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헌터의 성좌투자법-4화 (4/128)

1장 - 성좌에게 스팸날리는 그놈

포르세티와 계약이 된 각성자들 목록을 그녀의 도움을 받아 이리저리 정렬해보고 프로필을 검색해보던 나는 곧 일반 각성자 상태창과 확연히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세부 잠재력이 나오는군요.”

각성자들은 자기 현재 등급과 능력치밖에 못 보는데 신좌들 인터페이스에선 최종 잠재력에 추가 정보까지 전부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정확한 수치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분배는 나오지. 너희 인간들은 알려주면 괜히 자기 성장 동력만 잃으니까 안 보여주는 거고.”

“세부 수치까지 보려면 명성 점수가 필요한 겁니까?”

“어. 그런데 그건 얼마 안 들어.”

“정확히 얼마입니까?”

이건 꽤 중요한 내용이라 확인했다.

“하나당 2,500.”

“우선, 3일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 명을 정해서 최소한도의 관찰을 하려고 합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너도 뭘 알아야 투자를 할 것 아냐.”

포르세티는 어디론가 놀러 나갔다 오겠다며 사라졌고 나는 3일간 꼬박 후보로 잡은 각성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필요한 장면은 그때마다 녹화 기능을 켜 저장해둔다.

그리고 3일이 지나 포르세티가 돌아왔다.

“자, 3일 지났네. 뭐, 시간 더 필요해? 일주일은 채워도 되는데?”

“아뇨. 대충 견적 나왔습니다. 우선, 명성을 조금 쓰겠습니다. 누굴 최우선으로 해야 할지 확인하기 위해서 여기 네 명은 마력 수치를 봐야겠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거래창을 열어서 1만 명성 점수를 넘겼다.

“이 점수 중에 2,500 명성은 해당 각성자와 계약을 맺으시게 되면 깔 겁니다.”

“안 맺으면?”

“그때는 1만점 전부 선물이라고 여기시죠.”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은 보기 좋네. 어디 보자···.”

잠시 내 선택을 살펴보던 포르세티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이거 맞아? 그래도 나한테 B랭크 유망주가 분명히 몇 명 남았을 텐데. 걔들이 하나도 없네?”

“그 B랭크들, 전부 폐급입니다. 돈 되는 녀석들이 아니에요. 지금 휘하에 두신 유망주 풀은 솔직히 엉망입니다. 다른 성좌들에게 싹 덤핑해서 넘기고 누구라도 받아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하, 지금 내 안목이 똥이라 이거야?”

“부정은 못하겠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잠재력은 있으니 투자를 퍼부으면 살아날 테고 그러면 똥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명성 대비 효율 안 높습니다. 투자 회수할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려요.”

야구로 따지면 죄다 공갈포들이다. 능력치가 공갈포라는 게 아니다.

여신도 바보가 아니고 스탯 균형은 다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 그러면 네가 선택한 애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나 들어봐야겠는데.”

나는 바로 프로필 하나를 확대했다.

“여러명 설명할 필요도 없죠. 이 소녀. C 등급이죠. 분배는 어떻게 보십니까?”

“뭐가 있어? 뭐야! 이거야말로 똥이잖아. 전형적인 마력집중형 공갈포. 유일한 장점은 나이 어린 거랑 현재 마력 능력치 잠재력 채운 정도가 좀 높은 거 하나?”

“그렇죠. 그러면 이 친구를 키운다면 어떻게 키워야 하겠습니까?”

“최대한 마력 희생하는 고효율 특성 박아서 균형부터 잡아야지. 당연히 명성은 엄청나게 들어갈 거고.”

“이 녀석이 데리고 계신 B급 잠재력 5명 합친 거보다 낫습니다. 제 기준으로 따지자면 A-급이고 눈덩이 잘 굴리면 A+까지 갑니다. 물론, 극 후반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는 건 아닌데, 분명한 용도가 있어요.”

내 설명이 길어지자 답답했는지 여신이 볼을 부풀렸다.

“이유부터 말해. 나 답답하게 하지 말고.”

“특성 보이시죠?”

“보이네. B등급 성격특성, 강한 책임감. 전형적인 잠재력 잘 채우는 보조형 특성이고. 어차피 잠재력도 별거 아닌데 빨리 크면 뭐해.”

“왜 이런 성격 특성이 달렸을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단 이건 긍정적 특성이죠. 달릴만한 가정 형편이 있었을 겁니다. 이 경우 두 가지죠. 진짜 찢어지게 가난한데 소녀가장이거나···.”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부모를 가졌거나.”

