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 아줌마의 큰 실수
다음날 아침 해리가 식사를 하러 내려가자 더즐리 가족 세 명은 벌써 식탁에 둘러
앉아 있었다. 그들은 부엌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냉장고와 거실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불평했던 두들리가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뜻으오 새로
선 텔레바전을 보고 있었다. 두들리는 그 돼지같이 작은 눈을 텔레비전 수상기네 고정
시키고 다섯 겹이나 되는 턱을 움직이며 끊임없이 먹어대고 있었다.
해리는 쩗은 목에 텁수룩한 코밑 수염을 기른 뒤룩뒤룩 살찐 버논 이모부와 두들리
사이에 앉았다. 더즐리 가족은 생일축하는 고사하고, 부엌으로 들어오는 그를 쳐다보지
도 않았지만, 해리는 이런 무시에 너무나 익숙해 있었던 터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토스트 한쪽을 먹은 뒤 고개를 텔레비전에 나온 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탈옥한 죄수
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블랙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대단히 위험합니다. 특별히 긴급 직통 전화가 개
설되었으니, 블랙을 보시는 즉시 연락 바랍니다."
"이 놈이 흉악한 놈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지." 버논 이모부가 신문 1면에 실린
그 죄수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씩씩거렸다. "이 녀석 꼬락서니 좀 봐, 더러운 부
랑자 같으니라구! 머리 꼴하고는!"
그는 험악한 표정으로 해리를 슬쩍 흘겨보았다. 단정치 못한 해리의 머리는 언제나
버논 이모부를 화나게 했었다. 그러나 기분 나쁘게 생긴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팔꿈치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텔레비전에 나온 그 남자에 비하면, 해리는 아주 단정한
축에 속했다.
기자가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다음 뉴스는 오늘 농수산부 장곤께서 방송할-"
"잠깐!" 버논 이모부가 성난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렸다. "그 미친놈이
어디서 탈옥했는지 말하지 않았잖아! 그럼 무슨 소용 있어? 그 미치광이가 바로 지금
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수도 있단 말이잖아!"
비쩍 마른 말상의 페투니아 이모가 당장이라도 그 탈옥수를 발견해서 긴급 전화를
걸 당사자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수다쟁이
로 거의 매일매일을 따분한 이웃들의 뒷얘기나 캐고 다니며 보냈다.
"이런 녀석들은," 버논 이모부가 커다란 보랏빛 주먹으로 식탁을 쾅 치며 말했다.
"당장 교수형에 처해야 하는데 말야?"
"맞아요." 페투니아 이모가 여전히 옆집의 강낭콩을 흘끗흘끗 보며 맞장구쳤다.
버논 이모부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손목 시계를 흘끔 보더니 덧붙였다. "난 이
제 잠시 나가봐야겠어, 페투니아. 마지가 탄 기차가 10시에 도착하거든."
마음이 온통 빗자루 수리 장비 세트가 있는 이층에 쏠려있던 해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지 아줌마요.? 그가 불쑥 말했다. "설마- 설마 여기에 오시는 건 아니죠?"
마지 아줌마는 버논 이모부의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해리와 단 한 방울의 피도 섞이
지 않은 사람이었지만(그의 어머니는 페투니아 이모의 동생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늘
고분고분하게 굴어야 했다. 마지 아줌마는 커다란 정원이 딸린 교외의 저택에서 여러
마리의 불독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그녀는 소중히 여기는 개들을 차마 떠나지 못해
프리벳가에 자주 머물지는 않지만, 해리는 그녀가 방문할 때마다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
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었다.
