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64화 (264/267)

264화 국적 취득

[트럼프 서명까지 마친 美 칩스법, 미국의 속내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 시작, 중국 반도체 기업들 에칭 장비 못 구해 난감.]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지원법, 이른바 칩스법이 의회 통과를 거친 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쳤다.

거기에 더해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가 시작됐는데.

신규 장비 반입은 물론 기존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모두 금지하는 엄격한 규제였다.

이로써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대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반도체 회사들.

[건설 지원금으로 연방 자금에서 690억 달러 제공할 예정인 미국, 가장 큰 수혜자는 선우진이 될 듯.]

그중 가장 투자 규모가 큰 건 단연 SW 반도체였다.

계속되는 반도체 불황 속에 투자 축소는커녕 오히려 상향시켜 버린 SW 반도체.

경쟁 업체인 인텔, 마이크론, TSMC 모두를 합쳐도 SW 반도체의 설비투자액을 반도 따라오지 못했다.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돈으로 반도체 업계를 먹겠다는 과감한 전략.

“선우진이 결국 SW 반도체 투자 규모를 늘렸습니다. 무려 2,000억 달러로요.”

“참… 여러모로 대단한 인물입니다.”

백악관에는 두 명의 최우선 중요 대상이 있었다.

한 명은 당연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바로 선우진.

특히 반도체를 두고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된 이후부터 선우진의 행보는 미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였다.

물론 지금까지 줄곧 선우진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백악관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우선 지난 정권 때도 그렇고, 이번 정권에 있어서도 선거 캠프에 속하지 않았다 뿐이지 당선의 일등 공신이 바로 선우진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모습에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바로 선우진일 정도였다.

지나칠 정도로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자존심이 강한 독불장군 스타일인 트럼프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는 꽤나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그가 스스로 연설에서 밝혔던 것처럼 ‘무조건 이기는 싸움만’ 하려 하는 스타일.

그렇기에 트럼프의 선우진에 대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 거였다.

극단적으로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그에게 있어 언제든지 그가 지금까지 쌓아 온 평판과 업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우진은 절대 싸우고 싶지 않은 대상인 것.

“정말 엄청난 자금력이군요. 거의 국가 수준이 아닙니까?”

“일반적인 국가 그 이상이죠. 중국의 반도체 시장 크기가 2천억 달러 정도입니다. 중국 내 생산 규모는 고작해야 400억 달러 수준이고요.”

하지만 그런 모습은 최근에 들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물론 트럼프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달라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를 이루는 몇몇 인사의 태도.

“한 개인이 가지기에는 너무 강력한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3조 달러… 아니, IPO 계획들만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4조 달러 이상의 재산을 지니게 될 수도 있죠.”

“온갖 사업 영역에서 놀라운 속도로 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어요. 특히 인공지능 관련해서는 경쟁 업체들보다 몇 단계는 더 앞서 있고요.”

“자금력뿐만 아니라 인기와 유명세는 또 어떻고요? 아마 역사상 그 어떤 기업가보다 대중 호감도가 높은 사람이 바로 선우진일 겁니다.”

그건 모두 점점 거대해지고 있는 선우진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에는 수많은 거대 공룡이 존재했다.

애플로 대표되는 여러 빅테크도 그렇고, PC 시대 최전성기의 MS 또한 그러했다.

조금 더 시간을 뒤로 당기면 미국의 석유산업을 독점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부호가 됐던 존 록펠러도 있었다.

그중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반독점법이라는 미국의 철퇴를 맞은 전적이 있었고, 실제로 그들은 그 철퇴를 통해 적잖은 타격을 받았었다.

거대 공룡들과 미 정부의 싸움에서 결국 이기는 쪽은 언제나 미 정부였다는 것.

하지만 선우진, 이제는 록펠러의 미국 역사상 최대 부호라는 타이틀을 한참은 제친 그와 미국 정부가 붙는다면?

