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10화 (10/128)

2장 - 계약자를 키우는 법

지금은 액티브 기술을 시동어 없이 사용하는 걸 나만 할 수 있긴 하지만, 시간이 좀 오래 흐르고 나면 방법이 발견된다.

외계 차원과 대전쟁이 벌어질 때쯤, 후반 위기에 도달하면 위기감을 느낀 인류가 세계연합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그 휘하에 모인 직군 각각의 베테랑들을 구성원으로 한 학회의 주도 아래 기술로부터 알게 되는 학문을 이론화 해내는 거대한 성취가 있었다.

전투, 초능력, 마법, 소환술 따위의 이론을 하나하나 세우게 되고 일반인을 강제로 각성자 비슷한 능력자로 만들어내는 대 업적. 말 그대로 판타지였다.

각성자들도 초기 액티브 스킬 중, 일부는 배제하고 직접 배워서 쓰는 경우가 나오게 되고 빌드에도 점차 혁신이 일어나지만, 그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난 후의 일이다.

‘그것도 미리 시도하긴 해야지.’

고립된 늑대들을 먼저 처리한 뒤, 제 몸에 안 좋은 얼음을 몸으로 비비고 갉아먹으며 뚫고 들어온 개미들도 좁은 공간 탓에 차례로 처리된다.

‘최서린의 판단이 좋았네.’

내가 늑대들이 먼저 달려든다는 걸 알리자마자 지형을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해서 상대의 전위와 중간을 끊어놓았다.

무엇보다 신입 각성자들이 다수 있는 만큼, 한 번의 공격을 깔끔하게 막아냈다는 경험은 큰 자산이다.

다만, 이번에 임펫이 대량으로 살아 돌아간 만큼, 일찍이 예상했던 대로 웨이브는 필연이었다.

그래도 전방에서 날뛰는 메인 탱커, 정영하가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표정인 걸 보니 예정된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지형이 더운 장소라 조금 전투를 벌인 것만으로도 전신에 땀 범벅이다.

그래서인지 일행 전체가 경계를 서는 인원들을 빼면 좀 한산해지자마자 게이트에 딱 붙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내가 그리 다가가자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정영하와 함께 앉아있던 이민호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쉬는 게 쉬는 거가 아니네요.”

“하, 경갑입은 네가 그런데, 난 어떻겠냐?”

“뭐, 이런 지형은 원래라면 저항장비 세팅 맞추고 와야 하니까. 대충 장비 화저가 40은 필요하겠네.”

바로 그런 계산이 된다는 건 나도 좀 놀랬다.

그것 외에도 딱 봐도 최서린은 각성자로서 준비된 티가 좀 났다.

‘역시 보통 재능은 아닌가. 하긴, 그러니 S급 빌런이 돼서 인류에게 재앙을 선물할 수 있었던 거겠지.’

지금 이 장면도 수많은 성좌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성좌는 물론이고 최서린에게도 약간 점수를 딸 겸 그녀가 알고 있는 것에서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었다.

“딱 맞추기보단 기본보다 템 2개 분량 정도 더 잡고 오는 게 좋습니다. 장비 가격 고려하면 적정 저항은 56 정도겠네요. 장비 고를 때는 괜히 저항 수치 높다고 무기저항템 사는 건 반드시 삼가시고.”

“···저거. 맞아요?”

그 사이에 스카우트들이랑 친해진 모양이다.

후위 딜러들 특성상 지금 같은 방어전엔 최후방 예비대랑 근처에 있게 되는데, 나하고 최서린은 신입 조장과 부조장 비슷하게 포지션이 잡히면서 지휘부 바로 옆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쨌든, 같은 신참이 하는 말을 믿기가 힘들었는지 최서린은 슬쩍 옆에 스카우트를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쪽 스카우트는, 마크를 보니 명성인가? 저기도 꽤 알짜 길드인데. 주식이나 좀 사둘까.’

몇 년 내로 한국 3위까지 올라가는 명성이다. 지금 사두면 분명 후회는 안 할 거다.

“진짜 특이하네. 재성씨 말대로 진퉁이네.”

“너희 2팀 이재성 헌터? 이야, 그 인간 이 정도 잠재력을 알아본 거면 이름값 하난 확실히 했네.”

“그러게 말이야. 이러면 좀 나가린데. 이제 나만 노리는 게 아닐 거잖아.”

“뭐, 다들 끝나면 명함 한 장씩 주겠지. 김유성씨, 난 금화 길드의 최호영이야. 혹시 생각 있으면 이거 끝나고 연락 줘. 최대한 조건 좋게 모실 테니까.”

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짧게 저었다.