두들리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 때는, 마지 아줌마가 두들리의 장난 을 만지려는
해리의 정강이를 지팡이로 호되게 때렸었으며, 몇 년 뒤에는 크리스마스날에 두들리를
줄 자동 로봇과 해리에게 줄 강아지 비스킷 한 상자를 들고 나타났었다. 또 가장 최근
인 해리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 해에 왔을 때는 그가 실수로 마지 아줌마가 가장
아끼는 리퍼라는 개의 꼬리를 밟은 적이 있었는데, 그 개가 정원으로, 나무 위로 해리
를 계속 쫓아다니는데도, 자정이 지날 때까지 그 개를 말리지 않았었다. 이 사건들 얘
기만 꺼내면 두들리는 아직도 눈물까지 흘리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마지 아줌마는 이곳에 일주일 동안 머무르실 게다." 버논 이모부가 딱딱거렸다. "그
리고 손님을 맞이하가전에-" 그가 퉁퉁한 손가락 하나를 해리에게 위협적으로 갖다댔
다. "몇 가지 명확히 해둬야겠다.
두들리가 능글맞게 히죽히죽 웃으며 텔레비전에서 눈을 뗐다. 해리가 버논 이모부에
게 협박당하는 걸 보는 건 두들리가 가장 좋아하는 오락이였다.
"첫째," 버논 이모부가 딱딱거렸다. "마지 아줌마에게 아주 예의 바르게 말해야 한
다."
"네".해리가 씁쓸하게 말했다. "마지 아줌마도 제게 그렇게 한다면요."
"둘째," 버논 이모부는 해리의답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마지
아줌마는 너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 그녀가 여기에 있는
동안은 어떤 - 어떤 이상한 짓도 해선 안 된다. 얌전하게 굴란 말이다. 알아들었니?"
"마지 아줌마가 그렇게 하면 저도 그럴게요." 해리가 이빨을 뿌드득 갈며 말했다.
" 그리고 셋째로," 버논 이모부가 커다란 보랏빛 얼굴에 박힌 작은 눈을 심술궂게 치
켜 뜨며 말했다. "마지 아줌마에겐 네가 성 브루터스의 구제 불능 소년 선도 학교에
들어갔다고 했다."
"뭐라구요?" 해리가 소리쳤다.
"그러니 넌 계속 그렇게 말해야 해. 그렇지 않았다간 큰일 날 줄 알아라". 버논 이모
부가 으름장을 놓듯 말했다.
해리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창백한 얼굴로 버논 이모부를 빤히 바라보
며 씩씩대고 앉아 있었다. 마지 아줌마가 일주일이나 머문다니- 그건 언젠가 더즐리
가족이 그 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버논 이모부의 낡은 양말을 포함해, 최악의 생일
선물이었다.
"그럼, 페투니아." 버논 이모부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서 며 말했다. "난 이만 역
에 나가봐야겠소. 따라갈래, 두들리?"
"싫어요." 버논 이모부가 해리를 위협하는 걸 끝내자 두들리가 다시 텔레비전으로 눈
을 돌리며 말했다.
"두들리는 고모가 오시기 전에 멋지게 차려입고 있어야 해요." 페투니아 이모가 두들
리의 숱 많은 금발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제가 예쁜 나비 넥타이를 새로 사두었거든
요."
버논 이모부가 두들리의 살찐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럼 조금 있다 보자."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부엌을 나갔다.
그런데 큰 충격을 받은 듯 어리벙벙한 얼굴로 앉아 있던 해리에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토스트를 먹다 말고, 부리나케 일어서서 버논 이모부를 따라 현관으로
나갔다.
버논 이모부는 운전할 때 입는 짧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넌 안돼." 해리가 따라나오자 그가 매몰차게 말했다.
"전,"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여쭤볼 게 있어서 온 거예요."
버논 이모부가 그를 수상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호그- 저희 학교에서 3학년생들은 때로 어떤 마을을 방문 해도 된다요." 해리가 말
했다.
"그래서?" 버논 이모부가 문 옆에 달려 있는 고리에서 차 열 쇠를 꺼내며 날카롭게
말했다.
"이모부가 그 허가서에 사인을 해주셔야 갈 수 있어요." 해리가 급히 말했다.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지?" 버논 이모부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해리가 단어를 조심스럽게 선택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마지 아줌마에게
제가 성 문가 하는 학교에 다니는 척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성 브루터스의 구제 불능 소년 선도 학교다!" 버논 이모부가 고함을 질렀다. 해리는
버논 이모부의 목소리에서 명확히 당황하는 어조를 듣자 이 때다 싶었다.
