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104화 (90/128)

10장 - 비상

김진수는 관리국 보호관찰 대상자 중의 하나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위험등급 A급 관리대상, 김진수군을 찾아오신 게 맞습니까?”

“예. B급 헌터 김유성입니다. 기록해주시죠.”

그리고 김진수는 현재 관리국 시설에 갇혀있었다.

평상시 정상적일 때는 관리국 요원들의 보호 겸 감시에 일상 생활을 하는데, 얼마 전 폭주하면서 다시 갇힌 상태다.

그나마 사전에 필요한 절차는 다 밟아 놨기 때문에 만날 수는 있었는데, 아무래도 특별한 연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절차가 더 복잡했다.

위험등급 A급이면 내가 10대 길드급 길드장이나, 관리국장, 히어로 중에서도 블랙 정도 되는 고랭크 히어로가 보증해줄 사람이 아니었다면 바로 감시가 붙었을 거다.

물론, 당연히 빌런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 그런 인연을 가진 인물임에도 기본적으로 멀쩡한 상태였을 때, 김진수가 자기 성좌와 연관이 있다는 걸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원칙상으론 만남 자체가 허락되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든 이번 여행에 데려가는 게 목표인데···.’

그러자면 그 전에 광기와 이중 인격을 제어하고 그걸 관리국에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며칠 전에 폭주하고 돌아오지를 않아서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요. 원래는 좀 괜찮아진 후에 보기로 했던 게···.”

“괜찮습니다. 아직 자격증도 없는 애한테 당하면 헌터 때려쳐야죠. 이 친구가 헌터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긴 합니다만.”

“아. 뭐, 하긴. 현역 B급 헌터가 쉽게 당하진 않겠죠.”

공식적으로 현재 내 등급은 B급이다. 하지만 장비빨을 다 받은 상태면 A급이라 봐도 이상할 건 없는 수준이다.

“그래도 혹시 위험한 상황이면 바로 개입할 겁니다. 김진수 학생의 경우는 트라우마 관리를 위해서라도 문제되는 일은 가능한 만들지 않아야 해서요.”

난 고개만 끄덕여주고 게이트 물질로 만들어진 방공호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이런 1인용 방공호는 대개 A급 이상의 집중 관리대상을 격리하는 장소라, 시간을 벌기 위한 겹겹의 방벽이 쳐져있다.

하지만 고작 16세의 학생에게 A급 관리라는 건, 그만큼 김진수의 잠재력 하나만큼은 훌륭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가 들어가는 걸 보고 있는지, 원격으로 조정되는 격벽 문이 차례로 열렸다 닫힌다. 그리고 5분여를 걸어간 끝에 여러 방이 연결되어있는 텅 빈 넓은 백색의 거실이 나왔다.

몇 안 되는 가구들은 안에서 한참 날뛰었는지 이미 난장판이 된 상태고 그 반쯤 폐허 같이 변한 내부의 어떤 망가진 가구 위에 김진수는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키히이···.”

녀석은 그런 기이한 웃음을 흘리며 저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폐인처럼 깊은 다크서클에 충혈된 눈, 포르세티가 말한 멸치라는 별명은 이 녀석과 비교하면 그 신수빈은 평범하다고 생각될만하다.

그 정도로 비쩍 마른 몸을 한 소년이다. 당연하지만, 김진수의 폭주라는 건, 두 번째 인격으로 전환된 상태라는 의미다.

“김진수.”

내가 그를 부르며 인기척을 내자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왔다. 민간인에게 보여줬다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라 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답은 없다. 50미터가 넘는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해 짐승처럼 손을 휘둘러 날 찢으려는 본능적인 움직임만이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되도 않는 시도는 내 돌려차기 한 방에 저지가 되었다.

“난 네 사정 따위. 봐줄 생각이 없다. 이래뵈도···.”

