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쪼잔한 싸움
전기차 업계가 난리가 났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스웜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는 선우진, 테슬라 정조준하나?]
[미래자동차, 오성전자, GL화학 등 한국의 여러 기업이 선우진과 연합하다.]
[‘3천억 달러’ 현금 다발 들고 투자처 알아보고 있는 스웜카. 세계 각국 정상들 투자 유치 위해 선우진 눈치 보고 있어.]
-ㅋㅋㅋㅋㅋㅋ스케일 지리네.
-3천억 원도 아니고 3천억 달러;;
-우리나라 주식시장 총시가총액이 1조 5천억 달러임. 그 5분의 1만큼을 투자해서 기업을 세우려 하네 ㅋㅋㅋ
-오성전자가 그중 1/3인 건 함정ㅋ
-ㅇㅇ 오성전자 시총이 500조 원. 근데 그말은 또 선우진이 전기차 사업에 오성전자 지분 60% 살 만큼 투자한단 뜻.
-스케일 미쳤다, 미쳤어;;
특히 가장 주목받는 건 선우진이 발표한 투자 금액.
선우진이 쓰겠다는 돈만 3천억 달러다.
거기에 스웜카와 연합하겠다 발표한 한국 기업들에 따르면, 그들은 생산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전장, 배터리 소재 기술 등에 있어서도 아낌없이 협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기술력이 지닌 무형적 가치까지 더해야 한다는 건데.
-이러면 스웜카는 걍 시작부터 시총 한 5천억 달러쯤 하는 거 아님?
-그거보다 더 크겠지 ㅋㅋ 막말로 세상 사람들 다 스웜카 주식 사려고 달려들 텐데.
-이미 월 스트리트에서 투자 제안 겁나 넣고 있을 듯.
-근데 아무리 선우진이라고 해서 전기차도 성공하려나?
-ㅇㅇ 백 퍼 성공함.
-선우진뿐만 아니라 미래차, 오성, GL 다 같이 하잖아 ㅋㅋ 재벌 그룹 3곳이 저러는 거 보면 제대로 칼 갈고 덤벼드는 건데.
-미래차가 나름 전기차 기술력이 빠방함.
-오성은 하만 인수하고 전장 쪽 세계 최고 수준이고 GL화학도 배터리 소재 분야서 세계 최고 수준 ㅇㅇ
-전기차랑 자율 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쪽도 선우진이 ㅈㄴ 큰손임. 갖고 있는 테크 기업만 수십 개 될걸?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기 이전 기준으로 테슬라의 시총이 약 1조 달러다.
스웜카가 곧바로 1조 달러의 기업 가치를 지니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절반은 가게 될 터.
즉, 스웜카는 시작과 동시에 기존의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테슬라를 바짝 뒤쫓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우리가 투자할 기회가 있을까?”
“어떻게든 있게 만들어야지. 내가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제이슨 대표와 같은 학부를 나왔다 말했었나? 그쪽을 통해 투자 제안을 넣어 보려고.”
“결국 비즈니스는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선우진의 사업이라고? 전기차나 자율 주행차가 아니라 이제 와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든다 해도 투자해야 한다고.”
난리가 난 건 월 스트리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금융 기관이 선우진의 스웜카에 투자할 기회를 엿봤다.
스웜카가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선우진의 전기차 사업에서 돈 냄새를 맡지 못한 금융기관은 월 스트리트에 없었다.
게다가-
선우진의 인기도가 높기로는 한국 바로 다음 가는 수준인 중국.
“선 선생이 자동차를 만든다고?”
중국 내의 대중들과 언론 모두가 선우진의 스웜카에 엄청난 관심을 가졌다.
처음 소설을 통해 중국에 이름을 알린 후, 스웜과 방대한 영역에서의 대중 투자 등으로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 중 한 명이 된 선우진이다.
“당연히 중국에도 진출하시겠지?”
“선 선생의 자동차라면 믿고 탈 수 있지!”
게다가 중국 내에서 선우진이 하는 사업은 곧 신뢰의 상징이기도 했다.
자국 기업의 것들보다 선우진의 것이 몇 단계 더 우수하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박혀 있는 것.
그런 만큼 선우진의 스웜카 소식은 수많은 중국인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자동차 판매 3대 중 1대가 전기차일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수요가 높은 나라.
