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검색 엔진에 도전함
최근의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별들의 전쟁이라 볼 수 있었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유튜브 뮤직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였는데.
‘…나도 질 수 없지.’
스웜을 통해 OTT 시장은 물론이고 써밋-MGM으로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석권하고 있지만.
음악과 관련해서는 조금 미진한 측면이 있었다.
물론 일전 설립했던 스웜 뮤직 그룹이 미국의 여러 아티스트를 성공적으로 영입해 꽤나 큰 매출을 내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플랫폼으로서의 측면은 아니었다.
[선우진, 다음 타깃은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의 CEO, 다니엘 에크. 스웨덴 스톡홀름 축구장에서 선우진과 비밀리에 만남?]
[스웜의 스포티파이 인수 결국 추진되나.]
그렇기에 현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포티파이를 인수 시도.
스웜과 트위치, 에픽게임즈 등과 결합했을 때 여러모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인이 많다 생각했다.
우선 스트리밍 음악으로 매출을 얻는 것은 물론, 다른 사업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거나 스웜폰, 스웜카 등의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해 줄 수도 있었고.
‘여러 엔터테인먼트 수요에 대해 원 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 가능하니까.’
영화, 영상, 음악, 게임 등을 비롯한 온갖 콘텐츠를 한데 묶는 것.
내 최종적인 목표였다.
아마 다른 빅테크들이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해 노리고자 하는 것도 비슷한 것일 테고.
물론 나도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 등이 그런 것처럼 자체 서비스를 출범해 그걸 키울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거기까지 가야 할 시간이 아깝다 느껴졌다.
‘어차피 돈은… 넘쳐 나니까.’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아니 다른 빅테크들이 듣더라도 뭔 소리인가 싶어 할 생각.
하지만 사실이었다.
사실 그간 내 자산은 조금은 기이한 구조를 띠고 있었는데.
스웜과 써밋-MGM, 폭스, 틱톡, 트위치 등의 보유 사업체들을 전부 합친 만큼의, 오히려 그 이상의 자산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내 전 재산이 3조 달러라 치면 거의 2조 달러 가까운 돈으로 이곳저곳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
미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나였기에 가능한 자산 운용이었다.
사놓기만 하면 떡상할 것들을 훤히 알고 있었으니 투자를 안 할 수가 없었던 것.
하지만 그런 자산 운용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였다.
‘예전처럼 막 수천억 달러씩 베팅 때리고 이럴 수는 없지.’
물론 최근 미국 증시에 잔뜩 공매도를 때리고 풋옵션을 사들인 건 예외다.
이번에는 암호 화폐 대폭락이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확실한 원인들이 겹치며 그런 식으로 투자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뭐… 수천억 달러 정도의 투자까지는 가능해도 지금까지처럼 1조 달러 넘는 개인 자산을 투자 자산으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포티파이, 결국 선우진의 손으로. 인수가는 미공개.]
[투자 자산 보유 비중 낮춘 선우진, 계속해서 공격적인 M&A 이어 가.]
[“스웜 뮤직 그룹과 스포티파이의 시너지 기대한다.” 음악 시장까지 정조준하는 선우진의 행보.]
그런 만큼 그간 투자 자산으로 쓰던 돈이 붕 뜨게 되면서 굴릴 곳이 필요했는데.
최근 에픽게임즈를 산 거나 지금처럼 스포티파이에 투자하는 것도 그런 일환이었던 것.
작년 말에는 애플과 MS의 뒤를 이어 3번째로 2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던 구글의 시가총액이 꽤 내려와 지금은 1조 2천억 달러.
최초로 3조 달러 클럽이 되었던 애플의 시가총액도 현재는 2조 달러 정도.
‘그런 거면…….’
반대로 생각해 보면 2조 달러로 다른 기업들을 마구 사들이면 애플만 한 공룡을 하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 * *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영국.
“아쉽게 됐네요, 로만.”
[어쩔 수 없죠. 제가 한때 푸틴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영국에도 닥쳤는데.
크게는 영국 정부가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의 자산을 동결하는 거였고, 작게는 러시아 출신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구단주 자격을 박탈하는 거였다.
