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혁명도 사업입니다-329화 (329/341)

지상 최대 폭탄 배달작전 (1)

미합중국.

수도. 컬럼비아 행정구, 워싱턴 카운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근래 유럽의 정세가 실로 급박해졌습니다.”

“이베리아에서는 카탈루냐가 프랑스ㆍ스페인 민중 연합군 손에 떨어졌고, 이집트에선 무하마드 알리가 이집트의 자치를 선언하고 영국군을 등에 업은 채 오스만군과 대치 중입니다.”

“이탈리아는?”

“제노바 인근의 요새에서 연일 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로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엇 말씀이신지요. 대통령 각하.”

대통령, 메디슨은 턱을 괴던 손깍지를 풀며 입을 열었다.

“영국과 프랑스 말입니다.”

“이미 외교로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넘었지요. 남은 게 전쟁 말고 더 있겠습니까.”

“아, 제임스. 그건 여기 워싱턴 카운티에 있는 누구나 다 아는 기정사실이지요. 내가 묻는 건 외교부가 생각하기에 ‘언제’냔 겁니다.”

“후우. 언제느냐, 라.”

먼로는 잠시 침묵했다가 천천히 말했다.

“모릅니다.”

“···몰라요?”

메디슨 대통령은 입을 쭉 내밀고 탁자를 톡톡 두드리다가 다시 말했다..

“다들 잠깐 나가주겠소? 내 먼로 장관과 잠시 얘길 할 게 있어서.”

“““예, 각하.”””

그의 말에 썰물처럼 관료들이 빠져나가고, 이제 갓 신축된 백악관 회의실에는 이제 먼로와 메디슨 두 사람만이 남았다.

“먼로 장관.”

“예, 각하.”

“혹시··· 내가 저번 경선에서 귀하를 누르고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자릴 꿰차서 그러는 거요?”

“절대, 맹세코 아닙니다. 애초에 그 경선도 제 의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웬 얼치기들이 갑자기 이상한 물이 들어서 일어난 일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럼... 뭔가 아쉬운 게 있소?”

“각하. 전 진실만을 말씀드린 겁니다. 이 제임스 먼로가 생각하기에, 전쟁은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심지어는 지금 이 매분 매초에 터진다 한들 이상하지 않습니다.”

“···교회 자주 가시오? 관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절대자에게 기대는 굉장히 운명론적인 발언 같은데.”

“운명론, 절대자라! 하하!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군요.”

애초에 이 전쟁은,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계획되고 실행된 전쟁이니까.

“각하. 우린 이 전쟁에서 주도적으로 뭘 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박탈당했습니다.”

“장관, 무슨 뜻이요. 그게?”

먼로는 실소를 머금었다.

“파리에 있는 기욤. 그가 놓은 선로대로 우리 합중국은 좋으나 싫으나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쟁은 그가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곳에서 터지겠지요.”

“······장관. 아메리카가 전화(戰火)를 피할 방법이 정녕 없겠습니까?”

“우리가 이번 전쟁의 부외자가 된다면, 저 전쟁의 승리자가 노릴 다음 타겟은 우리가 될 겁니다.”

프랑스가 이기면 ‘캬~ 씨벌 프랑스가 해준 게 얼만데 통수질이지? 흥 기욤 삐졌어. 이제 미국이랑은 안 놀아줄 테야.’ 하면서 중지를 치켜들 게 뻔하다.

영국에게 독립한 이후로 박살났던 경제를 갓 회복한 신생국 미합중국은 ‘악’ 하고 단말마만 남긴 채 사라지겠지.

영국과 그 무뢰배 봉건 집단이 승리하면, 과연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공화국’을 가만 놔둘까?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를 숫제 장티푸스 같은 역병 취급하는 이들이다. 이번에는 ‘악’ 하고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할 거다.

“그러니 최선의 선택은, 프랑스의 편에 서서 전쟁을 이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로 끔찍하군. 끔찍하기 그지없어.”

메디슨은 한숨과 함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 순간.

- 벌컥.

“대통령 각하.”

“젠장, 내가 잠깐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지 않았나?”

