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101화 (126/128)

10장 - 비상

장하린과 함께 찾아온 건 강휘성과 최서린, 그리고 강소연이다. 강휘성이야 요즘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니 정확히는 뒤의 두 사람이 불청객이다.

“사람이 많네?”

“그러니까···당신들을? 서이수 길드장이? 나한테?”

“거 당신들이라니, 표현이 좀 섭섭한데. 우리 사이에?”

“······.”

난 침묵했다. 대체 최서린이 말하는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다.

“뭐야, 나만 전우라 생각하는 거야? 어쨌건 그랬다니까? 의심도 참 많네. 그 서류가 구라 같으면 직접 연락이라도 해 보든지. 우리도 외국 경험 좀 하고 오라는 것 같아. 소연이 넌 또 왜 그렇게 축 늘어져 있어?”

“···귀찮아. 피곤해.”

“뭐, 요새 서 길드장님이 혹사해서 그래요. 열 시간 자던 사람이 네 시간만 자고 있으니···.”

최서린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소연을 두둔해주진 않았다. 내가 듣기로 최서린은 하루 두 시간 밖에 안 자고 훈련하는 훈련광으로 안다.

성향도 안 맞는 두 사람이 어떻게 절친인지 참으로 의문이다.

“저런. 미인한테는 잠이 필요한 법인데. 뭐, 하지만 그런 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니까. 고생해. 원래 젊을 땐 바짝 고생하는 거야.”

“이 배신자!”

“참나! 소연아. 너무 많이 자는 것도 미용에 안 좋다?”

그렇게 자기들만의 대화에 빠져든 두 사람은 내가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이야, 저 누나들이 말쌈하는 걸 보는 건 오랜만인데. 울 누나가 잠 못 자는 게 어지간히 신경질 났나 보네요.”

“강휘성. 이거 뭔가 있지?”

“뭐, 그렇죠. 저희도 따로 파견 임무를 받긴 했어요. 가는 김에 같이 간다는 느낌이죠. 아시죠? 금화 은닉자산. 아마 들으셨을 건데.”

“유럽 쪽 일부를 맡은 거군.”

“그렇죠.”

그렇다면 서이수가 이들을 내게 보낸 이유, 강휘성에 갑자기 이민호까지 이 파티에 포함된 게 이해가 간다.

여차하면 나보고도 도우라는 거겠지. 외국에 고립된 상황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믿을 수 있는 같은 국적의 친분 있는 동료가 있는 건 나쁠 게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여기에 한국의 차기 재능이란 재능은 죄다 모아둔 기분인데.’

모인 면면을 보니 내가 여기 어울리지 않을 지경이다. 지금 상태가 어떻든 여기 기본 잠재력이 A급 아래인 건 유성 본인과 직업이 탐정인 강휘성, 그리고 안혜성까지 총 세 명뿐이다.

사람이 많이들 찾아온 탓에 내게 볼일이 있다며 찾아온 강시후는 구석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 이어폰 음량을 최대로 틀고 있는 상태다.

그러면서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듯, 무시무시한 기세를 흘리는 중이다. 그게 몹시 펑크한 복장과 어우러져서 뭔가 쉽사리 건들지 못할 아우라가 흐른다.

그리고 그 끔찍한 분위기의 회귀자 옆엔 관리국에서 파견온 이민호가 슬금슬금 모이는 시선에 멋쩍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다.

그 옆에는 히어로인 황은비와, 가볍게 인연을 쌓았던 박사 김현우가 있었고 조금 전 들어온 정영하는 이민호에게 친한 척을 하며 다가가는 중이었다.

‘정영하 저 녀석도 오랜만이군.’

나쁜 관계는 아니다. 같은 재계 일원이라고 유회장 쪽에 연락하고 지내는 모양인데, 지혜를 통해 내게도 가끔 안부는 전하고 있었고 요새는 나름 정신 차렸는지 과거 정리하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같다.

“그런데 그쪽은 유럽은 왜 가려는 거에요? 뭐, 나야 덕분에 관광 가는 기분이라 좋긴 한데.”

“성좌 임무가 있어서.”

난 와인잔을 들이미는 장하린에게 떨떠름한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부딪쳐주었다.

때 아닌 귀한 손님들에 지혜는 응접실로는 부족할 것 같았는지 길드 연회장을 개방하고 요리사들을 불러 뷔페까지 준비해줬다.