그때는 록펠러와 MS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최강대국을 향해 맞서는 건 아무리 선우진이라 해도 어불성설.

하지만 그건 미 정부가 분열되지 않고 합심해 선우진을 제재하고자 할 때의 얘기였다.

“당장 백악관에서도 반대 의견이 엄청나겠죠.”

“백악관뿐이겠습니까. 민주당 측 인사들도 반발이 심할 겁니다.”

하나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제도적으로 로비가 합법인 미국.

한 해에 로비 자금으로만 수십억 달러가 워싱턴에서 쓰여지는데.

그런 로비 자금이 최근 5년 동안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는 걸 모르는 정치인들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워싱턴에서 정치밥 먹는 이들인 만큼 5년간 로비 자금이 두 배가 된 이유가 누구 때문인지 모르지도 않았고.

게다가 선우진의 로비에는 조금 특별한 면이 있었다.

다른 미국 기업과 해외 정부, 각종 이익 단체들이 미 정부의 예산을 타거나 법규와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백악관과 의회 로비에 돈을 쓴다면, 선우진은 그러지 않는다.

애초에 대통령인 트럼프와 언제든 직통 전화를 할 수 있는 선우진이기도 했지만, 그런 걸 떠나서 선우진이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지금의 기준 이상으로 그를 방해하려 들지 말 것.

그러니 수많은 정치인이 선우진에게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거다.

돈은 돈대로 뿌리는데, 정작 바라는 건 딱히 없었으니.

“언론에 대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명한 얘기이지 않습니까? 머독 제국의 후계자가 선우진의 사이드킥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건요.”

“CNN은 어떻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요즘 HBO 맥스를 포기하고 스웜 눈치를 얼마나 보는데.”

게다가 양쪽으로 극단적으로 편향된 진보, 보수 언론 모두 선우진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뉴스 코퍼레이션, 타임워너의 3대 미디어 그룹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위에 SW라는 미디어 업계의 절대 강자가 등장한 격이었으니.

언론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재선을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언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진작에 선우진을 견제했어야 합니다. 지금은 늦어도 한참 늦었죠.”

“누가 알았답니까? 이 정도로 빠르게 그 정도의 위치에 오를 줄? 어떻게 된 게 손만 댔다 하면 족족 성공시킨단 말입니까?”

“코로나가 특히 주효했죠. SW 바이오의 백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니, 선우진에게 협력할 생각만 했지 그 반대를 전혀 생각 못 했었으니까요.”

즉, 어느새 선우진은 미국의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는 것.

이건 당장 다음 대의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무언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선우진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입니다.”

“선우진이 줄곧 미국의 편에 섰더라도 언제 돌아설지 모를 일이죠.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국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의 자산 대부분이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니 선우진에게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법이었다.

“…제가 Mr. 프레지던트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 명이 나섰다.

* * *

삼고초려라는 고사가 있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초가집을 세 번 찾았던 일화에서 유래한 말.

‘달리 말하면 그 제갈량도 세 번이나 거절은 못 했다는 건데.’

누군가는 힘으로 관우, 장비를 의동생 삼은 유협(사실상의 조폭) 두목 출신의 패왕 유비가 제갈량을 세 차례나 협박해 그를 부하 삼은 게 와전된 거라던데.

아무튼.

‘내가 제갈량보다 나은 사람은 아니지.’

아무리 내가 자뻑이 심해도 회귀빨을 거하게 받은 나를 초천재 제갈공명에 견줄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그 제갈량도 세 번 거절하지는 않았으니 나도 이번엔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제가 미국인이 됐으면 좋겠다고요?”

[음, 그렇네. 사실 지금도 명예 미국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하. 자네 만큼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됐던 인물도 없었으니.]

이번까지 합치면 총 세 번째로 내게 미국 국적 취득을 권유하는 트럼프.

지금껏 앞선 두 번의 권유는 모두 거절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마음이 당기긴 했다.