"바로 그거예요." 해리가 버논 이모부의 커다란 보랏빛 얼굴을 태연히 바라보며 말했
다. "기억애야 할 게 많잖아요. 전 납득이 가는 소리를 해야 할 거구요, 안 그래요? 제
가 만일 어쩌다가 잘못 말하면 어떡해요?
"그랬다간 당연히 혼나는 거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버논 이모부가 주먹을 들여올
리고 해리에게 다가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해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절 혼내신대도 마지 아줌마는 제게 어쩌다가 실수로 한 말을 잊지 못하실 거 아녜
요." 그가 으스스하게 말했다.
버논 이모부가 여전히 주먹을 들어올린 채 멈춰 섰다. 그의 얼굴은 거무죽죽한 색으
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이모부가 제 허가서에 사인만 해주신다면," 해리가 얼른 말을 계속했다. "제
가 간 것으로 되어 있는 학교가 어딘지도 기억하고, 머글- 아니 완전히 정상인인 것처
럼 행동하겠다고 맹세할게요."
버논 이모부의 이빨이 드러나고 관자놀이에 있은 정맥이 흥분으로 마구 떨리고 있기
는 했지만, 해리는 그가 이것저것 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알겠다." 그가 마침내 날카롭게 말했다. "대신 마지 아줌마가 와 있는 동안 네 행동
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살펴보겠다. 네가 만약 끝까지 약속을 잘 지키면, 그 빌어먹을
허가선가 뭔가에 사인을 해주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홱 돌아서서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문을 어찌나 세게
닫았던지 문 위에 있던 작은 창유리 하나가 툭 떨어졌다.
해리는 부엌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층 침실로 올라갔다. 만약 진짜 머글처럼 행동해야
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성싶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비참한 마음으
로 생일 선물들과 생일 카드들을 모아서 방학 숙제들과 함께 침대 밑에감췄다. 그리곤
해드위그의 새장으로 갔다. 에롤은 많이 회복된 것 같았다. 녀석은 해드위그와 함께 머
리를 날개 속에 묻고 잠들어 있었다. 해리는 한숨을 쉰 뒤, 부엉이들을 푹 찔러 깨웠다.
"해드위그." 그가 침울하게 말했다. "우리 일주일 동안만 헤어져 있어야겠다. 에롤과
함께 가. 론이 돌봐줄 거야. 내가 편지 써줄게. 그리고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 헤
드위그의 커다란 호박색 눈이 그를 나무라는 듯했다- "나도 어쩍 수 없어. 내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호그스미드에 갈 수 있는 길은 이것뿐이야."
"10분 뒤, 헤드위그는 다리에 론에게 줄 편지를 매단 채 에롤과 함께 창 밖으로 날아
가 버렸다. 해리는 참담한 기분으로 빈새장을 옷장속으로 치워버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수심에 잠겨있지도 못했다. 페투니아 이모가 해리에게 당장 내려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라며 계단 위에다 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렸기 때문이
다.
"머리 좀 어떻게 해라!" 그가 거실로 내려오자마자 페투니아 이모가 느닷없이 한마
디 했다.
그러나 해리는 자신이 왜 굳이 머리를 단정하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싸. 마지 아
줌마를 기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해리를 헐뜯기를 좋아하는 그녀에게는 그가 단정하
지 않게 보일수록 더욱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곧 바깥에서 우둑둑우두둑 자갈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버논 이모부의 차가 차도로
들어와 섰다. 그리고 차 문이 꽝 닫히는 소리와 정원 보도를 걸어오는 발짝 소리가 들
렸다.
"손님을 맞으러 나가야지!" 페투니아 이모가 해리에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기분이 침울해지는 걸 느끼며, 해리는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문턱에 마지 아줌마가 서 있었다. 그녀는 체격이 크고 뒤룩뒤룩 살이 찐 데다가 보랏
빛 얼굴까지 여지없이 꼭 버논 이모부였다. 심지어 이모부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그녀에
겐 콧수염 까지 나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다른 한 손으로는
사납기 그지없는 늙은 불독을 잡고 있었다.
