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56화 (56/128)

6장 - 동해안 사태

알림을 클릭해 인터페이스로 넘어가서 직업 레벨을 확인하니 99까지 올라 있었다.

직업이던, 전투 레벨이던 합산 100레벨 기준으로 급격히 요구 경험치 양이 많아지는 게 보통이니, 아직 저 레벨인 이상 이런 폭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개방된 특성은 총 두 단계였다.

25와 75레벨의 특성이 열렸다.

‘그러면 첫 특성은 50레벨 걸 미리 당겨 쓴 쪽이군.’

슬며시 이번에도 일전 엄청난 효과였던 전투특성을 다시 기대해 봤으나, 25와 75레벨대 특성 모두 대놓고 전투용은 없었다.

애초에 계열상으로 전투 직군이 아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다.

25레벨대 특성은 추가적인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만회하게 해주는 것으로 소소하지만, 좋은 특성들이었다.

차례로 [배당금 / 보조금 / 보험금]이다.

찍지 않으면서 잠재를 아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안 찍을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지난번처럼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배당금(B+ / 특성)]

- 소모 잠재 : 375

- 한 달에 한 번, 보유 각성자 지분 가치 총액의 0.1%를 배당금으로 받습니다.

[보조금(B+ / 특성)]

- 소모 잠재 : 388

- 지분 매각 시, 가치의 5%를 추가로 받습니다.

- 정산지분의 재구매는 3개월의 대기시간이 부여됩니다.

- 보조금은 각성자 당 오직 한 번만 지급됩니다.

- 레벨에 따라, 월간 지원 횟수가 증가하며, 매달 1일 초기화됩니다.

- 현재 보조금 지원 횟수 : 0 / 10

[보험금(B / 특성)]

- 소모 잠재 : 237

- 지분을 보유한 각성자가 사망할 시, 투자금의 25%를 돌려받습니다.

특성 등급을 고려하면 잠재력 소모는 몹시 작은 편이다.

첫 번째 특성, 배당금은 바로바로 재투자하면 복리 이자가 된다.

두 번째 보조금은 여러 성좌 오가면서 직접적인 컨설팅으로 크게 벌면서 자본금을 바로바로 불려 나가라는 소리다.

셋 중 유일하게 길게 적힌 주의사항은 성좌와 짜고 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앞의 둘 모두 좋은 특성인 건 확실해.’

마지막 보험금은 대놓고 내 안목이 빗나갔다는 소리고 실패를 가정하는 특성이다. 이건, 회귀 전 기억을 보유한 나로선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나는 앞선 둘 사이에 잠시 고민하다가 배당금을 우선 염두에 뒀다.

‘이번엔 폭업으로 한 번에 열렸으니 75레벨도 보고 결정하자. 배당금이 무난하겠지. 복리는 무적이니까. 보조금도 좋아 보이긴 하는데, 이건 써먹을 때 좀 귀찮겠고.’

보조금도 연속적으로 투자 성공하면서 자본을 불려 나간다면 사실 복리나 다름없는 건 마찬가지다. 회귀한 내 상황을 고려하면 이것만큼 좋은 것도 없어 보인다.

다만, 이걸로 최대의 효과를 뽑으려면 성좌들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줄타기해야 한다는 건데, 이번에 좀 겪어보니 성좌들이 절대 만만치가 않았다.

‘내 사정만 생각하면서 이 성좌 저 성좌 갈아타며 정산만을 목적으로 하면, 포르세티에게 경고받았던 것처럼 어느 순간부턴 내가 성좌들 사이에 백안시될 게 뻔하다.’

나는 곧바로 75레벨대 특성으로 눈을 돌렸다.

특성을 살핀 내 눈에는 이채가 흘렀다.

‘이건 간접적으로 따지면 모두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특성은 대개 중요 특성이 개방되는 75레벨인 만큼, 특별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75레벨대는 [별의상점 / 스타넷 / 도구모음]의 순서다.

[별의상점(A+ / 특성)]

- 소모 잠재 : 3.2%

- 성좌 상점, 경매장 개방.

- 장바구니 및 구매 기능이 추가됩니다.

- 성좌 전용 패키지 및 광고 기능이 해방됩니다.

- 다른 성좌와 직접적 거래 및 계약이 가능해집니다.

