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40화 (240/267)

240화 우정을 중시함

월 스트리트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그저 시장의 상황이 이상하다 느꼈을 뿐이었다.

“이거 어디서 온 주문이야?”

“글쎄. JP모건,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들어오고 있는데?”

나스닥, 다우존스, S&P 500 등.

주가지수부터 시작해 여러 종목에 대한 공매도와 풋 옵션 주문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규모가 무려 수백억 달러.

단순한 우연이 오늘 하루 겹친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통해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흠… 버크셔에서 온 자금인가? 버핏이 몇 번이나 지금 증시에는 버블이 껴 있다 했었잖아.”

분명 누군가가 하락장에 베팅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던 미국 증시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대규모 공매도와 풋 옵션이라니.

당연히 그 근원지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버핏은 아니겠군. 이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

“…수백억 달러 수준의 베팅도 아니고 말이야.”

게다가 그러한 베팅은 고작 수백억 달러 수준에서 끝이 난 게 아니었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주문 규모가 천억 달러를 넘겼고.

또 1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그 두 배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루에 수천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산을 움직일 수 있다라.

이런 규모의 투자로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기는 했다.

블랙록과 뱅가드와 같이 몇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굴리는 자산 운용사들.

하지만 그들이 움직였다면 월 스트리트의 다른 금융기관들이 몰랐을 리 없다.

거미줄 같은 관계로 얽히고 섥힌 그들은 서로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런 덩치 큰 자산 운용사들이 이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오일 머니도 아니겠지.”

“그놈들한테는 이만한 배짱이 없어. 물려받은 재산을 지켜 나가기만 원할 뿐이지.”

그렇다면.

이제는 이런 적극적인 투자가 어디서 시작된 건지 모를 수가 없었다.

“선우진이군.”

“그가 또 움직이려 하고 있어.”

“몇 달 전에도 갖고 있던 자산을 일부 정리했었지. 그리고 이제는… 아예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올 것처럼 투자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확신하는 걸까?”

“가능성이 크긴 해. 그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 언젠가는 터질 확률이 커.”

선우진의 투자가 시작됐다.

그런 소문이 월 스트리트에 빠르게 퍼졌다.

아니, 퍼질 것도 없이 다들 빠르게 눈치를 챘다.

이런 과감한 투자와 이만한 물량.

선우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팀장님, 보유 자산 매각하겠습니다.”

“뭐? 갑자기?”

“선우진이 움직였답니다. 하락장이 올 거라는 데에 베팅했고요.”

“…뭐 하나! 당장 서두르게!”

월 스트리트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선우진과 반대되는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

요 몇 년 사이에 생긴 월 스트리트의 상식이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로 인해 생긴 버블에 대한 우려는 기존 금융기관들도 공유하고 있던 바.

선우진의 투자를 보고 그걸 따라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미국 증시 급락! 연준 파월 의장의 뒤바뀐 태도 때문인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테이퍼링 임박했다 예고. 시장 요동치기 시작해.]

거기에 의장직이 연임되고 나자 조금씩 말을 바꾸기 시작한 연준 의장 파월의 모습도 그런 분위기에 더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미 연준, 11월 FOMC를 통해 테이퍼링 착수를 선언함으로써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공식화.]

[시장 흐름을 그저 일시적인 둔화로 해석한 미 연준! 과연 그럴까?]

연준이 그간의 입장을 바꿔 테이퍼링 시작을 발표했다.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던 양적완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것.

“역시 선우진이군!”

“연준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했던 게 틀림없어.”

그 발표에 주식시장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흔들림에 웃고 있는 이들도 있었는데.

하락장에 베팅한 선우진의 모습을 보고 발 빠르게 움직인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리고 몇 주 후.

또 하나의 소식이 전 세계 투자시장을 강타했다.

[남아공에서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 출현!]

[다시 팬데믹의 악몽 시작되나?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공포 퍼져.]

[신종 바이러스 변이, 엄청난 감염력인 거로 알려져. 팬데믹 촉발 가능성에 시장에는 공포 맴돌아.]

[급락, 또 급락! 나스닥, 다우존스, S&P 500 일제히 하락.]

* * *

“음… 의도했던 건 아니었는데.”

“타이밍이 공교롭네요.”

내가 하락장에 베팅한 이후 터진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남아공발 신종 바이러스 변이.

[뉴욕 증시 대폭락! 대규모 공매도와 풋 옵션을 통해 선우진 떼돈 벌어.]

[역시 선우진? 이번 투자 수익 최소 3천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측돼.]

덕분… 이라고 해야 하려나?

여하튼 처음의 테이퍼링 소식으로 미국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내려가나, 아니면 회복하나, 다시 내려가나를 간 보고 있던 증시가 신종 변이 출현 소식에 아예 내리꽂게 되어 버린 것.

