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공식 발표를 함
남아공에서 시작된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WHO는 오미크론이라 명명했다.
“분석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곧바로 SW 바이오의 연구 팀과 화상 회의를 가졌다.
“전파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다고요?”
“예. 감염재생산지수가 12로 기존 델타변이의 2배 이상입니다.”
저 말을 해 준 연구원은 12라는 수치면 감염병 중 전파력이 가장 빠른 거로 알려진 홍역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걸 떠나서… 델타변이의 두 배가 넘는다니.’
나도 나름 바이오 제약 회사의 오너다 보니.
감염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었다.
델타 변이로 인해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그때도 한번 크게 난리가 났었다.
당시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는 5~6 정도.
감염재생산지수라는 건 1명의 확진자가 감염시키는 확진자 수를 뜻하는 말이다.
즉, 이번 오미크론 바이러스 변이의 12라는 감염재생산지수는 1명의 확진자 수가 12명의 확진자를 추가로 만들고 있다는 뜻.
위기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바이러스 변이가 처음 발견된 남아공은 이미 변이 검출 중 90% 이상이 BA 변이인 거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3주도 되지 않아 기존의 델타 변이를 누르고 우점종에 등극한 거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오미크론이 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공에서 처음 발견된 만큼 거기서 끝이 나면 좋겠지만,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은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찾는 도시였다.
팬데믹이 거의 종식되면서 일상적인 여행이 슬슬 재개되고 있던 만큼 이미 퍼질 대로 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직 그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것일 뿐.
“하지만 다행히 전파력만 높을 뿐, 치명률은 높지 않습니다. 남아공에서 발견된 확진자 중 별다른 입원이나 통원 치료 없이 나은 사람들도 꽤 있다더군요.”
“전파력이 막강한 만큼 빠르고 쉽게 낫는다는 거군요.”
다행인 소식도 있었다.
바이러스의 분석 결과, 감염력은 높은 대신 증상은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덜하다는 것.
감염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정작 치명률은 1%보다 아래인 바이러스라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까 괜한 위기감을 느낀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큰 전파력과 낮은 위험성 덕에 엔데믹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 위험하지 않은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큰 유행을 한 차례 정도 거치면서 팬데믹 사태가 종식될 수 있었다.
“외부에서도 이번 변이 바이러스 분석에 들어갔겠죠?”
“예. 저희가 발견 후 미국과 유럽 방역 당국에 곧바로 연락을 넣었으니까요. 바이러스 샘플 또한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시간만큼은 우리가 월등히 빨랐을 테고요.”
“예. 아마 저희와 비슷한 수준의 분석 결과를 받아 내려면 2~3일은 더 필요할 겁니다. 그들에게 저희와 같은 시설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확진자 수 그래프가 뾰족한 모양을 그리겠네.’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급속도로 줄어들게 될 거다.
그렇다면 증시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로 엄청난 하락세를 보여 주고 있는 글로벌 증시.
그런 공포가 종식되면서 다시 상승장으로 돌아서게 될까?
[OECD, 금년도 인플레이션 수치 9%에 달할 것으로 예상.]
[에너지 식량 가격 폭등. 기름값은 1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라.]
[연준 파월 의장, 칼 빼어 드나?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거리고 있을 수도.]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
미친 듯한 하락세가 잠깐 진정될 수는 있어도, 예전과 같은 상승장은 다시 오지 않을 거다.
이미 한번 터진 거품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주식이건 코인이건 일단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환상을 가지지 않을 거고.
연준과 각국의 정부 또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돈 잔치를 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겠지.
‘연준도 결국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거고.’
꾸준하게 시장은 얼어붙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거다.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가 걷히더라도, 인플레이션과 하락장에 대한 공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터.
[쏟아지는 테슬라 공매도 주문! 이번에야말로 공매도 투자자들의 승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주식 담보로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한다?]
[3주 만에 1,150달러에서 689달러로 떨어진 테슬라 주가!]
‘테슬라는 어떻게 되려나.’
테슬라는 한동안 엄청난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40%가 넘게 주가가 빠져 버린 것.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을 자신이 갖고 있는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충당할 거라는 소식이 나온 탓이다.