“아하?”

“그러는 그쪽은 정말 연락받은 그게 용건입니까?”

장하린은 오기 전 서이수에게 받았는지 개인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했는데, 장난스럽게 빚 갚으러 가겠다는 말을 했었다.

“아뇨.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건 차근차근 기회가 될 때 갚는 거죠. 그냥 핑계고 이번 일로 좀 배운 게 있어서.”

“배운 거라···.”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도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더라고요.”

“그게 이거랑 상관이 있습니까?”

“그래서 이름값을 좀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원래도 좀 끌렸는데, 새 길드장님이랑 대화를 좀 해보니까 확신을 했고요. 그쪽도 나 정도 되는 헌터가 옆에 있어서 나쁠 것 없잖아요?”

물론 나쁠 건 당연히 없다. 다만, 이 정도 수준과 규모로 움직이면 원치 않아도 사건에 휘말리는 법이다.

“앞으로가 좀 피곤하겠군요.”

“대신 그만큼 안전해지죠. 안 그래요? 상황이 바뀌면 바뀐 대로 적응할 수 있어야 진짜 리더가 아닐까요.”

장하린은 내 생각을 꿰뚫어본 것 같은 말을 했다.

그녀의 말대로다. 피할 수 없다면 대응해야 한다.

“···외국 나가 있는 동안, 잘 부탁하죠.”

“그래요.”

내가 내민 손을 마주 잡은 장하린은 싱긋 웃곤 어느새 말다툼을 끝내고 한쪽에서 디저트를 흡입 중인 최서린 그룹으로 멀어졌다.

“어디서 이름 들어본 분들이 좀 있네요.”

“···좀이 아니라 많은 것 같은데?”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이 둘이 서경덕과 전우치가 맡긴 두 사람, 설연화와 송하민이다. 떠나기 전에 김진수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송하민도 인맥을 동원해도 접점을 만들기 어려웠는데 전우치가 요구한 프로게이머의 사인 받으러 사인회를 갔다가 뜻밖에 잘 풀린 경우였다.

‘성좌가 임무를 내려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전부 10대, 한창 어린 시기의 애들이다.

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진땀을 빼는 일이었고 청수 길드의 보증으로는 씨알도 안 먹혀서 북진과 금성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 외에도 보험에 계약서까지 작성해가며 설득하느라 진을 빼야만 했다.

‘류 웨이 쪽은 좀 쉬우려나.’

이번 일 관련해서 진을 빼게 되면서 혹여 남경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될까 싶어서 북진의 정 길드장에게 문의를 했는데, 그에게 듣기론 중국 쪽 문파들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한다.

다행히 긍정적인 쪽의 답변이긴 했다. 거기선 좀 덜 힘들었으면 했다.

“선생님! 외국 나가는 건 좋은데, 그러면 가는 동안이나 거기 활동할 때는 저희 누구한테 배워요?”

“선생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뭘 그런 걸 물어봐?”

“너희 커리큘럼은 이미 다 짜뒀고 훈련 도구도 다 실어 뒀으니 가는 동안 앓는 소리나 말아. 그리고 도착해서는 도움 받을 길드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게-윽. 아니, 원래 여행을 가면 놀기도 하고 좀 그래야!”

프로게이머였다던 송하민이 노는 걸 좋아할 것 같았는데,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반면에 정규 헌터 교육과정을 훌륭한 성적으로 수료해온 설연화는 저런 가라가 심한 타입. 그게 솔직히 어이가 없긴 했는데, 슬슬 적응은 되려고 한다.

솔직히 이 둘의 빌드를 짜주는 건 어려울 게 없었다.

설연화는 기존의 강신이 아니라 목계 인형술 빌드를 타면 어떻게든 특성 살리면서 최대 잠재력을 뽑아낼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송하민은 아직 빌드를 좀 더 고민해봐야 하겠지만, 잘 풀린다면 경우에 따라선 이 시대 최고도 노려볼 만하다.

류웨이야 가서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도 있고 본인이 탑승물을 타고 싸우는 빌드를 원한다고 하니 기존과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것 같다.

그저 다듬어주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컸다.

