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계약자를 키우는 법
* * *
10대 길드의 말석인 명성. 그 인사 담당부의 3팀장 김유란은 이번 교육과정 기수에 대한 보고서를 거의 완성해가는 중이었다.
“이번 기수의 최대어는 역시 최서린이겠지?”
그녀의 옆에는 동료이자 경쟁자인 스카우트들이 캔커피를 마시며 자신들의 보고서를 정리하는 중이다.
“뭐, 그렇지. 예전에야 예측 잘 안 돼서 대어를 놓치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거 거의 없어졌잖아. A랭크 유력. 못해도 최소 B랭크는 찍을 것 같아.”
“쟤야 뭐, 윗선에서 나서야 할 유망주니 우리 몫은 아니지. 역시 중요한 건 그 밑에 레벨인데···.”
“난 개인적으로는 이민호가 괜찮아 보이긴 해.”
주고받던 도중, 명성 길드의 라이벌인 금화의 스카우트인 최호영이 슬쩍 흘리는 말에 김유란은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대놓고 낚으려 해봤자 안 낚여. 너, 이민호 외가 쪽 배경 아는 거지? 그거에다가 쟤 1지망은 심지어 관리국이더라. 길드에 그런 애 추천하면 욕먹지.”
“알고 있었나? 시선 좀 돌려보려 했더니. 지금 보니까 다 알고 있는 정보였나 본데?”
최호영이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하는 말에 다들 피식 웃어 보인다.
모두 내심으로 최우선 체크를 해두고 있는 녀석은 있지만, 절대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진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이재성 헌터 불러놓고 슬쩍 물어본 게 신의 한 수였지. 아직 아무도 모를 거야.’
이재성은 명성의 2팀 메인 딜러로 현재 등급은 A랭크였다.
마침 이 근처 헬스장에 다니고 있길래 심심하면 한 번 유망주들이나 봐 달라고 했는데, 마침 심심하다며 와줬고 뜻하지 않게 남들이 알기 힘든 정보를 얻었다.
[저기 저 궁수, 주시해둬요. 쟤가 지금 이 기수 삐걱거리고 있는 거 싹 다 커버 치고 있으니까.]
[네? 궁사면 김유성 교육생이요?]
그냥 사교력 좋고 분위기 안 망가지게 조절하려는 게 보여서 좋게 보곤 있긴 했는데, 그녀가 보기엔 전투적인 면에선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 평범한 궁사였다.
그래서 그냥 C급 예상의 원거리 유망주 정도로 평가했었는데, 현역 헌터 눈에는 다른 게 보였나 보다.
[쯧, 역시 이런 건 현역 아니면 모르죠. 유란씨처럼 데이터만 보는 스카우트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게 현역 은퇴자를 스카우트팀 부장 자리에 앉히는 이유죠. 나도 이거 내가 원거리 딜러 아니었으면 못 잡았어요.]
인사팀 부장이 낙하산이라 생각하던 그녀는 순간 발끈했지만, 이재성의 이어진 설명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간 그녀가 촬영한 게이트 실습 영상을 분석하며 해주는 설명은 그녀조차 김유성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들었다.
[인사 관리부 쪽에선 부장급이나 알 수 있는 거고 현장직도 나처럼 노련한 애들이나 파악할 겁니다. 이야, 저렇게 대충 화살 날렸는데 저 뇌절을 막네? 표정 보니까 놀란 것 같지도 않아.]
[그러면 잠재력은 어떻게 보세요? 김유성 교육생은 D ~ B급으로 평가받았는데.]
[잠재력은 저리 시야를 막 돌릴 여유가 있는 걸 보니 C급쯤?]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B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데. 혹시 B급이면 나중에 메인 공략조에도 올릴 수 있겠네. 저런 원딜 하나 있으면 편하죠. 하위팀 쪽에선 팀장이나 지휘부 참모도 맡을 수 있는 인재니까 표시해 둬요.]
그녀가 급히 리포트를 수정하는 것을 보며 이재성이 덧붙였다.
