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54화 (54/128)

6장 - 동해안 사태

“솔직히 좀 놀랐어. 그래서 말인데,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해.”

“말씀하시죠.”

“저 애. 그 기술 다시 쓰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해? 그거 최종기급이지? 그럼 하루인가?”

서이수의 지적대로 지혜가 이번에 선보인 기술, 파괴의 화신은 최종기급 기술에 특수조건 최종기로 마력 S급에 더해 캐논과 파괴자 직업 레벨 각 75 이상을 요구한다.

그리고 대개 각 직군 최종기는 하루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졌다.

“기본은 하루지만, 지금처럼 지맥의 힘까지 빨아들일 경우는 대기 시간이 3일까지 올라갑니다.”

“역시 특수조건 최종기인가 보네. 거기에 오늘 같은 위력은 조건부라는 소리고? 하긴, 그런 종류의 기술이 페널티까지 없으면 말이 안 되겠지.”

그러면서 서이수는 유지혜라는 이름이 붙은 자료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받아서 내용을 살펴보니 아카데미부터 지금까지 쭉 지혜의 행보나 능력 발전 경향, 최근의 길드 설립까지의 정보 대부분이 들어있다.

“최근 주가를 쭉쭉 올리고 있던 유망주라 자료 모으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어. 그리고 하는 거 보니까 뭐 하려는 지도 대충 보이던데? 그리고 오늘 해낸 것 보니까 확실히 자신할 만도 하네.”

“조사를 많이 하셨군요.”

“우리나 북진 중 하나, 아니 가능하면 둘 모두와 결연 맺고 금화 세력권에서 야금야금 크려는 거지? 1차적으로는 서울 북동부를 양분하는 게 목표일 거고 최종적으로는 경기나 강원도로 밀어내려는 거겠네.”

“금성 정도 되니까 저희 청수 길드처럼 구멍가게는 숨기기도 어렵군요. 그렇다는 건 금화도 알겠군요.”

“지금 당장은 모를 거고. 하지만 석대성이 너희 의도까지는 확신 못해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예측하지 못할 만한 인간은 아니지. 그러니까 그냥 우리 휘하로 들어와. 너랑 쟤, 자리 하나씩 내줄게. 쟤한테는 우리 길드 지분도 좀 내주고”

나야 금성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포르세티는 손 뗄 생각을 할 수가 있고, 지혜도 마음이 바뀔 수 있다.

“전 생각 없습니다만, 어차피 길드장은 제가 아니죠.”

하지만 고개를 돌려 옆자리 사람의 표정을 보니 나랑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아뇨. 저도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당장 10대 길드급까진 힘들어도 충분히 상위 길드로는 시간만 있으면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뭐, 능력이 있는 것도 알겠고 비어 있는 지방에서 한다고 했으면 나도 뭐라 안 하겠는데, 석대성 그 인간. 만만한 녀석 아니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창천과 맞먹는 규모라고 평가받은 거미의 끈질긴 공세에 맞서 엘릭서와 엮인 분쟁에 휘말리면서도 3년을 버텨냈고 거미 주인인 타란툴라의 정체를 밝혀낸 것도 금화의 석대성이다.

그때 거미에게 당하는 바람에 금화는 주력을 잃고 10대 길드에서 퇴출당하면서 몰락하지만, 이때 한국을 떠났던 석대성은 훗날 외국에서 빌런 조직을 만들어 다시 한국에 상륙하면서 복수에 성공했다.

‘뭐, 그때는 거미가 이미 순전히 한국에만 있는 조직이 아니게 됐을 때라. 서로 한 방씩 먹이며 빌런 조직 사이에 라이벌리가 형성된 셈이니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 되어 버린 거지.’

이후, 두 조직은 국내건 국외건 가리지 않고 치고받으며 소셜 미디어와 9시 뉴스를 달궜는데. 이 두 조직의 멸망전은 그리 오래지 않아 대전쟁이 터지면서 흐지부지되어 버렸었다.

그리고 나는 저 둘의 악연을 청수 길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다시 그대로 이어줄 생각이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엘릭서가 있는 히든 던전의 공략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거미가 힘들게 한국에 깔아둔 국내 조직은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중이고 그 보스도 어떻게든 숨어서 10대 길드 눈치만 보며 빈틈만 노리는 중이다.

해외에서 파견 온 두 영웅은 한 명은 히든 던전을 지키고 다른 한 명은 타란툴라를 쫓고 있다고 했다.

