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사전 예약을 받음
[디즈니 플러스, 1조 9,000억 분량 콘텐츠 삭제 예정.]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잇달아 콘텐츠 대거 삭제 왜?]
[크리스틴 맥카시 디즈니 CFO,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특정 콘텐츠를 삭제할 것.”]
반도체 치킨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지만, OTT 쪽 치킨 게임은 이제 슬슬 막을 내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있었던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의 발표.
자기네들 OTT의 콘텐츠, 그것도 자사 콘텐츠를 삭제 예정이라는 내용의 발표였다.
이유는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 이 뜻이지.’
디즈니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디즈니 플러스는 생각보다 그리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스웜 때문도 때문이지만, 그들의 핵심 콘텐츠인 마블이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탓에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 수도 코로나 종결 이후 쭉 하락세를 걷는 중.
그러면서도 스웜이나 넷플릭스 등 기타 OTT와의 경쟁을 위해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작품 제작은 제작대로 해야 했던 디즈니다.
[‘OTT 수조 원 적자’ 디즈니, 메타·트위터처럼 해고 칼바람 부나.]
[“볼 게 없네” 디즈니, 구독자 400만명 증발… 주가 ‘뚝’, 실적도 ‘뚝’]
매년 수십억 달러 수준의 적자가 나오는 건 물론, 그렇다고 디즈니 플러스가 그런 역경을 딛고 스웜을, 하다못해 넷플릭스를 넘어설 구석도 보이지 않는 거다.
“디즈니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마블 콘텐츠 스웜 독점 제공에 대해 협의하고 싶다고요.”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
드산티스와 마찰이 있었던 밥 챠펙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해임되고, 몇 달 전 디즈니의 CEO로 재취임한 밥 아이거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다.
마블과 스타워즈 등, 디즈니의 핵심 콘텐츠이자 디즈니 플러스에서 단계적으로 삭제될 예정인 콘텐츠들을 스웜에 공급하겠다는 것.
당연히 스웜에서는 그에 따른 비용을 디즈니에게 제공하게 되는데,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괜히 OTT 해 보겠다고 그거 포기하고 돈은 돈대로 쓸 바에는 그냥 편히 콘텐츠 제공비를 받는 게 낫겠다 싶었던 거다.
‘더 이상 승산이 없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을 거고.’
아무리 용을 써 봐야 디즈니는 자금력에서 나를 앞서지 못한다.
제작 역량도 요즘의 마블 콘텐츠를 생각하면 우리 측이 앞선다 봐야 했고.
거기에 내가 최근 발표한 ‘스웜 엔터’ 상장 소식.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시가총액이 지금 2천억 달러쯤 하던데.
스웜과 써밋-MGM, 틱톡, 트위치, 폭스 등이 합쳐진 스웜 엔터의 시가총액은 얼마가 될까.
대충 계산해도 1조 달러를 넘어설 게 분명한 상황.
여지껏 엔터 업계에 없던 공룡이 등장하게 되는 거다.
디즈니는 거기에 맞서기보다는 굽히는 쪽을 택하는 것.
‘이러면 사실상 OTT는 정복이 끝난 건가.’
다른 중소 규모의 OTT는 비교할 거리가 애초에 되지 못했고.
그나마 자사 콘텐츠들이 빠방한 디즈니 플러스도 이런 상황인 거면, 사실상 OTT 업계 평정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M&A 건도 다시 생각해야 겠는데.’
오히려 잘 추진되고 있던 넷플릭스 인수 건을 다시 생각해야 하게 생겼다.
디즈니 플러스가 이렇게 알아서 백기를 흔들 정도면 다른 OTT의 상황은 더 심할 터.
이대로 넷플릭스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면 아예 OTT 산업의 95% 이상을 내가 다 먹어 버리게 되는 일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원래 계획했던 것처럼 반독점법을 피해 가는 게 마땅찮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뭐… 나쁠 건 없지만.’