“처음은 용병으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것도 좋지. 용병으로 뛰어보면서 더 증명하고 간도 보는 거, 실력만 되면 나쁘지 않아. 사실 난 일단 들어가서 내부 사정도 겪어본 후에 이적하는 걸 추천하는 편이지만, 너 정도면 뭐···.”

최호영 스카우트는 한 발짝 물러나며 내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용병이라···. 확실히 여기서 인상 딱 잡아두고 난 후의 선택으로는 나쁘지 않네. 뭐, 서린이 네 질문에 답하자면 신입 주제에 어떻게 아는 건진 모르겠는데, 쟤 말이 맞아.”

“중규모 이상 게이트의 공략은 평균이 주 단위고 특대형이 되면 월 단위 공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저항에는 반드시 여유를 둬야 하죠. 예비템을 챙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난 그제야 해주고 싶었던 모든 설명을 마칠 수 있었다.

“김유성씨. 끝나고 얘기 좀 해요. 스카우트분들이 이 정도로 고평가하시니 나도 조언 좀 받고 싶네.”

“···그러죠.”

나는 웨이브가 몰려오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우측 언덕으로 올라가 보스의 위치를 확인했다.

‘뭐지···.’

놈이 절벽 아래에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쳤다.

“아래는 어때?”

내가 돌아오자마자 지휘부 인원들이 질문을 던졌다. 보스가 어떠냐는 말이다.

순간적으로 이 내용을 숨겨야 할까 생각이 들었으나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등줄기 싸늘한 불길함이 걸려.’

다만, 바로 말하진 않고 전방과 중단의 인원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먼저 독려했다.

“웨이브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3 ~ 4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전위분들 슬슬 자리 잡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 25분. 최대한 잘 막아봅시다.”

그리고 일어서는 지휘부에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방금 본 사실을 알렸다.

“보스가 없습니다.”

“뭐?”

“보스가 입구까지 올 리는 없을 건데? 그냥 시야에서 놓친 것 아냐?”

난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중규모가 확실하다면 저 언덕에서 못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렇긴 해. 지형은 여기 언덕과 절벽 아래쪽이 전부겠지.”

“확실히 이상하긴 한데.”

“뭔가 있긴 있어.”

내 말대로라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다들 표정이 구려졌다.

그리고 그때, 아까 내부 사정을 알린다고 밖으로 나갔던 전령, 김민식 스카우트가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정부에서 조치하겠다는 소리 듣고 오느라 좀 늦었어. 오. 그새 전투가 좀 있었나 보네?”

난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사실을 깨닫고 순간 전율했다.

‘잠깐, 그 빌런 새끼.’

혹시나 하는 가정이다. 이걸 확신으로 돌리려면 증거가 필요했다.

“잠깐만요. 김민식 스카우트님. 질문할 게 좀 있는데.”

“뭔데?”

“밖에 인원. 나갔을 때 달라진 거 없었습니까?”

“사람이 추가되긴 했지? 소집명령 듣고 여기저기서 오고 있나 봐.”

“아뇨. 그거 말고 사람이 없어진 경우요.”

“아, 그쪽이랑 잠깐 말다툼했던 인간. 그러니까 끼어들었던 그 실실 웃던 놈. 어디로 도망쳤는지 사라졌다던데? 사무관이 그 상황기록은 확실하게 해뒀으니까 이거 끝나면 걘 인생 끝장난 거지.”

난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 인간···.”

“아···. 미친.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거. 그거 맞지?”

내가 운을 떼자마자 눈치 빠른 최서린이 바로 알아들은 반응을 했다.

그리고 그쯤 되자 다들 그 가능성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설마 그거 빌런 새끼인 거냐? 진짜로? 지금 이 상황에?”

“아닐 거야. 아니 시바. 진짜 이건 아니지.”

지금 다들 현실부정을 하는 와중에도 내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곧 웨이브 시작이라 시간이 없다. 팀원들의 이 혼란스러운 머릿속부터 수습해줘야 한다.

“보스 끌고 오는 건 확정이라고 두면, 중규모 게이트의 거리와 아까 본 보스의 이동속도를 고려했을 때, 대략적인 도착 소요 시간까지는 15분에서 20분 사이쯤.”

“하필 대형괴수라. 하, 금방도 온다.”

“그래도 약속시각 근처까지는 버틸 수 있겠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보스 도착 전조가 보이면 제가 팀원들 통솔하면서 후위부터 후퇴 명령을 내릴 겁니다. 예비대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다가 그 타이밍에 한 번 같이 밀어내주시고 빠져나가세요.”

그때, 전방에서 땅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가죠.”

