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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39화 (239/267)

239화 결정을 내림

코로나가 스웜을 포함한 여러 OTT에 큰 기회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순히 늘어나다 못해 폭등했던 구독자 수와 시장의 크기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저희 스웜에 합류한 걸 환영합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저도 작가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하하. 요즘은 제대로 글 쓸 짬도 못 내서 그런가, 감독님께 작가 소리 듣기가 민망하네요.”

“설마요. 그만한 글들을 한 달에 여러 권씩 내던 예전이 너무 대단했던 거지. 지금도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면 왕성한 활동 중이신 건데요.”

이런 엇비슷한 대화가 위드 코로나 시대 동안 수십 번이 있었다.

여러 번 수준이 아니라 수십 번.

어떤 때는 유명 영화 감독과, 어떤 때는 대히트한 TV 시리즈의 제작자와, 또 어떤 때는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유명 작가와.

그들과 스웜 독점 계약을 맺으며 저런 대화를 수도 없이 반복한 거다.

‘영화와 TV 시리즈. 두 매체의 중심이 모두 OTT로 넘어간 덕분이지.’

코로나로 인해 모든 제작 및 촬영 일정이 스탑되고.

개봉을 준비 중이던 기존 작품들은 기약 없이 하드 디스크 안에서 잠자고 있어야 했으며.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의 이름값만을 믿고 돈을 싸들고 오던 투자자들은 씨가 말랐다.

그게 바로 팬데믹 이후의 영화, 드라마 제작 시장이었다.

당연히 제작사들의 사정이 괜찮을 리 없었다.

투자해 놓은 제작비는 회수될 기미가 안 보이고, 그렇다고 새롭게 돈 나올 건덕지도 없었으니 말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물론, 버틸 자본이 그래도 빵빵한 메이저와 준메이저 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파산할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작하는 걸 꺼리게 된 것도 당연지사.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쉬 맨도 제작사를 찾지 못하고 거부당했었지.’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스콜세이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주연의 영화가 만들어 주겠다는 제작사를 찾지를 못한 거다.

그 정도로 할리우드에는 빙하기가 찾아왔던 것.

물론, 그런 빙하기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이들은 있었다.

원래라면 바로 극장으로 직행했을 퀄리티 높은 작품들과 그 감독, 배우, 작가진을 영입할 기회가 생긴 OTT 업체들.

오히려 그들에게 있어 할리우드의 기존 제작 시장이 마비된 건 또 하나의 기회였던 거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수혜자를 뽑자면…….

“Mr. 선, 당신은 할리우드의 구원자입니다.”

“…하하. 너무 과분한 수식어네요.”

SW 바이오 백신의 이른 보급으로 영화 및 드라마 제작 환경을 정상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나였다.

심지어 저런 과분한 칭호로 나를 부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

물론 저것 덕분에 수많은 감독과 제작자, 작가들이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대신 스웜을 그들의 새 둥지로 택한 거였고 말이다.

타 OTT 업체보다 뛰어난 인센티브 체계와 제작 환경은 덤이었을 테고.

‘J.J. 에이브럼스, 데이빗 핀처, 혹성탈출의 맷 리브스…….’

거기에 그레이 아나토미의 숀다 라임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라이언 머피.

시카고 파이어의 딕 울프.

…심지어.

[할리우드 거장 스필버그 감독, 스웜 전용 영화 제작 참여.]

[스티븐 스필버그의 엠블린 파트너스, 결국 스웜의 품으로. 지분 51% 추가 취득하며 스필버그를 데리고 오다.]

그렇지 않아도 그간 써밋-mgm을 통해 몇 번 호흡을 맞췄던 스필버그 감독의 완전 영입까지.

그야말로 스웜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창작자를 쓸어 담았다.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선수들을 영입하면서도 포지션이나 케미스트리를 신경 써야 하는 풋볼 매니저 쪽보다는, 온갖 장수를 영입해도 다 쓸데가 있는 삼국지 게임의 느낌.