말끔하게 차려입은 하급 관료는 인상을 잔뜩 쓴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죄송합니다 각하. 하지만 급히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제길. 뭔데 그러나?”

“방금 대서양을 건너온 소식입니다.”

대영제국이 프랑스에 선전포고했습니다.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 모두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

1814년 8월 30일.

대영제국, 시티 오브 런던.

이삭의 민족 영국 지사.

- 쾅!

군화 신은 험악한 발길질에, 고풍스럽게 장식해놓은 문이 뜯어지다시피 열렸다.

“하이랜더 연대! 돌격 앞으로!”

“모두 당장 머리 위로 손 높게 들어라! 그러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돌입! 돌입! 돌입!”

가장 전투적인 스코틀랜드 연대의 번뜩이는 총검이 선행하고, 혹시 모를 저항에 대비해 흉갑까지 든든하게 껴입은 레드코트가 그 뒤를 따라 진입.

“우린 대영제국 육군이다! 우리의 명령대로 하면 누구도 다칠 일 없다. 모두 다 벽에 일렬로 서!”

“우, 우린 영국인입니다!”

“씨발 그딴 건 모르겠고 일단 아가리 여문 다음 벽에 서라고!”

가장 먼저 1층의 안내 데스크와 홀을 제압, 병력을 소대로 나누어 각 층마다 동시에 문을 박살 내고 진입한다.

“손 들어!”

“당신들 뭐요!? 이건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요!”

“닥치고 손 들라고!”

- 빠악!

“억!”

“계, 계장님!”

“씨발 구경났어!?”

“다 벽에 일렬로 서!”

레드코트는 피가 묻은 개머리판을 거두고 쓰러진 자를 부축해 일으키는 이들에게 총검을 들이밀고 벽으로 몰았다.

언제 어디서 비열한 개구리가 납탄이나 칼침을 놓을지 모른다. 반항하는 자는 일단 무력화시켜야 후환이 없다.

“2층 제압 완료했습니다.”

“3층과 4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지사장실이 몇 층이지?”

“6층입니다.”

“좋아. 단단히 준비하지. 무슨 저항이 있을지 모른다.”

“““예!”””

- 콰직!

“동작 그만! 움직이면 쏜다!”

마지막으로 6층 지사장실까지.

삽시간에 시티 오브 런던에서 규모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건물이 제압되었다.

- 뚜벅, 뚜벅.

개미 한 마리 움직이지 못하는 적막함 속에서 군홧발 소리만이 울려 퍼지다가 어느 지점에 멈춰 섰다.

“네이선 로스차일드. 이삭의 민족 지사장. 맞나?”

“그렇습니다만.”

이제 마흔을 갓 넘겼을 법한 나이의 얼굴의 사내.

기품 넘치는 정장에 고급 시계, 금실로 수놓은 넥타이까지 입은 그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십수 정의 총구와 날카로운 총검에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선 로스차일드. 우린 대영제국 육군이다.”

“하하, 말 안 해도 그건 알겠소만.”

“이 건방진 새끼가!”

어느 분개한 장병이 찌른 총검이 훅-하고 턱 밑까지 들어왔으나, 그는 태연하게 눈만 꿈뻑일 뿐이었다.

“흠. 난데없이 정상 영업하고 있는 사업체에 와서 업무를 방해하고, 직원을 구타하고, 기물을 파손하는데다가 심지어 신체적 협박까지 일삼다니. 대영제국이 이렇게 비상식적인 국가였습니까?”

“네이선 로스차일드. 당신과 당신이 지사장을 맡고 있는 이삭의 민족은 우리 대영제국의 경제에 사보타주를 가하고 온 나라를 고통에 시름 하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웨스터민스터와 대영제국 전쟁부, 그리고 경시청은 당신을 긴급체포한다. 혹시 내가 열거한 내용 중 당신이 생각하기에 틀린 점이 있는가?”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그는 뒷짐을 진 채 당당하게 말했다.

“난 은행가이자 사업가고 금융가이자 금고지기입니다. 공장장들이 공산품을 만들어 팔 듯, 우리 같은 치들은 금융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이 업이지요.

