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이···익, 씨발! 형 맘대로 해! 나도 몰라 이젠!”
난 신경질적으로 방문을 쾅 소리 나게 닫고 나폴레옹 형네 하숙집 계단을 내려갔다.
씨발.
아니 사람이 자존심 내세우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지, 생판 모르는 사람이 도와준다고 한 것도 아니고 나름 몇 개월 동안 굉장히 친해진 사람이 도와주는 것도 거부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래도 이 정도로 단호하게 도움의 손길을 외면할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마음이 좀 안 좋기는 하다. 나폴레옹 저 사람이 날 그렇게 가까운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고.
하긴 내가 저 양반이 가진 근심거리가 뭔지 알게 된 것도 저 양반이 말한 게 아니라 우연히 알게 된 거니, 나폴레옹 형은 애당초 아무한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 것은 맞다.
- 이봐! 나폴레옹! 도대체 방세는 언제 줄 거니? 벌써 석 달 치가 밀렸잖아!
- 아···아지매. 지금 손님도 와있는데 그··· 돈 얘기는 조금 이따가 하모 안되겠심니꺼?
- 시끄러워! 손님이던 뭐던 내가 알게 뭐야!? 내가 이러는 게 네가 싫어서 그러는 거니? 내가 마땅히 받아야할 걸 안주니까 이러는 거지! 마지막으로 5일 주겠어, 나폴레옹. 그 뒤에는 짐 싸서 나가던지 알아서 해!
- 하··· 알겠심더. 5일 안에 어떻게든 준비해 볼 게예.
나폴레옹 형이 살고 있는 하숙집 주인 성격이 불같다는 건 몇 번 나폴레옹 본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손님이 있는데도 세입자를 들들 볶아먹을 줄은 몰랐다.
설마 나폴레옹 형의 자존심을 일부러 긁어서 돈을 받아내고자 한 건가? 정말 그랬다면 저 아줌마는 하숙집 주인을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해야 되겠네.
- 마···기욤이. 오늘은 고마 들어가 봐라. 내는 좀 생각할 게 많다 아이가···.
나폴레옹 형은 그 일이 있었던 직후, 날 떠밀다시피 하숙집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다.
나폴레옹 형의 자존심은 어마무시하다.
그런데 그 자존심이 뭉개지는 걸 심지어 가장 아끼는 친구 겸 동생에게 보여주다니, 21세기 현대인의 머리를 가진 나도 친한 친구나 동생 앞에서 저런 개쪽을 당하면 열불이 나는 게 당연지사다.
하물며 가오에 죽고 가오에 사는 18세기 기사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 시대 사람, 그것도 명예에 박아대는 군인이라면 말 할 필요조차 없다.
아무튼 나폴레옹 형과 내가 거둔 위대한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나폴레옹 형네 집에서 단 둘이서 조촐하게 열기로 한 2차 파티는 이러한 사태 때문에 없었던 일이 돼버렸고.
나폴레옹 형의 얼굴이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빨개졌던 건 아직까지 내 뇌리에 남아 잊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그 일이 있었던 다음 날 아침인 오늘.
나는 나폴레옹 형을 찾아갔다. 그래도 사람이 제일 아플 때 곁에 있어줘야 친구 아니겠는가.
문득 그 파리 놈들한테 시달릴 때 처음 나폴레옹 형을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만난 인연이 하필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라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 했었지.
물론 어느 정도 지난 뒤에는 그가 미래에 프랑스를 이끌 위인이 된다는 점에서 떡고물 좀 얻어먹고 싶은 사심에 더욱 붙어 다니려 했었다.
그러나 한 반년 이상 계속 붙어 다니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떡고물 얻어 먹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진실된 친구로서 그를 대하기 시작했다.
이 요상한 시대에 갑작스럽게 태어나서 크는 동안 맘 터놓고 얘기해 본 사람이 없었던 게 컸을까.
나폴레옹 형은 어느 순간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난 그 사람이 축 쳐져 있는 모습이 보기가 싫었다.
아무렴 미래에 프랑스를 이끌 대명장이 저렇게 의기소침해 진 모습은, 나폴레옹 위인전에서 나오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알고 있는 누구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친구한테 도움 좀 받으면 어디가 덧나나?”
