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공장 건설
[미 연준, 2022년 금리인상 계획 발표.]
[22년 만에 금리 0.5% 인상 발표한 FED. 기준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모두 빼든 이유는?]
[테이퍼링에 이어 금리 인상까지. ‘일시적(transitory)’ 물가 상승이라는 기존 견해 철회한 연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끝에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을 발표한 것.
거기에 성명서의 내용에는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질 것이라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美 “푸틴, 10만 병력 동원… 내년 초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러시아 “거부하면 군사 충돌” 최후통첩에 나토는 ‘안절부절’]
거기에 점점 커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까지.
오미크론의 공포가 걷히며 회복세를 보이나 싶었던 각국의 증시가 다시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슨, 온갖 풋 옵션과 공매도를 때렸던 내가 큰돈을 벌었다는 뜻이었는데.
-제이슨: 현재까지 수익 금액이 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연준의 발표 이후 지난 일주일간의 수익금만 무려 천억 달러.
‘여기서 증시가 더 하락하게 되면 더 늘어나겠지.’
혹은 그 반대가 되거나.
과거 미래 정보에 의지했을 때와는 다르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하지만 이번 투자의 성공으로 적잖은 자신감이 생겼다.
-제이슨: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선은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제이슨에게 현 미국 경제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받아 봤다.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떨어진 탓에 반등 가능성이 있지만,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돈이 풀려도 너무 많이 풀렸어.’
나 또한 시장이 점점 어려워질 거란 의견에 동의했다.
전 세계의 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또한 가파르게 이뤄지게 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외교 관련 소식 또한 시장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었고.
‘설마… 진짜 전쟁을 일으키진 않겠지?’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그러지 않는 게 당연했지만, 머릿속에선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노빠꾸 상남자로 유명한 그가 비슷한 노빠꾸 상남자인 트럼프와 겹쳐 보여서 그런가.
남들은 모두 브레이크를 밟으려 할 때 푸틴이라면 풀 액셀을 밟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
톡, 토독-
-나: Mr. 프레지던트, 러시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거나 그러진 않겠죠?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문자 한 통을 남겼다.
만약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격화된다면, 그 소식을 푸틴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건 바로 미국일 터.
아무리 내가 돈이 많고 동유럽 등지에서도 영향력이 적지 않다고 해도 알 수 없는 내밀한 정보들도 트럼프라면 잘 알고 있을 거다.
여하튼.
[앞서 시간 외 거래에서 20% 급락했던 넷플릭스, 또다시 대폭락! 실적 발표 이후 하루만에 -24.79%]
[넷플릭스 올 분기 신규 가입자 수 고작 180만 명.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550만 명의 1/3 수준.]
[더 이상 성장주들의 봄은 끝났다. 나스닥 급락 속 위기를 맞이한 성장주들.]
안 그래도 하락세던 넷플릭스가 실적 발표 이후 폭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
[달러 강세에 헐값된 유럽 부동산.]
[달러화의 유로화 대비 가치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부동산에 관심 쏠려.]
그 외에 달러화 가치가 오르며 대부분의 자산을 달러로 갖고 있는 내 재산이 알아서 늘어나 버린 느낌이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여러 신흥국의 자산들이 헐값이 된 것.
‘블랙 프라이데이는 지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조금 늦게 대바겐세일 찬스가 와 버렸다.
* * *
‘진짜 넷플릭스를 사 버릴까.’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가 개막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왔던 OTT 업계.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위촉오의 삼국시대나 마찬가지였는데.
[스웜, 드디어 3억 명의 고지 넘겼다!]
중원은 물론 하북이라는 곡창지대를 먹었던 위나라가 촉, 오에 비해 국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던 것처럼, 미국 OTT 시장의 점유율 1위이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다른 OTT들보다 우위에 있는 스웜이 바로 위나라 포지션이었다.
스웜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기존의 강자였던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화려한 IP 라인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가 바로 촉, 오 포지션이었고.
‘다른 OTT들은… 주변 나라 느낌 정도이려나.’
HBO맥스, 파라마운트+, 훌루 등은 칠종칠금으로 유명한 맹획의 남만이나 관구검한테 두들겨 맞았던 고구려와 같은 주변국 포지션일 거다.
‘애플tv+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딱히 큰 힘을 못 쓰고 서비스를 철수했지.’
원역사에서는 그래도 HBO맥스나 파라마운트+ 수준까지 성장했던 애플과 아마존의 OTT 서비스.
하지만 이번에는 스웜 때문인지 시작부터 저조한 이용률을 보이더니 이제는 거의 방임되는 수준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스웜이 너무 자리를 잘 잡고 있던 데다가 자금력 면에서도 애플이나 아마존보다 우위에 있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그렇다고 두 회사가 다른 OTT들처럼 영화 스튜디오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니 계속 사업에 집중할 유인이 없다 판단한 것 같았다.
여하튼-
‘원래 삼국지에서 통일되는 것도 위나라가 촉나라를 흡수하면서 시작되잖아.’
결국 통일하는 건 위나라가 아니라 사마씨의 진나라이기는 해도, 중요한 건 지금과 같은 삼국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먼저 한 곳을 후벼 파야 한다는 거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의 역발상.
그리고 그 대상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바로 넷플릭스인 거였고.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때문에라도 절대 OTT를 포기 못 하겠지. 그리고… 점유율 3위라고는 해도 체급 차가 크다 보니 딱히 영향이 없을 테고.’
하지만 스웜이 넷플릭스를 흡수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 41.2%에 달하는 스웜.
넷플릭스는 28.7%로 그다음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가 15%, 기타 OTT들이 남은 15%를 나눠 가지고 있는 상황.
스웜이 넷플릭스를 먹는다면 그냥 그게 곧 천하일통이나 다름없었다.
