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6화 (6/128)

2장 - 계약자를 키우는 법

“기사님. 오늘은 들를 곳이 있어요.”

“어디로 모실까요?”

“여기로 부탁할게요.”

가끔 친구와 약속을 잡고 놀다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특이하게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그 임무 창. 마치 내 지금 상황을 아는 것처럼. 거기에 이거. 연계 임무였지.’

지혜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이런저런 각성자 사회의 풍문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고 이런 경우가 어떨 때 발생하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성좌가 각성자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주로 그럴 때, 마구잡이로 퍼주는 것처럼 화려한 보상의 연계 임무가 펼쳐진다고 알려졌다.

A급 잠재력 헌터에게서나 벌어진다는 일이라서 지혜는 그게 자신과는 전혀 인연이 없을 거로 생각했었다.

‘뭐, 그런 것치곤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무시하기에는 내용이 간과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임무 : 헌터가 되는 법(연계)]

임무 상세 : 1단계

- 해당 지도가 가리키는 곳으로 이동하세요.

- 최종적으로 ‘빠른 장비 수리 방법’을 제공합니다.

임무 난이도 : F

보상 : X

남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지혜는 약간 불안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제 그녀의 개인 장비인 ‘창’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긴 상태였다.

그리고 수리를 맡기려고 했는데, 일주일이 걸린다는 답이 돌아온 상태였다.

문제는 실기 시험이 3일 뒤라는 거다.

‘보통은 큰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이던 주제였다. 해결하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발품 좀 팔면 그 방법을 성좌가 제공해주겠다는데, 설마 계약한 성좌가 사기를 치진 않을 것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퀘스트를 따라 그녀가 처음 찾아간 곳은 동대문 각성자 시장 구석의 가죽 세공소였다.

“거, 어린 아가씨가 여까진 어쩐 일로 오셨수?”

“어이 김씨! 저 아가씨, 헌터 중앙 아카데미 생도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구먼. 현장 견학이라도 온 건가? 하핫!”

“어? 아···. 네! 좀 구경하러 왔어요. 괜찮을까요?”

다음 임무가 즉각 날아와서 잠시 넋 놓은 지혜에게 성좌가 건넨 연계 임무의 내용은 거기서 30분을 구경하고 물건을 하나 사라는 것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참한 그녀의 외견과 더불어 몹시 예의 바른 태도는 가게 주인에게 충분한 위력을 발휘했다.

“뭐, 미래의 우리 고객님이 되실 텐데. 안될 건 없지. 이것저것 구경하고 거기 생도들한테 홍보도 해달라고!”

“네. 그럴게요.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뱉는 말과 다르게 지혜의 눈은 조심스럽게 상가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

‘성좌 님은 어째서 날 여기로 가라 하신 거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매사에 성실한 편인 지혜는 최선을 다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퀘스트가 명령한 30분이 되어갈 때쯤,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혹시. 이 뒤에 공장···.”

“아. 그거 우리 삼촌 거야. 삼촌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가죽을 떼어다가 재생하고 나는 그 가죽으로 세공하거나, 여기저기 가죽 떼 와서 기업에 납품하거나 내 가게에서 팔지.”

지혜의 부친은 던전이나 게이트 부산물로 장비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하고 있었고 최근 지혜는 부친이 유보금 가지고 사업을 확장할 거리를 찾고 있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 그래서!’

지혜는 성좌가 말하는 것이 그녀에게 앞으로 사냥 도중 나오는 가죽을 어디서 팔면 좋을지는 물론이고 부친이 새로 투자할만한 사업에 대해서도 동시에 이야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곳이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라는 건 30분간 오가는 고객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거래를 마치면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런 표정은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퀘스트 자체가 보상이었어!’

설령 부친이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여기 품질이 좋다면 부친에게는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도 약간 시간 투자한 것에 비해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임무다.

“혹시, 재생 가죽으로 만든 거랑.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제품 하나씩 보여주실 수 있나요? 전자는 아무거나 상관없고 후자는 가능하면 각성자 용의 장비로요.”

“어디 보자, 아가씨에게 어울릴 만한 작품이···. 아! 잠깐. 그게 좋겠구만. 학생도 이 아저씨의 실력이 궁금한 것 같은데, 우선 그것부터 보고 골라봅시다. 마침 가게도 한산해졌으니까, 이쪽으로 와봐요.”

그리고 찾아간 가게 깊숙한 곳에는 천으로 가려진 수많은 케이스들이 있었는데, 주인이 그중 하나의 천을 치우자 원피스형으로 잘 빠진 은회색의 여성용 가죽 갑옷 하나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지혜는 그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듯 시선을 잡아끄는 디자인에 잠시 넋을 잃고 쳐다봤다.