그런 세 유망주와는 다르게 김진수는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떠나기 전에 김진수를 데려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전우치와 이야기할 때도 언급되었듯이 이 녀석이 아주 문제가 많았다.

‘일단, 이 빌어먹을 이중인격 특성부터가 엄청 드문데.’

그거 하나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인격 전환됐을 때 특성이 바뀌는 게 훨씬 까다로웠다.

‘다른 것보다 전환시에 광기가 달리는 게 가장 큰 문제야. 거기에다가 그걸로 벌어진 사건 때문에 전환 이전 상태에도 온갖 악성 정신 특성이 덕지덕지 붙었어.’

만나러 가기 전, 미래를 컨설팅해줘야 하기에 알려진 빌드를 조정해보며 맞춰보고 있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부류라 아직 제대로 찾아가지조차 못하는 중이었다.

물론, 부모를 설득해야 하거나 하는 부분은 적을 것이다. 각성 관련 사고로 부친은 사망, 모친과 하나 있는 여동생과는 연을 끊고 살고 있다고 한다.

‘학폭문제부터 해서 무면허 히어로짓에 과한 손속이나 폭주로 소년원도 갔다 왔고 아주 미치겠군.’

학폭 쪽은 그나마 다행히 피해자 쪽인데, 각성 후 터진 사고 때문에 가해자들을 거의 죽일 뻔해서 원만한 문제 해결은 아주 그른 상태다.

‘이건 서로 상종하지를 않으려는 상태군. 터진 문제 자체야 관리국 주도로 가해자들 전부 다른 학교에 흩었고 법적인 문제도 합의하면서 원만하게 풀리긴 했는데, 이러면 정신 특성 문제 해결은 글렀다.’

그 가해자 측도 양심은 있었는지 김진수에게 뭐라 하는 그런 경우는 아니다. 관리국까지 달라붙으면서 진상 규명된 끝에 쌍방과실로 보고 합의로 사건을 묻었다.

김진수는 관리국에서 빌런 위험인물로 보호관찰을 받는 중이고 김진수 역시 그걸 받아들였다.

내가 말하는 해결이 글렀다는 건, 그 광기 특성이 붙은 원인을 해결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런 정신적 특성의 경우, 원인을 깔끔하게 해결하면 지울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났으면 완전히 텄다. 이중인격도, 광기도 트라우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평생 안고 가야 하는 특성이란 소리다.

‘사람 도우러 다니거나 히어로에 동경을 가지고 불평 없이 봉사활동 하고 그러는 걸 보면 전우치 말대로 평상시 인격은 심성이 나쁘진 않은데···.’

이중인격과 광기라는 특성은 그걸 아무것도 아니게 만든다.

‘이건 많이 실험적인데···.’

기존에 검증된 빌드가 아니다. 빌드 플래너를 통해 시뮬레이팅을 통해 작성해둔 빌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손수 창조한 빌드였다.

난 가칭으로 적어둔 그 빌드명을 힐끗 확인했다.

[가제 : 수인 빌드]

노트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그건 적어둔 것처럼 ‘변신’을 사용하는 빌드다.

‘변신 계열 빌드에는 문제가 많아. 나도 어지간해선 함부로 시도하고 싶진 않지만···.’

가장 최우선인 걸 따진다면, 육체와 정신의 괴리부터 시작해서 대상이 되는 변신체의 성향이나 정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거기에 하나같이 인간의 적인 괴물에 가까운 괴이한 형태라서 사람들의 거부감이나 시선도 감당해야 하고 현존하는 변신 빌드를 탄 게 대부분 빌런들이라 사회적인 인식과도 쭉 싸워나가야 할 거다.

전투 기술을 새로운 육체에 맞춰서 하나부터 끝까지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사소한 문제는 말할 것조차 없었다.

하지만 김진수에겐 이 빌드 말고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오직 변신에만 저 망할 특성인 ‘광기’를 제어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택지는 줘야겠지.’

그런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걸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지고 있는 그 높은 잠재력을 다 활용하진 못하겠지만, 나나 신수빈쯤 되는 빌드 전문가라면 온갖 제어 특성을 떡칠해서 C급 헌터 정도의 인생을 살게 만들어줄 수는 있다.

이번에 함께 유럽으로 나갈 인물들과 앞으로의 일정, 활동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도 내 머릿속엔 김진수와 어떤 식으로 대화해나갈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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