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혁명도 사업입니다-324화 (303/341)

주사위 (1)

화전양면전술이라고 들어는 봤나?

빨갛다 못해 시뻘건 주제에 [혹부리-뽀글머리-기쁨조 속옷에 20억 쓰는 고모부 살인자]까지 돼지새끼 3대를 전제군주로 모시는 윗동네 새끼들이 밥 먹듯이 하던 거 말이다.

- 서울 불바다 만들거임. 진짜임. 우리 개쩌는 새 탄도탄도 만들었음.

- 남조선아. 사실 우리 전쟁할 힘도 없는 거 알지? 아이 러브 피스피스. 쌀만 좀 보내주면 아니 되겠니? 아 기왕이면 약품도.

GOP 소초에서 대북확성기 및 TOD, 존나 큰 멧돼지와 함께 니나노 즐거운 군생활을 보낸 이 몸이 그 시뻘갱이 도적 새끼들의 전략 전술에 통달하지 못할 순 없는 법.

“프랑스인들의 혁명은 어디까지나 우리 영국의 명예혁명을 본받아 일으킨 소요일 뿐입니다.”

눼눼 그르시겠죠. 역시 우리 해적국 친구들은 뭣 하나 노략질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프렌즈구나?

그러나 속마음과 달리 난 서비스 정신 가득한 스마일, 스위트한 미소를 지었다.

본래 화전양면전술은 약자가 취하는 가장 좋은 수였고, 프랑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영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80%을 생산했고, 그 철강의 원재료인 철강석의 공급은 영국의 우호국인 스웨덴 왕국.

유럽인들은 저렴한 영국산 포목을 가지고 옷을 만들어 입었다. 심지어 프랑스조차.

그뿐인가? 전 세계 화약 생산량의 과반 이상 또한 영국령 식민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영국령 인도에 위치한 질산칼륨 광산이 화약의 원재료를 펑펑 뿜어냈으니 당연한 일이지.

군수산업의 핵심인 총과 쇠를 손에 쥔 영국에게 1년 예산의 35배에 달하는 빚을 업은 프랑스가 전쟁을 건다?

이게 게임이냐 소리가 절로 나오지.

하지만.

이제 20년이 흘렀다.

이제 프랑스는 영국과 비슷한, 아니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한다. 게다가 품질도 더 좋은 철강을.

물론 바닷길이 끊기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이미 파리엔 강철 주괴가 산처럼 쌓여있다. 한 몇 년 봉쇄당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단 말씀.

프랑스 국민방위대 화약국의 라부아지에와 듀퐁은 합성화약 제조법을 발명하여 질산칼륨 광산 의존도를 현저히 낮췄다.

라씨가 사람이 조금 그렇긴 한데... 일은 참 잘해. 두 손 번쩍 들고 살려만 줍쇼! 할 때 노예계약서를 주고 살려놓길 잘했다.

미스터 단두대, 그러니까 소르본 대학에서 고전 경제학을 가르치는 우리 로모 씨가 경제와 사업체를 조져버린 원 역사와 달리, 프랑스 곳곳에는 중소기업이 싹을 트고 자영농이 자리 잡았으며 기계문명의 이기로 전 프랑스는 3일 생활권 안에 들어왔다.

국민의회는 “빵에 대한 보편적 권리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고, 파리에 존재하는 1200개의 제빵소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제빵소가 적절한 시기에 곡물을 공급되도록 유통망을 조정해 곡물가의 앙등(仰騰)을 예방했다.

아, 물론 그 유통망은 내가 깔고 닦은 철도와 도로를 이용한다. 기차 만세 기계문명 만만세.

이제 프랑스인들은 돈이 많든 적든 언제 어느 지역에서나 최소한 굶고 다니진 않게 됐다.

배고프다고 까짓거 세상을 갈아버리자-했던 1789년의 목소리가 승리한 것이다.

그렇다. 20년에 달하는 프랑스의 벌크업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고 나는 드디어 퉁퉁이 앞의 노진구, 엄석대 앞의 한병태, 가영이 앞의 이누야샤 같은 삶을 그만두고 찐따의 탈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따라 담배 맛이 더 좋네.”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해적놈이 주제넘게 깝죽대길래 아가리 다물라고 했습니다.”