[재수 없어서 D급에서 멈춰도 하위팀에서 손해가 갈 인재는 아니고. 신참 주제에 저 정도면 감각은 타고난 거지. 진짜 전위 움직임이 저렇게 개 쓰레기인데, 이걸 원딜이 강제로 제어하고 있네.]
이재성의 말대로면 정영하의 전투는 김유성이 어느 정도는 커버를 쳐준 거다.
즉, 다른 스카우트들이 생각하는 반반이 아니라 영입하면 사고 치는 게 100% 확정.
그 외에도 이재성은 몇 명을 더 추천해주고 갔는데, 김유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녀도 눈여겨보던 인물들이라 특이사항은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며칠 전 사건을 떠올리는데, 마침 정영하 이야기가 나왔다.
“저기 오는 정영하는 어때?”
“좀 애매하지? 확실히 유망주는 맞고 로텍이랑 인연 닿는 것 생각하면 데려와서 큰 손해를 볼 건 없긴 한데···.”
실습 때 하던 짓이랑 지금도 다른 것에 온 신경이 팔린 꼴을 보면 누가 봐도 사고를 칠 것 같은 인상이다.
괜히 추천했다가 대형사고를 치기라도 하는 날엔 스카우트 인생 조지는 거다.
“그런데 저거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유란이 떨떠름하게 내뱉은 말처럼 비틀거리는 정영하의 발걸음은 정상이 아니었다.
* * *
정영하는 내가 이것저것 바꾸었음에도 결국 만취한 상태로 최종 실습을 하러 왔다.
‘이 정도로 바뀌었는데도 저렇게 만취해서 돼서 온 걸 보면 뭔가 개인적인 사건이 있는가 본데.’
이것만큼은 참기 힘들었는지 이민호가 결국 옆에서 튀어 나갔다.
“이봐 그쪽! 제정신이야?”
“아, 넌 또 뭐? 아하? 이거 맨날 야리던 그 새끼네. XX, 내가 니 야리는 거 모를 줄 알았냐? 이 형님이 지금 기분이 꿀꿀하니까 까불거리지 말고 평소 잘하던 것처럼 한쪽에 찌그러져 있어.”
이민호는 그런 소리까지 듣고 얌전히 있을 성격도 아니었고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며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지도강사가 혹시 모를 사태를 막고자 개입을 했다.
“둘 다 진정해라. 정영하 교육생, 너. 지금 상태로는 공략이 어려울 것 같은데? 지도 강사의 권한으로 대체 전위를 구할 거다.”
“아니. 나 XX 괜찮다고! 나 멀쩡해!”
누가 봐도 멀쩡하지 않다. 하지만 취객이 늘 그렇듯 자기는 안 취했다고 주장하는 법이다.
‘그래. 지도 강사 입장에서도 이 현장 실습에서 사고 터지면 잘 다니던 직장이 날아가는데 아무리 로텍에 눈총을 받는 게 무섭더라도 여기선 나설 수밖에 없지.’
하지만 소용이 없을 거다. 그때도 그랬으니까.
그나마 지금은 그때와 달리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쭉 엉망인 건 아니라서 정영하랑 이민호의 싸움을 부추기는 놈들은 없는데, 그런다고 없는 전위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지금 주변에 시간 내로 올 수 있는 전위 직군이 단 하나도 없거든.’
사고는 원래 그럴 때 터지는 거다. 그리고 저 금수저 진상도 여기서 한 몫을 거든다.
“아 씹! 뭐, 어쩌라고! E 급 게이트 까짓 거 템빨로 밀어버리면 되는 것 아냐!”
“아니. 정영하 교육생! 일단 멈춰! 그렇게 접근하면 활성화된다고!”
지도강사가 급히 외쳤지만 늦었다.
각성자의 접근에 게이트의 빛이 활성화되며 공략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기 시작한다.
빌런들이 게이트 브레이크를 만드는 방법도 이런 원리다.