소리만으로도 전위계통 어그로 스킬인 지면 진동이라는 걸 알겠다.

“그래 시작됐네. 일단 가자.”

가장 먼저 몰려오는 건 기동력이 빠른 지옥 늑대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수백 마리에 달하는 거대한 지옥 불개미가 지면을 가득 메우고 그 흉악한 치아를 드러내고 있었다.

‘분명 네임드가 있을 텐데.’

이 참사 때, 등장한 네임드 몬스터는 총 넷이다.

거대 지옥 늑대와 여왕개미는 저 몬스터 무리의 보스로 등장하고 임펫 여왕이 불도마뱀을 타고 나타났었다.

‘구석진 곳이라 어그로가 안 끌린 쪽이면 좋겠는데.’

독립 네임드 몬스터로 거대 지옥 새 한 마리가 있을 건데, 계속 하늘을 살펴도 보이질 않아서 어딨는지 모르겠다.

다들 비행 몬스터와의 전투는 처음일 거라 방어전 도중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그보다. 이게 자연적인 사건이 아니라 빌런 그룹에서 저지른 일이었나? 그렇다면 어디지. 서울에 자리 잡은 블랙 스파이더? 아니면 최서린을 영입해갔던 레드문?’

잘하면 빌런 조직 하나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화살 날리는 곳! 여유 있는 사람 전부 확인해! 네임드다!”

붉은색 일색인 다른 늑대들과 달리 검은색 털이 섞이고 눈에서 빛이 나오는 살짝 덩치 큰 늑대.

저 많은 늑대 중에서 바로 구분은 힘들지만, 누가 봐도 저건 네임드다.

“확인했어!”

“전형적이네. 개미 쪽은 아마 여왕개미일 건데, 특성상 전면에 나서진 않을 거다.”

그에 뒤질세라 스카우트 중 한 명이 아는 지식을 뽐낸다.

“메인 탱커, 네임드 나온 좌측 위주로 움직여!”

“아, 나도 알고 있다고!”

“마법은. 아까처럼 방벽쓸까?”

옆에서 묻는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물리 공격을 하는 놈들은 놔두고 네임드 위주로 봐줘. 지금 입에서 연기 나오는 걸 보면 저거 기회 봐서 분명히 불을 뿜을 거니까 스킬은 캐스팅 지연시키면서 아껴두다가 카운터. 원거리는 임펫을 처리해줘야 해.”

“임펫 공격력은 별것 없지 않나?”

“다들 저항 장비가 없으니까.”

“그게 왜?”

“화저가 없으면 점점 피해가 아프게 들어가. 임펫 숫자가 계속 누적되면 전선 절대 못 유지해.”

그리 말하면서도 나는 임펫들 사이를 살폈다. 보이지 않는 지옥새보다는 일단 임펫 퀸부터 찾아 제거해야 한다.

‘지휘계통 보스인 만큼 내구도는 형편없지. 죽으면 살라만더가 날뛰긴 하겠지만.’

저 임펫들이 퀸의 지휘를 받는 것보단 훨씬 낫다.

쾅! 뻐억! 촤악!

본격적으로 늑대들이 달려들어 전위들과 부딪치기 시작하면서 온갖 전투의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도 난 활시위를 튕기며 시선을 이리저리 계속 돌렸다.

그리고 개미들의 파도 속에서 보호막을 두른 채 살라만더의 등에 바짝 달라붙어 슬금슬금 움직이던 임펫 퀸의 옆모습을 찾아냈다.

그 순간, 내 몸속의 마력의 3분지 2가량이 심장과 단전으로부터 오른팔로 밀려들어 갔다.

여태껏 마력탄만 날리다가 처음으로 등 뒤의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냈다.

시간을 계산한다. 필요한 시간은 3초.

경로를 이미지 한다. 3초 뒤에 임펫 퀸이 도달할 위치를 겨눈다.

전방의 움직임은 이미 계산 안이다. 지금으로부터 2초 뒤, 저 방향을 막던 이민호가 왼쪽 늑대를 밀어내기 위해 비키면서 전방의 경로는 일순간 비어버린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활대가 끊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활시위를 가능한 한 멀리 잡아당기고,

“태양분노.”

수없이 쏴 날렸던 주력 기술의 시동어를 주문처럼 작게 외웠다.

물론, 이번 생에 이 기술을 배운 적은 없었지만, 그 감각만큼은 잊을 리 없다.

주변 동료가 순간 휘청이며 자세가 망가질 정도의 폭풍을 일으킨 황금빛 화살은, 마찬가지로 경로의 몬스터들의 움직임도 훼방을 놓으며 날아가 교활한 임펫 퀸의 머리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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