로만은 푸틴의 최측근 중 한 명.
영국 정부는 그런 로만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영국 내 모든 자산을 동결함은 물론, 프리미어리그 이사 자격까지 박탈.
그가 오랜 기간 일궈 온 첼시라는 구단 또한 더 이상 로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간 꽤 즐거운 경쟁이었는데… 정말 아쉽네요.”
[하하… 즐거운 ‘경쟁’이요? 최근 크리스탈 팰리스와 첼시의 전적이 10전 1승 7패 2무인 건 아시죠?]
“뭐, 그 정도면 경쟁이라 볼 수 있죠. 자그마치 두 번의 무승부와 한 번의 패배를 당한 건데요. 아스날은 10전 1무 9패인 걸 고려하면 꽤 대단한 거인 거죠.”
사실 첫 만남에서는 삐걱댔던 로만과 나의 사이는 요 몇 년 사이 꽤 발전했는데.
이제는 EPL 구단주 중에서는 만수르와 함께 나와 꽤나 가까운 사이인 구단주 중 한 명이라 볼 수 있었다.
이래저래 유럽 내에서 사업적으로도 얽힌 적도 있었고, 크리스탈 팰리스와 첼시의 경기를 두고 가볍게 내기를 하기도 하는 둥 사이가 좋아질 계기가 많았던 것.
“아. 그리고 저택은 잘 쓰겠습니다. 관리가 아주 잘되어 있더라고요.”
심지어 로만에게서 그가 런던에 머물 때 거주하던 1억 파운드짜리 저택도 선물받았을 정도다.
정확히는 영국 정부의 러시아 자산가들에 대한 자산 동결 의사가 점점 확고해질 때쯤, 내가 로만에게 슬쩍 접근해 시세의 1/5 가격인 2천만 파운드를 주고 산 거였지만 여하튼.
8천만 파운드나 깎았으니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가격 두 배 차이 난다고 확실히 좋기는 더 좋단 말이지.’
원래 내가 런던에 올 때마다 머무는 곳은 같은 켄싱턴 가든에 위치한 옆 옆 집이었는데.
당시 4천만 파운드에 구매했던 저택이 현 시세로는 5,500만 파운드 정도였다.
그곳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1억 파운드짜리에 들어와 보니 확실히 돈값 한다는 느낌.
[충격, 로만 아브라모비치 영국 내 자산 압수. 첼시 9명 FA 무주공산.]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여러 제한 속에 운영되는 첼시, 최대 9명의 선수 이적료 없이 풀릴 수도?]
게다가 로만의 자산 동결로 내가 이득을 본 건 단순히 저택만이 아니었는데.
“아, 선수들도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
“확실히 다른 건 몰라도 첼시산 수비수가 좋긴 하더라고요.”
[안토니오 뤼디거, 런던에서 런던으로 이적? 크리스탈 팰리스에 새롭게 둥지를 튼 월드 클래스 센터백]
[분개한 첼시 서포터즈, 뤼디거의 유니폼 태우는 퍼포먼스 선보여.]
첼시의 핵심 선수이자 월드 클래스급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안토니오 뤼디거를 ‘이적료 0원’으로 영입.
반 다이크와 우파메카노, 헤수스 바예호로만 이뤄졌던 센터백 라인에 뎁스를 더했다.
거의 지구 방위대급 전력이라 평가받는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센터백 쪽이었는데.
반 다이크 - 뤼디거 - 우파메카노의 조합으로 선수들에게 고루 휴식을 주면서도 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 라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된 거였다.
* * *
신드롬.
ChatGPT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현상은 그런 말을 붙이기에 충분해 보였다.
사실 처음부터 이 정도 파급효과가 일어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당장 짐 켈러를 비롯한 OpenAI의 개발진들의 생각도 GPT 4.0 버전을 정식 출시하기에 앞서 일종의 테스트 겸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자 한 거였는데.
[사용자 100만 명 도달에 단 5일?! 전 세계는 지금 ‘챗GPT’ 열풍!]