‘석대성과 타란툴라가 서로 부딪치게 해야 해. 그러자면 엘릭서는 상대적 약자인 타란툴라에게 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금화랑도 세 길드 사이에 줄타기하는 것처럼 굴면 끼어들기 어렵진 않을 거야.’

아마 이번 사태가 끝날쯤에는 나도 하루 30분 한정이라지만, 특급에 필적하는 활약을 할 수 있는 각성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지혜는 단호하게 답했지만, 서이수는 한 번 더 설득을 시도해왔다.

“굳이 밀어낼 필요도 없이 지금 너희 자리 잡은 곳에서 우리 길드 주변까지 정도만 차지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돼. 석대성 그 인간도 너희가 이번에 활약하면 그 정도는 인정하고 양보할 테니까.”

“그 정도 영역이면, 서울인 것도 생각해야 하니 거의 준 A급 길드 취급은 받겠군요.”

“그래. 아무래도 서포터 중심인 우리 길드야, 지금 너희 잠재력 정도면 실적 좀만 쌓으면 퍼스트 파티로 삼아도 충분할 것 같거든. 그 정도면 너희가 원하는 이름 있는 상위권 길드 정도는 충분하지 않겠어?”

내 정리에 서이수가 긍정했다. 퍼스트 파티는 기업 지분까지 오고 가는 계열사 수준 관계다. 즉, 우리에게 금성 휘하에 속하는 길드 중 최고의 자리를 주겠다는 말이다.

“그게 가장 원만하긴 하겠네요. 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도 서 길드장님처럼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거든요!”

지혜의 선언에 서이수는 입매를 삐뚜름하게 비틀었다.

“그래? 그러면 내가 경쟁자의 싹을 밟아놓지 않을 이유는? 나도 10대 길드장인데. 당연히 난 석대성이랑 좀 더 친하지 않겠어?”

협박에 가까운 말. 서이수는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자 심기가 뒤틀린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정답을 알아챘지만, 이건 지혜가 대답해야 하는 것이라서 함부로 끼어들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길드장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실 분이잖아요? 그리고 전, 헌터로서 최고가 될 수 없어서 이 길을 택했어요. 여기서마저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전 헌터 업계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니 저도 양보할 수가 없는 겁니다.”

나는 지혜가 말을 잘못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우리 새내기 길드장은 씩씩하게 정답을 말했다.

그리고 잠시 그런 지혜를 노려보던 서이수는 '풋'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쪽은 누구랑 달리 풋풋하니 참 좋네. 내 옛날 생각도 나고···.”

“옛날이요? 아···.”

“뭐, 너희도 내 성공 스토리 정도는 들어봤겠지만, 금성도 길드로선 신생에 가까운 건 알지? 지금 한국의 10대 길드장 중에 나만 길드를 상속받거나 전임 길드장의 뒤를 이은 경우가 아니거든.”

그 말대로 서이수는 좀 특이한 사례다.

격변만 벌써 3차까지 겪은 시대고 대부분의 길드는 상속받은 2, 3세대나, 각 길드의 특급들이 해당 길드를 물려받거나 혹은 길드를 장악한 형태다.

“네. 아카데미에서 배웠어요. 서포터 협회 개혁하고, 서포터 중심의 길드를 만드시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게···.”

“그래. 그렇게 서포터들 모아서 만들어진 금성이지. 뭐, 당시에는 사건 사고도 잦았고 우리 계통 직군의 여론이 좀 많이 안 좋았거든.”

정치권, 재계, 길드 가릴 것 없이 까칠하게 굴기로 유명한 블랙이 이 여자에게는 호의적으로 구는 이유가 있다.

약 10년쯤 전, 서이수가 10대 후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난 질풍노도의 청소년이던 시절, 고작 몇 살 차이 나던 서이수는 이미 그때 자신의 행보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난 사람은 난 사람이다.

“그 망할 인간들, 협회는 간부진 전부 썩어있었고 서포터들 갑질이나 담합 같은 게 언론에 빈번히 까발려지면서 인식도 처참했지. 한편으론 여러 길드의 서폿 착취 같은 안타까운 사례도 숨겨져 있고 그랬어.”

“예. 그리고 서 길드장님 덕분에 지금 한국이 가장 서포터들 깨끗하고 능력 좋은 나라로 유명하죠.”

