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 질곡의 시간
외부의 안정형 게이트는 산악 소형 게이트였던데다가, 이전부터 지속해서 괴물을 청소하고 있었기에 이국적인 외국 자연 관광지에 유람이라도 온 것 마냥 평화로울 뿐이다.
“쯧, 아주 작정을 하고 눌러앉았군. 공략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블랙은 혀를 찼다.
안쪽 중심부에는 이곳의 각 길드와 친분이 있는 기업에서 지어 놓은 작은 유흥가나 시장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남부 초대형 게이트 사태 때도 그 정도까지 가진 않았었던 만큼 흔한 일은 아니다.
저런 눌러 앉는 경우는 대개 해외 원정을 갔을 때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 보급 본부를 지나쳐 도착한 산 중턱의 동굴이 바로 이 게이트의 히든 던전이었다.
“도시형 복합던전이군. 공략하는 것도 빌런을 잡는 것도 모두 귀찮은 종류인데···.”
동굴을 지나 넘어온 반대편엔 사람이 살았던 때를 그려본다면 전성기에는 족히 수백만은 살 수 있었을 법한 폐허가 된, 지구에선 비슷한 구조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이국적 양식의 거대 도시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요.”
“아, 그래. 수고해. 아군 공격하지 않게 안면은 익혀 뒀지?”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에서 석대성이 나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미끼 역할을 수행할 인물들인 만큼, 부딪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어떤 식으로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간 해낸 게 있으니 이번에도 성과를 낼 거라 믿어본다.”
당연하지만 블랙에게는 내가 세운 계획에 대해선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다. 난 고개만 끄덕인 채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석대성은 분명히 올 거다.’
내가 회귀 전 기억으로 알고 있는, 그리고 잠시나마 파악한 석대성의 성격이라면 자기 눈으로 관리국이나 히어로가 이 안쪽에 해둔 조치를 자기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곤 견디지 못할 것이다.
‘놈은 완벽주의자니까.’
이 안쪽에서의 싸움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타란툴라를 찾아내는 것. 두 번째는 석대성을 유인해 보스방으로 가는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엘릭서는 타란툴라가 쥐어야만 한다.
* * *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석대성은 호위조차 대동하지 않은 채 곧바로 차를 몰고 던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기 전에도 여러 지시를 내렸지만, 그는 쉬지 않고 통화를 계속 돌리며 자잘한 것까지 전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부길드장과의 마지막 통화만을 남겨둔 상태다.
지시의 시작은 말단 조직들부터, 머리에 해당하는 이들은 사태 파악을 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며 차근차근 올라갔기에 부길드장이 마지막이다.
“부길드장, 나다. 알고 있겠지만, 네가 마지막이야. 이런 비상사태에 우리의 보고 체계가 정상이길 빌지.”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바로 협회 길드장급 회의 소집해뒀고 초안 작성해뒀습니다.]
“보내놨나?”
[예!]
바로 그 초안을 받아든 석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내가 깜둥이 놈에게 제시한 내용 그대로 안건 올리고 내가 내용 작성해둔 것 그대로 읊어. 자세한 분위기나 상황 같은 걸 확인하고 싶으면 추가로 던전 쪽 황 본부장에게 연락해서 확인해.”
[예. 이미 한 차례 통화해서 물어볼 건 다 물어봐 뒀습니다. 혹시 따로 더 지시하실 것 있습니까?]
“그 내용을 말하면 당연히 반발하며 싸워보자고 선동하는 녀석이 나올 거다. 십중팔구는 우리 편이겠지. 반면, 압박에 대해 타협안을 제시하는 놈이 있을 거다. 거기서 절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착각이라 하시면···.]
[내용이 압박이나 다름없든 뭐든, 이 상황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중재하려는 놈은 전부 적이다. 아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기준은 하나야. 헌협을 움직여서 압박하자고 하는지 여부다.”
[그것도 제가 좀 강하게 주장해봐도 됩니까?]