날아가다가 몸을 기괴하게 뒤틀며 네 발로 벽을 찬 뒤, 빈틈을 노리는 늑대처럼 달리다가 손살같이 뛰어들어온다.

하는 짓을 보면 누가 봐도 그냥 짐승이다. 그리고 그런 짐승을 상대할 때는 힘의 우위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김진수가 득이양양하게 휘두른 그 손은 내가 남긴 잔상을 뒤늦게 후려칠 뿐이다.

측면을 잡은 내 팔꿈치가 김진수의 등을 찍고 다시 한 번 녀석을 걷어차 날려버렸다.

“바쁜 사람이라서.”

김진수는 처음과 달리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첫 조우시와는 달리 별의 강화를 시전한 상태다.

단순하게 종합 능력치 만큼은 현 시기의 특급 각성자에 필적하는 만큼, 그 타격은 레벨업이나 특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김진수에겐 뼛속까지 고통스러운 위력이었을 거다.

그리고 난 곧장 차고 있던 팔찌를 활로 전환했다. 갑자기 등장한 무기에 그간 침묵하던 관리 요원이 당황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

화살을 쓰러진 김진수에게 쏴 날렸다. 당장 충격에 바닥에서 바들거리는 중인 김진수가 그걸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화살은 그대로 녀석의 어깨를 맞췄다.

[어! 자, 잠시만요! 그건 좀···?]

당연히 상황을 보던 관리자는 당황했다.

난 대꾸하지 않고 화살을 하나 더 쏴 이번에는 다리를 맞췄다. 그리고 세 번째 화살을 걸고 나서야 다시 입을 뗐다.

“김진수. 다음 번은 심장이다. 주도권을 넘겨. 그 정도는 알아들을 것 안다.”

김진수는 구석에 쓰러져 움찔거릴 뿐이다.

“여기서 고작 너 하나 죽인다고 나쯤 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진 않아. 네 뒤의 성좌에게 그 정도는 들었을 텐데. 이렇게 죽으면 넌 개죽음이다. 너도 그렇게 사라지길 바라진 않겠지.”

물론, 블랙 등 히어로측에서는 길길이 날뛸 거다. 당연히 관리국이나 서이수 등 여타 많은 사람들도 실망하는 일이 되겠지.

아무리 위험 관리대상이라고 하지만, 이런 막가파식 사고를 저지르면 앞으로 일에도 여러모로 발목을 잡긴 할 거다.

하지만 지금 내가 쌓아온 거라면 어떻게든 약간의 협잡을 거쳐 정당방위로 무마할 수는 있다.

먼저 공격받은 것도 사실이고 내가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고 나오면 빚 하나 지운 셈 치고 묻으려고 하겠지.

김진수는 대답이 없다.

난 주저하지 않고 세 번째로 활 시위를 놨다.

“자, 잠···. 컥!”

그리고 화살은 뭐라 답하려는 김진수에 옆구리에 박혔다.

“아니. 이게 대체 뭐하는···!”

그리고 그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난 화살을 한 번 더 걸었다. 그 사이 격벽 문이 열리며 관리자가 급히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서 손끝에서 화살이 떨어지려고 하기 직전까지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김진수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마치 깨어나는 것처럼 번쩍 떴다.

“···됐, 됐어요! 정상,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쏘지 말아요!”

“그래. 그래 보인다.”

그 더듬는듯한 말이 나오고 나서야 난 활을 없앴다.

전우치를 통해서 봤던 모습도 근거의 하나.

거기에 김진수는 이런 진심에 가까운 헌터끼리의 싸움은 경험해보지 못했을 소년이었다,

광기에 휩싸인 것도 아닌데, 몸에 저리 화살을 세 대나 몸에 박고 살기를 흘리며 노려볼 수 있을 리가 없다.

광기가 있는 것만 봐도 본능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인격은 교활함이 모자랐다. 그 점은 다행이다.

