위해 작년 말에 퇴직하셨습니다. 그러나 기쁘게도
그의 자리를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냥터지기 일과 더불어 이
교사직을 맡는 데 동의해 주었습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들
도 곧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수 갈채는 특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요란하게 들렸
다. 해리는 해그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뒤얽혀있는 시커먼 수염
밑으로 아무도 몰래 씩 웃으며 자신의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우리가 왜 몰랐지!" 론이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을 쳤다. "우리에게 덥석덥석 깨
무는 책을 사라고 할 사람이 누가 또 있겠어?"
이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이 마침내 박수 치는 걸 멈
추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해그리드는 식탁보만 한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었다.
"자 중요한 얘기는 그게 다인 것 같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이제 연회를 시
작합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앞에 있던 황금 접시와 잔에 음식과 음료가 그득
히 채워졌다. 음식을 보자 해리는 갑자기 시장기가 동해 손에 닿는 건 닥치는 대로 담
아서 먹기 시작했다.
음식은 굉장히 맛있었다. 연회장 가득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
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러나 연회가 얼른 끝나
길 바랐다. 해그리드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선생님이 된다
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완전히 자격이 갖춰진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3학년 때 호그와트에서 쫓
겨났었다. 작년에 해그리드의 결백을 입증해 주었던 사람들이 바로 해리와 론과 헤르미
온느였다.
마침내, 황금 접시에 조금 남아 있던 호박 타트(과일 등을 얹거나 속에 넣은 작은 파
이:옮긴이)마저 다 없어졌을 때, 덤블도어 교수가 자러 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고, 그
들은 그제서야 해그리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축하해요,해그리드!" 선생님이 앉아 있는 상석에 도착하자 헤르미온느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 너희들 셋 덕분이야." 해그리드가 그들을 올려다보면서 손수건으로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덤블도어 교수
는.... 케틀번 교수에게서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뒤 곧장 오두막으로 날
찾아오셨어.... 그건 내가 항상 원했던 일이었거든...."
감정이 북받쳐 그가 얼굴을 손수건에 묻자, 맥고나걸 교수가 그들에게 그만 가라고
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줄줄이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가 는 그리핀도르 아이들 사
이에 끼었다. 이제 매우 지쳐있었지만, 그들은 더 많은 복도와 계속해서 나오는 계단을
지나 그리핀도르 탑으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에 도착했다.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뚱뚱한
여인의 커다란 초상화가 그들에게 물었다.
"암호?"
"자, 빨리 가도록 합시다!" 퍼시가 모여있는 사람들 뒤에서 소리쳤다. "새 암호는 '포
르투나 소령'이야!"
"끔찍해!" 네빌이 애처롭게 말했다. 그는 언제나 암호를 까먹기가 일쑤였다.
초상화 구멍을 지나 학생 휴게실을 가로질러간 뒤, 여학생들 과 남학생들은 갈라져서
각기 다른 계단으로 올라갔다. 해리는 다시 돌아온 게 너무 기쁘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들은 다섯 개의 침대가 놓여 있는 동그란 기숙사 방에 도달했고, 해
리는 주위를 휘 둘러보며 마침내 집에 왔다고 생각했다.
@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