나폴레옹 형네 하숙집을 나가면서 난 누군가 들으라는 듯 크게 소리쳤다.
뭐, 그 사람이 들을지 안들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폴레옹 형은 내가 건넨 위로는 고맙게 받았지만, 내가 도움의 ‘도’를 꺼내자 날 내쫓아버렸다. 상처받은 마음에 하루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나보다.
그래도 어쩌랴.
난 우리 나폴레옹 형이 잘 곳 없이 이곳저곳 노숙하러 다니는 건 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나폴레옹 형이 내가 건네는 도움을 받을 리도 만무하고.
이제 남은 수는 나폴레옹 형 몰래 내가 형 방세를 내버리고 모른 척하는 것, 아니면 구구절절하게 나폴레옹 형의 마음을 돌려놓을 만큼 입을 털어야 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가 남았다.
나폴레옹 형 방세를 몰래 내는 순간 난 나폴레옹 형과 연을 끊을 생각을 해야 한다.
당장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형이 느낄 비참함은 말도 안될 정도겠지.
그러면 내가 이제 내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형 제발 내 도움 좀 받아줘!’하는 방법뿐인가.
쉽네. 자존심 버리는 거. 이미 21세기에서 사업할 때 많이 겪어봤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한 나한테 자존심 버리고 기는 거야 뭐 상관없거든?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
어느새 도착한 하숙집에 있는 내 방문을 열고, 난 주저 없이 펜을 꺼내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벌컥벌컥
나폴레옹은 어디서인가 구한 술을 병째로 들이 키고 있었다.
포도주도 아닌 항만노동자들이나 마실 법한 저렴하고 저급한 양조주였지만 지금은 뭐 던 간에 알코올이 마시고 싶었다.
“···후.”
병에 들어있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입에 털어 넣은 후, 나폴레옹은 병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병은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자신처럼 던져진 병들 사이로 굴러 들어갔다. 벌써 세 병째였다.
나폴레옹은 병이 굴러가 다른 병들에 닿는 걸 가만히 보고 있다, 알코올과 술기운 때문에 뻑뻑해진 눈을 연신 손으로 비벼댔다.
손에 먼지가 묻어 있었던 건가 눈이 아팠다. 눈물이 찔끔찔끔 새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은 나폴레옹의 뺨을 타고 한 방울씩 주르륵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폴레옹은 흐느끼고 있었다.
눈이 아파서는 아니었다. 눈에 들어간 먼지는 이미 눈물에 젖어 바닥에 떨어졌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브리엔에서 겪었던 첫날의 아픔보다, 어제와 오늘 겪었던 아픔이 그에게는 더 크게만 느껴졌다.
브리엔에서 있었던 일은 자신 혼자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자신 혼자만이 아프고 어려운 건 상관없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브리엔의 그 텃새에도 꿋꿋하게 수석을 차지하고 버텨낸 자신이었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은 이 프랑스 본토에 온 이래, 처음으로 가까워진 사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기욤 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데. 하필 그걸 친한 동생 앞에서 보여주다니.
“흑···흑.”
어느 샌가 나폴레옹은 소리 내 울고 있었다.
처음 프랑스 본토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맺혀있던 울분을 토해내려는 듯. 나폴레옹은 서럽게 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폴레옹은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쾅쾅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씨? 계십니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씨!?”
편지를 나한테 보낼 사람이 있나? 나폴레옹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윽···. 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씨 맞으십니까?”
“···맞심니더.”
우편집배원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술 냄새에 움찔하면서도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당일 특급으로 나폴레옹 씨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당일 특급? 누가 보냈습니꺼?”
“그거야 뭐,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겠죠. 전 배달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것까지는 못 읽어 드리겠네요.”
집배원은 뭐 그런 걸 다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인 뒤, 하숙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 사람 참 차갑고마···.”
나폴레옹은 집배원의 태도에 서글퍼졌다.
그런 생각을 잊으려는 듯 나폴레옹은 서둘러 편지봉투를 열고 편지지를 꺼냈다.
