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72화 (72/128)

7장 - 설악산 전투

주로 민첩이 높은 암살자나 원거리, 서포터로 구성된 탐색조 둘을 빠르게 편성해서 내보낸 뒤, 김한성과 서이수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펠릭스 슐츠. 이 사람이 이 보스전 한정으로는 참가한다고 했었지?”

“예. 그런데 청수 길드 소속 용병으로 되어있군요.”

“그러네? 참 능력도 좋아. 평소 같으면 공헌도 형평성 같은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급하니까요. 그런데 마스터. 정확히는 양양 공방전 때 보스가 있으면 참가하겠다는 의사였으니 의견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물어는 봐.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돕겠지. 걔도 실패하면 죽는 건 뻔히 알 텐데. 참가한다고 보고 편성을 해보자고.”

그런 대화가 이뤄지던 순간, 호수 수면에서 뭔가가 잡혔다. 급히 화살을 날려봤지만, 물속의 나가는 밖에서보다 배는 강력하다는 것만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수면 아래로 들어가면서 위력이 줄어든 화살을 유려하게 피해낸 나가는 호수에서 튀어 올라 우측으로 치우쳐져 있던 탐색조 한 명을 그대로 잡아채려 했다.

“어! 2조! 2조! 왼쪽!”

상황을 주시하던 전방 지휘부에서 비명이 터진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잡혀 끌려갈 것 같던 레인저는 무사히 그 위기를 벗어났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좌우의 탐색조 전투도 주시하고 있었는지, 고개만 살짝 돌린 서이수의 황금빛 채찍이 나가의 팔을 후려친 후, 위험에 빠졌던 탐색조 레인저를 이쪽으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물속에서 나가들이 튀어나오겠네.”

“측면 방어조를 따로 편성해야겠군요.”

“일단 탱커들 편성 되는대로 바로 투입해서 정찰조 지켜.”

“저건 패턴으로 추가해서 좀 지켜봐야겠죠.”

“그래. 끌고 가는 건 자기들 유리한 전장으로 데려가려는 거니까, 다수 병력이 게릴라를 한다거나, 원거리 공격을 한다거나 다른 패턴도 나올 수 있어.”

“수가 많으면 병력 증원이 나올 겁니다. 퇴로가 끊겨서 포위되지 않게 해야겠죠.”

대화가 이어지던 도중 양쪽 탐색조와 본진 사이로 십수 마리의 나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러면 정공법으로 호수를 둘러치는 것도 생각해봐야···당장 막아! 전위들 뭐해! 저거 포위 안 되게 막아! 탐색조 지키라고!”

김한성이 그리 고함을 지르며 지휘부와 함께 뛰쳐나갔고 서이수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황금빛 줄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탐색조 후퇴! 후퇴해! 당장 빠져나와!”

그러나 그 퇴각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호수 속으로 끌려가는 인원이 하나 나왔다.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상처를 입는 것도 감수하며 놈들은 붙잡은 암살자 하나를 끌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망할!”

“쫓아가지 마! 이미 늦었다.”

동료의 이름인지, 사람 이름을 부르며 탐색조 인원들이 다시 그를 구하러 가고자 했지만, 김한성은 고개를 젓고 굳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들을 제지했다.

“가면 시체만 는다. 서이수 길마가 못 구한 거면 애초에 못 구하던 거야.”

물속에서 살해당했는지 곧 호수 위로는 붉은 핏물이 퍼져 나간다.

그리고 그 붉은빛은 호수 수면에서 물방울이 방울져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나가 주술사가 있는 보호막 안쪽, 제단의 석상 코로 빨려 들어갔다.

“굳이 끌고 가려는 이유가 있네. 저 안에 시체? 아니면 피려나?

”밖에 각성자 좀비가 있던 것도 그렇고 지금 바닥에 홈이 파여 있는 것도 그렇고 정황상으론 아마도 피를 넣는 것 같습니다.“

”뭐가 됐든 밀어 넣으면 소환 시간이 줄어든다는 소리겠지.”

“이러면 사망자가 많이 나오면 안 되겠군요.”

“솔직히 지금 뭔가 딱 계산이 안 나오는데. 끌려가는 것까지 구해낼 조를 편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러자면 사이 공간을 비워둬야 하고 그러면 공략을 위해 남는 공간이 너무 좁아. 저거 양쪽 등급 일단 A이상이지?”