물론, 이미 하락장에 베팅했던 나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고 말이다.

언론에서 예상하는 대로 약 3,000억 달러 상당의 투자 수익.

“…한동안 또 시끌시끌하겠네요.”

다만 그런 투자 수익 만큼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뭐랬어? 저 아시안이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다니까?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트라이어드는 모두 아시아의 한 단체에 의해 통일된 지 오래야. 그리고 그 단체의 후계자가 바로 선우진이고.

-Beware of 선우 family. That’s my grandpa told me when he passed away. He was an U.S. Korean war veteran.

-나도 같은 얘기를 내 할아버지께 들었었어. 내 할아버지는 소련의 군인이셨고.

바로 이 빌어먹을 음모론.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상에서 나를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던 이들이 몇몇 있었다.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세계에 뿌린 거라나 뭐라나.

물론, 상황들만 살펴보면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아시아의 한 투자자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1조 달러 가까이의 이득을 봤다.

그런데 마침 또 그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중국이란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일부 멍청한 서양인들 입장에서는 이게 구린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게다가 또, 미국이 음모론의 나라이지 않나.

달 착륙이 뭐 어쩌고저쩌고.

파충류형 외계인인 렙틸리언이 유력 인물로 변장해 지구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뭐 그런 거 좋아해서 진지하게 토론하는 커뮤니티까지 있는 게 바로 미국이란 나라였다.

‘그래도 이제는 파충류에서 탈출해서 다행이려나.’

로스차일드 가문과 트럼프는 렙틸리언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렙틸리언으로 의심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들 중 하나인데.

내가 로스차일드처럼 세계의 부를 거머쥐는 목적을 가진 렙틸리언이라는 소리도 있었고, 트럼프와 친하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렙틸리언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 달 전에는 코로나와 내 관계성을 의심하며 그렇게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이 대세였는데.

다행히 SW 바이오의 백신 이후 그런 소리가 대부분 사라지기는 했었다.

하지만 완전히 종식된 건 아니고, 음모론자들도 나름의 파벌이 있던 건지 서로 주장을 두고 싸우다 지금처럼 됐다.

선우진은 렙틸리언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 비밀 조직의 후계자라는 주장이 요즘의 대세가 된 것.

‘대체 선우 패밀리는 뭐야?’

무협식으로 말하자면 선우세가인 건가.

여하튼.

소련 군인은 모르겠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전쟁 참전 용사이신 거면 감사한 거기는 한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런 말을 하셨다고?

말이 돼 그게?

아니, 무엇보다 내 성은 선우가 아니라 선이라고.

예전에 내 성이 사실은 선우라며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병신 같은 주장이 서양 커뮤니티에 몇 번 올라온 적이 있는데.

그것과 짬뽕되면서 나온 끔찍한 결과물이 지금의 음모론인 것 같았다.

‘뭐 그래 봐야 인터넷에서만 나오는 헛소리들이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저 가끔 보는 재미가 있어 저들이 나를 두고 어떤 얘기를 하는 건지 보는 것일 뿐.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쌓여 있었다.

“테슬라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그중 하나가 바로 테슬라 공매도.

테슬라는 최근 1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주식 중 하나였다.

상승 그리고 또 상승.

하지만 그와 동시에 테슬라에 엄청난 거품이 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전기차하면 테슬라였지만…….’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들이 너도 나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

이제 테슬라만큼은 아니어도 썩 나쁘지 않은 전기차들이 꽤 많이 출시되고 있었다.

‘실제로 점유율도 점점 하락하고 있지.’

과거에는 오직 테슬라만이 갖고 있는 강점들이 무궁무진했다면.

지금은 그런 차별화된 장점들이 몇 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 해도 여전히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의 절대 강자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지금의 가격은 너무 높다 느껴졌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다니.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에 나선다?]

[테슬라 주식 팔아 트위터 사려는 일론 머스크.]

[트위터, 머스크에 소송 제기 “440억 달러 인수 합의 진행해라.” 머스크는 “why not?”이라고 화답해.]

게자가 적자 기업인 트위터를 500억 달러 가까이 주고 사려는 머스크에 대한 리스크까지.

‘요즘 일론이 좀 이상하단 말이지.’

원래도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이상함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이상하기만 할 뿐이다.

갑자기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것도 그렇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엄청난 팔로워를 얻으며 영향력을 펼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 걸까.

아니면 내가 갖고 있는 틱톡이나 트위치 등을 보고 그런 나를 따라 하려는 걸까.

어느 쪽이 됐건 그의 말이 곧 법이 되는 테슬라라는 기업 자체에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 느껴졌다.

“공매도 시작해 주세요.”

그렇게 내린 결론이 테슬라 공매도.

사실, 테슬라는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꽤 인기 있는 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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