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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67화 (267/267)

267화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

SW 반도체에서 좋은 소식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쪽이야 돈을 때려 박으면 그만큼의 성과가 그대로 나오는 편인 만큼 딱히 걱정이 없었는데.

파운드리 쪽은 얘기가 조금 달랐다.

단순히 투자액을 늘린다고 해서 성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분야.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 라인의 테스트 수율 결과입니다.”

“고생하셨어요.”

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돈을 퍼부은 만큼의 성과를 냈다 볼 수 있었는데.

마침내 SW 반도체에서 이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것.

오성전자로부터 사들인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

일명 GAA는 반도체 칩에 전류가 충분히 흐르도록 설계해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신기술인데, 기존 주로 활용됐던 핀펫 기술보다 면 하나를 추가해 게이트와 채널이 맞닿는 면적을 넓힌 기술이었다.

‘반대로 TSMC는 여전히 핀펫 기술을 유지 중이지.’

핀펫 트랜지스터가 슬슬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GGA는 신기술인 만큼 초기에 안정적으로 양산하기란 상당히 어렵고 투자 비용도 적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TSMC는 3나노에 있어서 GAA가 아닌 핀펫 기술을 고수한 거였는데…….

[SW 반도체, 오성과 함께 세계 최초로 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양산 출하 성공.]

이번 성공을 통해 3나노 경쟁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낸 것.

물론 SW 반도체 혼자만의 성공은 아니다.

SW 반도체의 2대 주주이자 핵심 원천 기술을 제공한 오성전자와 함께 이룩한 성과.

“이제 중요한 건 3나노 양산이 얼마나 빨리 안정화되는지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연말 내로 2세대 공정을 양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율이겠죠. 지금까지처럼 수율이 문제가 되는 일이 3나노에서도 반복돼서는 안 될 겁니다.”

한국에 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박 회장과 가진 식사 자리.

당연하게도 이번 3나노 양산 성공이 대화 주제로 나왔다.

‘3나노부터가 진짜 게임 체인저가 되겠지.’

사실 지금까지의 파운드리 업계를 놓고 보면 [TSMC >> 오성전자 >>> 그 외 업체]의 느낌이다.

오성전자가 7나노 이하 반도체 양산에서 수율에 문제가 생기며 고객사 대부분을 TSMC에 빼앗긴 것.

실제로 한때 오성의 고객사였던 애플과 엔비디아 모두 TSMC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 개발되지 못한 TSMC의 3나노 칩도 이미 애플이 1번 공급자로, 그다음은 인텔과 퀄컴이 가져가는 거로 예약이 끝난 상황.

물론, 그렇다고 SW 반도체와 오성의 3나노 고객사가 없는 건 아니다.

오성 또한 자체적인 수요가 있고, AMD와 스웜폰, 스웜카도 3나노 칩을 필요로 하니까.

‘3나노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따라잡고, 2나노부터 본격적으로 앞서 나가는 거지.’

3나노까지는 핀펫 기술을 여전히 쓸 수 있지만, 2나노부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만큼 TSMC 또한 GAA 기술을 택하게 될 텐데.

한발 앞서 GAA 기술을 개발한 만큼 더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그렇게만 된다면…….’

AMD의 경쟁사 엔비디아.

스웜폰의 경쟁사 애플.

두 회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SW 반도체의 칩을 공급받는 진귀한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美 칩스법, 오성·MK보다 TSMC에 악영향 더 크다.]

[TSMC도 고개 저은 美반도체법 ‘갑질’,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부 조건들이 있다”]

[미국의 외국 반도체 공급 업체에 대한 의존도 낮춰야… 백악관의 확고한 태도에 난색 표하는 TSMC.]

그런 그림 채색에 도움을 줄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도 잘 진행되고 있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상황.

버핏도 TSMC 주식을 대부분 다 팔았다 했을 정도였다.

아무리 TSMC와 대만 정부의 스탠스가 친미‧반중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중국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야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 * *

최준호 검사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최 프로, 결혼한다며?”

“식장은 어디야? 나도 불러 줄 거지?”

자신의 결혼이 검찰 내부에서 이토록 화제가 될 줄이야.

심지어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이자, 그의 라인 맨 꼭대기에 있는 이지한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부름까지 받았다.

“처남 되실 분이 선우진 대표시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만났던 적은 있지만 그때는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었다.

아무리 최준호가 그의 라인이라고는 해도,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기준에서 아직 부장검사도 되지 못한 최준호 같은 이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으니까.

“아! 얘기를 들어 보니 최 프로도 골프 좋아한다던데. 이번 주말에 같이 라운딩 어때요? 결혼 준비하느라 바쁘시려나? 그러면 다음 주도 괜찮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대체 뭐란 말인가.