그리고 갑자기 변한 상황에 바로 옆까지 달려온 관리국의 위험 인물 관리자는 이걸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아, 아니···.”

“관리자분. 실례했습니다. 초면에 얕보이면 절대 안 될 놈이라 좀 과격했네요.”

나는 그리 말하며 품에서 치료용 물품을 꺼내드는 것과 동시에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요원은 아주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상부에서 나에 대해 뭔가 들은 말이 있었는지 결국 조심해달라는 말과 함께 다시 방공호 밖으로 나갔다.

“좀 아플 거다.”

“으으···.”

난 김진수에게 다가가 박힌 화살을 뽑아내고 가져온 재생 물약을 상처에 부어주었다. 김진수는 한동안 끙끙대더니 고통이 잦아들었는지 내게 대화를 걸어왔다.

“그, 어. 이야기는 들었어요. 전우치님이 절 맡기시려 하신다는 분?”

“김진수. 네 인격의 주도권은 어느 정도지?”

“제가 6에서 7사이? 그, 그 정도 같아요. 아까 그게 3 정도? 그쯤일까. 하하···.”

“그리고 점점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겠지. 아예 완전히 먹히는 일은 없겠지만. 이중인격 특성이면 앞으로 네 의지에 따라 역으로 1대 9까지도 갈 거다.”

“예···. 제가 노력해야죠···.”

“노력?”

머리를 긁적이며 애써 웃어 보이는 김진수에게 난 그렇게 반문했다.

“노력으로 되는 거라면 네가 지금 여기 갇혀있진 않겠지. 지금은 아직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관리국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그게 5대 5를 넘어서는 순간, 진지하게 너에 대한 살처분을 고민할 거다.”

김진수는 내 살벌한 표현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관리국은 정의의 편이 아닌가요?”

“아니. 관리국은 질서의 편이다. 그리고 모두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에 정의의 편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나마 약자의 편이라 생각해보고 그걸 따지면 영웅 협회 쪽이야. 관리국은 아니지.”

“그런가요. 하긴, 그렇겠네요.”

“네 다른 인격도 생각이 있다면 그쯤에서 살기 위해 연기하기 시작하겠다만, 그리 되면 결국 네게 남는 건, 죽거나 아니면 빌런이 되거나. 둘 중 하나뿐이겠지.”

김진수 본인도 살처분까지는 몰랐지만, 빌런들이 노릴 거라는 것 정도는 현 상태로 봐서 어느 정도는 짐작은 하고 있었는지 표정이 어둡다.

“···빌런. 솔직히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억누르려고 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 그것도 너인데, 당연한 소리다. 이중 인격 특성은 마음이 어느 인격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넘어갈 뿐, 억누를 수 있는 게 아니야.”

내 말에 고개를 떨궜던 김진수가 머리를 번쩍 들었다.

“네? 그, 그게 저라고요?”

아무래도 전자의 말이 심경을 건드린 것 같다.

“믿기 힘드나?”

“···아니. 제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잖아요! 전, 저는···. 내가 그랬을 리 없어!”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것 뿐이야. 그것도 ‘너’다. 김진수. 네 죄에서 등 돌리려고 하지 마라. 그건 네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야.”

“나는!”

발작적으로 팔을 휘둘러 오는 김진수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녀석을 엎어친 나는 그 옆에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녀석이 뭐라 감정을 더 터뜨리기 전에 담담하게 미래를 말했다.

“김진수. 이중인격 특성은 없애기가 몹시 어렵다.”

“······.”

“대개 보편적 해결법은 두 인격 사이의 타협이야. 하지만 너처럼 광기 특성이 같이 붙어버리면 답도 없어. 너의 두 번째 인격을 순화시킨다는 선택지는 이미 배제가 된 거다.”

김진수의 두 번째 인격에 광기 특성이 붙었다는 건 관리국은 모르고 있을 거다.