"우리 두들리는 어디에 있지?" 마지 아줌마가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귀여운 조카
녀석은 어디에 있니?"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들리가 거실로 어기적어기적 걸어왔다. 그의 금발
머리는 무스를 발라 살찐 머리통에 바짝 붙여져 있었고, 나비 넥타이는 대여섯 겹이나
되는 턱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지 아줌마는 여행 가방을 해리의 가슴팍에다 억
지로 떠맡기고 한 손으로 두들리를 꼭 껴안고는 그의 볼에다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해리는 두들리가 마지 아줌마의 포옹을 참아내는 건 단지 그 대가를 받기 때문이라
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포옴에서 떨어지자, 두들리의 퉁
퉁한 주먹 속에는 빳빳한 20파운드짜리 지폐가 들려져 있었다.
"페투니아!" 마지 아줌마가 해리는 본체 만체하고 쌩쌩 찬바람을 일으키며 엎으로 성
큼성큼 걸아가면서 소리쳤다. 마지 아줌마와 페투니아 이모도 입을 맞추었다. 아니 입
을 맞추었 다기보다는 마지 아줌마가 그 커다란 입을 페투니아 이모의 앙상한 광대뼈
에다 갖다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어느새 버논 이모부가 유쾌하게 미소 지으며 들어와 문을 닫았다.
"차 마실래, 마지?"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런데 리퍼는 뭘 먹지?"
"리퍼는 과자만 조금 먹으면 돼요." 여행 가방을 들고 있는 해리만 거실에 남겨둔 채
부엌 쪽으로 향하는 더즐리 가족을 따라가며 마지 아줌마가 말했다. 그러나 해리는 불
평하지 않았다. 마지 아줌마와 함께 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시간을 오래 끌며 여행 가방을 들고 이층 손님 방으로 올라갔다.
그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을 때쯤 마지 아줌마는 차와 과일케이크를 먹고 있었고,
리퍼는 한쪽 구석에서 과일케이크를 요란하게 핥아먹고 있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마룻바닥 으로 차와 침이 떨어져 얼룩덜룩해지자 페투니아 이모가 기겁을 했다. 페투니
아 이모는 동물을 아주 싫어했다.
"다른 개들은 누가 돌보니, 마지?" 버논 이모부가 물었다.
"아, 풉스터 대령이 돌봐주기로 했어요." 마지 아줌마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분은 이제 은퇴를 해서, 하실 일이 별로 없거든요. 뭐든 하는 게 그분에게도 좋죠. 하지
만 가엾은 리퍼는 두고 올 수가 없었어요. 녀석은 떨어져 있으면 절 몹시 보고 싶어하
거든요."
해리가 자리에 앉자 리퍼가 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마지 아줌마가 처음
으로 해리에게 아는 체를 했다.
"그렇구나!" 그녀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말했다. "너 아직도 여기에 있었니?"
"네." 해리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 듣기 싫게 '네,'네 소리 좀 하지 마라." 마지 아줌마가 딱딱거렸다. "너를 여태 데
리고 있다니 버논 오빠와 페투니아 언니도 어지간하구나. 나라면 그렇ㅎ게 하지 못했을
거야. 만약 우리 집 문간에 버려졌다면 넌 즉시 고아원으로 보내졌을 게다."
해리는 더즐리 가족과 사느니 차라리 고아원에서 사는 게 낫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호그스미드 허가서를 떠올리고 그만 두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날 보고 그렇게 히죽히죽 웃지 마라!" 마지 아줌마가 정나미 떨어지게 큰소리로 말
했다. "넌 지난번 봤을 때 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구나. 학교에 가면 그런 태도가
좀 고쳐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녀가 차를 한 모금 쭉 들이켜고는 콧수염을 닦으며
말했다. "오빠가 저 애를 보냈다는 곳이 어디라고 했조?"
"성 브루터스." 버논 이모부가 재빨리 말했다. "구제 불능인 아이들이 가기엔 딱 좋
은 학교지."