검찰 내부에서도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이지한 차장검사가 이렇게 일개 부부장검사에게 이런 온화한 얼굴을 할 줄 알았단 말인가?

심지어 평대가 아닌 존대라니.

과거 그와 마주쳤을 때는 ‘야’나 ‘거기’ 수준이 아니라 손짓으로 부림을 당했던 최준호였다.

물론 최준호도 상대의 저런 태도가 어디서 기인하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지금 검찰 내부에서도 그의 동기,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그의 결혼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 그의 아내가 아니라 그의 아내의 남동생이었으니까.

“골프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안 그래도 조만간 김동욱 대표하고 골프 치러 가기로 했거든요. 최 프로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김동욱 대표면 톱6 로펌에 꼽히는 법무 법인의 대표 변호사다.

듣기로는 예전 이지한 차장검사가 꼬꼬마 평검사 시절부터 하늘같이 모시던 검찰 출신의 변호사.

‘골프를 좋아한다라…….’

과거에는 그저 그들만의 스포츠라 생각했고.

일에 치여 살던 평검사 시절에는 살인적인 업부량 때문에 배워야 한다는 얘기만 들어 봤지 쳐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평검사를 탈출하고 처음 잡게 된 골프채.

그나마도 검사들이 치는 골프에는 항상 변호사가 껴, 그 변호사가 비용을 모두 납부하는 게 일종의 룰이라는 걸 알고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었다.

물론 부장검사나 지검장님 모실 때에는 자발적으로 따라 나가 열심히 하는 척을 했었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었다.

‘괜히 아영이가 그간 우진이와의 관계를 숨겼던 게 아니구나…….’

문득 드는 생각.

로스쿨 때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고생을 했었다던데.

몇몇 친한 동기를 빼고는 잘못 알려진 거라며 열심히 정정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탓에 최준호도 지금까지 그런 예비 처남의 존재를 몰랐던 거였고.

지금 선아영이 느꼈을 기분이 어떤 거였는지 절실하게 공감되는 최준호였다.

“아! 그때 최 프로가 우리한테 청첩장도 나눠 주고 그러면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주말에는 결혼 준비로 바빠서요. 아마 다음 주, 그다음 주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리고 청첩장도… 죄송합니다. 이게 보안 이슈가 있어서 하객 수가 철저히 제한되어 있거든요.”

“…보안?”

“예. 우진이도 우진이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오신다고 해서요.”

“…….”

이어진 최준호의 말에 순간 입이 합!하고 닫히는 이지한 차장검사.

‘어디서 대검찰청 차잠검사 끗발 따위로 우리 결혼식에 오려고 해?’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드는 최준호였다.

예전에는 하늘보다 높아 보였던 상대였지만 이제는 그저 멀리하고 싶은 하이에나로 보일 뿐이었다.

‘내일이 되는 대로 퇴직 신청을 해야겠어.’

이걸로 마음은 굳혀졌다.

지금까지 뿌린 축의금이 있어 조금 더 버티려 했는데, 사실 이제 와서 그런 돈이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기업 법무 사건도… 최대한 안 맡는 게 좋겠지.’

원래는 퇴직 후 그간의 전문 분야를 살려 기업 관련 민상사, 형사 등을 주로 다룰까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사내 변호사가 되라는 처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제안한 연봉이 너무 부담스러워 거절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남 재산의 0.0001%도 안 되는 거 아냐?’

* * *

요즘은 시간 가는 게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다.

“서하야! 여기 봐. 삼촌 해 볼까? 삼. 촌?”

“사앙청?”

조카랑 매일같이 놀아 줘서 그런가?

이제 막 두 살이 된 서하는 우리 선 씨 가문의 피를 물려받아 그런지 애가 참 예쁘게 생겼다.

첫 딸은 아빠 닮는다던데 서하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어디를 가도 애가 너무 예쁘다며 나중에 연예인 시키라는 말을 꼭 듣는다던데.

‘연예인은 모르겠고. 연예 기획사는 나중에 하나 줄 수 있지.’

SW 엔터로 국내 연예계가 대통합된 지금.

수많은 산하 연예 기획사를 거느리고 있는 SW 엔터였는데.

서하가 원한다면 나중에 그만한 회사를 하나 또 차려 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책임 없는 쾌락인가?’

왜 그 많은 삼촌, 이모들이 조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깨닫는 요즘이다.

조카 특.

내 새끼인데 내가 안 키움.

나는 예뻐하기만 하면 되고 속 썩이는 건 누나한테 다 맡기면 됨.

“그렇게 애를 좋아하면서. 너 결혼은 안 하니?”

그리고 아줌마 특.