애초에 넷플릭스를 인수하려던 이유는 OTT 산업을 장악하고, 그 구독자들을 다른 사업으로까지 유도하기 위함.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이렇게 알아서 OTT를 포기해 주는 상황이라면 굳이 넷플릭스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그게 가능해 보였다.
“트렌트, 디즈니와 협상에 들어가 보죠. 디즈니와 최소 10년짜리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요.”
어차피 스웜과 넷플릭스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던 상황.
오리지널 콘텐츠의 퀄리티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됐다.
아무리 넷플릭스가 그간 제작 역량을 쌓아 왔다고는 해도, 할리우드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써밋-MGM의 제작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
게다가 넷플릭스도 디즈니 플러스보다 상황이 더 낫다 뿐이지, 몇 년 동안 출혈 경쟁을 해 온 탓에 수익성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건 마찬가지인 처지였다.
OTT로 수익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닌 나야 문제가 없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스웜이 다른 OTT들처럼 수익성이 저조한 것도 아니다.
원래 2, 3위가 힘든 거지 1위는 상황이 낫기 마련.
최근 구독자 수 4억 명이라는 고지를 넘은 덕에 스웜의 연간 영업이익은 족히 100억 달러는 넘었다.
‘이대로 점유율이 점차 확대된다면…….’
현재 기준 전 세계 OTT 구독자 수가 10억 명쯤 된다던데.
스웜의 목표는 2020년대가 끝나기 이전 구독자 수 10억 명을 넘는 거였다.
어쩌면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몰랐다.
* * *
코로나 버블 때처럼 시장에 유동성이 흘러넘칠 때도 아니고, 순차적으로 IPO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었는데.
상장 예정의 기업 중 가장 먼저 IPO 절차를 밟게 된 건 스웜 모터스였다.
모두 미래차와 GL, 오성 등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매량에 고전하고 있는 미래차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미래차는 국외 생산 판매량 중 브릭스(BRICS)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는데.
그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했고,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미래차의 입지가 축소되며 아예 미가동 상태의 생산 공장도 있을 정도였다.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관련 서류를 오늘자로 제출 완료했습니다.”
스웜 모터스가 상장될 거래소로 최종적으로 선택된 곳은 결국 나스닥.
ESG 관련도 관련이었지만, 나스닥이 상장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 때문이었다.
미국 시가총액 톱 10 기업 중 상당수가 나스닥 상장 기업이라는 이유도 있었고.
상장 조건이나 기준 등이 널널하다는 것도 있었다.
게다가 스웜 모터스와 같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나스닥이 자금 유치 면에서 더 유리하다더라.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이렇게 네 곳은 최종적으로 선정된 상장 주관사들.
당연하게도 스웜 모터스의 상장을 주관하고 싶다며 십수 곳의 금융기관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그중 나와의 관계나 상장 주관 비용 등을 고려해 선정한 곳이었다.
상장 주관 비용은 놀랍게도 겨우 2억 달러 정도.
스웜 모터스와 비교하자면 그 규모에서 차이가 있는 쿠팡의 최근 NYSE 상장 주관 비용도 2억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무척이나 저렴한 액수였다.
주관사들끼리의 비용 경쟁도 경쟁이었지만, 스웜 모터스의 상장을 주관한다는 건 곧 차후 있을 스웜 엔터나 스웜 테크, 스웜 캐피탈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기에 일종의 묶은 디스카운트를 받게 된 것.
여하튼.
[스웜카 사전 예약 신청]
상장에 앞서 스웜카의 사전 예약을 받았다.
방식은 테슬라 모델 SW에 적용했던 것처럼 계약금을 내고 10일 내로 출고가의 반 이상을 추가로 입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5,000달러의 계약금만 내면 사전 예약이 완료되는 방식.
다만 해지 시에는 추가적인 위약금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 스웜카가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남았다.
공장이 완공되고, 완제품이 나오려면 1년 반 정도의 시간.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사전 예약 실적에 자신이 있었다.