‘이런 맛에 돈 쓰지.’

회귀하고 더욱 느끼게 된 건데.

아무래도 내 취향은 수집형 게임인 것 같았다.

지금은 핵심만 추리는 중이지만 일전 온갖 스타트업들을 사들일 때도 그렇고.

이번처럼 창작자들을 싹쓸이하는 것도 그렇고.

크리스탈 팰리스에도 유망주와 예비 월클 선수들 영입하는 거에 무척 재미를 느꼈었으니까.

‘크팰 쪽은 그래도 요새 자제 중이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좋은 선수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인다고 좋은 구단이 되지는 않는다.

유망주 때나 포텐이 터지기 전이라면 몰라도,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선수들은 대개 최대한 많은 경기를 선발로 뛰고 싶어 한다.

물론 개중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구단에서 로테 자원으로 뛰는 것에 만족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챔스 우승 경쟁 레벨이 아니어도 좋으니 대부분의 경기를 선발 출장할 수 있는 구단을 원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 탓에 크팰도 최근 홍역을 겪고 있었다.

‘성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저번 달 종료된 20-21시즌은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있어서는 가장 영광된 시즌이었다.

구단의 모든 이가 한마음 한뜻으로 달려왔던 목표인 챔피언스 리그 우승, 나아가 EPL 우승까지 함께 거머쥐는 더블 이상의 성적.

크리스탈 팰리스는 그걸 이뤄 냈다.

그것도 그냥 EPL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만 차지한 게 아니라 FA 컵 우승과 리그 컵까지 쿼드러플.

EPL 역사상 아무도 이뤄 내지 못했던 기록을 크리스탈 팰리스가 달성한 것이다.

구단이 한 시즌 동안 이뤄 낼 수 있는 영광을 모두 차지한 것.

[잉글랜드 최초 쿼드러플! 크리스탈 팰리스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다]

[대기록 달성! UCL·FA컵·리그컵·EPL까지 우승 차지한 크리스탈 팰리스!]

당연한 말이지만 쿼드러플이 확정되고 시즌이 전부 종료되기까지 몇 주간, 크리스탈 팰리스가 위치한 런던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는 도시였다.

크팰의 서포터즈인 울트라스들은 도심 곳곳에서 홍염을 쏘아 대고, 퍼레이드를 며칠 내내 벌였으며, 런던의 온갖 펍에서 골든벨을 울려 댔다.

물론 나 또한 간간이 구단 행사와 팬들의 행진에 참여하며 그 기쁨을 함께했었다.

크팰에 소속된 선수들도 그러한 기쁨을 함께 나눈 건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그만큼 후폭풍도 컸지.’

크리스탈 팰리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구단 중 하나가 됐다.

잉글랜드 축구사 유일무이한 업적인 쿼드러플.

그것 하나로 기존의 EPL 빅클럽들의 역사를 모두 뛰어넘은 것은 물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성공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더라.

‘트레블이라는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쳐 달려왔는데, 그걸 달성해 버린 거니까.’

크리스탈 팰리스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메시와 호날두의 메호대전에 이어, 음-란대전을 벌이는 중인 음바페와 홀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니에스타, 사비, 모드리치와 함께 언급되는 수준이 된 덕배.

전 세계의 공격진과 수비진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살라와 반 다이크.

이렇게까지 다섯의 핵심 멤버들은 물론 그 뒤를 받쳐 주는 손흥민과 델레 알리, 호드리구까지.

원래라면 어느 구단을 가건 핵심 멤버가 되었을 이들이 지금까지 선발과 교체를 반복하는 로테 자원에 만족했던 건 구단이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트레블이라는 목표.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로테 자원에 만족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커리어는 충분히 이루게 되었으니 더욱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하게 된 것.

[손흥민, 980억 원에 리버풀 이적! EPL 최고 수준의 이적료는 물론 아시아 역대 선수 최고.]

[“선수의 의지를 존중해 준 보스에게 감사” 구단을 떠나면서도 선우진에게 감사 표하는 손흥민.]