"그렇군요." 마지 아줌마가 말했다. "성 브루터스에서는 회초리로 때리기도 하니?"
그녀가 식탁 너머로 소리를 질렀다.
"저―"
버논 이모부가 마지 아줌마의 등뒤에서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며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리는 이모부의 눈치를 살피며 얼른 대답했다. 그 뒤 그걸 좀더 적절히 표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말을 덧붙였다. '항상이오."
"당연히 그래야지." 마지 아줌마가 말했다. "당연히 때려야할 사람들을 때리지 않는
다는 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말도 되지 않는 허튼 소리지. 100명 중 99명에겐 적당한
채찍질이 필요하다니까. 넌 자주 맞니?"
"아,네." 해리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엄청 많이 맞아요."
마지 아줌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넌 여전히 네 그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가 말했다. "매 맞는 것에 대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 보면, 네가 매를 별로 맞지 않는 게 분명해. 페투니아,
제가 언니라면 학교에 당장 편지를 쓸 거예요. 이 아이의 경우엔 매질을 심하게 해도
무방하다는 걸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구요."
버논 이모부는 해리가 혹시 그들의 거래를 잊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지, 갑지기 화
제를 바꿨다.
"오늘 아침 뉴스 들었니, 마지? 탈옥수에 대한 것 말야?"
마지 아줌마와 함께 지내게 되자, 해리는 그녀가 없었을 때의 4번지에서의 생활이 몹
시 그리웠다.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해리에게 그들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건 오히려 해리가 바라던 바였다. 하지
만 마지 아줌마는 그의 태도가 나아졌는지 시시때때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해리를 언제
나 눈앞에 두고 싶어했다. 그녀는 해리와 두들리를 비교하는 걸 좋아했으며 두들리에게
값비싼 선물을 사주고는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해리를 지켜보는 걸 커다란 기쁨
으로 여겼다. 그녀는 또한 해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악담을 해댔
다.
"저 애가 저렇게 된 게 오빠 탓은 아니에요." 사흘째 되던날 그녀가 점심을 먹으며
말했다. "근본이 나쁜 아니는 누구도 어쩔 수 없으니까 말이에요."
해리는 음식에만 집중하려고 했지만, 화가 나서 손이 후들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허가서를 잊지마,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꾹꾹 차았다. 호그스미드에
대해 생각해. 아무 말도 마. 일어서지 마-
마지 아줌마가 포도주 잔으로 손을 뻗었다.
"그건 품종 개량의 기본 규칙 중 하나예요.' 그녀가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개만 봐도
알아요. 암컷에겐 뭔가 좋지 못한 유전자가 있으면, 그 새끼들에게도 꼭 그게 전해지거
든요-"
바로 그떄, 마지 아줌마가 들고 있는 포도주 잔이 그녀의 손에서 폭발을 했다. 유리
파편들은 사방으로 날아갔고 마지 아줌마는 포도주가 뚝뚝 떨어지는 불그스레한 얼굴
로 푸푸거리며 눈을 깜작거리고 있었다.
"마지!" 페투니아 이모가 깩깩거리며 말했다. "마지,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마지 아줌마가 툴툴거리며 냅킨으로 얼굴을 훔쳤다. "잔을 너무 세게
잡았나봐요. 일전에 풉스터 대령 집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괜히 법석 떨지 마요,
페투니아. 제가 그저 너무 세게 쥐었기 때문이니까 말예요..."
하지만 페투니아 이모부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그는 디
저트는 그만두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식탁에서 달아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실로 나와 벽에 기대고 서서 심호흡을 했다. 오래전에는 그가 자제력을 잃고
진짜로 무언가를 폭팔시키기도 했었지만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호그스미드 허가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간, 마법부로부터 무거운
징계를 받게 될 터였다.
해리는 아직 미성년 마법사 법에 의하면 미성년 마법사는 학교 밖에서 마법을 부리
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전력이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프리벳가에서
한번만 더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면, 호그와트에서 퇴학당할 것이라는 마
법부의 공식 경고장까지 받았었다.