그런 중국에서의 선우진이 가진 인기.
수많은 관계자가 스웜카의 성공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였다.
* * *
“와… 이거 재밌네.”
스웜카 사업을 발표하고 일주일.
그간의 나는 게임 하나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껏 갓작이다 소리만 들었지 정작 한 번도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 젤다 야숨이 바로 그것이었다.
‘원신이 왜 야숨 카피 소리를 들었는지 알겠네.’
야숨은 해 본 적 없었지만 원신은 내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의 것이기도 한 만큼 과금까지 하면서 몇 주간 즐긴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야숨을 직접 플레이 해 본 후 원신이 이 게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던 것.
‘한국에서도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그것도 한국이 장점을 갖고 있는 온라인 MMORPG로.
SW 게임즈.
몇 달 전 한국에 설립한 게임 회사의 사명이었다.
아직 제대로 출시한 게임은 하나도 없고.
기껏해야 사내 프로젝트를 몇 개 시작한 게 전부인 SW 게임즈.
-SW 게임즈 신작 언제 나오냐?
-ㅋㅋㅋㅋㅋ회사 세운 지 몇 달 됐다고 벌써 그러냐.
-아, 나올 때까지 숨 참는다고.
그럼에도 벌써부터 국내 대중들과 언론, 산업 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까.’
이제 더 이상 게임 강국이 아닌 한국이지만 그래도 능력자들은 존재했다.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SW 게임즈는 그런 국내 게임 개발 핵심 인재들을 그야말로 싹쓸이할 수 있었다.
[국내 게임 업계, 공룡 등장에 인력난?!]
[최고의 대우와 최고의 자부심. SW 게임즈가 국내 최고 인력들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이유.]
다른 국내 게임 회사들보다 몇 단계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체계, 실리콘밸리에서도 제일 가고 싶은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SW 계열 회사들 특유의 사내 문화 등.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SW 게임즈로 몰린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몇 배는 더 주효했던 건…….
“보스의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K-닌텐도, 아니 닌텐도보다 뛰어난 게임 회사를 만들겠다는 그 말을요.”
내가 별 생각 없이 인터뷰했던 말.
이왕 시작한 만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에 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생긴 가슴속 울림 때문에 SW 게임즈에 이직했다는 게 직원들이 밝힌 이직의 이유였다.
“사실 다른 국내 게임 회사들이 그런 말을 했다면 거들떠도 안 봤겠죠. 얘네는 항상 그랬듯이 말만 많다 생각하고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보스가 한 말이라면 다르죠. 다른 사람도 아니라 그 선우진의 말이잖아요?”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를 한국에서 탄생시키겠다는 말.
그 말을 전적으로 믿고 SW 게임즈에 왔다는 거다.
‘물론 진심이 아니었던 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했던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진지한 것 까지는 아니었는데.
직원들의 말을 듣고는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야숨을 하다 보면 진짜로 내가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지.’
거기에 젤다 와일드 브레스를 직접 플레이 하고 난 이후의 감상까지 더해지니.
SW 게임즈에서도 이런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수익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게이머들을 게임 속 세상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게임을 한국 개발진들의 장점인 온라인 MMORPG로 만들고 싶은 것.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겠지.’
아무리 국내 최고 인력들이 모였다고 해서 지금까지 안 되던 게 갑자기 될 수는 없었다.
젤다 야숨과 같은 게임은 맨땅에 헤딩을 한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심지어 그걸 또 온라인으로 만든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닐 거다.
‘게다가 난 게임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돈 많은 게이머일 뿐.
그러므로 내가 가진 장점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내가 ‘돈 많은’ 사람이라는 것.
“우선 SW 게임즈의 올해 예산은… 딱히 없습니다.”
“……?”
SW 게임즈 내 개발진 및 기획진들과의 회의.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직원들이었다.
“보통 국내에서 제대로 된 mmorpg 게임 하나 개발하는 데 많으면 500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다 하더라고요.”
이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 적게 쓰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락스타 게임즈는 GTA 5의 제작비로 20억 달러 가까이를 썼다.
레데리 2도 최소 2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원신의 제작비는 현재까지 대략 5억 달러가 들었다.
물론 돈을 많이 쓴다고 좋은 게임이 나오는 건 당연히 아닐 거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많이 쓰면 좋은 게임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건 맞을 거다.