몰래 발견한 게이트가 있으면 한계치까지 올렸다가 자리를 뜬다거나,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특정 길드가 배정 받은 게이트에 은신해 들어가서 숨어있는 거다.
그리고 기억 속의 그때처럼 게이트가 검은빛으로 물들며 변환되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최서린이 떨떠름하게 내뱉었다.
“블랙 게이트?”
저 멀리 간식 까먹으며 구경 중이던 스카우트나 길드 관계자들도 벌떡 일어났다.
각성하며 발달한 청력으로 그 이야기가 들려온다.
“야, 이거 심상치 않은데? 여기서 갑자기 블랙 게이트라고?”
“저기 사무관한테 말해서 상황 좀 파악해보자. 그리고 가까운 길드 있으면 측정기 다시 가져오라고 해봐.”
“마력 파장이 꽤 저릿저릿한데.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야. 이 정도면 대략 B랭에서도 상급쯤? 이거 저 새내기 각성자들 가지고 초기 대응할 수 있냐?”
“정영하가 입구 앞에서 잘 틀어 막으면 시간 벌이가 가능은 할 건데. 지금 순수 전위라고는 걔 하나 뿐이잖아?”
그리고 정영하 상태로 그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 지금 여기 있는 각성자들 전원이 알고 있었다.
정영하는 취한 와중에도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바로 게이트에서 떨어졌지만, 블랙 게이트는 공략하든 안 하든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
점점 짙어지는 게이트의 색상을 본 관리국 사무원이 급하게 외쳤다.
“거기 교육생분들! 일단 선발대로라도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거 안 들어가면 시간 급격하게 빨려요!”
“들어가는 건 들어가는 건데. 일단 전위가 있어야죠.”
“아, 지금 주변에 전위가 없단 말입니다! 이거 터지면 절대 수습 불가능해요!”
“그건 안타까운 소리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최서린은 냉정하게 내뱉었다.
그녀는 냉랭한 눈으로 정영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희보고 저런 탱커를 믿고 들어가라고요? 그냥 대놓고 몇 분씩 벌고 죽어 달라고 하시죠?”
빌런이었다곤 하지만, 지금은 흑화하진 않아서 정상인에 가까운 최서린은 투입 자체를 거부하는 반응은 없었다.
다만, 그녀는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정영하를 앞세워선 전혀 공략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제 생각에, 정찰대의 공략 정보가 완전히 무의미해진 저 괴물들의 홈베이스에서 싸우기 보단 조금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여기서 진을 치고 버티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로 인해 인명피해가 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선 냉정하다고까지 할만한 말이지만, 그 결정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판단이다.
기성 헌터인 지도교사도 그녀의 말에 침음성을 흘리면서도 반박하진 않았다.
‘사실상 죽으러 들어가라는 말을 아직 헌터증도 못 받은 신참들에게 하긴 어렵다는 거겠지.’
블랙 게이트는 일반 게이트와 다르게 ‘보스급’ 괴물이 무조건 나오고 네임드 특수개체에 일반 개체도 강화된 놈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런 블랙 게이트의 악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지, 모든 시선 집중의 대상이 된 정영하도 침을 꼴딱 삼키며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새끼’가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게이트 등급이 변할 경우, 난이도 문제에 따른 헌터 생명 보호를 위해 서약은 무효화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저희는 아직 헌터가 아니라 소집 명령에는 응하지 않아도 되죠.”
영화 찍는 도중이었다면 누가 보더라도 칭찬할만한 사이코패스의 정석 같은 발언이었다.
난 저거에 반박할 말을 생각해 뒀었는데, 옆에서 민호가 난폭한 움직임으로 치고 나서면서 타이밍을 뺏겼다.
“너, 지금 그 말은 저게 터지기 직전인데 도망치겠다고 말하는 거냐?”
화를 간신히 참는 목소리로 이민호가 질문을 던졌고 놈은 기어코 우리 차기 국장님의 발작버튼을 눌렀다.