[일부 울트라스, “같은 한국인이라 싸게 보내 준 거 아니야?” 소리했다가 다른 울트라스들에게 뭇매 맞아.]

[델레 알리, 1억 파운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완전 이적. 일각에서는 기복에 대한 우려도 존재.]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손흥민과 델레 알리의 이적.

아직 성장이 필요한 호드리구는 남았지만, 또다른 로테 자원을 이적 시장에서 찾아 나서야 했다.

‘구단은 목표를 이뤘는데 팀은 더 약해지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여하튼.

선수들의 이적을 너무 쉽게 허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철학인 걸 뭐 어쩌겠나.

‘불만이 존재해서는 결국 한 팀이 될 수 없으니까.’

축구단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사업체를 이끌어 오며 느끼게 된 생각.

게다가 축구 구단을 이끄는 건 어디까지나 내 취미 생활의 연장선인 만큼, 그걸 위해 선수들의 전성기 시절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팬들이 가진 약간의 불만 정도야 곧바로 사그라들게 만들었고.

[선우진이 크리스탈 팰리스로부터 가져가는 수익 0원? “모든 수익 구단에 재투자한다.”]

[02년생 초특급 유망주 카마빙가 정조준하는 크리스탈 팰리스! 겨우 3천만 유로의 가격표?]

[다음 세대의 월클들 싹쓸이하며 우주 방위대 차린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다음 타깃, 주드 벨링엄으로 알려져.]

[더 브라위너 - 벨링엄 - 카마빙가의 삼각 미들진?! 다음 시즌 구상에 행복사하는 크리스탈 팰리스 서포터즈.]

축구는 돈으로 안 된다.

그건 1조 달러를 버는 것보다 트레블이 힘들었던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그렇다 확언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원하는 선수를 사 오는 건 돈이면 다 되더라.

* *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글로벌 경제 또한 그에 맞춰 빠르게 변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 드디어 입 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연임 위해 저자세로 대응하는 거였나? 연준 의장 연임에 성공하자마자 인플레이션 얘기 꺼낸 파월 의장.]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라던 파월, 몇 달 사이에 “현재 물가에 너무 안일한 것 같기도 하다”라며 입장 바꿔.]

조금씩 인플레이션에 대한 메인 언론의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대중들의 관심도도 그만큼 집중되기 시작했다.

-진짜 인플레이션 오나?

-그러면 지금 시장이 거품이란 거?

-몇 달 전에 선우진이 자산 정리한다는 기사 본 적 있는데… 결국 지금 같은 상황 예상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나 미국 사는데 물가 ㅈㄴ 오르긴 했음. 특히 휘발유값 미쳐 날뛰는 중.

-미국 고용률이 지금 거의 100%라서 그런가… 생활 물가도 진짜 빡세짐.

요 몇 달 사이, 내 스탠스는 명확했다.

지금의 자본시장에는 거품이 껴 있는 것 같으니 우선 한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

그런 내 지시에 따라 여러 자산을 사고 팔던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 등이었다.

‘이제는 또 그 스탠스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만히 지켜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내가 잘못된 선택을 내렸다가는 손해가 꽤나 크겠지.

최소 수백억 달러에서 수천억 달러까지.

거기에 지금까지의 투자로 얻은 ‘투자의 신’ 소리도 빛이 바래게 될 거고.

‘물론 그런 거에 연연해서는 안 되겠지.’

그래도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감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자체적인 분석은 하락장을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약간의 불신도 함께 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미래 정보에만 의지해 투자를 해 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불신.

“…제이슨, 저번에 말한 버블과 인플레이션, 주가 하락이 올 경우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 시나리오대로 나서 주세요.”

하지만 결국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 선택은 그간의 내 불안감을 무시하지 않는 것.

코로나로 인한 버블이 조만간 터질 것에 베팅하는 거였다.

적극적인 공매도와 풋 옵션을 사들이는 것.

‘후…….’

그렇게 투자를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SW 바이오의 남아공 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발견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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