“예산이 없다는 건 그런 제작비를 하나도 신경 안 쓰셔도 된다는 겁니다. 그래픽, 아트, 오디오, 스토리 등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얼마를 들여도 좋다는 뜻입니다.”
제작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건 결국 게임의 재미였다.
“여러분들이 해 주실 건 딱 하나입니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단순히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여서가 아니었다.
나도 한 명의 창작자였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쓰면 더욱 잘 팔릴까를 생각하고 글을 쓰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는 글이 나오기 위해서는 결국 목표가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는 것 딱 하나여야 했다.
소설과 게임이 다르다고는 해도 그런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같지 않을까.
“돈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천억 원? 오천억 원? 아니, 1조 원을 쓰셔도 좋습니다.”
“…….”
“제가 여러분께 바라는 건 딱 하나.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회의의 포문을 열었는데.
“…….”
어째서인지 직원 모두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 * *
테슬라를 향한 공매도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천오백슬라 갈 것 같던 테슬라, 장 막바지에 매도 행렬 이어지며 –7.4%로 마무리.]
[결국 승리한 테슬라 공매도 세력? 빌 게이츠도 5억 달러 공매도 때린 거로 알려져.]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 이번 달만 17조원 수익.]
[‘트위터 CEO’ 일론 머스크에게 뿔난 테슬라 투자자들 “X같은 트윗질은 집어치우고 테슬라한테나 신경 써!”]
지난 한 해 동안 애플을 제치고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에 등극했던 테슬라.
아마 그와 함께 가장 많이 매도한 주식에도 등극해 버리는 거 아니려나.
그 탓에 조금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는데…….
[@elonmusk]
-공매도 투자자들은 가치 파괴자들이다.
[@elonmusk]
-공매도는 사기야! 그러면 그런 사기 행위를 통해 돈을 버는 놈은 뭐지? 바로 사기꾼이지. 네 얘기하는 거라고, 이 빌어먹을 사기꾼아
머스크의 트윗을 보다 보니 그런 죄책감이 다시 사라지더라.
저 사기꾼은 나를 말하는 거겠지.
게다가 머스크가 나를 사기꾼이라 칭하는 건 단순히 테슬라를 향해 때린 공매도 때문만도 아니었다.
[@elonmusk]
-테슬라의 시스템은 다른 경쟁사들 보다 몇 단계는 앞서 있다. 그만한 수준에 오려면 얼마가 필요하냐고? 글쎄, 3천억 달러로는 한참 어림도 없고 3조 달러는 갖고 와야지.
누가 봐도 나와 스웜카를 향한 저격글처럼 보이는 게 머스크의 트위터에 간간이 올라왔다.
그나저나, 3조 달러라.
‘나도 오랜만에 트위터나 해 볼까.’
틱톡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트위터를 잘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트위터라는 소셜 미디어가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엄청난 메인스트림인 만큼 공식 계정 정도는 있었다.
다만, 내가 틱톡에서 그런 것처럼 내가 직접 트윗을 올리며 소통하기보다는 직원이 가끔 공식적인 발표를 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있었고.
[@elonmusk]
94.3M Followers
[@SWJ]
76.2M Followers
그래도 내 트윗 계정은 머스크보다는 못해도 상당한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틱톡에서 그런 것처럼 내 일상이나 생각을 공유했다면 저것의 배는 많았겠지만, 딱딱한 공식적 트윗들만 나오는 만큼 팔로워 수가 적은 것.
여하튼.
[@SWJ]
-3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최근 투자로 내 전 재산이 3조 달러쯤 된 걸 어떻게 알았지?
사실 아직 2조 달러도 간당간당한데 허세 좀 부려 봤다.
테슬라 공매도로 450억 달러 정도를 벌긴 했어도 3조 달러는 스케일이 너무 크기 때문.
그렇게 나도 머스크처럼 ‘누구를 딱히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특정 대상에게 말하는 듯한’ 트윗을 올리고 잠이 들었는데.
“…어라?”
다음 날이 되자 내 트윗 계정이 조금 달라졌다.
계정명 옆에 붙는 파란색 체크 마크.
트위터로부터 공식 계정을 인증 받은 인증 배지나 마찬가지인 마크인데.
“왜… 없어졌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던 게 오늘 보니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