석대성은 고개만 짧게 끄덕였다.
슬슬 던전에 거의 다 도착해간다.
석대성이 통화를 끄려는 기미가 보이자 부길드장은 그를 급하게 붙잡았다.
[아! 길드장님. 한 가지만 더···.]
”말해.“
[혹시, 저희 전쟁 준비합니까?]
”정신 못 차리나? 관리국에 히어로까지 합류한 저쪽을 상대로 헌협 전체도 아니고 고작 몇 개 길드가? 부길드장. 상황 제대로 파악한 것 맞아? 요새 꽤 잘 풀려왔다고 빠졌군.”
수화기 너머 부길드장은 곧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상황이 서이수와 블랙과 연관이 있는 이상, 두 명은 확정으로 반대다. 그렇다면 나머지 전원이 합심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니 배제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이명준 그놈은 설령 찬성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
석대성은 오랜 시간 동안 적인 듯 아군인 듯 모두를 중재하는 이명준을 연구해왔고 슬슬 놈에 대해 감이 잡혀가려는 중이었다.
‘그 자식은 이 나라를 완전히 제 손에 넣길 원하는 거다. 뒤틀린 놈이야. 모두의 힘을 빼놓고 기회가 왔다 싶은 일순간 기습하듯이 들이치겠지.’
뒤틀렸다. 그 말보다 이명준을 표현하기에 더 적절한 말은 없다. 나라를 바꾸겠다던 놈이 저리 변한 이유는 짐작이 갔다.
‘그건 권력의 달콤함을 맛봤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난 그런 정의 같은 것엔 관심이 없지만, 그런 놈들은 많이 봐왔지. 저 녀석은 목적과 수단이 현실에 막히면서 뒤바뀐 거야.’
나라를 올바르게 바꾸고 싶다던 과거의 이명준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은 항상 있다.
돈을 벌면, 잘 쓸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을 잡으면 정치를 잘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잘 하기 위한 돈의 양에, 권력에 끝이 있던가? 부질없는 짓이다.
‘나처럼 현실적으로 사는 게 현명한 거다. 좀 이기적이면 어때, 피곤하면 어떠냐. 조심조심하며 내 주변만 챙기면 되는 거지.’
잠시 빠졌던 상념은 여전히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부길드장을 인지하고서야 끊겼다.
“후···, 잠시 생각할 게 있었어. 괜히 벌 세운 것 같아서 미안하다.”
[그러면 플랜 B겠군요. 언제든지 길드 정예 전원 바로 망명할 수 있도록 루트 짜서 대비해두겠습니다.]
“그래. 누가 누구에게 동조하는지도 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잘해낼 거라 믿고 끊는다.”
페달을 전속력으로 밟아서 두 시간 만에, 블랙과 통화한 지는 정확히 네 시간 만에 던전에 도착한 석대성은 차에서 내리다 말고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을 살짝 짚었다.
‘분명 이유가 있다. 하지만 짚이는 게 너무 많아서 정작 무엇을 위해서인진 감이 안 잡히는군.’
모르긴 몰라도 블랙과 관리국 집행부장씩이나 되는 놈이 아무 목적도 없이 왔을 리가 없다. 그게 그의 생각이었다. 문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추론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직접 눈으로 보고자 던전으로 향하는 것이다.
사실 맘 같아서는 당장 서이수가 움직이는 것 때문에 정신없어진 밖의 일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엘릭서의 가치가 워낙 크다 보니 이쪽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거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만데···.’
손에 넣으면 지금 미국 쪽에 벌이고 있는 일을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어쩌면 나를 유인하고 밖에서 일을 벌이려고 시간을 끌려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관리국이라고 암살을 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으니까. 그에 대해서도 출발하기 전 대비 정도는 해 두었다.
하지만, 온갖 의심을 하는 석대성조차 대놓고 엘릭서가 있을 보스방 위치를 누군가 알려주려고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 * *
석대성이 오기 전에 미리 타란툴라의 위치를 파악해보려고 했지만, 당연히 무리였다.
