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돈 잔치의 끝
일론 머스크의 소심한 복수.
내 트윗 계정의 공식 인증 마크를 없앤 건 그였던 게 틀림없었다.
-헤이, 일론. 선우진의 트윗 계정에서 파란색 인증 마크가 사라졌던데?
-혹시 선우진의 트윗에 화가 나서 지운 건 아니지?
머스크와 내 사이가 최근 들어 예전과 달리 틀어졌다는 건 대중들도 꽤나 관심을 두고 있는 일.
그런 만큼 내 인증 마크가 사라진 것도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려졌는데.
그중 몇몇이 일론 머스크에게 직접 멘션을 보낸 것이었다.
[@elonmusk]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저 트위터가 앞으로 사용자 계정 인증 마크에 대해 월 구독료 8달러를 받기로 했기 때문. 선우진의 계정 또한 월 8달러를 지불한다면 다시 파란색 체크 마크를 받게 될 거다
그에 대한 머스크의 대답은 이러했고 말이다.
‘…인증 마크에 대해 돈을 받겠다고?’
이걸 혁신적인 발상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트위터의 수익성이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이런 걸 통해서라도 수익성을 회복시키려는 마음은 알긴 알겠는데.
‘너무 쪼잔한 거 아냐?’
트위터의 인증 마크가 부여되는 건 정치, 미디어 등 여러 분야의 유명인들.
그들 중 아무도 월 8달러의 금액이 부담되지는 않을 거다.
필요한 곳이라면 월 8달러가 아니라 800달러나 8,000달러여도 지불할 용의가 가득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아무리 돈 많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생돈 빼앗기는 기분을 즐기지는 않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돈이 들지 않던 서비스.
그런 걸 갑자기 돈을 내라고 하면 내고 싶지 않은 게 사람 심리였다.
게다가 더욱 쪼잔한 건 또 있었는데.
-개인적인 감정이 없다고? 오늘 업데이트로 인증 마크가 사라진 거는 선우진뿐이던데?
-다른 유명인들은 인증 마크가 그대로 붙어 있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선우진 혼자인 건 아냐. 내가 팔로우하던 공식 계정 몇 개에서도 인증 마크가 사라졌어. 하지만 1M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계정 중 마크가 사라진 건 선우진의 것뿐이지. 이게 과연 우연일까?
개인적인 감정이 없다고는 했지만 오늘 자로 인증 마크가 사라진 유명인은 몇 명 안 된다는 것.
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그중 하나라는 것.
이 정도면 킹리적 갓심, 즉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거 아닐까.
[@elonmusk]
-순차적인 과정일 뿐이다. 인증 마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모바일 인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SWJ 계정은 모바일 번호 인증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마크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SWJ 외에도 트위터는 오늘 자로 총 172 계정의 인증 마크를 정지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한 번 더 올라오긴 했다.
‘총 172개의 계정이라.’
뭐, 사실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머스크가 일단 홧김에 내 계정에서만 마크를 뗀 후, 상황이 시끄러워지니 추가적으로 171개의 계정의 마크를 뗀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그의 말대로 ‘우연히’ 첫날에 인증 마크가 사라진 172개의 계정 중 내 계정이 있던 거일 수도 있고.
아무튼-
‘내가 유치한 싸움은 또 잘하는 편인데.’
틱톡에서만 활동하던 나였지만.
이번 기회에 트위터 팔로워 수도 조금 늘려 보기로 했다.
[@SWJ]
-한 달에 8달러나 내야 한다고? 너무 비싼데. @Tiktok, 여기서는 인증 마크에 돈 따위는 안 받지 않나?
어제에 이어 트윗을 한 번 더 업로드.
그런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건지 저런 트윗을 올리고 한 5분 정도가 지났을까.
[@Tiktok]
-뭐야? 우리 계정의 인증 마크는 어디로 간 거야?
틱톡의 트위터 계정 홍보 담당자가 올린 트윗.
개인의 경우에는 공식 계정임을 인증하는 게 계정명 옆에 붙는 파란색 체크 마크였지만, 기업용 계정의 경우에는 노란색 체크 마크였다.