“예. A급 네임드로 보입니다. 그리고 리치 담당했던 저희 쪽에서 문어 암살자 기척을 느낀 조원이 있습니다.”

본대로 돌아온 탐색조 중, 2조의 조장이 빠르게 정보를 전달했다.

“이쪽에 특급 각성자가 있어서 정면에서 일대일 실력으로 찍어누를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아주 골치가 아프네. 시간 엄청 끌리겠어.”

“길마. 동굴을 무너뜨리거나 아예 벽을 뚫어서 공간을 넓히는 건 어떻습니까?”

“이놈들도 그 정도는 대비되어 있지 않겠어?”

말은 부정적으로 했지만, 서이수는 확인하려는지 곧장 손에서 벽을 향해 뭔가를 발사했고 그러자 벽에서 처음 보는 기이한 문자들이 빛을 발하며 그걸 튕겨냈다.

“역시나. 정공법밖에 없네. 밖에 공사도 거의 끝나갈 테니까. 공병대장 불러.”

저 말은 공간을 넓히기 위해 호수 위에다 구조물을 설치해버리겠다는 뜻이다. 그 사이 동굴 내부의 나가들을 처리하러 돌아다니던 펠릭스가 도착했고 서이수는 그를 지휘부로 불렀다.

“펠릭스. 당신이랑 내가 우측 리치 상대하러 갈 거야. 당신이 딜러 중에선 한성을 빼면 여기서 실력은 가장 좋아. 그러니 메인 딜러. 마침 주문계니까 상성도 딱 맞네.”

펠릭스는 짧게 수긍하곤 서이수가 가리키는 방향의 전투조원들에게 합류했다.

“한성, 좌측은 구색만 갖추고 혹시 위험하면 직접 예비대 끌고 가서 커버해.”

깔끔한 판단과 논리다. 주문계 쪽에 여유가 생기면 원거리니만큼 반대편도 돕는다. 그런 만큼 정신없게 만들고 먼저 부숴야 하는 쪽은 우측 리치였다.

“길마, 아직 네임드 패턴을 거의 파악하질 못했는데요. 천천히 공간 좁히고 공사랑 견제하면서 탐색조를 몇 번 더 돌려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나도 패턴을 더 보고 싶긴 한데, 뭔가 좀 불길하네. 저기 보스가 여유로운 게 걸려. 어쨌거나 시간을 더 지체할 순 없으니까 각자 센스를 믿고 부딪쳐봐야지.”

김한성은 양 측면에 둘로 나뉜 네임드 공략조와 그 공략조와 호숫가 사이 중간지점을 가로막을 전위조를 배치했다. 그리고 남은 전력 전부를 중앙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전투를 위해 나아가기 직전, 모여있는 병력을 향해 짧게 연설했다.

“이번 전투의 핵심은 네임드 처리도, 끌려가는 동료를 지키는 조도 아니다. 중앙의 공사하는 공병을 엄호하는 거다. 물론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 보호막을 깨려면 결국 네임드 두 마리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 말대로 중앙만 유지하면 나머지는 자연히 해결된다.

‘호수 면적을 줄여나갈수록 나가들은 양 측면 아군의 견제가 어려워지고 네임드는 결사 항전하다 죽거나 후퇴하게 되겠지.’

자연스럽게 포위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아군은 적과 비교하면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곳은 장판파처럼 전투 공간을 극단적으로 좁혀놨기 때문에 전투가 성립하는 것이지, 호수 속에 병력이 꽤 남아있다고 해도 만약 여기 아군 전력을 그대로 평지에서 싸웠다면 그냥 순식간에 밀어버렸을 거다.

즉, 호숫가를 우리가 점거하면서 공간이 넓어지고 공격 가능한 인원이 늘어날수록 아군은 급격히 유리해진다.

당연히 이어지는 김한성의 설명도 내 생각과 같았다.

펠릭스와 서이수를 비롯한 공략조가 리치 전방의 일정 범위 내에 들어가면서 전투가 재개되었다.

지성체 괴물과의 전투에서 전위의 역할은 길을 막는 정도다.

지능이 낮은 괴수들은 제어기를 더 위협적으로 여기기에 공격을 조절함으로써 꾸준히 위협 수준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지만, 지성체는 다르다.

대개 네임드 판정을 받은 괴물쯤 되면 동급 각성자에 비해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마련이다.