남 결혼에 관심 많음.

“응. 안 해. 누나도 결혼하더니 점점 엄마 닮아 간다? 왜 이렇게 내 결혼에 관심이 많아졌어?”

“너도 이제 서른이 넘었으니 그러지. 저번에 만난다는 미국 애는? 엄마는 너 국제결혼 해도 괜찮다던데.”

그리고 누나 된 아줌마 특.

하는 잔소리가 엄마랑 비슷해짐.

“서하야, 너희 엄마 삼촌한테 또 잔소리한다. 우리 엄마 빼고 우리끼리만 놀까?”

“웅!”

그런 누나를 사뿐하게 무시.

서하와의 놀이에 집중했다.

요즘 서하가 빠져 있는 건 핑크퐁 구급차 병원 놀이.

청진기에서 상어 가족 노래가 나와 서하가 참 좋아한다.

이거 때문에 핑크퐁을 만든 회사를 사들일까 하다가도… 그건 너무 나가는 것 같아 포기했다.

아무튼.

‘결혼이라…….’

비혼주의자인 건 아니니까 결혼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조카를 보고 느낀 건데, 언젠가는 나를 꼭 닮은 내 아이를 낳고 싶더라.

하지만 그게 지금이 아닐 뿐.

‘게다가 혼전 계약서도 작성해야 하고.’

미국 국적을 얻게 되고 좋은 점이 있다면 이거 아닐까.

한국 민법에서는 무효라 해석하는 혼전 계약서가 미국에서는 인정되니까.

[스웜 테크, 종가 사상 최고치 찍고 시총 3조 달러 ‘눈앞’.]

[세계 최초 종가 3조 달러 기업이라는 영예… 결국 애플이 아니라 선우진의 손으로?]

IPO 이후 주식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던 스웜 테크는, 최근 스웜폰2의 대박으로 애플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에 등극했다.

그와 반대로 작년 최고점 대비 -25%를 기록하고 있는 애플.

[1분기 전기차 판매량 30%↑… 스웜 모터스 1위, 결국 테슬라 제쳤다.]

[완전 합병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스웜 모터스와 테슬라… 전기차 시장 쌍두마차가 초거대 공룡으로 재탄생하나.]

자율 주행 레벨 3 상용화를 진작에 성공시키며 본격적인 자율 주행 시대를 연 스웜 모터스야 말할 것도 없었고.

‘여기에 조만간 기업 공개 될 스웜 엔터까지 합하면…….’

[스웜 구독자 수 10억 명 돌파… 인기의 한계는 대체 어디?]

[<마지막 마법사> 실사 영화 시리즈, 완결편에서 결국 30억 달러의 고지를 넘으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등극 및 역대 가장 많은 돈을 번 시리즈에 등극.]

1조 달러 이상의 시총을 가지는 기업만 벌써 세 곳.

그런 회사들의 지배 지분을 혹시 모를 이혼으로 잃는 불상사가 벌어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기업과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여파를 미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나, 매형이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지 알아?”

“…글쎄. 22년 7월 14일?”

오, 아주 비슷했다.

저 날은 누나와 매형의 결혼식 날이니까.

하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누나의 대답에서 딱 하루 전, 22년 7월 13일이 정답이다.

‘매형이 싱글로 남았던 마지막 날짜.’

몇 주 전 가졌던 남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

매형이 내 물음에 가장 행복했던 날을 그때라 답한 이유가 뭐였을까.

‘누군가 그랬지.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산증인에게 내가 직접 들었던 말.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아직은 지금처럼 열심히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게 더 좋기도 하고.’

나의 좋은 친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내게 큰 가르침을 줬다.

누군가와 한평생을 함께하는 삶보다 더욱 좋은 삶의 방식이 있단 걸 말이다.

물론 레오처럼 앞으로도 수십 년을 더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지금은 계속 달려 나가야 할 때니까.

스웜 엔터와 스웜 테크, 스웜 모터스와 아직은 상장 계획이 없는 스웜 캐피탈.

이 외에 AMD, SW 반도체, 스웜 뮤직 그룹, SW 엔터 등등.

수십 개의 회사를 갖고 있음에도 아직 내 욕심이 전부 충족되지 않았다.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기업 또한 언젠가 쇠퇴하기 마련이니 영원한 건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 끝을 보고 싶은 기분.

그리고 그 끝을 보게 된다면…….

‘내 이야기를 직접 글로 써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나인 걸 숨겨야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흔하디흔한 선우진 오마쥬 재벌물로 여기겠지.

제목도 이미 정해 놨다.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

어쩌면 웹소 작가, 그것도 2억 5천을 주식에 전부 태운 웹소 작가야말로 회귀의 전문가가 아닐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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