“저도 한 대 주시죠. 입맛이 싹 도네.”

나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루카스 제독에게 건넸고, 루카스 제독은 ‘크 이게 인생이지’ 하는 얼굴로 불을 붙였다.

“햐, 그 단벌 신사 기욤 드 툴롱에게 공짜 담배를 얻어 피다니. 나중에 회고록에 한 자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으하핫. 감사합니다.”

“저도 이삭의 민족 회계 장부에 한 자 적어 놓겠습니다. [미수금, 담배 1개비. 장 에티엔 루카스 제독].”

“아니 돈으로 산을 쌓아놓으셨으면서!”

“자그마한 것부터 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돈으로 산을 쌓을 수 있는 법이거든요. 참고로 전 법정 이자 따박따박 쳐서 받을 겁니다.”

“젠장.”

“스몰토킹은 이 정도까지만 하지요. 제독, 우리 해군은 얼마나 준비됐습니까.”

루카스 제독은 내가 묻자, 자세를 바르게 하고서 답했다.

“공화국 해군과 해군육전대는 우리 공화국을 위해 한목숨 멋지게 불사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각하.”

이, 이 시발. 북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좀.

마초를 넘어 개쌉마초의 시대 아니랄까 봐 배드애스의 향기가 너무 짙다. 내가 이해해야지 원.

“구체적으로 어떤 작계가 준비되어 있습니까?”

그는 주변에 자리한 제독들과 시선을 교환한 뒤, 지도에 미니어처를 늘어놓았다.

“각하. 객관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공화국 해군 사관들은 아직도 영국 왕립해군 사관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렇습니까.”

이건 좀... 김 새는데. 내가 땅개 출신이긴 하지만 밥 달라고 징징대는 해군을 완전히 외면한 것도 아닌데 초장부터 ‘우리 야캐요.’하는 소릴 들으니 기분이 다운된다. 지들이 뭐 노루야? 노루 야캐요. 기욤의 멘탈도 야캐요...

“각하께서 실망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자들은 단 한 번도 해상패권을 놓쳐본 적 없으며 해군전통 또한 끊긴 적 없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혁명 이후 프랑스 해군이 어디 정상적인 상태였나?

육군에 비해 혈통과 가문 이름을 더 중요시하는 귀족적인 문화 탓에 혁명이 터지자 간부들은 모두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면서 도망갔고, 해군은 배는 있는데 그걸 몰 사람은 없는 아노미 사태에 빠졌다.

작고한 트레빌 제독과 내가 20년 동안 열심히 재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로열 네이비가 놀지는 않았을 테니... 어쩔 수 없나.

“따라서 해군부는 전쟁 발발 직후 적들의 방심을 틈탄 기습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우리가 취할 수 있을지에 앞으로의 해전의 향방이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루카스 제독은 지휘봉으로 영국 브리튼 제도 곳곳을 톡톡 두들겼다.

“영국 왕립 해군의 핵심 군항으로는 노퍽, 도버, 그리고 포츠머스 이렇게 세 곳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목표는 전략 병기인 전열함을 최대한 격침 혹은 최소 연 단위로 건선거 신세를 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계획은 있습니까?”

“예. 전쟁 발발 즉시 비밀리에 양성해놓은 우리 잠수함대가 칼레 항에서 출발해 놈들의 군항 밑에 숨어든 뒤, 장대를 이용해 적 전열함 하부에 시한 기뢰를 부착할 겁니다.”

“시한 기뢰라. 우리 장병들은 안전합니까?”

“예. 기뢰는 충분히 우리 잠수함대가 이탈할 시간이 지난 뒤에 폭발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우리 장병들의 안전도 고려돼 있다면 제가 더 요구할 건 없군요.”

나는 잠시 제독들이 해준 말을 곱씹다가 입을 열었다.

“만일 기습공격이 성공한다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됩니까?”