당연히 틱톡의 계정에는 그 노란색 체크 마크가 붙어 있었는데.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틱톡의 기업용 노란 인증 마크마저도 사라진 것.
[@elonmusk]
-트위터는 부분 유료화를 진행 중이다. 개인용 인증 마크에는 월 8달러, 기업용 인증 마크에는 월 1,000달러를 받을 생각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네
-lol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두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유치하게 싸우는 걸 보고 있어
-확실한 건 저 빌어먹을 머스크 놈은 병신 같은 트위터에 신경을 꺼야 한다는 거야
-하하. 왜 네가 화난 거야?
-왜냐면 내가 테슬라에 내 연금을 해지해서 몽땅 박았기 때문이지! FUCK!
└그런 걸 사면 당연히 화가 많아질 수밖에 없지. 당장 팔고 퓨쳐 인베스트먼트에 돈을 맡겨 from @SWJ
└??????
└WTF? 진짜 선우진인데?
└LMFAO 머스크는 원래 또라이인 거 알았지만 선우진 이놈도 만만찮은데?
└선우진은 원래부터 저런 재밌는 놈이었어. 쟤 틱톡 계정을 보면 꽤 재밌다고
└정확히는 틱톡이 트위터보다 몇 배는 더 재밌는 소셜 미디어지 from @SWJ
* * *
[선우진 VS 머스크? 억만장자들의 유치한 싸움. 장난인가, 진심인가?]
[테슬라 -5.6%로 마무리. 선우진과의 충돌 소식에 투자자들 빠진 거로 추정돼]
[트위터 속 슈퍼치리들의 감정 싸움. ‘차세대 대표 소셜 미디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란 분석도]
나와 머스크의 싸움이 각국 언론을 타고 보도됐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기분.
머스크가 먼저 유치하게 싸움을 걸어 나도 유치하게 나간 거였지만, 머리가 식고 보니 너무 쪼잔한 싸움이 아니었나 싶었다.
‘나름 세계 1, 2위 부자들인데.’
나에게 비교하면 한참이나 모자라지만 그래도 머스크는 테슬라의 상승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 많은 사람이 됐다.
그런 부자들끼리의 다툼치고는 너무 스케일이 작은 느낌.
하지만 뭐, 나름 재미있기는 했다.
꼬꼬마 시절 어린이집에서 인기 있던 장난감을 누가 갖고 놀지 친구와 다투던 느낌.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elonmusk]
-수많은 소셜 미디어들이 트위터에서 무료로 자기 플랫폼을 홍보하고 있다. 트위터는 더 이상 그런 무료 홍보를 좌시하지 않을 것
…머스크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틱톡을 내 트위터 계정에서 열심히 홍보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트위터 내에서 사용자들이 타 SNS 계정 정보를 홍보하는 걸 금지하겠다는데.
‘가면 갈수록 삽질만 하는 것 같네.’
예전에는 머스크를 보고 그의 확신 가득한 행보에 감탄을 한 적이 여럿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혁신적인 모습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오히려 ‘대체 왜 이러지?’ 싶은 모습만 계속해서 보이는 것.
-여하튼.
[넷플릭스, 하락장 속에서 하루 만에 주가 14% 빠져. 반등 어려울지도]
[OTT 시대는 옛말? 넷플릭스 엔데믹 속 구독자 이탈에 경고등]
오미크론으로 인해 하락장이 찾아오고 나서.
여러 주식들이 폭락하는 가운데, 넥플릭스나 파라마운트 같은 기업들의 주가는 소폭 오르는 모습을 보여 줬었다.
팬데믹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OTT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 버린 것.
하지만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극도록 낮다는 게 발표되며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걷혀 버렸다.
그 결과, 최근 들어 가입자가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
‘1,500억 달러라.’
그렇게 연일 하락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현 시가총액은 약 1,500억 달러.
만약 스웜이 없었다면 그 두 배쯤은 됐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가입자 수 2억 명도 못 채운 넷플릭스의 시총은 그리 높지 않았다.
‘스웜카에 3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1,500억 달러라고 하니까 왜 이렇게 싼 것 같지?
게다가 지금의 하락세가 조금 더 지속된다면 초특급 바겐세일 찬스가 오는 거일 텐데.