“미안하지만, 난 개죽음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길드에서 알아서 잘 막겠지. 난 이만 귀가하겠다.”
“여긴 도시 한복판이야! 사람이 죽는단 말이다!”
이민호는 발작하며 따지고 들었고 위기가 닥치자 본색을 드러낸 싸이코패스 놈은 어깨를 으쓱하며 한 걸음 물러날 뿐이다. 자기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한 태도다.
“그쪽이 말한 대로 이 게이트가 우리 의무는 아니게 되긴 했는데.”
이민호를 제지하고자 내가 말문을 떼자 그 사이코패스, 이조영의 시선이 내 쪽으로 돌아갔다.
“안타깝게도 헌터 후보생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국가 예비역 의무는 또 아니어서 말이지.”
“헌터 후보생? 그건 아카데미 다니는 걔들에게나 부여되는 지위 아니었나?”
“우리도 이 과정 신청하는 3개월간은 같아. 따라서 게이트 브레이크 위험지수 3등급 이상의 게이트가 주변에 있고 관리국에서 헌터워치에 위치가 잡혀서 구원 요청을 할 경우, 방어전에는 반드시 참가해야 하지.”
“그리고 마침 그 사무원은 여기 있네.”
옆에서 넣는 추임새까지 완벽했다. 이거에 반박할 수 있는 말이 딱히 없었는지 이조영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이 안에 우리가 공략조로 들어가야 한다는 법은 아니지. 흐, 죽고 싶은 놈은 저기 들어가든지.”
침묵 속에서 킬킬대며 쪼개는 놈이 하나. 저쪽에 한 명이 더 붙으면서 분위기가 다시 팽팽해졌다.
‘이번엔 빌런 놈이냐? 하긴, 이놈은 전투 도중에 방해나 안 하면 다행이겠지.’
저놈이 왜 지금 나서는지는 이해가 간다. 분위기 이상해지는 걸 막으려는 거겠지.
이런 종류의 소집은 방어전에 참가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된다.
괜히 여기서 대세가 정의감에 다 같이 진입해서 막아보자는 쪽으로 흐르면 죽을 위험이 있으니까 나서는 거다.
그리고 다시 팽팽해진 분위기에 파티가 갈라지려는 조짐이 보였다.
‘이렇게 분위기가 흐르면 곤란하지.’
이 브레이크를 무난하게 막으려면 반드시 안에서 잠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 말도 맞긴 한데, 거기 둘. 뒷감당할 수 있겠어?”
“뒷감당?”
“여기 사고가 커지면 분명히 여론을 탈 텐데. 마녀사냥 일어나면 최우선 표적은 우리일 거고.”
“뭐, 맞는 말이긴 한데. 들어가서 뒤지는 것보단 욕 좀 먹는 게 낫지.”
이죽대는 모습에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여기 남는 숫자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고작 욕먹는 수준이 아닐 텐데? 지금 여기서 밖에 남을 생각이신 분들,”
거기서 끊고 나는 이 주변에 몰려있는 스카우트들까지 싹 다 훑었다.
“일반인으로는 절대 살 수가 없을 거고. 남는 건 헌터 생활뿐인데, 빌런으로 살 작정인 거 아니라면 그 헌터 생활도 절대 편하진 않겠죠? 특히, 아직 경력도 뭣도 증명된 것 없는 이번 우리 동기분들은 더 그럴 것 같은데?”
“당연히 우리도 너희가 안에 들어간다고 하면 도울 거다.”
내가 분위기를 잡는 것에 주변의 스카우트들도 서둘러 한마디 보탰다.
대부분 전문 스카우트라 현역도 아니고 아직 과정도 끝나지 않은 탓에 사전 접촉 불가라서 부장급 담당자가 없는 게 아쉽다. 대부분 높아 봐야 D등급이다.
‘뭐, 아예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겠지.’
그래도 예전에는 이 사건 터졌을 때,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할 만한 분위기조차 나오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이번엔 눈덩이를 잘 굴린 셈이다.