“너 좀···. 하, 그런 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니까 갑자기 엎드려 절 받는 기분이네. 뭐, 그런 건 됐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우리 신입 길드장님이랑 나랑 목표가 똑같지가 않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인 지혜를 대신에 이번엔 내가 정답을 내뱉었다.

“세계 최고의 ‘서포터’ 길드. 그게 서이수씨 목표였죠.”

“그래. 서포터. 그러니까 아까 그 말은 농담이었던 거지.”

“아!”

“지혜라고 했지? 우리 지혜가 목표를 이루려면 친애하는 한국 최강 적폐, 명준 오빠를 넘어야 하는데. 음, 쉽진 않을걸? 힘내렴. 이 언니는 팝콘 뜯으면서 구경하면 되겠다.”

영민한 지혜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바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서이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결연 요청.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러면 길드 간 사적 이야기는 이걸로 끝났고 이제 본격적으로 일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네. 난 고성을 구원하러 가고 싶은데, 우리 동료 길드장님의 답은?”

“어. 음···. 그게.”

지혜가 계획한 대로 답을 못하고 내 눈치를 봤다. 확실히 일 처리하는 방식이 부드럽다.

원래부터 결연 정도는 받아줄 생각이었을 텐데, 긴 이야기를 돌려 말하면서 슬쩍 빚을 지는 것처럼 이야기된 탓에 지혜가 원하는 답을 해줘야 하는 것 같은 압박을 받는 거다.

“거절합니다.”

“그쪽. 아깐 길드장이 결정해야 한다며?”

서이수는 표정을 굳히며 나를 먼저 노려본 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지혜에게 무언의 압박을 넣는다.

더 내버려두면 지혜가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이건 이미 논의하고 온 사항이니까요. 제가 말하나 저희 길드장님이 말하나 그건 달라질 것이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 길드장님?”

“네? 네! 미리 이야기하고 온 사항이라···!”

내가 대화의 흐름을 끊자 그제야 미증유의 압박감에서 벗어난 지혜가 퍼뜩 놀라며 내 말을 긍정했다.

각성자가 심기가 불편하면 저도 모르게 마력을 내뿜게 되는데, 이 경우는 아마 일부러 흘렸을 것이다. 서이수는 특급이니 그 특유의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을 거다.

“하여간, 그쪽은 풋풋은커녕 칙칙한 맛만 나네.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오라 그럴 걸 그랬어. 내 뜻대로 쉽게 가긴 글러 먹은 것 같고. 일단, 이유부터 들어보죠.”

“지혜는 고립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가장 시전시간 짧은 기술이 5분입니다. 그리고 비공정 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기 힘들지.”

툭 내뱉은 서이수와 우리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황당하다는 표정의 그녀가 내뱉었다.

“뭐야. 대체 그 비정상적인 빌드는?”

“저희 길드 대외비입니다. 설명하자면 밝힐 수밖에 없군요. 어차피 많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사항이긴 하지만, 결연까지 맺어주셨으니 숨겨주실 거라 믿습니다.”

“···쉽지 않네.”

똑똑한 사람인 만큼, 그 말에서 이미 서이수는 우리 길드 전원이 지혜가 고성으로 간다면 같이 따라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게 한 길드를 맡은 사람들 처지에선 결코 쉬운 판단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눈치다.

“내가 안전을 보장하면?”

“어차피 본부에 요청하면 데려가실 수야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데려가시려 한다면야 의미는 없죠. 다만, 굳이 고성으로 날아가야 합니까?”

“무슨 뜻이야?”

“고성이 저리 우는소리를 하지만, 물자 비축량과 초기 방어선 형성해둔 것 고려하면 못해도 보름은 버틸 겁니다. 반면, 특급 각성자 둘과 병력 일부가 그리 가봤자 시간 벌이를 좀 더 하는 게 전부입니다.”

나는 표정을 굳히고 그녀에게 질문했다.

“지금 인제를 공격하려던 병력이 막혀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원래 지원하기로 했던 특급 괴수도, 북쪽에서 빈틈을 뚫고 내려온 언데드 군단도 이제 없죠. 적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안전한 판단을 할 테니 고성으로 가겠지. 우리가 고성으로 가봐야 그 부근은 적의 충원 속도가 더 빠른 지역이라 네 말대로 시간 벌이가 전부일 거야. 그 사이 강릉 철수가 완료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거기 사람들 다 죽겠죠.”

그리고 그런 상황이면 아무리 블랙이 있어도 비공정 타고 간 이들이 안전할 거란 보장도 없다.