축구에서 속도가 빠른 공격수를 수비수가 막을 기회는 한 번의 돌파에 단 한 번뿐인 것처럼 제어기 따위로 막는 데 실패할 경우, 곧바로 전위를 돌파해 자체 판단한 위협 수준이 높은 후위에 들이닥친다.

“소환도 하는군. 아주 귀찮은 종류인데.”

리치는 허공에서 뼈를 끄집어내 집어던져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동시에 악령들을 불러내며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전사들을 막아냈다.

그 너머에서 몇 차례 빈틈이라 여겨지는 곳에 주문을 쏴 날리며 역으로 이쪽을 탐색하던 리치는, 어느 정도 판단이 섰는지 유령처럼 변해서 돌진하며 서이수와 펠릭스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본대에는 공병대장이 도착했다.

그는 금성 소속의 B급 헌터로 금성이 인제 군단 지휘부를 장악한 것처럼, 각성자 공병단도 이쪽에서 장악하고 있었다.

“아군이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도 뛰어오르는 나가들을 발밑으로 견제할 수 있고 한 번에 무너뜨리거나 부술 수 없는 구조물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어려울 건 없습니다. 놈들이 건들기 어려운 부분은 철제 구조물로 이어서 동굴 바닥에 레일처럼 쭉 깔리게 한 뒤에, 그걸 닻으로 해서 내부에는 B급 이상 괴수 물질로 만들어진 골조 구조물을 지으면 되니까요.”

“그러면 연결 고리를 부수러 오지 않는 한, 이 동굴 전체의 질량을 움직여야 하니 놈들 숫자가 몇 이든 끌어다 부수는 건 어렵겠지. 부수는 거야 그때그때 보수하면 되고. 좋아. 깔끔한 결론이군. 걸리는 시간은?”

“중간마다 방해를 생각하면 한 시간은···. 아닙니다. 전투조에서 어련히 잘 막아주시겠죠. 30분만 주시죠.”

하지만 김한성은 고개를 저었다.

“30분도 너무 길어. 저건 시체 공양 의식 계열이다. 건설 과정에서 희생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텐데, 그러면 시간제한이 계속 줄어들 거야.”

“15분 내로 해보죠.”

공병대장이 인파를 헤치고 뒤로 돌아가서 짐꾼들에게 뭐라 외치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그쪽에서 신경을 끈 나는 김한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준비는 끝난 겁니까?”

“어차피 너희는 예비조니까 주로 악령 군주 쪽을 보면서 그쪽 변수에만 대응하면 된다. 너희 둘까지 나서는 상황이라면 꼬여도 제대로 꼬인 상황이겠지. 그런 상황이면 각자 판단으로 움직이면 돼.”

“지혜 같은 경우는 그냥 놀려두긴 아깝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잠시 지혜를 바라본 김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달받은 정보대로면 대기시간이 긴 타입이니 기술을 쓴 뒤에 지휘부로 빠지는 식으로 반복하면서 아끼지 말고 활용하는 게 낫겠군.”

나도 여기서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스급 나가라고 해도 그때와는 달리 마음껏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대개 특급 보스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그 소환물의 위력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수단의 종류에 따라 혹 여기서 지혜가 위험해질 수는 있다.

‘후방에 빼놓고 올 걸 그랬나.’

살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 속삭이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유성. 바루나 쪽에서 너한테 전해달라는 말이 있네.]

[뭡니까?]

[어차피 기왕 문제가 된 상황이니 자기 옛 종을 한 번 정도는 도와주고 싶다는데, 네가 자기 종을 공격하지 않도록 주변 인간들을 설득해 줄 수 없냐는데?]

포르세티에게 전해 듣기엔 트라바슈르가 이쪽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나가족의 신물을 찾아가겠다는 것 같아.]

[그러면 그가 원하는 건 제단에 놓인 저 석상이군요.]

[너희의 전투 승패에 상관없이 인간에게 넘어가게 될 확률이 높은데, 너희 전투를 돕고 항복하는 나가를 데려가고 그 물건도 챙기고 싶다는 거야.]

트라바슈르 입장에서는 배신자를 직접 처단하는 거니 좋고 우리도 나쁠 것은 없다.

내가 떠난 뒤, 바루나와 대화를 하다가 옛 신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저것을 요구했던 모양이다.

‘이거 잘하면···.’

여기서 큰 피해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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