“난, 네가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관심이 없어. 난 의뢰를 받고 온 컨설턴트일 뿐이다. 너하고 나는 아주 잘 풀려봐야 선생과 제자 정도야. 알다시피 가깝고도 먼 관계지.”

“······.”

김진수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그리 믿을만한 게 아닐 거다. 그러니 가깝고도 멀다는 말이 퍽 어울린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김진수, 넌 이대로 그 저주받은 시간에 갇혀 있을 거냐?”

“저주받은 시간?”

“원치 않는 모습으로 있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김진수도 내 무미건조한 어조에 허탈하다는 듯 힘을 빼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제야 난 본론을 이야기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온갖 제약 특성을 덕지덕지 달아서 네 두 번째 인격 상태와 광기에 따른 문제를 억누르는 거다. 당연히 잠재력을 엄청나게 소모할 거고 사는데도 온갖 복잡한 제약이 붙겠지.”

“방법이 있긴 해요? 그 제약이라는 건 뭐죠?”

“특정 행동을 하면 역 제어기를 당하거나, 대가로 감정 일부를 잃는다거나, 평온한 상태가 아니면 고문 수준의 고통을 받는다거나, 공격에 일정 수준의 힘을 실을 수 없다거나? 아주 많지.”

“그건 끔찍한데. 그렇게 일상생활이 가능해요?”

“사람은 다 적응하게 되어 있어. 적어도 빌드 모든 작업이 다 끝나면 너 자신의 인생이 엇나가지 않도록 책임지는 것 정돈 어렵진 않을 거다. 다만, 그런 상태로 꿈을 쫒으려면 그건 어려워지지.”

“꿈···.”

김진수의 꿈은 히어로다. 온갖 행동 제약에 잘 풀려봐야 C급 수준으로는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관리국 요원까지라면 몰라도 제대로 된 히어로 활동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요.”

“수인화.”

그 짧은 결론에 잠시 침묵하던 김진수가 내뱉었다.

“···빌런들이나 한다는 그거요?”

“그래.”

“하면 저 바로 위험분자로 낙인찍혀서 그 살처분? 그거 당하는 거 아닌가.”

“경우에 따라선 네가 선구자가 될 수도 있겠지.”

김진수는 침묵했다. 자신을 빌드의 실험체로 삼는 건 아닌가, 혹은 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생각할 게 아주 많을 것이다.

“수인이면, 그···뭐 호랑이나 쥐? 거미? 그런 걸로 변하는 건가?”

“물론, 그런 수인화를 택하는 빌드도 있지. 그건 이미 변신 계통 빌드가 사장 되기 전에 이미 여럿 시도되었고. 하지만 네 상태에선 고작 그런 걸 택해선 하이리스크에 로우 리턴일 뿐이야.”

어차피 수인화 등에 따른 야수성에 광기를 더해서 함께 억눌러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 정도가 높지 않은 걸 골라봐야 빌드 고유 특성으로 제대로 제어될지도 의문이고 언급한 대로 돌아오는 것만 적다.

“김진수, 이 길로 가면 네가 골라야 하는 변신 계열은 그런 예전에 흔히 시도되었던 평범한 동물 계통이 아니야. 그런 야수성 통제 고유 특성 가지고는 네 광기조차 제대로 억누르지 못해.”

“그럼···.”

자신이 해야 하는 게 뭔가 특별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진수의 얼굴에 걱정과 동시에 미약한 기대감이 떠올랐다.

“그래. 신화 속에 나오는 신수, 마수, 악마, 괴물, 요괴 같은 거다.”

그래야지만 잠재력을 모두 살리면서, 동시에 그런 수인화 특유의 야수성, 포악성, 광기 따위를 억제하는 그쪽의 강력한 고유 제약 특성을 달더라도 그나마 리턴을 크게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특수한 빌드는 지금 이 녀석이 겪고 있는 조잡한 인간의 광기 따위와는 비교하기도 힘들 만큼 엄청나게 위험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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