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스웜 모터스 IPO
미국 증권거래소에는 전통적으로 주식거래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벨이라는 행사가 있다.
왜, 옛날 영화를 보다 보면 주식거래소가 배경으로 등장할 때 시끄럽게 종소리가 울리는데 바로 그게 오프닝 벨 행사다.
미 동부 시간 기준 평일 9시 30분 기준, 주식시장이 열리는 걸 알리는 행사.
보통 때는 사회단체나 정치인, 외국에서 온 귀빈 등 업계 외 인사들이 오프닝 벨을 울린다.
하지만 신규 상장사가 뉴욕 증시에 처음 데뷔할 경우에는 신규 상장사 대표가 직접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 시작을 알리는 벨을 누르는 전통이 있는데.
‘나스닥에도 비슷한 게 있지.’
오프닝 벨만큼 따로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유명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업 공개 시 상장 기념식을 한다.
그리고 오늘, 나스닥에서 열리는 상장 기념식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는데.
[스웜 모터스 상장 기념식]
오늘이 바로 스웜 모터스의 기업 공개 날이기 때문.
“그간 신세만 많이 졌지 나스닥에 오는 건 또 처음이네요.”
“하하. 거래소 관계자들이 보스를 보려고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더군요.”
제이슨과 함께 찾은 나스닥 건물.
개장을 앞둔 거래소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자리해 있었다.
장 회장이나 박 회장 등 관련 인사들은 물론, 나스닥의 대표이사와 임원진 등의 귀빈들, 거기에 스웜모터스의 여러 이해관계자 등.
물론 기자들 또한 빠지지 않았다.
보통 뉴욕증권거래소에 비해서는 그리 크게 기념하지 않는 나스닥의 상장 기념식.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의 오프닝 벨 못지않은 규모로 상장 기념식이 열리는 거라던데.
‘이것도 나름 경쟁이니까.’
증권거래소들도 결국 상장사들로부터 수수료 받아먹는 곳이다.
규모가 큰 상장사들이 많을수록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늘어나는 것.
당연히 상장사들을 자기네 거래소로 유치시키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이기 마련이었다.
특히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서로 어떤 기업을 유치하느냐를 놓고 물밑 싸움을 수십 년째 이어 오고 있는 관계.
그런 만큼 스웜 모터스와 같은 기업이 뉴욕증권거래소가 아니라 나스닥에서 상장한다는 걸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싶어 하는 것.
‘지금 스웜 모터스에 쏠린 눈이 한둘이 아니니까.’
음… 내가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그 선우진’의 첫 기업 공개다.
당연히 세상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이 이번 IPO에 향해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신주 매수에 대한 문의 전화를 엄청 쏟아 내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개인 수요뿐만 아니라 기관 수요 또한 압도적인 수준이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스웜 모터스 확정 공모가 발표. 시초가 43달러부터 시작.]
그렇게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모가와 요청 물량을 받아 집계한 끝에 나온 확정 공모가.
43달러.
애초 34~38달러였던 예정가가 38~43달러까지 한차례 올랐는데도 결국 최고가로 낙찰된 거다.
그만큼 공모 수요가 무지막지하다는 뜻이었다.
‘…이러면 공모가 기준 스웜모터스의 기업 가치는 3,400억 달러가 되는 건가.’
이번 IPO에 공개되는 상장 물량은 전체의 10%로 7억 9,000만 주가량.
주당 43달러면 IPO를 통해 스웜 모터스가 340억 달러 정도를 조달한다는 뜻이었다.
중국 알리바바가 조달했던 250억 달러와 아람코가 조달했던 256억 달러를 한참 뛰어넘는 사상 최대 수준.
물론 그만큼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사실 나한테 그다지 필요 없는 정도의 액수지만.’
요즘 물 쓰듯…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돈을 써서 그런가.
340억 달러라고 하니까 ‘에게?’ 같은 느낌.
물론 애초에 내가 돈 벌자고 IPO를 하는 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뭐, 그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는 성공 신화 탓에 아직까지는 사업 영역에서 겹치는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내 적이라고 부를 만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게 언제까지나 지속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등의 상장 주간사들과 함께, 워싱턴의 정치권 인사들의 비자금이 들어간 펀드들과도 이익을 일부 공유하고자 하는 것.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나 혼자만 툭 튀어나와 있으면 남에게 미움을 받기 쉽기 마련이다.