그는 더즐리 가족이 식탁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자 급히 이층으로 올라갔다.
해리는 다음 사흘 동안은 마지 아줌마가 그에게 불평을 할 때마다 `빗자루 관리 방
법` 이라는 책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애썼다. 상당히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이것이 해리
응 더욱 멍청하게 보이게 하는지 마지 아줌마는 그를 보며 저능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내 기나긴 일주일이 지나고, 마지 아줌마의 마지막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페투
니아 이모는 아주 공을 들여 저녁상을 차렸고 버논 이모부는 포도주 병을 몇 개나 땄
다. 그들은 수프에서 연어 요리를 먹을 때까지는 해리에 대해 단 한 가지의 흠도 잡지
않았다. 레몬 머랭(설탕과 달걀 흰자위 등을 섞어 구워서 파이에 입힌 것: 옮긴이) 파
이를 먹는 동안, 버논 이모부는 지루하게 자신이 다니는 그루닝스라는 드릴 제작 화시
에 대해 한없이 늘어놓았다. 그 뒤 이모는 커피를 끓이고 버논 이모부는 브랜디 병을
가져왔다.
"좀더 마실래, 마지?"
마지 아줌마는 이미 포도주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커다란 얼굴이 벌써 새빨갛게 달
아있었다.
"조금만 할게요, 그럼." 그녀가 킬킬거렸다.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 그래요 그 정
도는 되어야죠."
두들리는 파이를 네 조각째 먹고 있었다. 페투니아 이모는 새끼손가락을 삐죽이 내밀
고 커피를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해리는 정말로 자신의 방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지만, 버논 이모부의
성난 작은 눈을 보니 끝까지 앉아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 마지 아줌마가 입맛을 다시며 빈 브랜디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정말 맛있었
어요, 페투니아. 열 두 마리의 개들을 돌보다 보면 전 보통 저녁은 그냥 간단히 데워먹
기가 일쑤거든요..." 그녀가 끄윽 하고 트림을 하며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 "미안해요.
하지만 전 튼튼한 아이를 보는 게 정말 좋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두들리에게 눈짓을
했다. "넌 네 아빠처럼 적당한 체격의 남자가 될 거야, 두들리. 그래요, 버논 오빠, 저
브랜디 조금만 더 마실게요... 그런데, 여기에 있는 이 녀석은-"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자 해리는 움찔했다. 빗자루 관리법이나 생각해야지, 그는 속
으로 마음 먹었다.
"이 녀석은 자라다 만 것 같아요, 생김새도 험악하구. 개들이 그렇게 생긴 경우가 있
죠. 작년에 그런 놈을 하나 풉스터 대령에게 물에 빠뜨려 처치해달라고 부탁했었어요.
생쥐처럼 조그만 개였죠. 열성 유전이지만 받은 녀석에었어요."
해리는 그 책의 12쪽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후진이 되지 않을 때 쓰는 마법.
"내가 일전에도 말했던 것 처럼, 모든 게 혈통의 문제 예요. 혈통이 나쁘면 그렇게
되죠. 전 언니의 가문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아니에요, 페투니아."- 그녀가 삽 같은 손
으로 페투니아 이모의 앙상한 손을 두드렸다- "하지만 언니의 동생은 나쁜 종자였어
요. 아무리 훌륭란 가문에도 그런 일은 종종 생기죠. 그런 여자가 건달과 눈이 맞았으
니 그 결과물이 어떤 꼴인지 으리 눈앞에 있는 이 아이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해리는 접시를 반히 바라보고 있었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빗자루
끝을 꽉 잡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마지 아줍마의 목소
리가 마치 버논 이모부의 드릴로 그의 마음에 구멍을 뚫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포터라는 사람은," 마지 아줌마가 브랜디 병을 잡고 식탁보에 브랜디를 튀기며
말했다. "참, 오빠는 제게 그 사람의 직업이 무언지 말한 적 없죠?"