- 각성자 레벨에 따라 상점에 할인율이 적용됩니다.

- 현재 적용 할인율 : 2.5%(최대 25%)

[스타넷(S / 특성)]

- 소모 잠재 : 4.6%

- 스타넷과 스타 튜브의 접속이 가능해집니다.

- 정식 성좌명을 부여받습니다.

- 커뮤니티의 가입이 가능해집니다.

- ‘성좌 권능’이 개방되며, 등급은 레벨을 따라갑니다.

- 적용 권능 등급 : E랭크

[도구모음(A / 특성)]

- 소모 잠재 : 2.2%

- 사건/정보/뽑기/계약/임무 등 성좌 도구가 개방됩니다.

- [클릭으로 상세 목록 확인 가능]

- 방의 개설 및 초대가 가능해집니다.

- 초대 가능 대상 : 성좌, 각성자

(* 특성 보유자의 코드 타입을 따라갑니다.)

- 초대 가능 인원 : 3인(최대 25인)

- 레벨에 따라 정보 구매에 할인율이 적용됩니다.

- 현재 적용 할인율 : 2.5%(최대 25%)

일단 특이한 점은 잠재가 퍼센트로 소모된다는 것인데, 중요한 건 아니다. 그 비율은 시스템이 파악하기에 성좌기능 중 비중이 높은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셋 모두 성좌라면 필수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도 이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는 거지.’

가장 특성 등급이 높은 스타넷의 경우, 정보가 오가는 성좌 커뮤니티에 가입이 가능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사이트에 접속 가능하며, 성좌가 송출하는 방송 따위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이것만 가지곤 정보의 질은 몰라도, 사용에 있어 도구모음보다 불편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좌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알아보거나 스카우트를 위한 정보 같은 건 이쪽에서 분명 추가로 얻을 수 있겠지만, 이쪽은 시간 투자해가며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시간 역시 자원이고 난 성좌가 아닌 인간 각성자가 주 정체성이니 하염없이 성좌 커뮤니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잠재가 저렇게 많이 소모되는 이유는 성좌 권능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쪽이 가장 전투에 가까운 능력이겠지.’

어쨌든 내 능력의 강화를 노린다면 몹시 매력적인 선택임에는 분명했다.

다음으로 잠재력을 많이 잡아먹는 별의 상점인데, 이건 직관적이라 어떤 기능인지 예상이 갔다.

‘이건 성좌들이 내놓는 유물이나, 성물. 그리고 장비 따위를 거래할 수 있는 거다. 유물 성물을 제쳐놓더라도 장신구 계열을 직접 구매 가능하다는 건 정말로 클 것 같은데.’

당연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거나 하는 수를 쓸 수도 있을 것이고 현실의 자금을 수혈하는데도 굉장한 이점이 있다. 그 외에도 성좌만이 구매 가능한 상품을 내가 직접 구입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거다.

컨설팅할 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성좌를 굳이 어렵게 설득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강점 중의 하나다.

‘이쪽도 스타넷보단 덜하지만 내 전투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쪽이겠지. 아니, 오히려 후반으로 간다면 나 개인 전투력은 이쪽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성좌를 설득하거나 꼬드길 필요가 없이 경매장을 통해 직접 유물, 성물을 살 수 있다는 게 크다.

그렇다면 도구모음은 어떨까?

절대 나쁜 기능은 아니다. 이쪽을 택하면 상점 기능은 없을 테니 지분 거래가 한계고 성좌 간 각성자 거래도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직접 각성자를 뽑아 키울 수 있다는 모든 걸 씹어 먹는 강점이 있다.

그리고 포르세티가 쓰던 것처럼 앞으로 벌어질 사건이나 정보를 직접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방 개설 기능. 주의 사항으로 미루어보아 각성자도 가능한 건 아마 내 특수성 덕분이겠지.’

이것도 무지하게 컸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동료를 구하는 것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직접 벌어가면서 안전하게 돌 다리 두들겨가면서 가고자 한다면 이만한 특성도 없었다.

‘분명, 내 각성자를 직접 키울 수 있다는 건 엄청나게 크긴 한데···.’

반대로 이 기능을 활용하겠다는 건, 그때부턴 성좌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말 아깝다. 하지만 이건 별의상점 특성이 없이는 계륵이겠지.”