나머지 30%는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었고, 알아서 스웜으로 가입자들이 흘러들어 오게 될 거다.
‘게다가 가격도 요새 많이 싸졌고.’
하락장 속에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1,400억 달러로 떨어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지배 지분을 획득하는 데에 1,00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
‘다른 테크 기업들에 비해 지분을 모으기 쉽기도 하고.’
자신이 창립한 기업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지분율 24%),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17%)와는 달리,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의 지분율은 고작 2.7%에 불과했다.
넷플릭스의 진짜 주인은 총지분율 84.25%의 뱅가드나 블랙록, 캐피털 리서치 등 기관 투자자들이었다.
가격만 적절하다면 자신들이 들고 있는 지분을 흔쾌히 내줄 곳들이라는 뜻.
물론 평상시라면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던 넷플릭스의 지분을 쉬이 내놓으려 하지 않았겠지만, 며칠간 엄청난 폭락을 경험한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나: 제이슨, 넷플릭스를 저희가 먹어 보죠. 블록딜 형식으로 주식을 넘길 매도자들을 찾아 주세요.
-제이슨: 알겠습니다.
넷플릭스 외에도 살 것들이 많았는데.
-나: 공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들도 알아봐 주세요.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유럽, 남미 쪽에도요.
미국의 중앙은행이 가장 먼저 긴축에 돌입하며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21세기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 된 상황.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부동산이 싼 가격이 됐다.
이참에 새 공장 부지를 마련하려는 것.
-나: 아, 중국 쪽도 가능한지 한번 알아봐 주시고요.
테슬라가 그러는 것처럼 중국에도 전기차 공장을 세울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인건비가 저렴한 점도 있고, 중국 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니 그럴 필요가 있는 것.
물론 중국 당국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한 만큼 사전 접촉을 수차례 가지며 조건을 조율할 생각이었다.
* * *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 하오. CIA에서는 정말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보고 있을 정도요.]
트럼프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톡, 토독-
-나: 제이슨, 우선 현재 갖고 있는 풋 옵션과 공매도들은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해 주시고, 유럽 증시 쪽으로도 투자해 주세요. 천연가스 가격이나 국제 유가 상승에도 베팅해 주시고요.
전쟁 수준으로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러시아 쪽에서 몇 차례 정도는 선을 넘지 않을까 싶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다거나, 천연가스 수출을 막는다거나.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파이프라인을 타고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서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런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긴장 상태가 심각해지면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터.
어느 정도 그에 대한 투자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고마워요, Mr. 프레지던트.”
[하하. 우리 사이에 뭐 이 정도 가지고.]
원한다면 정보국에서 나온 관련 문건까지 전해 주겠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거절했다.
트럼프의 정권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괜히 미국의 비밀 문건을 받아 읽어 봤다가는 나중에 그것에 빌미를 잡혀 공격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과 전화하는 것 정도가 마지노선이지.’
도청과 감청 등에서도 자유롭고.
아니, 자유롭지 않더라도 폭로당할 걱정은 덜을 수 있었다.
트럼프야 본인의 정치 생명이 걸렸으니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걸 밝힐 이유가 없었고.
설령 CIA나 NSA 같은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의 대화를 듣더라도 꽁꽁 숨기려고 들면 들었지, 나서서 밝히려고 하지는 않을 터였다.
정보‘기관’인 이상 결국 그치들도 예산 타서 쓰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미쳤다고 자기네들 최고 수장인 대통령의 대화를 엿들었다고 밝히겠나.
공화당 출신이건, 민주당 출신이건 그 어떤 대통령도 반기지 않을 일이었다.
그 이후 근황 관련 토크를 짧게 나누다 트럼프와의 통화를 끝냈다.
하지만 통화 내내 그가 나에게 뭔가를 바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걸 느꼈는데.
‘뭐, 하나 받았으면 나도 하나 해 줘야지.’
[선우진, ‘3천억 달러 투자’ 선언 진짜였다! 텍사스주에 자동차 부품 공장 건설 시작.]
[최첨단 기가 팩토리 미국에 6곳 이상 짓겠다는 SW 반도체와 스웜카. 선우진의 대미 투자 계획 5년 동안 수천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파악돼…]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 반도체 공장 1,0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짓겠다는 SW 반도체]
[버블 붕괴로 인한 투자 둔화 속 홀로 대미 투자 늘리는 선우진, 그 이유는? “미국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 미국 경제에 그만큼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공장.
올해 예정된 투자 금액만 1,500억 달러가 넘었다.
-wow. 역시 선우진이야
-SW 바이오가 미국을 살렸지. 이제는 그의 돈이 미국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군
-텍사스에 살고 있는데 기사가 나오고 다음 날이 되자 바로 공장 건설이 시작됐어. 대체 이 미친 속도는 뭐지?
-그게 코리안들의 빨리-빨리-야
-그런 소리 못 들어 봤어? 공항 심사대에서 빨리 나가고 싶으면 코리안들 뒤에 서라는 말
-지금의 높은 물가를 고려하면 공장 건설에 원래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겠지. 그런데도 투자를 결정해 준 선우진에게 한 명의 텍사스 사람으로서 감사할 뿐이야
-이번 해 투자 규모만 1,500억 달러라니! 그는 연방 정부보다 더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의 경제를 살리려 하고 있다고!
‘지금보다 물가가 더 오를 것 같아서 하루라도 빨리 건설비 관련 계약을 끝내려는 건데…….’
예상하지 못한 대중의 응원까지 받아 버렸다.
그만큼 1년에 1,500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가 대단했던 걸까.
‘…그거 다 이번 미국 증시 폭락으로 번 돈이긴 한데.’
미국의 돈을 먹고 그걸 내 돈 벌자고 다시 썼더니 칭찬받는 상황.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