맞다. 딱 그럴 때 성격 특성으로까지 달리는 경우로 책임감이 붙는다.

“잘 아시는군요. 이 소녀는 부모가 중견 기업의 회장입니다. 교육을 잘 받아서 책임감 강하고 정말 높은 클래스와는 연결되진 못했지만, 밑으로도 교우 관계가 좋죠.”

나는 저장해둔 몇몇 화면을 띄워 보였다.

“부모랑 관계는 최상이고 가업을 물려받을 생각입니다. 친구도 엄청 많습니다. 누가 봐도 엄친딸이죠.”

“그래서 그게 왜 좋다는 건데? 아니, 나도 당연히 그게 나쁠 거 없다는 건 아는데···.”

“마력 극 특화에 유리대포로 키워줘야 하는 타입입니다. 마침 잠재 상세 열어보니 마력 잠재도 거의 A급에 필적하는 B급이네요. 최적이죠.”

“아니 왜?”

여신님께선 아직도 이해가 안 가시는 모양이다.

“이 친구 같은 타입은 빌드가 두 종류인데, 보험을 든다면 궁수 시작에 저격수 찍고 아웃 슈터로 멀리서 적 지휘자를 저격하는 캐릭터로 종결하는 겁니다.”

이 경우 극 후반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약할 여지가 남긴 한다. 다만, 이건 최적은 아니다.

“혹은 대놓고 명성 찍어내는 자판기로 만들 생각이면 마지카 찍고 캐논 거친 다음에 디스트로이어로 최종 전직하면 됩니다.”

“아니. 어디서도 그딴 빌드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겠죠. 범용 공략이야 당연히 인간의 주변 환경을 고려 안 하니까요. 이건 심화 공략입니다. 이 친구는 성장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내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급 진지모드가 되어 고민하던 포르세티는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아! 애 아빠가···.”

본인이 과보호를 받아서 깨달은 건가. 뭐, 모로 가도 답만 찾았으면 된다.

“네. 딸 사랑하는 부모가 절대 다칠만한 상황에 안 두죠. 항상 성장 도중에 사람의 장벽 속에 있을 겁니다. 이동능력, 회피, 내구, 시전 속도 이런 거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요. 따라서 얻어줘야 하는 특성, 장비는···.”

“이동속도, 회피, 내구 등을 깎으면서 마력과 파괴력에 극 특화시키는 특성과 장비!”

“이 소녀가 등급이 B급 정도로 좀 높아서 잠재 여유가 있었다면 구사일생할 수 있는 특성을 허용범위 내에서 달아주는 것도 좋았을 겁니다.”

일순간만 버티면 주변에서 해결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로 후반까지 갈 수가 있나?”

“지금 한 푼이 아쉬운 저희가 그걸 따질 형편은 아니죠. 이 친구는 웨이브 같은 거 났을 때 병력 속에서 한 방씩 날려주거나 요새화된 진지 같은 데서 보호받으면서 마력 퍼부어대면 제 역할 다 한 겁니다. ”

분배 잘 시켜서 키워두면 중후반부부터 벌어지는 외계 침공에서 충분히 대활약할 수 있을 거다.

“그러고도 걱정되신다면 결혼을 잘 시키면 됩니다. B랭크 중 좋은 평가를 받는 각성자로 방어에 특화된 배우자를 얻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죠.”

“어···.”

그 순간 나는 잡아챘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던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살짝 초점이 사라졌다.

뭔가 상상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포르세티의 눈에 스친 건 분명히 소녀감성 같은 거겠지.

‘아하? 이런 걸 좋아하시는군.’

마침 외모도 괜찮아서 이런 면으로도 꽤 가능성이 있는 각성자라 이건 결정타로 먹이기로 결정하고 추가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더불어 이걸 뛰어넘는 최고의 장점은 이 소녀가 ‘길드’를 창시할 수 있을법한 성향이라는 겁니다.”

부친은 하나뿐인 자녀가 길드 사업을 시작할 자본을 대줄 충분한 여유가 있고 교우 관계도 좋으니 유망주도 어느 정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플러스요인이긴 한데, 그게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정도야?”

영 떨떠름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건 지금 당장 이야기할 건 아니지만, 다른 의미에서도 몹시 중요했다.

3일간 성좌 시스템을 잘 살펴봤는데, 또 허점일만한 걸 발견했기 대문이다.