”인제 방면에서 진군해서 밀어내거나, 아예 회전을 벌여서 적을 크게 한 번 격파하고 보급로를 다시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전에 패퇴한 것들이 고성으로 병력을 못 빼고 붙잡힙니다.”

“그리고 여기 방어선을 버리며 진군하려면 이쪽에도 지금과는 다르게 고위 전력이 있어야 하겠지.”

거기까지 내 의견을 들은 서이수는 뭔가를 고민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오갔다.

잠시 후, 생각이 정리됐는지 그녀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네 말에 일리가 있어. 문제는 이게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거야. 당장 여기 정부군이 따라줄지도 문제고 멋대로 병력 끌고 움직였다가 잘못되면 독박 써야 하는데, 이게 성공률 100%의 작전도 아니니까.”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본대 회의를 거치는 건 시간 낭비도 낭비지만, 여러 집단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 안건이 거부될 확률이 너무 높다.

‘금성 길드장 정도 되는 사람에게까지 작전권이 없을 줄은···. 그러면 결국 미래를 바꿀 수는 없는 건가?’

서이수는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듯한 어조로 내게 말하진 않았지만, 리스크가 지나치게 큰 방법이라 안 하느니 만도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일단 안건이라도 올리죠.”

“아냐아냐. 방법이 있긴 해. 상철 아저씨가 도와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본부에 올리는 건 좀 미뤄두자.”

“상철, 정상철 북진 길드장 말입니까?”

“그래. 그 아저씨 길드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에 대한 독자적인 작전권이 있거든. 고성이 보름은 버틸 수 있는 건 확실한 거지?”

“정부에서만 보관하는 대외비겠지만, 전시 상황이니 마지막 비축 물량 정도는 열람 가능할 것 아닙니까. 통신은 아직 될 텐데요. 확인해보시죠.”

서이수는 됐다며 곧장 북진 쪽으로 통신을 연결했다.

몇 차례 신호가 울리고 테이블 중앙의 홀로그램 영사기로부터 근사한 수염을 기른 근육질 중년 남성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선처럼 차려 입은 도복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여기 지금 통화할 시간 없다. 빨리 말하거라!]

“이런, 우리 영감님. 전투 중이신가 보네?”

[누가 영감님이냐! 아직 빳빳한 40대! 전성기다!]

“마흔아홉이잖아요?”

그 홀로그램 너머, 개떼같이 몰려들어 점프해오던 구울 떼거리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왼 주먹으로부터 터지는 폭발적인 권풍에 일부는 터져나가고 일부는 밀려나며 순식간에 저 멀리 허공을 날았다.

정상철은 곧바로 몸을 틀며 영사기를 반대편 손으로 던져 넘기곤 오른손가락을 들어 자색 섬광을 쏴 날렸다.

그 압도적 근육부터 몹시 인상적이었고 육체로 펼쳐지는 무술은 예술처럼 정갈하고 수려했다.

쏘아진 섬광에 당했는지 살덩이 괴물 하나가 머리가 뚫린 채 북진 길드장의 발 아래 쓰러지는 모습도 잠깐 보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서이수는 생글거리면서 박수를 ‘짝!’ 치곤 내뱉었다.

“와! 우리 영감님 천마데스빔은 언제 봐도 멋있네!”

몹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으로 나는 저게 북진 길드장의 발작 버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영상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뭐라 버럭 하는 소리가 들렸고 서이수는 약 올리듯 바로 통화를 끊어 버렸다.

끊기기 전 들렸던 건, 대충 ‘근본 없는 어쩌고’하며 열변을 토하는 소리였고 그에 대한 서이수의 감상은 몹시 적절했다.

“그치만 딱 봐도 만화 속 우주 천마가 쏘던 데스빔인걸?”

듣고 보니 비슷하긴 하다.

“무협지나 만화 같은 것도 보십니까?”

“무협은 방금 본 것처럼 상철 아재가 환장하고 만화는 안 그럴 것 같이 생겨가지곤 블랙 그 인간이 엄청 봐서. 어쩌다 보니 나도 많이 보게 됐네.”

“그렇군요.”

뭔가 쓸모없어 보이면서도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보를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통화 끊어도 괜찮은 겁니까?”

“걱정하지 마. 상철 아재. 금방 정리하시고 다시 연락 올 거야. 우린 차나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자.”

한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헌터다운, 북진 길드장의 여러모로 인상적인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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