그나저나-
‘3천억 달러라…….’
테슬라의 현 시가총액이 1조 달러 살짝 모자라는 9,500억 달러였다.
내 인수 소식과 뒤이은 최신 모델의 대박으로 반년 동안 30% 가까운 상승을 해 온 덕에 달성한 시총.
아직 사전 예약만 받았을 뿐 제대로 완성차 하나 못 생산한 스웜 모터스가 그런 테슬라의 3분의 1을 뛰어넘은 거다.
사람들이 스웜 모터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뜻.
물론, 스웜 모터스가 3천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평가받는 데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게 바로 선우진 클래스? 스웜 모터스에 기투자된 금액만 2천억 달러 이상.]
[건설에 들어간 최첨단 기가 팩토리만 12곳인 스웜 모터스, 세계 최고 전기차 생산 기업 되나.]
기사의 말대로 내가 지금껏 스웜 모터스에 투자한 금액만 2천억 달러 이상.
당연하게도 시총이 최소 2천억 달러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번 모델 S의 엄청난 사전 예약 돌풍 속에 스웜 모터스가 추가적인 기업 가치를 1,500억 달러나 획득하게 된 거다.
‘그간 스웜 모터스에 돈을 많이 쓰기는 했어.’
덕분에 미래차나 오성, GL에게서 원성도 적잖게 들었었다.
그들도 스웜 모터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내가 스웜 모터스의 자본금을 늘리면 그들도 그에 맞춰 돈을 납부해야 했었는데.
모두 그만한 자금력이 되지 않았던 것.
오성이라면 무리를 한다면 가능했겠지만 그쪽도 다른 사업으로 돈 나갈 일이 많다 보니 말이다.
‘뭐, SW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자금을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해결했지만.’
사실 그게 내가 줄곧 스웜 모터스의 자본금을 늘려 온 이유 중 하나였다.
SW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그들에게 자금을 대여해 또 다른 목줄을 채우는 것.
이미 지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내게 종속된 협력 관계라고는 해도 유비무환이라고, 이런 대비는 아무리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보스, 개장 시간입니다.”
제이슨의 말에 난 개장 시간에 맞춰 거래 시작 버튼을 눌렀다.
종소리가 울림과 함께 거래소의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환호를 내질렀다.
박수 소리와 함께 셔터가 따라오는 건 덤이었다.
* * *
[스웜 모터스, 상장하자마자 13% 급등.]
[+23%로 마무리한 스웜 모터스, 상장 역사상 사상 최대 거래량 기록.]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등 상장 주간사들, 일제히 초과 배정 옵션 발동? 스웜 모터스의 전망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
[‘초대박 IPO’ 성공한 스웜 모터스… 선우진의 반응은? “오랜만에 용돈 받은 기분”]
-선우진 지분율 따지면 한 270억 달러 정도 챙긴 건가?
-아ㅋㅋ 270억 달러면 나한테 용돈이라고.
-(정보) 선우진은 몇 년 전에 명절 때 고모한테 10만 원 용돈 받아서 기분이 좋다 인증한 적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ㄹㅇ임?
-ㅇㅇ 본인이 직접 썰 품.
-고모님도 난감했겠는데 ㅋㅋㅋ 3조 달러 부자한테 용돈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엄청 하셨을 듯.
-그때는 지금만큼 부자는 아니었음… 음… 그때 선우진 재산 한 2천억 달러 수준이었을 듯?
-2천억 달러면 지금도 선우진 제외 세계 1위 부자 수준인데;; 지금 재산 15분의 1이네;;
-근데 그러면 그 몇 년 사이에 자기 전 재산 10배 불린 거? 와; 이렇게 보니까 ㄹㅇ 미친놈인 거 새삼 와닿네.
-걍 투자의 신임.
* * *
뉴욕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곧바로 한국으로 귀국.
다른 재벌 회장들과 함께 전용기로 이동했다.
3억 달러 가치를 지닌 A380을 사 와 또 2억 달러어치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초호화 전용기.