[BBC, 가디언 ‘챗GPT’를 향해 ‘가장 대화할 만한 AI 챗봇’이라고 평가.]
[넷플릭스는 3.5년, 에어비앤비는 2.5년이 걸렸던 사용자 수 100만 명. 챗GPT는 고작 5일?]
예상했던 걸 몇 배나 뛰어넘은 대중의 반응에 우리도 놀라고 있을 정도였다.
사용자 100만 명을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겨우 5일.
심지어 저것도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소식이었다.
“현 시간부로 사용자 수가 5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엄청나네요.”
100만 명에 도달한 이후로부터 정확히 이틀이 지난 지금.
그사이 사용자 수가 5배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월간 액티브 유저가 1억 명이 되기까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틱톡이… 한 9개월 걸렸던가?’
사용자 수 1억 명을 달성하기까지 틱톡은 9개월을 필요로 했었는데.
이것도 놀랍도록 빠른 성장 속도였다.
아직도 소셜 미디어 업계의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무려 2년 반이 소요됐었을 정도니까.
그걸 감안하면 ChatGPT의 성장 속도는 경이적이라고 평해도 모자람이 전혀 없었다.
“그 탓에 구주 인수에 조금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죠. 이 정도 광풍이 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으니.”
OpenAI는 나를 포함해 일론 머스크와 실리콘 마피아 등이 공동 창업한 회사.
하지만 도중, 검색엔진과의 결합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대한 다른 공동 창업자들의 지분을 흡수했다.
그 결과 내가 들고 있는 OpenAI의 지분은 85% 정도.
나머지 15%는 시장에 풀려 있는 것이다.
나와 함께 회사를 창립했던 공동 창업자들이 들고 있는 것도 있고, 그들이 초기 단계에서 다른 기관들에 일부 매도한 물량도 있었다.
물론 그 나머지 15%를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구주 인수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몇 달 내로 기업 가치가 수백억 달러 수준이 될 것 같은데.’
큰 기대 없이 내놓았던 3.5버전이 엄청난 흥행을 해 버리면서 지분의 가치 또한 폭등해 버린 것.
내가 자그마치 8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스타트업이 서비스 출범 일주일만에 족히 10조 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게 된 거였는데.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하튼.
탁, 타다닥-
<황혼의 기사>를 끝맺음 짓기 위해 또다시 집필에 열중한 지 몇 주 정도 지났을까.
-제이슨: 7% 정도의 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제이슨: 하지만 나머지는 몇 배를 더 불러도 팔 의사가 없다더군요.
시장에 나온 물량 중 일부를 회수하는 데에 성공.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과는 방향이 조금 달라졌네.’
원래 챗GPT를 활용한 검색엔진 론칭은 몇 단계를 더 거칠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3.5버전을 전면 무료로 출범하며 성능을 시험했다가.
4.0버전의 정식 론칭과 함께, ‘혼잡 시 우선 접속’, ‘신기능 조기 액세스’ 권리 등의 특전을 부여한 유료 플랜 ‘ChatGPT Plus’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그러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
[구글, ChatGPT 등장에 ‘코드 레드(위기)’ 선언? ChatGPT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 팀 재편성!]
[ChatGPT 등장 충격받은 빅테크들, 부랴부랴 AI 챗봇 개발에 나서.]
[대화형 인공지능 개발 예산에 100억 달러 편성한 MS.]
너무 큰 주목을 받다 보니 다른 빅테크들이 빠르게 AI의 잠재력을 깨달아 버렸다.
물론 저들보다 몇 년은 일찍 시작한 만큼 우리의 AI가 아직 한참은 앞서 있었지만, 그런 우위를 언제까지 갖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
“바로 출범하도록 하죠.”
3.5의 베타 버전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계획을 몇 단계나 스킵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 * *
[선우진, 검색엔진 시장 노린다? 구글과 Bing만이 살아남아 있는 시장에 ‘스워밍’ 등장?!]
[챗GPT 4.0이 탑재된 ‘스워밍’… 구글을 향한 선우진의 도전.]
[사실상의 독점 시장이었던 검색엔진에 새로운 물결… 인공지능을 등에 업은 스워밍 서비스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