“적의 본토 군항을 제압했으니 이제 해외에 위치한 핵심 군항을 제압할 차례입니다. 지브롤터, 몰타, 이집트 말이지요.”

“작전 성공 즉시 툴롱과 마르세유, 브레스트에서 수상함대가 출발해 그 세 곳에 총공세를 퍼부을 겁니다.”

“잘알겠습니다.”

“더 여쭤보실 건 없는지요?”

“여기 계신 여러분이 우리 프랑스에서 가장 전문가이신데 제가 더 물어봤자지요.”

당장 땅개인 내가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이해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는데 어찌 감히 감놔라 배놔라 하겠나.

원래 좆문가가 전문가인 척 훈수 두면 잘 될 일도 망하는 법이다.

“작전 승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단단히 준비하십시오. 여러분의 손에 우리 공화국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음.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다들 아주 가슴이 빵빵레후해졌구만.

하기야 내 나라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렸다고 하면 그러지 않는 게 더 이상한가.

그래도 바람을 좀 빼놓는 게 낫겠지. 저러다가 회까닥 더 돌아서 ‘순교’니 ‘거룩한 희생’이니 운운하면 완전 일본제국 아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작전은 우리 뒤통수에 영국 놈들의 비열한 빠따가 꽂힌 뒤에 실행할 겁니다. 어설프게 놈들에게 명분을 주지 마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각하.”

“하지만 각하. 이렇게 만전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장병들의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건 걱정마세요. 영국은 조만간 무조건 선전포고할 테니까.”

“예?”

나폴레옹이 베를린으로 가고 있거든.

***

프로이센 왕국, 베를린.

“호엔로에가 패했다고?”

“그렇, 습니다.”

“병신 같은 놈! 어떻게 해야 왕국의 절반을 날려 먹을 수 있지?!”

“진정하게 블뤼허.”

“각하. 어찌 진정할 수 있겠습니까! 호엔로에 그 버러지가 만들어 놓은 꼬라지를 보십시오! 이 인간 프로이센 블뤼허가 일군을 맡았다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대재앙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제발, 그 말을, 좀. 에휴. 됐네.”

어떻게 된 게 예순을 처먹고도 말뽄새가 갓 사관학교 나온 애새끼들과 똑같단 말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꾸욱 눌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전쟁은 병신 같은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한들 대체 프로이센은 전리품으로 뭘 챙길 수 있단 말인가?

알자스-로트링겐? 쩐주인 영국이 대가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그걸 허락해 줄 리는 만무하고 프로이센의 체급으로 소화할 수도 없다.

국왕이 조금만 현명했더라면, 그걸 깨닫고 멀찍이 구경만 했으련만 프랑스의 빌헬름(기욤의 독일식 발음)이 씨부린 그놈의 자유인지 공화인지에 겁먹어 대뜸 러시아와 함께 선전포고를 갈겨버렸다.

프리드리히 대왕 이래 쌓아온 국가의 부는 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사들인 영국산 군수품의 대금으로 물 새듯 나가고 있고, 고급 장교부터 말단 부사관에 이르기까지 전부 전공을 세워 신세를 핀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전쟁! 오직 전쟁!’을 외쳤다.

‘왜 개구리를, 프랑스군을 그렇게 약자로 보는 거지?’

20년 전. 라파예트와 발미에서 검을 맞대본 브라운슈바이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장에서 맞이한 프랑스군은 왕가의 백합무늬 대신 삼색기를 펄럭였고, 부르봉 왕가의 영광 대신 시민의 영광을 부르짖었으나 그들은 결코 옛날 명성을 떨치던 프랑스군과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부족한 전투력은 감탄 나올 정도의 투지로, 열세인 장비는 드높은 사기로.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났고, 그 20년은 부족한 전투력을 훈련으로 극복하고 열세인 장비를 신형 장비로 대체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과연 20년 전 프랑스군보다 지금 프랑스군이 열등할까?

리슐리외의 재림이라 불리는 기욤 그자가 가꾼 프랑스군이 말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지도를 쳐다보았다.

일단은, 이러나저러나 베를린으로 진격해오는 프랑스군을 막아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