박재용 회장 시대에 오며 의료용 헬기를 제외하고 갖고 있던 전용기를 전부 처분한 오성과는 달리, 다른 재벌 회장들도 모두 전용기 1대씩은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런 그들도 내부를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하더라.
선 대표님 전용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
“와아아아!”
“선우진! 선우진!”
그렇게 함께 인천공항에 들어섰는데.
날 향해 환호하는 수많은 인파가 보였다.
“역시 선 대표님 인기가 장난이 아니군요. 하하. 제가 선 대표님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일 겁니다.”
세 회장 중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미래차 장 회장의 발언.
뭐만 하면 미래차가 또 미래차했네 따위의 소리를 듣는 그와는 달리, 나는 이렇게 뭐만 하면 또 선우진이 국위선양했다며 칭찬 세례를 듣기 때문이다.
여하튼.
공항을 찾은 기자들과 가볍게 인터뷰를 한 후,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별다른 일정이 없을 예정이었다.
몇 개 있긴 했지만 모두 중요한 게 아니었던 터라 다른 이들에게 일임한 상태.
[초대형 국산 게임 나온다! <라스트 에이지> 한국산 MMORPG, 새 역사 쓰나.]
[선우진이 직접 세계관 제작에 참여한 <라스트 에이지>, 메타스코어 92점 기록해.]
드디어 SW 게임즈의 신작, 라스트 에이지가 공개되기 때문이었다.
‘개발진들이 그렇게 자신하던데…….’
SW 게임즈 내부에서 <라스트 에이지>를 놓고 세운 목표가 있었다.
십수 년 전 와우가 게이머들에게 줬던 충격을 재현하겠다는 것.
‘와우 최고 가입자가 1,200만 명이었댔지.’
단순 이용자 기준이 아니라 유료 이용자 기준.
그것도 당시 시기를 생각하면 말이 되나 싶은 정도의 가입자 수.
덕분에 와우를 플레이 해 보지 않았던 나도 당시 와우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인기를 <라스트 에이지>로 재현하겠다니.
SW 게임즈의 개발진들이 괜히 자신한 게 아닐 거다.
‘그런 만큼 나도 한번 직접 플레이 해 봐야겠지.’
세 차례의 CBT를 거쳐 이제 막 OBT에 들어간 거였는데.
OBT부터 나도 <라스트 에이지>를 플레이 해 보려는 것.
다만 현질은 따로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라스트 에이지>는 과금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
기존의 한국식 MMORPG처럼 페이 투 윈, 과금을 하면 강해지는 부분 유료화 방식이 아니라 ‘패키지 구입 후 월 정액 요금제’를 택한 거다.
기본 50레벨까지만 무료고 그 이후부터는 유료 그리고 장기간 결제 시 마일리지 등으로 치장템이나 밸런스에 영향없는 선에서 몇 가지 인게임 혜택을 주는 식.
그 외에는 유료템이 존재하지만 능력치와는 연관 없는, 외모/종족 변경권이나 탈것, 생활 지원형 등의 편리성과 커마용 템들뿐이었다.
‘서양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지’
-뭐야? 라스트에이지 과금 시스템 없음?
-ㅇㅇ 있긴 한데 능치 올라가는 건 아님.
-ㅇㅎ 국산 겜이 이러는 건 또 오랜만이네.
-국산이긴 해도 타기팅이 전 세계라 ㅋㅋㅋㅋ
한국과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대를 노리고 출시하는 거였기에 내린 결정.
…게다가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라스트 에이지> 게임 설명회서 선우진의 발언 화제 “여러분들이 돈이 어디 있다고 과금을……?”]
-아ㅋㅋㅋㅋㅋ
-맞말추.
-십ㅋㅋㅋㅋㅋㄹㅇ 핵과금 유저건 뭐건 너희가 돈이 어디 있냐고.
-뭐? 전 재산이 천억이라고요? 음 불우이웃 상담은 안 받습니다.
-ㅋㅋㅋㅋㅋ놀랍게도 천억이면 선우진 재산 3만 분의 1이다.
-30억 있는 사람이 100원 있는 사람 보는 기분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