요즘 여기저기 투자한 데가 많아서 현금성 자산이 좀 간당간당하긴 한데.
‘어디 돈 나올 구석 없으려나?’
* * *
미국의 물가는 그 끝을 모르기라도 하듯 치솟고 있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것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연준의 늑장 대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필이면 물가가 치솟던 시기와 미국 대선이 겹쳤던 게 문제였다.
스스로의 연임을 위해 제롬 파월 의장은 대선 후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항.
게다가 바이든과 민주당 쪽도 그렇고, 트럼프와 공화당 쪽도 모두 금리 인상을 썩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점점 높아지는 물가 상승세 속에 정석적인 대처라면야 당연 금리를 올리는 거겠지만, 파월 의장의 입장에서는 그런 정석적인 대처를 할 수가 없었던 거다.
괜히 밉보였다가 연임을 못 하는 것보다는 인플레이션이 터지는 게 차라리 파월의 입장에서는 더 나았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연일 화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
[경제학자들, 파월 의장의 발언 두고 앞장서 비판에 나서. ‘연준 의장의 발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무지한 발언’]
그 때문에 저런 실언이 나온 거기도 했다.
새로 구성될 행정부에 저자세로 나가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던 것.
그리고 그때 파월이 했던 말은 지금 시점에 와서는 연준의 행보를 구속하고 있었다.
작년 뱉었던 말이 있다 보니 함부로 금리를 인상할 수가 없었던 것.
그렇개 늑장 대처를 부리다 보니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와 버렸다.
“실업률이 3%대로 진입했습니다. 사실상의 완전 고용이죠.”
“노동임금, 특히 블루칼라들의 임금 상승률이 너무 높습니다. 대도시 부동산 임대료나 유가, 식품 물가 등도 폭등하고 있고요.”
“백악관의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이제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을 잡을 대책을 내놓으라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과 경제 언론, 금융 기관들이 여러 지표를 이유로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었다.
아니, 단순한 우려가 아니었다.
수많은 경제 지표들이 당장 다음 달에라도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연준의 의원들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테이퍼링만으로는 지금의 사태를 정상화시킬 수 없을 겁니다.”
한 연준 의원의 발언.
다른 의원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간의 삽질로 연준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었고.
즉, 그들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미 늦은 상황이지만 지금이라도 빠르게 대처해야 했다.
“자이언트 스텝이 필요할 겁니다. 어쩌면 금리를 지금보다 4~7% 수준은 올려야 물가가 잡힐지도 모르고요.”
“달러화가 엄청난 강세가 되겠군요.”
“미국 경제는 그래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문제가 되는 건 중국이나 영국, 일본 등의 다른 주요 통화국이겠죠.”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다면, 그게 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명분이 될 테니까요.”
결국 그들이 내린 결론은 금리 인상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인상하던 25bp 수준을 넘어 50bp, 75bp씩 인상하는 인상안을 내놓아야 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적어도 그런 수준의 금리 인상이 3회 이상 필요할 터.
사실상 연준이 지금껏 잘못된 대처를 해 오다 일을 키웠다는 걸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증시에 엄청난 충격이 오겠군요.”
금리 인상안이 발표되면 안 그래도 오미크론 등의 이유로 하락하던 미국 증시에 엄청난 폭락장이 찾아오게 될 거다.
기존의 투자는 둔화될 것이고, 신규 투자는 아예 자취를 감출 거다.
미국 외의 여러 나라의 증시가 폭락하고 신흥국 디폴트 사태 또한 여기저기서 벌어질 터였다.
그리고 그런 충격은 미국 증시에 다시 되돌아올 것이고.
금리 인상안 발표 이후 주가가 폭락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리고 그때.
연준 의원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인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분명… 선우진이 풋 옵션에 엄청난 투자를 했었지.’
며칠 전 트윗에 따르면 갖고 있는 자산이 3조 달러에 달하는 선우진은 연준의 주요 관찰 대상 중 하나였다.
연준이 판단하기로는 3조 달러까지는 아니어도 2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심지어 그중 온갖 공매도나 풋 옵션 등 하락장에 베팅한 선우진의 금융자산만 최소 수천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선우진은 이번 기회에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이 연준 의원들의 머릿속에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