소위 우릴 보고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절대 강매하지도 사기를 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욕심의 정도에 따라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 뿐.

법으로 정해진 한도에 따라 약관을 만들고, 그 약관에 따라 상품을 만들어 팔 뿐이고, 투자자들은 그 약관을 모두 이해하고 설명을 들은 뒤 도장을 찍은 것인데, 돈을 타 먹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투자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때는 막상 자기들 탓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가져간 ‘몫’도 토해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겠지요.

아니라면 뭐,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사기꾼이고 기만자겠지.”

“···더 들을 필요도 없군. 당신을 경제사범 및 사기죄로 체포한다. 이봐 이놈 끌어내.”

“예!”

“내 발로 가리다.”

그는 순순히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수갑을 차고 살기 등등한 병사들 사이를 그대로 걸어 나가 호송마차에 올랐다.

“···아주 독종이군.”

“유대인이 다 그렇죠 뭐.”

“이제 적산 압류에 들어간다. 여기 있는 모든 걸 국고로 환수하고 재무부에 넘긴다.”

“예!”

영국군은 총을 내려놓고 주인 잃은 지사장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여기! 금고가 있습니다! 일곱 개쨉니다!”

“망할 유대인 새끼. 영국 국민들의 등골을 뽑아서 여기 다 넣어놨군. ···열리나?”

“따는 건 힘들 거 같습니다. 아예 통째로 부수는 게 더 쉬울 거 같습니다만.”

“좋아. 공병대 불러오지.”

공병들이 못과 정, 그리고 장비를 가져와 압류한 금고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휴우. 아예 문짝을 뜯어냈습니다. 보통 튼튼한 놈이 아니네요.”

“좋아. 이제 안을 한번 보자고.”

“······잠깐. 이게 뭐야?”

*

[···오늘 자랑스러운 대영제국 레드코트와 경시청이 합동으로 밝혀낸 진실에 의하면, 이삭의 민족 영국지사는 애시당초 대영제국의 산업, 경제, 사회 전반에 이르러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적인 음모의 결정체다.

대영제국이 압류한 이삭의 민족 영국 지사의 자산에서 파운드는 일체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이 프랑스 리브르, 일반적인 것보다 순도가 낮은 금괴와 은괴, 진위가 의심스러운 보석이었습니다.

이는 곧 이들이 정상적인 상업, 금융 회사가 아니라 기욤 드 툴롱의 악랄한 수탈 전진 기지였다는 증거이며 이에 따라 웨스터민스터와 영예로우신 국왕 폐하, 섭정 전하께서는 현 시간부로 인간이길 포기한 사기꾼, 기만자, 유사 유대인 기욤 드 툴롱의 프랑스 공화국과 전면적인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1814년 8월 31일.]

***

프랑스 공화국.

대서양 함대 군항, 브레스트.

고요함 가운데, 담배 연기만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 이곳.

“······.”

“······.”

“전체- 차렷!”

담배를 태우던 해군 장교들은 손에 든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버리고 구령에 맞춰 발을 굴렀다.

“쉬어도 좋다. 일단 앉지.”

군모를 벗어버리고 자리에 앉은 루카스 제독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 착석했다.

“파리에서 온 소식이다.”

“······.”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마침내 루카스 제독이 입을 열었다.

“1700 현 시간부로 우리 공화국과 대영제국은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

모두의 눈이 부릅 뜨이고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 얼마나 고대했던 날인가! 얼마나 힘든 날이었는가!

루카스 제독 또한 벗어놨던 군모를 다시 머리에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부터 사자의 내장에 구멍을 뚫는다. 우리가 있는 한 공화국의 바다는 그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는다.”

군항, 툴롱.

[전 잠수함 함대 발진 완료했음. 통령님이 보우하사 모두에게 무운이 깃들길.]

군항, 마르세유.

[제 2잠수함 함대 발진 완료. 목적지는 몰타.]

군항, 생나자르.

[제 4잠수함 함대 발진. 시계 적당하다. 노퍽으로 향하겠음.]

누군가 맞춘 타임 테이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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