‘히어로들이 들쑤시고 다녀서인가, 역시 움직이지 않는군.’
빌런 조직의 수장이고 서울 시내에 분신이 들키지 않고 그리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정도라면, 은신과 변장, 잠입 같은 것에 있어서는 당연히 관련 빌드나 스킬을 익혔을 거고 전문가라고 봐야 한다.
‘내 능력치도 이제 기본 능력치가 거의 B급 근처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동해안 사태로 경험치를 무지 채운데다 큐브 던전에서도 알짜배기만 쏙쏙 빼먹은 나다.
누구한테 말하면 기연을 얻었냐고 할 만한 수준의 전투 레벨을 올렸고 장비도 갖출 만큼 다 갖춘 데다 빌드도 쭉쭉 찍은 터라, 이제 맨몸으로도 어중간한 A급하고는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B급이지만, 전투 기술을 전부 생략한 내 특수성을 고려하면 지금 내 상태는 A급에 필적한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투에 빌드가 편중된 난 이런 종류의 암살 전에서는 현저하게 불리하다. 지형도 그렇고 능력치도 문제다.
어쩌면 지금도 타란툴라에게 관찰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공격당하지 않는 것은 혹시 모를 강시후의 존재나, 내가 반응에 성공하면서 시간이 끌리면 여러모로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 거다.
‘그 여자도 여기서 쫓기면 위험하다는 걸 아는 거지. 뭐, 보고 있어도 상관은 없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러 갔다. 이 엘릭서 사태는 꽤 유명했던 만큼, 훗날 결사대 정보부에 들어간 나도 던전 구조나 나온 괴물의 종류 따위에 대해선 빠삭했다.
기억이 전해주는 정보대로 도시 지하수로의 23번 구역에 히든 던전 속의 숨겨진 구역이 있었다. 그리고 이 계단을 내려가서 제단 구역의 지하 4층까지 내려가면 보스인 마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라면 전 구역을 다 정리하고 나온 일지와 페이크 보스까지 잡고 나야 여는 방법을 알아내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곳이지만···.’
모든 걸 다 알고 온 회귀자는 누가 이 앞까지만 다 정리해줬다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제단 구역을 만든 보스를 제외하면 출입할 수 있는 건 이곳뿐이지만, 반대로 나가는 건 자유롭지.’
그것도 이곳을 공략하던 공격대가 몇 번이고 전멸하다가 알아낸 정보다. 다시 말해서 이 내부만큼 은신처로 삼기에 적당한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략 영상 중 인상 깊게 봤던, 제단 1층의 계단 밑에 숨겨진 빈방을 찾아 내부를 정리하고 그곳에 이곳의 작업을 위해 바리바리 싸들고 왔던 짐을 전부 넣어두었다.
준비를 마치고 동화를 펼친 채 던전 입구 방향으로 향했더니 심상치 않은 기운이 기 싸움을 하는 게 느껴졌다.
‘왔군. 석대성.’
화면 너머에서 봤던 얼굴이 던전 입구에서 블랙과 대치 중인 모습이 보인다. 대략 10분 정도 뭐라 말이 오가다 석대성이 블랙을 지나쳐 도심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그 대치는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진짜 일은 당장이 아니라 히어로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다. 석대성이라면 블랙이 돌아가더라도 기회가 올 때마다 바쁘게 이곳을 오갈 것이다.
당장 이번 주는 뭘 할 수가 없다. 석대성도 오늘은 버린 셈 치고 길드원을 총동원해서 관리국의 흔적을 찾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나도, 히어로도, 함께 온 관리국 요원이나 적의 적인 타란툴라도 전부 숨어있을 것이다.‘
‘놈이 자기 길드 공략을 방해하진 않을 테니, 다음 주 쯤에는 조사한다고 해도 혼자, 혹은 고작 파티 단위로 다니겠지.’