“이건 와이번 가죽으로 만든 거고, 올해 만든 내 작품 중엔 가장 잘 나왔다고 장담해. 우리 학생도 A급 헌터 서인아는 알지? 그 헌터 있는 흑호 길드에서 그 헌터 주려고 특별 주문한 상품이야.”

“이런 건 얼마나 하나요?”

“그냥 시중에 판다면 50억은 받아야지. 흑호 길드에 디자인 보낸 다음에 52으로 계약했어. 이거 사실 원래 막 보여주고 그러면 안 되는데, 학생 동기부여 되라고 한 번 보여주는 거야. 하하. 이제 이 아저씨 실력 증명은 됐나?”

“네. 충분해요.”

“그러면 우리 아가씨께선 예산은 얼마나 잡고 오셨나?”

“아! 저는 사실 제가 입을 걸 사려는 건 아니고요. 아버지께 보여 드리고 싶은 기성품이 필요해서요.”

“아. 그러면 아버님도 헌터?”

“그건 아닌데, 관련 업계에서 일하셔서요. 좀 관계있기도 하고. 사실 그냥 각성자 시장 견학하러 왔는데···.”

“음, 그러면 이것도 인연은 인연이구만. 학생 신분도 있고 하니 일단 믿어보고.”

가게 주인과의 대화 끝에 지혜는 견본이라면서 세공점 사장이 공짜로 넘겨준 상등품의 장갑과 재생 가죽으로 만든 저가형 벨트를 든 채 차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걸 싣기가 무섭게 그런 그녀를 성좌가 보고 있었다는 듯, 다음 연계 임무가 시작되었다.

지혜는 집에 들어가기까지 헌터들이 재료를 처분할 때 들르는 상점 종류 전부를 하나씩 거쳤고, 헌터들의 상거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마지막에는 장비를 수리하는 대장간이었는데, 어디에 연락해도 일주일을 이야기하던 것과는 달리 그곳 명장은 빨리 장비를 보내면 이틀 안으로 해결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 * *

그리고 그 광경은 여신과 사업가도 당연히 보고 있었다.

“여신님. 보셨습니까? 결국, 시키는 대로 다 했네요. 마지막에는 누가 봐도 신이 난 것이 눈에도 보였죠. 들어간 명성은 고작 1,300. 그녀의 부친은 이제 지혜의 헌터 생활에 좀 더 투자하겠죠.”

지금 우리는 지혜의 부친과 지혜의 대화를 듣는 중이었다.

“아, 마침 장비 업그레이드 이야기가 나오네요. 어? 잠깐. 일부러 수리까지 시켰는데 무기는 아니지. 아, 역시! 지혜가 거절하네요. 곧 전직시켜야 하는데 쓸데없이 부모 돈 낭비하고 그러면 모양새가 별로지. 다행이네.”

대충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혜가 와이번 가죽 갑옷 예뻤다며 재잘거리고 부친이 뜻밖의 정보로 기분도 좋은 김에 자녀의 기를 세워주려고 디자인 예쁜 C급 방어구 세트를 맞춰주겠다고 약속했다.

보는 입장에서도 아주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자, 고작 1,300 명성으로 지혜의 직접적인 헌터 생활에 회의적이던 부친의 생각을 꽤 돌렸습니다. 거기에 그냥 퍼부으면 30만 명성은 써야 할 C급 장비 세트를 공짜로 맞춰줬죠. 남는 장사를 한 것 같네요.”

그리고 그 꼴을 지켜보던 포르세티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해?”

“집중해 관찰해두고 필요한 걸 이미 알고 있으면 가능하죠. 진짜는 단 하나. 최근 가장 불편했던 걸 미끼로 걸고 연퀘 처음에만 언급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시원하게 긁어주는 거네. 처음에 정보 약간 언급하면서 200 명성이 추가된 거 빼면 명성도 거의 안 들었고. 단어 선택도 적절했네.”

“뭐, 가려운 데 긁어주는 거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거기에 지혜도 바보는 아니라서 저길 유출하거나 하진 않겠죠.”

그러면 다른 서울 근처 계약자들에게도 또 써먹을 수 있고 앞으로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 재미없어하던 포르세티도 신선한 방법을 보니 흥미가 동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할 거야?”

“다음 연계 임무 보상으로는 특성을 줘야죠. 지혜가 성좌가 자신을 제대로 키우려는 생각이라는 걸 깨달아야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할 거고.”