하지만 이후 머스크가 투자를 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면서 주가는 어느 정도 회복.
[테슬라: 813.42$]
‘나름 공매도 물량을 잘 방어한 거지.’
수백억 달러의 추가 공매도가 쏟아졌음에도 겨우(?) 저만큼만 하락했다는 건 그래도 시장에는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 그랬던 것처럼 테슬라는 잠깐은 하락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오르게 될 거라는 믿음.
트위터 인수 건으로 CEO 리스크가 커지며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게 해결되니 곧바로 20% 가까이 상승한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었다.
‘결국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 주행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 건 맞으니까.’
자동차의 미래가 더 이상 내연기관에 있지 않고 전기차로 넘어가게 될 거라는 것. 그리고 자율 주행 또한 필수적인 시장이 될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
그런 만큼 테슬라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지금처럼 쭉 각광받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번엔 제대로 매도 기회를 잡지 못 했어.’
테슬라가 700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때 공매도 물량을 청산했다면 가장 베스트였을 거다.
하지만 예전처럼 미래를 알고 벌이는 투자도 아니고.
이번에는 제대로 매수 타이밍을 못 잡은 탓에 80% 이상의 공매도 물량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물론 그래도 이미 상당한 주가가 빠진 만큼 지금 시점에서 정리해도 70억 달러 정도는 버는 거다.
‘250억 달러를 투자해서 70억 달러라.’
약 30%의 수익률.
‘지금 시점에 공매도 물량을 서서히 청산하고 그 수익에 만족해도 되겠지만.’
왠지 모르게 불만족스럽다는 생각이 사라지지가 없었다.
이대로 끝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그와 함께 드는 생각이 또 하나 있었다.
시장에 결국 전기차와 자율 주행 시장을 선도하는 건 언제까지나 테슬라일 거라는 믿음이 존재한다면.
그 믿음을 없애 버리면 되는 게 아닐까.
톡, 토독-
곧바로 스마트폰을 열어 연락을 넣었다.
나보다 훨씬 아저씨들이라고 해서 톡이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나 - 안녕하세요]
톡을 보내자 그 옆에 뜨는 3이라는 숫자.
빠르게 줄어들더니 1분도 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
다들 바쁘신 분들일 텐데 금방금방 읽네.
‘서로 연락처는 당연히 있겠지?’
당연히 그럴 거다.
재벌 그룹 회장들이면 살면서 서로 수십 번은 마주쳤지 않았을까.
소설 속에 나오는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재벌가 사람들끼리 모임도 가지고 말이다.
‘나중에 진짜 그런 게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문득 든 생각.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고.
톡, 토독-
다들 내가 판 단톡방에 당황하는 것 같아 내가 직접 포문을 열기로 했다.
[나 - 서로 잘 아시죠?]
[나 - 제가 차를 하나 만들려는데]
[나 - 혹시 함께하실 생각이 있으신가 해서요.]
[나 - 아, 장 회장님은 진작에 오케이를 하셨고요.]
톡을 보내자마자 바로 사라지는 숫자.
이 방에 초대된 건 세 명이었다.
미래차의 장 회장, 오성의 이 회장, GL의 구 회장.
저번 스웜카에 대해 했던 생각을 확실히 구체화하기 위함이었다.
‘핵심 소프트웨어 쪽만 내가 먹고, 다른 건 하청을 주자.’
생산은 미래차.
전장은 오성과 GL.
그 외 별 돈 안 되는 기타 잡다한 것도 좀 맡기고.
‘매수 시점을 제대로 못 잡았다면, 시점을 내가 만들면 되는 거 아냐?’
테슬라가 언제까지나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일 거라는 믿음.
그걸 한번 깨 보고 싶어졌다.
* * *
[이틀 사이 -11% 기록한 테슬라 주가. 추가 공매도 물량 쏟아진 탓으로 보여.]
[일론 머스크 트윗 게시 “또다시 멍청이들이 테슬라를 공매도하고 울면서 다시 사는 게 반복되겠군!”]