승부처는 다음주였다. 그렇게 일주일, 정확히는 다음 금성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인 8일의 시간이 흘러갔다.
예상대로 공략조는 던전을 공략하게 내버려둔 채, 각각 전위와 서포터, 그리고 암살자로 보이는 호위 셋을 데리고 던전을 조사하는 중인 석대성을 보며 난 준비했던 계획을 시행했다.
* * *
“보셨습니까? 그년인 것 같습니다.”
석대성은 경호대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래. 나도 봤다.”
두 사람이 시선을 돌리자 서포터와 암살자도 자기도 봤다며,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그 빌런은 또 모습을 드러내며 이동 중이다.
“하지만 이상하군. 이렇게 빠르게 다시 활동한다고? 거기에 보란 듯이 저렇게 티가 나게?”
“뭔가 찾아내서 우리를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게 아니겠습니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런 것치곤 지금도 기묘하게 저희 사거리 경계 밖에서 아슬아슬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신경 쓰고는 있지만, 무리해서 숨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죠. 전 이게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흠.”
석대성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절대 본체도 드러내지 않고 길드가 연합해서 본격적으로 수색하려는 낌새가 보이면 기민하게 분신을 모조리 치워버리는 아주 침착하고 끈질긴 년이었다.
보급품을 잔뜩 가져왔어도 슬슬 떨어질 때가 됐을 텐데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겠지만, 짐작이 가는 건 있다.
‘우리가 다른 길드 일을 모두 아는 건 아니니까. 보급부대에 대한 괴물 습격 중 몇 번 정도는 그 암살자가 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몇 번이고 분신이 빠져나가던 시도가 있었으니 몇 번 정돈 분신이 빠져나가는 걸 잡아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멀어지는 것 같은데요. 더 멀어지면 추격이 힘들 겁니다.”
그런 식으로 워낙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빌런이니 이런 대놓고 하는 도발 같은 움직임은 꺼림칙했다. 그를 재촉하듯 서포터와 전위가 하는 질문에 석대성은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일단, 쫓는다.”
석대성은 내뱉고서 잠시 한 박자 늦게 멈춰 서며 바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잠깐, 이 생각은 좀 위험한데···?’
방금 전, 찰나의 순간에 석대성은 ‘여기까지 시간을 내서 들어왔는데 뭐라도 성과를 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식의 끌려가는 생각은 평소의 그가 지양하는 쪽이다.
‘빌어먹을. 요 며칠 너무 압박을 많이 받았나···.’
서이수는 지금 밖에서 대놓고 세계 각국, 그리고 특히나 양옆 두 나라를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고 있었다.
국익과 괴물에 대한 신뢰 문제, 반대편 국제 여론 따위를 내세우며 양측으로 나뉘어 싸우는 중이었는데, 여론은 대략 7 대 3 정도로 불리한 형세였다.
그리고 반대 성명을 낸 이들 중, 서이수는 하필이면 작정한 듯 석대성 자신을 붙잡고 물고 늘어지는 중이다.
지금 그에 반대하는 뒷공작이나, 회의, 지시 따위를 매일같이 지휘해야 하는 석대성 입장에선 여기 와 있는 1분 1초가 아까워서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내뱉은 말을 그저 감으로 아무렇게나 주워담으면 길드장의 권위가 무너진다. 그렇기에 석대성은 단서를 붙이는 선으로 되돌릴 명분을 삼았다.
“다만, 심상치 않은 낌새가 느껴지면 무리해서 추격하지는 않는 걸로.”
“그거야 당연히 그래야겠죠.”
“뭐, 그간 못 잡은 걸 바로 잡을 거란 생각은 저희도 안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타란툴라의 분신을 쫓는 석대성의 움직임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은, 실제 그 분신의 주인이어야 했을 빌런도 있었다.
물론, 당연하지만 그 분신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히어로들의 수작인가. 내 분신인 척해서 뭘 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