편지지에 써있는 이름은 너무나도 친숙한 이름이었다.
“···마 기욤이.”
나폴레옹은 방문을 닫고 책상에 앉아 편지지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나폴레옹 형에게
형, 우리가 만난 지도 이제는 반년을 넘어 거의 1년에 가까워지고 있어. 그걸 깨달으니 문득,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기억나더라. 형도 기억할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아주 바짝 긴장해서 ‘넵넵!’ 거렸던 거, 지금 생각하니까 나폴레옹처럼 요상한 인간한테 형이랍시고 긴장탔던게 진짜 개쪽팔리는거 있지.]
“하···머라카노, 요 쪼매난 얼라가.”
나폴레옹은 문득 기욤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며 잠시 웃었다.
[우리가 같이 지낸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이삭의 민족’도 그렇고, 며칠 전 있었던 파리파 놈들 머리 깨버린 일도 있었고 말이지. 아 생사고락을 함께한 그런 전우를 이렇게 문전박대하다니 형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인정하지?]
나폴레옹은 지긋이 계속 읽어 내려갔다.
[아무튼 형한테 내쫓긴 이후에 내가 곰곰이 우리가 같이 했던 일을 하나씩 짚어가며 생각해봤어. 이삭의 민족이던 간편식사건 이번 파리 놈들 대가리 깬거 모두 말이야. 그러니까 알게 되더라고 아, 이 모든 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 양반 없이는 못해냈겠구나.]
“뭐라는 거고? 다 지가 잘나가꼬 한 기지.”
[뭐, 이걸 읽고 있다면 그거 다 내가 알아서 한건데 왜 자기가 없었으면 못했다고 하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가 봤을 땐 형 없었으면 못하는 게 맞어. 간편식사도 형의 아이디어를 내가 빌려서 낸 거고, 위고 그 재수 없는 새끼 머리 깨버린 것도 형의 지휘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지도 몰라.]
“마 쉐끼 아첨 좀 할 줄 아는고마.”
나폴레옹의 입꼬리는 어느새인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크게 웃는 정도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형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 형이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라서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해낸 일에 동참해온 동지로서 대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주는 건 도움이 아니야. 음, 뭐랄까 ‘배당금’. 그래 배당금이라고 하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준 발명가에게 주는 배당금. 그리고 용맹하게 군대를 이끌어 적을 물리친 장군에게 주는 ‘포상금’이야. 이건 형이 지금까지 나와 함께해온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이삭의 민족’ 사장으로서 협업자에게 건네는 대가야.]
나폴레옹은 문득, 편지지 밑에 무언가 대롱대롱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잠시 편지지를 내려놓고 편지지에 달려있는 돌돌말린 종이를 꺼냈다.
- 어음. 금 1천 리브르. 발행자 기욤 드 툴롱. 발행기관 파리 중앙상공회의소.
[참고로 이걸로 난 형한테 특허를 산거나 마찬가지니까 내 사업이 커진 뒤에 로열티니 뭐니 달라고 해도 한 푼도 안 줄 거야. 그러니까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고 그냥 가지고, 그만 쫌생이처럼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이거 다 읽으면 우리 집으로 와. 빡쳐서 와서 날 패던, 뭘 하던 신경 안 쓸 테니까 형 맘대로 하라고. - 기욤 드 툴롱 -]
“하모, 개쉐이가···. 아주 패버릴끼다.”
나폴레옹은 울고 있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편지지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 눈물은 더 이상 서글픈 눈물이 아니었다.
***
“···그러니까 귀관이 말하는 건···.”
“예, 3학년 과정까지 한 번에 이수할 수 있게 해주시믄 고맙겠심더.”
“자네는 이제 고등 1학년이야. 고등 3학년 치까지 한 번에 받겠다면 남들이 3년 동안 공부할 걸 1년 만에, 그것도 심화 과정일 텐데 그걸 어떻게 하려고 하나?”
파리중앙학교 학교장은 우려스러운 얼굴로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생도를 보고 있었다.
이 맹랑한 생도는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제 중등과정을 마치고 고등 과정으로 올라간 1학년 주제에 3년 치 공부를 할 테니 자신을 3년 일찍 졸업시켜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왔다.