“특성은 어떤 거?”

“중간 보상으로 불굴. 최종 보상으로는 마력 중첩을 줄 생각입니다.”

“불굴? 그건 좀 애매한 특성 아닌가?”

“가성비로는 최상입니다. B급이긴 한데, 정신 저항 계통의 정신방벽, 육체 저항의 전투속행. 두 개를 동시에 주는 특성이 이거 말고 없어요. 다른 거로 해주려면 A급만 2개 달아줘야 하는데 얘 잠재력이면 그리 달아주면 똥캐 됩니다.”

“아니 진짜? 정신방벽, 전투속행 동시에 달아주는 특성이 그거 하나뿐이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는지 포르세티가 열심히 특성을 뒤졌지만, 없는 게 나올 리가 없었다.

“마력 중첩은 네 빌드대로면 적절하네.”

“시전 속도가 늘어지긴 하는데, 동급은 잘못 맞으면 한 방에 훅 가겠죠.”

“하지만 이러면 학교에서의 평가가 망가지지 않겠어?”

“뭐, 실기 평가가 개인평가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거기에 얘는 일주일 뒤 실기가 마지막 대련평가예요.”

아카데미의 과정이나 평가 방법은 X 튜브 프로그램 덕에 대중에도 잘 알려졌었다.

그리고 헌터 아카데미 선생들은 바보가 아니다.

개인 평가는 대련을 제외하면 전부 절대평가니만큼, 뭔가 떨어지고 뭐가 올라가면 그게 다 점수에 반영되게 되어있다.

“그리고 연말에 전체 공지된 그 이벤트도 있죠? 다 조사해 뒀습니다.”

“아. 그러네. 너 그거 노리고 있는 거구나!”

“그때까지 빌드 끝내주려면 시간이 아무래도 좀 빠듯하긴 할 건데, 풀포텐은 찍을 수 있을 것도 같고. 그때쯤이면 지혜 쟤도 세팅은 다 됐겠죠. 그리고 슬슬 저도 현실에서 활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내 삶이 있고 당연히 나 자신도 성장시켜야 한다.

히든피스를 막 먹고 다니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만 했다.

확인해보니 포르세티를 통하면 그녀에게 수수료를 줘야 하긴 해도 내게도 명성 점수로 특성을 붙여줄 수가 있었다.

‘당장 급한 거 두 개만 달자. 나도 활동은 해야 하니까. 유지혜 그 아가씨도 도와줘야 하니 퀘스트 줘서 접점도 만들어봐야지.’

키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 나도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별의 투자자라는 각성 직업이 여러모로 매력적인 이유였다.

“그럼 연락은 메신저로 하고 급히 논의할 사항이 있을 때 연락 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어. 알겠어.”

포르세티를 통해 유지혜에게 달아주려던 불굴에다 사수자리를 추가로 달았다.

‘직업이 궁사가 아니니 처음부터 특성 빌드가 살짝 꼬이네. 직업 대신에 사수자리를 달아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전반적인 궁사 능력을 성장시키는 성장형 특성인 사수자리를 달았다.

1회차의 내 전투 스타일은 중거리에서 현란한 전투를 벌이는 레인저 타입이다. 궁사계 직업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지금, 1회차 덕을 보려면 사수자리를 특성으로 다는 건 거의 반 필수였다.

“뭐, 사수자리가 후반으로 가면 궁사 직업 특성과 비교할 짬은 아니니까.”

민첩과 힘 능력치, 시야를 증가시켜주는 게 전부인 궁사 직업 특성과 원거리에 필요한 전반적인 모든 능력을 향상하는 사수자리는 비교하면 후자가 섭섭해할 건 분명하긴 하다.

다만, 워낙 가성비가 좋음에도 사수자리는 특정 스타일의 특화에는 좀 아쉬운 특성이라, 내심 돌아온 걸 안 직후에 이번에는 저격수를 생각하던 내게는 조금 아쉬운 선택지기도 했다.

‘특성은 전부 가성비 최상인 성장형으로 가자.’

어차피 뒤에서 비선 실세처럼 움직일 예정이다.

모습이 드러나서도 안 되고 계획대로만 가면 이목이 끌릴 이유도 없었다.

“하, 이제 시작이네. 명색이 인류 최후 결사대원이었는데 사냥터 텃세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니···.”

아직 풋풋한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고 엘리트 교육과정과 성좌와 나의 케어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유지혜와 달리, 내게 펼쳐질 각성자 교육과정과 그 이후 야생의 헌터 세계는 절대로 만만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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