“여기 동기분들. 다들,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자랑 좀 했고 새로운 삶을 생각하면서 온 분들이 대부분 아닙니까? 여기서 사고 터지면, 남들 질시나 부러움을 받는 삶이 아니라 손가락질이랑 욕먹는 삶이 기다릴 텐데.”
“저기. 열심히 설득 중인데 초를 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난 저 인간이 목숨 걸 각오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안으로는 못 들어가.”
내 선동에도 최서린은 맺고 끊는 게 확실했다. 결정을 내리면 자기 판단에 고집이 있는 타입이다.
“일단, 저 안에 들어간다고 무조건 죽는 건 아니야. 우리가 겪을 건 초입이고. 대충 스카우트들 하는 소리 들었으면 게이트 등급은 B급. 물론, 그것 초입도 우리에겐 위험하긴 할 테지만, 시간을 끌 수는 있어. 그리고···.”
“그리고?”
“버텨야 할 시간을 알고 들어가는 거랑 무작정 버텨야 하는 거랑은 다르지. 사무관님. 전위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브레이크까지 예상시간도 알려주시죠.”
“전위가 올 때까지는 3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브레이크 예상시간은 지금으로는 1시간 23분. 지금도 줄어드는 중이고 측정결과는 B-상급의 중규모 게이트. 게이트 변환은 완료되어 추가 등급 상승 여지는 없습니다.”
“사무관님은 협회에 알려서 주변 시민부터 소거해주시고 바로 군 병력 불러들여서 전장부터 제한해주세요. 짧으면 40분, 길어도 1시간. 그 이상은 못 버팁니다.”
“예. 빨리 조치하겠습니다. 그러면···.”
“정영하씨. 일어나시죠. 좀 과장하면 당신 없이 이 안에서 5분도 제대로 못 버팁니다.”
물론, 아무도 안 죽는 것 기준이다. 안에서 진형이고 뭐고 포기하고 다들 흩어져서 목숨걸고 도망쳐다니면 5분이야 충분히 넘게 벌겠지.
“지금 이야기한 거 들었죠?”
“나, 나는···.”
“고작 40분도 못 버팁니까? 다른 사람들은 여기 안 들어가고 여론이 박살이 나도 법적 처벌까지는 안 갈 수도 있는데, 당신은 좀 달라요. 여론이 안 좋아지면 제일 눈에 띄고 본보기로 집어넣을 수 있는 게 지금 당신 처지입니다.”
“뭐, 여기서 저 인간 술 먹고 깽판을 친 거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이거 조사 들어가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감방 행이에요. 보통 때면 집행유예 먹을 거 5년은 살고 나와야 할 거고 로텍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건 뻔할 뻔 자죠.”
로텍도 이건 수습 못 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이 콩밥 안 먹을 확률이나, 당신네 재벌 집안 욕 안 먹일 수 있는 골든타임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자살이라도 할 생각 아니라면 빨리 들어가죠.”
“···빌어먹을. 말 한번 참 재수 없게 하네.”
결국, 정영하는 항복선언을 했다.
나는 그가 입은 갑옷 등짝을 한 번 때려주고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섰다.
“어. 형? 어디 가요!”
“정찰.”
내가 먼저 움직이자 걱정이 됐는지 이민호가 서둘러 쫓아왔고 그 광경을 보고 나머지 인원과 스카우트들도 조심스레 움직였다.
“젠-장! 그래 간다. 간다고!”
금수저와 그 추종자들도 마저 못해 떠밀리듯 들어오는 것이 감각에 잡힌다.
‘역시 저 새끼들은 끝내 안 들어올 생각인가본데.’
결국 밖에 남은 건 한창 군부대에 연락 중인 사무관과 사이코패스, 빌런, 사기꾼, 사이비 신도를 비롯해 열명 안팎이다.
‘그래도 모자란 인원은 스카우트들로 채웠으니까. 인원은 충분하겠지.’
그렇게 중구의 B급 게이트 참사 사건이, 원래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