‘어쨌건, 누가 노르드 신이 아니랄까 봐 앞에서 깨부수는 게 취향에 맞나 보네. 역시 북구신···.’

내심과 달리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물론, 최전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재능이라면 이게 큰 장점은 아니죠. 하지만 애초에 이 소녀는 그만큼 대단한 재능이 아니잖습니까.”

“그래. 대충 잘 쳐줘서 꽉 찬 C급이긴 하지.”

한창 상기되려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긴 했지만, 우리는 냉정해져야 했다.

“유망주 때 큰 명성 쌓으면서 길드를 창시하고 대규모 웨이브 때 종종 잊히지 않는 수준으로 활약하면서 길드 단위로 활약해야 하는 삶입니다. 그게 각성자 인생 설계의 최고점이에요.”

“그래서, 그럼 할 수 있는 최대는 어디야?”

“개인으로는 A급 게이트 웨이브 전문 방어 팀장. 사회적으로는 최대 A급 길드의 주인, 최소는 특급 길드의 하청을 맡은 B급 길드의 주인이죠.”

내 브리핑을 들은 포르세티는 처음보다는 표정이 나아 보였다.

“좋네. 확실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네 설계가 대단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어차피 자본도 있으니 몇 번 더 돌려서 더 좋은 애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키울 수 있는 애들을 키워서 현금창출원을 만들어두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돌리는 게 맞습니다. 포르세티님. 혹시 심심하셔서 그런 겁니까?”

“윽!”소리를 내며 살짝 찔리는 표정이 이게 정곡이었나 보다. 역시 이번에도 북구 신화가 문제였다.

“다 좋은데, 그래. 좋단 말이야. 그런데 이건 너무 스릴이 없잖아! 네 말대로면 한동안 내 메인일 텐데 보호나 받으면서 멀리서 포격이나 쏟아내는 걸 구경해야 하냐고!”

“그거 잡몹 쓱쓱 쓸려나가면서 깨끗해지는 것도 어디서는 나름 쳐주는 사이다인데요.”

“모름지기 내 발키리라면 앞에서 다 때려 부숴야지!”

그러고보니 초기 아이템 준 것, 거의 다 근접병기였다. 그게 생각난 나는 바로 정색했다.

“발키리가 아니니 괜찮습니다.”

“아니야! 내가 안 괜찮앗! 유성.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그냥 하시죠? 나름 스릴은 있을 겁니다. 남자 관계가 은근히 복잡하거든요.”

“그···으래?”

뭐라 쏟아내려던 포르세티의 입이 굳었다.

“그렇죠. 그런 거 줄타기하는 것도 은근히 긴장감 있는 거 아닙니까. 거기에 원래 특성도 없고 재능도 언더독이라, 지금 그런 관계들이 미묘한데, 잘 키워서 치고 나가면 인간관계가 꽤 볼만해질 겁니다.”

물론, 내 볼만하다는 말은 막장드라마였다.

막장드라마의 맛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국밥이니 이 푼수 여신님도 좋아하겠지.

‘원래 인생은 끼리끼리 노는 거지.’

원래 그 관심 보이는 애들은 언제나 이미 주변에 같은 급으로 가득하다.

그 그룹에서 적당히 썸타고 있다가 갑자기 외부에서 누가 치고 올라가며 채 가버리면, 그 잘난 놈 노리던 다른 여자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거지.

그때부터 채간 쪽은 인생이 스릴러가 되는 거다.

‘제일 좋은 건 약간 급이 높은 사람이랑 만나는 거고, 그게 인생으로는 안정적이긴 한데, 원래 어릴 때 치고 나가면 진국인지 아닌지가 잘 판단이 안 되거든.’

어차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저 소녀가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수익이 쌓일 때까지만 버텨주는 거다.

그 과정에서 포르세티는 명성 벌고 재밌는 드라마 보며 즐거워서 좋고 나는 돈 벌어서 좋고 윈-윈이지.

그 결과로 유지혜라는 소녀의 인생이 파란만장한 치정극이 되는 건 내 사정 외였다.

“흠흠. 뭐,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한 번 해볼까?”

“네. 처음은 유지혜. 이 아이로 하시죠. 그리고 궤도에 좀 올라가면 나머지 후보들도 거기서 나오는 점수로 키우고 모두가 안정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고등급 뽑기를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불쌍한 소녀의 인생 하나가 댕청한 북구 신과 사악한 사업가 한 명에 의해 멋대로 결정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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