그 순간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는 매우 긴장하는 것 같았다. 두들리조차 파이
에서 고개를 들고 입을 딱 벌린 채, 엄마 아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직장이 없었어." 버논 이모부가 해리를 흘끗 바라보며 얼버무렸다. "실직 상
태였지."
"예상했던 대로군요!" 마지 아줌마가 브랜디를 벌컥벌컥 마신 뒤 옷소매로 턱을 슥
닦으며 말했다. "은행 계좌도 없고, 쓸모 없는 건달에, 게으른 밥벌레―"
"그렇지 않아요." 해리가 불쑥 말했다. 순간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듯 식탁이 조용해
졌다. 해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화났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브랜디 좀더 마셔라!" 버논 이모부가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저서 큰소리로 말했
다. 그는 병에 남아있는 브랜디를 마지 아줌마의 잔에 마저 다 따라주었다. "너 이 녀
석," 그가 해리에게 호통을 쳤다. "넌 네 방으로 가, 어서―
"아뇨, 버논 오빠." 마지 아줌마가 한 손을 들어올리고, 충혈된 눈으로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딸꾹질을 했다. "계속해라, 얘야, 계속해. 네 부모가 자랑스럽니? 그들이 자동
차 사고로 죽은 게 말이다. 아마 술에 취했었겠지―"
"그분들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해리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들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단다, 요 못된 거짓말쟁이야. 이 근면하고 점잖은 가족에
게 널 떠맡기고 떠났단 말이다!" 마지 아줌마가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 건
방지고 배은망덕한 녀석아―"
그러나 마지 아줌마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 잠시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로 온몸이 부풀어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풀어
오르는 게 멈추지 않았다. 새빨간 얼굴이 팽창하기 시작했고, 작은 눈이 부풀어올랐으
며, 입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잡아 당겨졌다― 다음 순간, 그녀가 입고
있는 재킷에서 단추가 몇 개 후두둑 떨어지더니 핑 하며 사방으로 퉁겨져 나갔다 ―
그녀는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배가 불룩해지면서 허리띠가 튀어나갔
고, 손가락 하나하나가 커다란 살라미 소시지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마지!" 마지 아줌마의 몸이 의자에서 떨어져 천장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가 동시에 소리쳐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동그랗게 되어 있었
고, 그 모습은 마치 돼지 눈이 달린 커다란 풍선처럼 보였다. 그리고 손발이 삐죽이 튀
어나온 채로 가끔씩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피퍼가 미친 듯이 짖으
며 집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안돼―"
버논 이모부가 마지 아줌마의 한족 발을 잡고 그녀를 다시 아래로 끌어내리려고 했
지만, 이모부마져 마룻바닥에서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잠시 뒤 리퍼가 와락 덤벼들더
니 버논 이모부의 다리를 꽉 물었다.
해리는 얼른 부엌에서 달려나가 계단 밑에 있는 벽장으로 향했다. 그가 가까이 가자
신비하게도 벽장문이 갑자기 확 열렸다. 순식간에, 그는 가방을 현관문으로 끌어다놓았
다. 그는 쏜살같이 이층으로 달려 올라가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는 책과 생일 선물
들이 가득 담긴 베갯잇을 붙잡았다. 그가 기어 나와 해드위그의 빈 새장을 들고 아래층
가방이 있는 곳으로 다시 쏜살같이 내려왔을 때, 버논 이모부가 한쪽 바짓가랑이는 갈
가리 찢겨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느닷없이 부엌에서 뛰쳐나왔다.
"이리 돌아와!" 그가 고함쳤다. "돌아와서 마지를 제대로 해놓지 못해!"
버논 이모부를 보자 해리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는 가방을 발로 툭 차서 열고,
요술지팡이를 꺼내 버논 이모부에게 갖다댔다.
"마지 아줌마는 그래도 싸요." 해리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아줌마는 당연
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는 거라구요. 제게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는 손을 뒤로 해 더듬더듬 문 걸쇠를 찾았다.
"전 이만 가겠어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그리고는 그는 겨드랑이에 헤드위그의 새장을 낀 채로 무거운 가방을 끌고 어둡고
조용한 거리로 나왔다.
@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