별의 상점의 거래 기능이 있다면, 키워서 팔아먹는 방법이 된다.

대놓고 키워 파는 걸 목표로 한다는 걸 보여준다면 성좌들 사이에서 내 위협 수준을 어느 정도는 낮출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이 기능을 쓴다는 것 자체가 성좌들에겐 너무 큰 이목을 끌 것이다.

‘지금 각성자들이나, 빌런 조직. 길드를 상대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

나는 자신을 그리 과신하지 않는다.

재능충이 아닌 건 확실하고 천재도 아니니까.

줄여도 모자랄 판인 적을 내 손으로 만드는 건 엄청난 악수다. 그리고 그 계약자를 직접 키운다는 걸 빼버리면 도구 모음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그건 이미 전부 동업자인 성좌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결국 남는 건 딱 방 개설 하나뿐이다.’

그렇게 배제한다면 스타넷과 별의상점 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잠시 후, 고민 끝에 나는 배당금과 별의 상점 특성을 택했다.

스타넷은 너무 불확실하다. 넓게 봐도 가치가 비슷하다면 잠재력 소모가 작은 것을 택하는 게 맞다.

권능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할진 모르겠지만, 시작이 고작 E급이고 레벨에 비례한다면 성장할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억지로 짜내는 것 같은 변명이 머릿속을 스쳐 갔지만, 사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 선택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결정적인 건 오직 단 하나뿐이다.

난 성좌를 믿지 않는다.

그러니 성좌들의 유물과 성물을 내가 전부 사야겠다.

‘기억 외적인 것에는 의심할 게 있지만, 그 기억 속 장면과 선택. 판단에는 전혀 위화감이 없어.’

아직, 몇 가지 의심 때문에 이 기억이 정말 내 것인지까진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라면 기억 속처럼 생각하며 움직였을 것이다.

거기서 보여준 성좌들의 모습은 전혀 믿을 게 못됐다.

그렇게 정리한 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앞으로 있을 큰 전쟁에 앞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게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 속 알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갔다.

그리고 그 끝에서 아주 기이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업적 포인트 상점에 상품이 추가되었습니다!]

동일한 메시지가 두 개. 그렇다는 건 상품이 두 개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천천히 화면을 당겨 최하단으로 내리자, 그곳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상품이 올라와 있었다.

- New! 업적 : [별의상점] 개방으로 [명성 포인트를 업적 포인트로 전환]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나쁘진 않다. 이제 두 종류 자금의 전환이 자유로워질 것 같다. 첫 번째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만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다음 문구에 있었다.

- New! 조건 충족으로 신규 상품 [김유성의 기억(2)]가 업적 상점에 추가되었습니다.

확인한 가격은 1억. 내가 해낸 일들로 받은 점수나 지혜를 통해 들어온 것 등 모조리 소모하면 어떻게 구매할 자금은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구입하려던 것을 이성으로 억눌러야만 했다.

‘이걸 사버리면 순식간에 빈털터리다. 사야하는지 여부부터 고민해봐야 하는 거고 산다고 해도 여기서 더 여유가 생겼을 때 구매하는 게 맞다.’

나는 지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얻은 정보를 가지고 한 번 가정해보자. 회귀한 것이 아니라, 내게 미래의 기억이 온 것이다?”

도저히 밖으로 내뱉지 않고는 진정이 되질 않는다.

작게 입 밖으로 내뱉으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첫 번째 기억은 대체 어떻게 얻을 수 있었던 거지?”

분명, 이상한 점은 있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는 것 없이 특이하게도 선명했지만, 몇몇 부분이 빠져있기도 했고 일상의 장면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그래. 딱 중요한 사건들만 집어서 밀어 넣듯이 머릿속에 있었다. 그게 기억을 보낸 것이었다면 설명은 된다.’

그리고 기억을 획득한 것도 뭐가 없는 뜬금없는 타이밍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헌터가 된 후가 아니라 완전히 안전할 타이밍에, 그리고 각성하기도 전, 심지어 밤에 자고 있을 시기에 기억이 왔다는 것까지.

우연이 아니라는 의심이 간다.

이런 증거들이 너무 겹치면 필연이 된다.

‘그래. 하지만 가정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뭐 하나 확실한 건 없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해답이 앞으로 내가 얻게 될, 이 직업의 특성에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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