“아무리 자네가 열정이 있고 패기가 있다고 해도, 우리 학교의 설립 이유는 높은 수준의 장교의 양성에 달려있네. 포도주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맛이 좋아지듯 학생들도 똑같단 말이네. 머리가 커져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있는 법이야. 알겠는가?”
교장은 그렇게 말한 뒤, 어디 할 말 있으면 해보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생도를 쳐다보았다.
생도는 잠시 생각하는 듯 싶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전 할 수 있심더. 아니, 무조건 할 수 있심더.”
“하아···.”
교장은 고개를 돌려 한숨을 쉬고 다시 생도를 쳐다보았다. 생도의 눈은 한 치의 탁함 없이 빛나고 있었다.
‘쯧, 저렇게 굳게 생각하는 걸 보니 더 타일러도 들은 체도 안하겠군.’
저런 눈을 이전에도 교장은 본 적 있었다.
마치 자기가 누구보다 대단하고 적수가 없을 만큼 뛰어나서 평균적인 교육과정은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들.
지금 생도는 그런 사람들의 눈을 하고 있었다.
보통 그런 류의 사람들은 정말 세상에 다시 나오지 않을 천재거나 자신이 정규 교과과정에서 낙제한 나머지 행복회로를 돌리는 사람 둘로 나뉘기 마련이다.
그리고 교장이 봐왔던 사람 중에 첫 번째 케이스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현실을 상기시켜서 물러나게 하는 수밖에.
교장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자네, 지금 기수에서 몇 등인가?”
교장은 나폴레옹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어디 니가 그렇게 잘났다면 잘난 네 실력을 한 번 알려줘 봐라 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교장의 눈빛은 이어지는 생도의 말에 흐려지고 말았다.
“1등 입니더.”
“···1등?”
“예, 그렇심더.”
쯧, 교장은 한 번 더 혀를 차고 말았다.
기수 1등이면 여간 똑똑한 놈일 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다니.
이제 뭐 더 안 된다고 들먹일 이유도 없겠구만.
그래. 이 거만한 놈아. 네 말대로 해주마. 한 번 좆 돼봐라 이놈.
“···알겠네. 제군의 말대로 제군에게 1,2,3학년을 동시에 가르치겠네.”
“!”
생도는 그 말에 눈을 번뜩였다.
“그러나. 명심하게.”
“예.”
“자네가 3학년 치 공부를 한 번에 한다고 해서 우리 교관들이 시험을 한 번만 보게 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야. 자네는 매 시험을 1,2,3학년 치씩 세 번에 걸쳐서 볼 것이네. 알겠나?”
“예.”
“후··· 도무지···. 알겠네. 나가보게.”
교장은 질린다는 듯이 손을 휘저어 생도에게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생도는 경례를 마친 뒤 문을 열고 나갔지만, 교장은 골칫덩이가 생겼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쯧,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하던가?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군. 뭐 때문이지? 돈인가? 3년 치 학비가 없어서 1년에 다 끝낸다던가 그런 건가? 아니, 저 녀석도 나름 귀족인데 학비가 비싸긴 해도 3년 동안 못 낼 정도는 아니지.’
교장은 아껴놨던 포도주를 잔에 따라 마시며 생각했다.
***
“하모, 이제 물러설 곳이 없고마.”
나폴레옹은 교장실을 나서며 낮게 읊조렸다.
기욤이 준 1천 리브르는 물론 거액이다.
그러나 3년 동안 그 돈으로 생활하기에는 쪼들리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니 그걸 수수방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희대의 도박을 걸었다.
3년 치 공부를 1년에 끝낸다.
그러면 오백 리브르로도 충분히 1년 간 괜찮게 생활할 수도 있고. 어려운 가족에게 오백 리브르라는 돈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좀 힘들긴 할끼다.’
그러면 어떤가.
내가 준 돈으로 우리 가족도 숨이 좀 트일테고, 계획대로만 되면 조기 졸업으로 일찍부터 돈을 벌텐데 말이지.
좀 힘들어도 괜찮다.
난 나폴레옹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