[800억 달러가 넘는 공매도 포지션 나온 테슬라? 헤지펀드들의 타깃 됐나?]
[일주일 사이 250억 달러 → 800억 달러가 된 공매도 잔액. 시가총액의 1/10에 달해 화제.]
* * *
[선우진, 스웜카 사업 공식 발표.]
-흠 진짠가?
-얘네도 애플카처럼 낸다 낸다 하면서 미루는 거 아님?
-애플보다는 선우진 사정이 더 낫긴 함. 예전부터 자율 주행이나 전기차 스타트업 투자해 온 게 있어서.
-기술적으로는 훨씬 우위에 있긴 할 거임. AMD도 갖고 있으니 칩셋 걱정도 없고.
-테슬라 공매도 쏟아지던 게 이거 때문이었나?
-그래도 이미 테슬라가 대부분 먹은 시장에 끼어들 구석이 있으려나.
-제조업 쪽은 아무리 선우진이라도 그리 신뢰가 안 가는데…….
-테슬라는 아직도 마감 수준이 중국 차 수준이던데 ㅋㅋㅋ 스웜카도 그럴 삘임.
공식적인 스웜카 사업 발표.
대중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선우진이니 당연히 자율 주행 전기차 사업에서도 성공할 거다.
테슬라는 물론, GM과 포드 등의 회사들도 뛰어든 곳인 만큼 선우진이라도 힘들다.
아니다, 테슬라의 오랜 투자자였던 만큼 개척 가능성이 있다 생각해 뛰어드는 거다.
온갖 의견이 오고 갔다.
그리고 그러던 그때, 추가 기사가 나왔다.
[시장에 도는 소문 사실이었다? 미래차와의 협업 결국 공식 확인!]
[사실 무근이란 발표에 상승분 그대로 토해 냈던 미래자동차, 1시간 만에 상한가.]
[오성 전자와 GL 에너지 솔루션, 스웜카 프로젝트에 합류 발표.]
선우진과 그간 연이 깊었던 한국 기업들의 참여.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 적잖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미래 자동차의 참여가 전해졌다.
곧바로 참여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뛰어오른 것도 당연지사.
국내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엄청난 대량 매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당장 팔아!”
“저번에 매수한 물량 싸그리 팔고… 아예 공매도를 때려 버리자고!”
시장의 반응은 신속했다.
정확히는 월 스트리트의 반응이 신속했다.
쏟아지는 공매도에 급락한 테슬라의 주가.
저점이라 생각하고 주워 담는 금융기관들이 꽤 많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결국에 테슬라가 공매도 물량을 모두 흡수하면서 상승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여기에 스웜카 소식이 더해진다면?
일론 머스크는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무일푼이라 봐도 되는 시점에서 시작해 페이팔을 팔아 2억 달러 가까이를 벌어들였고.
그 2억 달러는 SpaceX, 테슬라, 솔라시티가 되어 일론 머스크의 재산을 3,000억 달러로 불려 주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사람에 등극한 일론 머스크.
하지만 그러면 뭐 하나?
[선우진 결국 입 열다. “예상 투자 금액? 최소 3천억 달러 이상”]
[’최소 3천억 달러 투자’?! 스웜카, 테슬라를 뛰어넘는 메가 기업 탄생하나?]
그의 전 재산 3천억 달러.
그걸 사업 하나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100달러일 때도, 300달러일 때도, 700달러, 나아가 1,000달러를 넘었을 때도 테슬라의 가격이 가치 대비 너무 높다며 공매도를 때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테슬라가 고공행진을 반복한 탓에 쭉 손실만 봤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테이퍼링과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여파로 주가들이 빠지고 있는 상황.
내가 테슬라 공매도를 때려도 리스크가 그리 클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쌓여 있는 테슬라 공매도 규모가 한 250억 달러랬지?’
250이라는 숫자는 영 어감이 별로다.
두 배인 500억 달러가 되면 50 billion이라 딱 좋을 텐데
‘일론이 아직도 날 친구로 생각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돈 좀 쓰더라도 50 billion으로 딱 맞춰 줘야지.
돌아가기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