[드디어 베일 벗겨진 스웜카, 모델 S 공개! 사전 예약도 지금부터 가능해.]
-와! 디자인 뭐임?
-ㄷㄷㄷ
-테슬라 SW 보고도 미쳤다 생각했는데… 이건 더 미쳤네; 얘네 뭔데 디자인 이리 잘 뽑음?
-아아, 그건 치트라는 거다
-……?
-선우진이 스웜폰이랑 스웜카 시작하면서 디자이너들 걍 겁나게 영입함. 독 3사에서 유명했던 디자이너 중 상당수 데리고 갔음…….
-ㄹㅇ 돈 앞에 장사 없지.
내부적으로도 이번 모델 S의 디자인이 성공적으로 뽑혔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실제로 대중들의 반응이 좋았다.
-스펙도 ㄹㅇ 역대급이네.
-와; 기존 테슬라보다 배터리 용량도 더 큰데?
-저거 셀투팩인가? 그거 적용된 거인 듯. 3세대 CTP 기술이 선우진이 갖고 있는 회사서 나옴 ㅇㅇ
-뭔 ㅋㅋㅋ 쟤는 갖고 있는 회사가 대체 몇 개임.
-그런데 스피커부터 해서 타이어, 모터 등등 다 말하는 대로인 거면 ㄹㅇ 지리는데…….
-스웜카는 테슬라 위 고급화로 가는 듯?
물론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펙에서도 자신이 있었기에 할 수 있던 생각.
미래차와 테슬라, 그 외 내가 갖고 있는 전기차 및 자율 주행차 관련 회사들의 기술들이 적용됐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온갖 곳에 돈을 아끼지 않고 팍팍 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량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지는 않았다.
-8만 달러? 생각보다 저렴한데?
-스펙만 보면 10만 달러 이상은 받아도 될 거 같은데… 실제로 테슬라 모델 X가 10만 달러 넘지 않나?
-캬! 역시 선우진!
테슬라의 기준으로 모델 S가 8만 9천 달러, 모델 X가 9만 9천 달러였다.
하지만 스웜카의 첫 모델은 테슬라의 기존 모델보다 더 뛰어나면서도 더 낮은 가격을 자랑했다.
테슬라가 내 회사가 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테슬라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스웜카 쪽으로 옮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책정한 가격.
‘실제로 테슬라가 좀 비싸게 받는 면도 있었고.’
인수를 하고 알게 된 사실인데, 생각보다 테슬라가 남겨 먹는 마진이 많았다.
자동차를 1대 팔 때마다 테슬라가 얻는 순이익이 9,500달러 정도.
미래차의 경우 900달러, 도요타가 1,200달러, GM이 2,000달러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마진율이었다.
물론 미래차가 유독 못 남겨 먹는 것도 있지만… 여하튼.
‘스웜카도 결국 차 팔아서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적자가 나면 곤란하겠지만, 그래도 차를 팔아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내 최종적인 목표는 스웜부터 시작해 스웜폰, 스웜카 등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스웜카는 그걸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그런 만큼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점유율 확대가 우선인 게 운영 방침이었다.
게다가 점유율을 확대하면 이윤을 알아서 남겨 먹을 수 있다.
규모의 경제, 대량 생산을 하면 할수록 비용은 절감되기 마련이었다.
-아; 그런데 스웜카도 옵션 구독해야하네;
-이건 좀 에반데;;;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구독 서비스.
스웜카도 대세에 따라 옵션을 구독해야 했다.
요즘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업계 움직임이 바로 이 구독형 옵션 제공 서비스였는데.
‘그래서 준비했지.’
-응? 근데 가격 버그임?
-월… 5달러?
-아니 ㅋㅋㅋㅋ 구독은 구독인데 월 5달러에 풀옵션이 말이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십 이게 뭔 OTT냐고
-유튜브 프리미엄도 이거보다 비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 5달러에 전면 옵션 구독 서비스.
음…….
원래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