예전 알아둔 우수 인재 국적회복 제도라면 여전히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도 있었고.

‘슬슬 그럴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미국 정부와 나만큼 가까운 기업가도 또 없다지만.

가끔은 외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제약이 있기도 했다.

특히 AMD 인수 때와 이번 SW 반도체 설립 등에 있어서, 주요 전략 물자인 반도체가 아무리 미국 기업이라고는 해도 외국인인 내 손에 주도권이 들어가는 데에서 오는 반발이 없지 않았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손해 보는 것도 없고.’

미국인들이야 내가 미국 국적을 얻는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거다.

아니, 어쩌면 ‘선우진이 미국인이 아니었다고?’와 같은 반응을 또 보여 줄 수도 있고.

한국인들도 내 복수국적 취득을 문제 삼지도 않을 거다.

국적 관련 문제에 있어서 무적기인 ‘현역 군필’을 일찌감치 습득한 나였으니까.

즉, 내게 있어 미국 국적 취득은 노 리스크 예스 리턴뿐인 상황이라는 건데.

‘…왜 이렇게 마음이 쓰라리지?’

회귀 이후로는 이런 기분을 느껴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느껴 보는 억울한 기분.

군대 21개월 + 지금까지 6년 동안의 예비군 훈련.

아무리 꿀 중의 꿀을 빨아 왔더라도, 그 세월들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 * *

[선우진, 미국 국적 취득 절차 밟는다… “사업 위한 결정. 하지만 내 뿌리는 어디까지나 한국일 것.”]

[후천적 복수국적이라고 무조건 불허 아냐… 선우진 우수 인재 국적회복의 예외로 한국 국적 재취득 가능성 커.]

-ㄷㄷㄷ 우진 선.

-군필이면 뭐…….

-뭐야 한국도 복수국적 가능한 거였음?

-기준 빡세긴 한데 가능은 함 ㅇㅇ

-찾아보니 과학,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에게 (기존 외국 국적을 유지하게 하면서) 심의를 거쳐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제도라네요

-땡큐! 스피드웨건!

-과학: 일단 최첨단을 달리는 온갖 테크 기업이 얘 거임, 경제: 선우진임, 문화: 선우진임

-ㅋㅋㅋㅋㅋ뒤에 설명 선우진임으로 퉁치네

-근데 ㄹㅇ 다 해당이긴 하네 ㅋㅋㅋ 경제야 말할 것도 없고, 선우진 판타지계 노벨상인 휴고상 탔음 ㅇㅇ 네뷸라도 조만간 무조건이고.

언론에 알려진 내 국적 취득 절차.

국내 여론을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호의적인 반응들만 있었다.

역시 그간 쌓아 온 호감도가 있는 덕분.

거기에 다른 시민권 취득자들처럼 군대 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군 복무에 예비군 훈련을 6년차까지 끝내고 취득한다는 점에서 더욱 호의적이었다.

‘뭐… 어차피 사는 것도 지금처럼 대부분 한국에서 보낼 거기도 하고.’

한국에 있을 때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는 만큼, 그냥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것.

그리고 댓글들 말처럼 내가 국적 회복을 못 할 리도 없고 말이다.

그냥 한 며칠 정도 잠깐 상실하는 게 전부.

[선 선생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그러던 그때.

정말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지인이 있었는데.

“아, 당서기 님.”

바로 후싱루이였다.

중국 당국으로 인해 그와의 관계가 결국 안 좋게 끝났지만, 그와는 아무런 마찰이 없던 만큼 좋은 기억만 있어 꽤나 반가웠는데.

“…예? 뭐라고요?”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순간 욕으로 답할 뻔했다.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당서기 님.”

결국 약간의 어색함과 함께 끝이 난 통화.

제대로 인삿말도 없이 통화를 끊어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국 국적 말고 중국 국적은 생각 없냐고?

사람이 할 말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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